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비와 함께한 5박6일 Grand Circle

2018.08.10 12:34

JJ 조회 수:421 추천:2

안녕하세요, 얼마전 어른 4, 아이 5을 데리고 Grand Circle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리스님의 도움으로 여행 계획을 짜고 RVShare에서 32ft 9인승 RV를 빌리고, Camp ground 예약도 완료한 상태로 Vegas로 떠났습니다.

사람이 많은 지라 항공료를 아끼겠다고 Spirit을 예약했었는데요, Carrier 무게 제한도 18kg으로 낮은 편이고, 이래저래 추가로 들어가는 돈이 꽤 되어서 차라리 마일리지 쌓는 Delta를 탈 껄 그랬나 후회가 되더군요.

그래도 무사히 Vegas 공항에 내려 Greenland 마트에서 식사와 장보기를 마친 후 RV를 pick-up 하러 갔습니다. 40도가 넘는 더위에 허덕이긴 했지만 여행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습니다.


RV 주인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기본적인 사용법을 숙지한 후 구슬땀을 흘리며 짐을 싣고 있는데, 어랏? 방금 켜 놨던 Generator가 꺼져서 캐빈 에어컨이 안 나오네요. 애들이 껐겠거니 하고 이런 거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고 주의를 준 뒤 다시 짐 정리를 하는데 또 에어컨이 꺼집니다. Generator가 고장이네요. 설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 쉬던 주인을 불러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며 다시 확인하는데 여전히 Auto Shut-off. 아이들은 에어컨이 나오길 기다리며 소파에서 지쳐가고, 결국 다같이 주인집 거실을 차지하고 누웠습니다. 결국 정비소 아저씨까지 출동하였으나 상황은 수리 불가...

지난번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문을 부수고 가방을 훔쳐가 초반 여행을 망쳤었는데, 이번엔 RV 가 시작부터 말썽이네요. 저에겐 여행 복 따윈 없나봅니다. 어느덧 시간은 5시를 넘어가고, 이 때부터 주인과 지리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주인은 어느 정도 할인을 해 줄테니 타고가라, 우리는 더워서 제너레이터 없인 못 가겠다. 그럼 다른 RV 찾아줄테니 차액은 너네가 내고 가라, 우리가 잘못한 것 도 없는데 돈 더 내고는 못 가겠다. 등등... 상대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화도 났지만 여기서 싸우고 헤어져봐야 결국 보상 문제로 시간을 끌게되면 여행을 망치는 것 우리쪽이라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같이 해결해 보려고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상식이라는 게 항상 옳은 것도 아니긴 하구요.

결국 주인이 해당일 이동/숙박비의 반을 부담하고, 내일 RVShare를 통해 새 RV를 알아봐 주는 것으로 얘기를 끝내고 밥 9시에 집을 나와 호텔로 가는데 앞날이 깜깜하더군요. 9명분 캠핑 짐에 마트에서 싸 들고온 일주일 치 식량까지... 막상 잠을 청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저만 믿고 따라온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RV 업체에서 비상망을 동원해 RV를 서치해 주긴 했지만 결국 크기/위치 등 조건에 맞는 RV를 찾을 수 없어 급히 여행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Costco Travel을 통해 15인승 Van을 빌리고, Kanab 지역에서 3박을 하며 Zion/Bryce canyon을 둘러본 후, Page를 거쳐 Monument Valley에서 1박, Grand Circle 구경 후 Flagstaff 에서 1박, Vegas에서 남은 2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급한 여행 계획 변경을 위해 조언을 주셨던 아이리스님과 다른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급히 예약을 했지만 그래도 Airbnb를 통해 꽤 괜찮은 집을 저렵한 가격에 구했고, Goulding's Lodge에도 2 room apartment 가 한 자리 남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Airbnb로 예약한 숙소들은 모두 부엌을 사용할 수 있으니 구매한 식재료를 소비하는데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첫 날은 Kanab 근처 숙소로 이동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쓰고, 도착하자마자 식사 후 잠이 들었습니다. 3박 4일에 $400 정도에 예약한 숙소라 조금 허름한 시설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넓은 2층 집에 부엌 그릴 등이 잘 갖춰줘 있고, 침대도 8개나 갖추고 있어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Zion으로 진입하는 길에 Overlook Trail 을 들렀었는데요, 지금까지의 불운을 위로라도 하듯, 관광 책자 표지에서나 보던 산양 한 마리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Trail 꼭데기에서 본 경치도 너무 좋았구요. 갓난 애기 바로 윗 군번인 2살배기 아들이 씩씩하게 너무 잘 올라가줘서 정말 대견했습니다. 내려올 땐 Baby Carrier Bagpack에 타고 자면서 내려오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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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공원 입구에 주차한 뒤 셔틀을 타고 ZIon Lodge에 도착해 잔디밭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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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차례 다녀온 곳이라 다른 Trail을 가 보고 싶긴 했지만 아이들이 물을 좋아할 것 같아 또다시 The narrows로 가기로 했구요. 서둘러 도착한 Riverside와 The Narrows 경계에서 아이들은 청설모를 쫓아내가며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둘씩 The Narrows Trail을 다녀왔습니다. 멀리는 가지 못하고 두어번 굽이를 둘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너무 좋아해서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함께 갔던 자형께서 자꾸만 서둘러 가자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하늘이 좀 심상치 않다며... 일기예보는 아직 비가 오기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얼마 뒤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일찍 나오길 잘 했다며 버스를 타고 주차장에서 차를 탄 순간, Zion Canyon 쪽을 보니 마치 커다란 구름이 캐년 전체를 삼킨 건 처럼 공원쪽으로는 한치앞도 잘 안 보이더군요. 그 때 바라본 캐년은 정말 으스스했습니다.

그리고 Kanab 숙소로 가는 길을 검색하는데 자꾸만 구글신께서 2시간 반을 돌아가라 하십니다. 어찌 저희더러 4-5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수려한 경치의 9번 도로를 버리고 먼 길을 돌아가라 하시나이까? 께림칙하긴 했지만 별 의심없이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저희가 가는 길로 함께 가는 차가 앞뒤로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는데 구글신의 깊으신 뜻을 그제서야 이해했습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가 내리는 산길은 정말 무섭더군요. 자이언캐년 바위 사이로 여기저기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고, 도로는 배수가 잘 되지 않아 곳곳이 물에 잠겨있었습니다. 도로위에서 조차 물이 거세게 흘러가 우리 차가 쓸려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번개도 앞뒤로 얼마나 치는 지, 차 안이 안전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공포스러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 신이 있다고 믿는 게 당연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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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Bryce Canyon으로 달렸는데요, 이번엔 Red Canyon 을 보며 호들갑을 떨던 가족들에거 저건 아직 아니야 후훗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의 테마는 비 인가요? Sunset point까지 도착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잠깐도 내리기 힘들 것 같아 차에서 조금 기다리기로 했는데, 꽈광! 이렇게까지 큰 천둥소리는 35년 평생 처음 들어봅니다. 번개와 천둥 시간 간격이 0.1초 나 되었을까요? 다들 안 내리길 잘 했다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기왕 기다릴거면 Rainbow point까지 올라가서 출발하자는 마음에 차를 돌렸습니다. 올라가봐야 별 거 없다는 얘기가 언뜻 기억나는 듯도 했으나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가장 꼭데기에서부터 둘러본 결과.... Natural Bridge 가 좀 신기하게 생긴 것 말고는 정말 별로 보람이 없더군요. 결국 Sunset point에서 "여기가 젤 좋구나" 한번 해 주고 비에젖은 Tracking을 30분 정도 한 뒤 돌아왔습니다. 여행 처음으로 했던 바베큐가 아쉬웠던 일정을 어느 정도 보상해주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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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은 비가 오질 않네요. ㅎㅎ 열심히 쉬지않고 달려 도착한 Wahweap overlook의 개방감과 색감은 여전히 웅장했습니다. 하루 줄어든 일정 때문에 Arches 는 아쉽게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 Lower Antelop Canyon 을 예약하여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번의 Grand Circle 여행에서 공교롭게도 방문하지 못했던 Glen Dam과 Horseshoe 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Glen Dam 아래로 보이는 캐년이 생각보다 멋있었고, Horseshoe Bend 는 예천 회룡포 정도 되겠거니 했던 저에게 "니가 내 클래스를 몰라보고!!"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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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를 지나 Monument 돌 세개를 잠시 관람해 주고, 포레스트검프 포인트를 둘러본 후 Goulding's Lodge에서 하루 숙박하였습니다. 석양무렵에 포레스트검프 포인트에서 바라본 모뉴먼트들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계획은 Loop를 돌고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늦어져서 다음 날 아침으로 미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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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계획은 Grand Canyon을 구경하고, Airbnb로 예약한 Flagstaff의 숙소로 가는 것인데요, 아침에 이래저래 시간이 밀리고, Monument Valley를 한번 더 들르느라 Grand Canyon은 Dessert View와 Mather point만 간략히 찍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랜드 캐년은 어디서 보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위로해 줬습니다. 마지막 숙소는 주변에 9명이 숙박할 저렴한 곳을 찾지 못해 무려 처음 3박치의 비용을 치르고 나름 경치가 좋다는 곳에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하니 이미 한밤중... 내일 아침에 눈앞에 펼쳐져야할 넓은 들판과 수려한 산자락은 구름과 비에 가려 잘 안 보입니다. 이번 여행은 처음과 끝을 비와 함께하네요. 덕분에 계획했던 Slide Rock, Sedona 계획을 시원하게 취소하고 바로 Vegas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사소한 해프닝이라면... 제가 주유를 하던 중 마트에 들르러 내리셨던 아내와 사촌누나를 잊고 10여분 달려가다 전화를 받고 돌아와 손이 발이되게 빌었던 정도가 되겠네요. 진지하게 그냥 가는 길을 가는게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넓은 벌판에 여기저기 국지성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도 나름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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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gas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수영장에 넣어줬더니..... 캐년보다 훨씬 좋아하네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눈물 찍....

 다음 날도 하루종일 부페 먹으며 실컷 수영하고, CircusCircus가서 놀이기구 타고, 나름 비로 얼룩진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다 돌아왔습니다.

 

 벌써 세번째였지만 미국 서부는 생각만해도 가슴뛰고 계속 가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텔로프캐년 빼고요...) 

 그리고 마무리에 앞서 세번 모두 여행 계획에서 큰 도움을 주셨던 아이리스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럼 모두 즐겁고 안전한 여행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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