유럽여행기 이탈리아_로마 & 바티칸

2015.02.27 17:45

victor 조회 수:5564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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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평생의 로망으로 삼고 있을법한 고대도시 로마, 내게는 운 좋게도 이번이 두 번째다. 로마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여행자에게 사랑스럽고 낭만적이며, 한없이 가슴 들뜨게 만드는 곳이다. 로마의 랜드마크가 돼온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 주변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어느 신혼부부가 고색창연한 이 도시의 분위기에 참 잘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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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으면서 로마의 밤거리는 색다른 분위기와 낭만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랜 유적지의 분위기를 잘 살린 거리의 가로등과 밤거리에 흐르는 음악은 들뜬 여행자의 감흥을 더욱 고조시키고, 은은한 조명 아래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은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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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포로 로마노.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내려다 보니 낮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00년전 고대 로마는 신분과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여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힘있는 귀족들로부터 힘없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호민관 제도를 이미 시행하였다


황제는 전쟁터에서 앞장서 싸우고, 장교복무를 한 귀족들만이 정계에 입문할 수 있어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당연시 되던 정의로운 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사회는 오랫동안 건강성을 유지하며 군대는 강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의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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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광장과 트레비 분수를 거쳐 스페인 계단으로 향한다. 트레비 분수는 현재 공사 중이라 준비한 동전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바로 앞을 지나면서 분수 주변에 설치된 조각품은 구경할 수 있도록 관광객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바로 앞의 젤라또 가게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 하다.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스페인 계단에 이르니 계단 주변은 젊음과 낭만과 자유의 열기로 가득해 있다. 


스페인 계단하면 내게는 10년전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때 두가지가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하나는 계단 뒤편 건물에 커다랗게 내걸린 어느 통신회사의 감성적인 광고 카피, 

 "If you want to give a message, it must be a message of love!"

(만일 당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사랑의 메시지일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소매치기의 기억이다. 그때에도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에 도취돼 감상에 빠져 지하철로 이동하다 소매치기를 당한 기억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씁쓸한 기억마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신조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달콤한 게으름)의 유쾌한 외침이 어쩌면 스페인 계단의 지금 이 자유로운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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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으로 교황이 거주하고 있는 세계 가톨릭의 총 본산이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바티칸에 입장하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입장권을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하고 갔는데 줄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이번에는 지난번 여행 때 소홀히 하거나 모르고 지나쳤던 피나코테카 회화관의 그림, 그외 조각 작품 등을 여유있게 눈여겨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회화 작품으로 조토의 그림, 다빈치의 성 히에로니무스, 멜로초 다 포를리의 음악천사와 조각 작품으로는 벨베데레의 아폴론상과 토르소상 등이 인상깊다.

 

라파엘로의 방을 지나 시스티나 예배당을 향하는 동선 상에 새롭게 현대미술 작품들이 걸려있는게 눈길을 끈다. 이곳 바티칸 박물관은 런던의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미술작품은 양적 규모면에서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비해 상당히 빈약한 편인데 이를 의식하여 새롭게 현대미술관을 설치한 모양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시스티나 예배당.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다시봐도 감동적이다. 작품 자체의 스케일과 디테일도 대단하지만 당시 한낱 예술가에 지나지 않았던 화가의 위상을 교황과 거의 맞먹는 위치까지 올려놓은 그의 위대한 면모와 업적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영묘 건립과 관련한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조각가로서 자부심과 조각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던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영묘건립 취소에 크게 실망하고 나를 원한다면 당신이 직접 찾아오라며 교황에게 편지를 남기고 로마에서 피렌체로 돌아가 버린다당시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교황은 피렌체 시장에게 미켈란젤로를 바티칸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한다미켈란젤로는 결국 수락하고 다른 사람들을 시스틴 예배당 안에 절대 들여보내지 말 것을 약속받고홀로 천장에 천지창조와 제단 벽면에 최후의 심판을 완성한다이를 계기로 미켈란젤로는 절대적인 존경과 독보적인 위치를 얻게 된다.

 

1520년대 미켈란젤로는 미술에서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완벽한 미를 구현했기 때문에 당시 젊은 화가들은 여과없이 그의 완벽한 그림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다그러나 일부 화가들은 전통적인 조화와 균형미보다는 의도적으로 형태를 왜곡시켜 자신만의 개성과 독창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흐르게 되는 데, 바로 매너리즘 사조가 그것이다. 

 

이처럼 미켈란젤로와 같은 대가들의 완벽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독창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이 이후 인상파입체파, 표현주의 등을 거치며 다양하고 난해한 현대미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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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당, 때마침 12시 미사가 이제 막 시작되어 성당 안에는 성가대의 장엄한 미사곡이 실내에 엄숙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비록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 경건함에 절로 옷깃을 여밀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성당의 규모가 워낙 커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공간 외에도 따로 미사를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좌우측에 있고, 그 곳에서 기도와 묵상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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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광장 중앙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서있고 그 위에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보인다. 베드로 성인이 십자가형으로 거꾸로 매달린 채 순교한 바로 그 자리이다. 때마침 그 앞으로 추기경 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교황의 방문을 떠올린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불과 두달 전 4박 5일간 한국을 찾았고, 방문기간 중 전 국민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며 감동하였다. 


그는 짧은 기간 중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 위로하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소통과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언급하였으며, 성직자 들에게는 가난한 사람 편에 설 것을 촉구하여 한국사회에 큰 공감과 울림을 남겼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장애아동,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 사회적 폭력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만나 일일이 위로하는 장면은 실로 진정성이 있었으며 성직자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교황의 짧은 방문이 우리 사회에 얼키고 설킨 난제들을 당장 해결해준 것은 아니지만, 

포용과 덕망을 갖춘 지도자를 갈망했던 우리 한국인들에게 정신적 위로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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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나보나 광장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넘치고 활기와 생동감으로 가득 차 있다. 

때마침 광장에 전시되고 있는 그림들과 베르니니의 4대강 분수를 천천히 구경하며, 잠시 망중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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