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이동

 

미야노우라 항에서 아침 9:10 첫 페리를 타고 데시마 섬을 향해 출발데시마는 나오시마에 비해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외국인은 거의 없고 승객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선상에서 보는 나오시마 섬의 외관은 황폐한 누런 맨살이 곳곳에 드러나 있어 아름답고 낭만적일 것으로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의외로 볼품이 없다.

 

 

40여분의 항해 끝에 이윽고 데시마 섬의 이에우라 항에 도착하였다마을버스를 타기위해 총총 걸음을 옮기는데,,, 아이폰이 없다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황급히 타고 왔던 배를 향해 뛰어갔는데다행히 승무원이 손에 아이폰을 쥐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매일 매일의 스케쥴과 계획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는데...,

 

 

그런 와중에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페리 대합실에서 음료수로 갈증을 가라 앉히며 잠시 갈등하다계획을 변경하여 버스 대신 전동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데시마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많아 자전거를 빌리지 않으려고 했으나버스를 놓치다 보니 달리 대안이 없다.

 

 

다른 관광객들보다 늦게 출발한 탓인지 도로에는 차량도 자전거도 거의 없다오르막 길에는 2단 기어에서 1단으로 전환하여 페달을 밟으니 힘들이지 않고도 쑥쑥 잘 올라간다길 중간 중간에 제주에서 많이 봐 왔던 귤나무가 보여 반가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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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 구불 오르막길이 끝나고 내리막 길에 접어드니 탁 트인 세토해의 바다풍경이 눈 앞에 호쾌하게 펼쳐진다조금 전 선상에서 봤던 볼품없던 섬의 풍경과는 달리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의 풍광은 참으로 아름답다.

 

 

도로 왼편으로는 층층이 다랭이 논이 펼쳐져 감흥을 더한다데시마는 예로부터 벼농사를 많이 지어 주민들의 생활이 풍요로웠다고 하여, '풍요로운 섬'을 의미하는 데시마(豊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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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진행하니 이윽고 데시마 미술관도 시야에 들어온다인터넷과 트위터 타임라인을 통해 많이 봐왔던 부드러운 곡선미를 지닌 물방울 형상의 하얀 지붕이다.

 

 

 

 

 

데시마 미술관 

 

 

미술관은 입구로 바로 진입하지 않고우회하여 데시마의 자연과 아름다운 세토내해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한 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이다세토 내해의 멋진 풍광에 취해 별 생각없이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는데일순간 온 몸이 얼어붙어 버린 듯 하였다전혀 예상치 못한 환상적인 광경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혀 버린 것이다.

 

 

겨우 수습을 하고 내부를 둘러보니관광객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감상을 하고 있다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거나바닥에 귀를 대고더러는 팔짱을 낀채 서서... 각자의 방식과 자세로 미술관의 분위기에 도취돼 있는 모습이다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나 역시 그 대열에 살그머니 합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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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시마 미술관, 펌_구글 이미지 검색> 

 

실내는 온통 새하얀 색으로 칠해져 있다얕은 지붕 양쪽으로는 타원형의 구멍이 커다랗게 나있고그 구멍으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햇빛의 방향에 따라 한쪽 구멍에는 밝은 구름과 하늘이다른 한쪽은 짙은 녹음이 펼쳐지며 뚜렷한 명암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실내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다일체의 시설물이나 장식물 또한 없다오직 여백과 비움만 충만할 뿐..고요함 속에 풀벌레 소리와 가끔 요란한 까마귀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온전히 자연을 수용하고자연에 순응하며자연과 완벽하게 일치돼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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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시마 미술관, 펌_구글 이미지 검색

 

바닥은 또 다른 세계이다바닥 곳곳에는 바늘 구멍만한 구멍이 곳곳에 뚫려있고,그 구멍 어딘선가 물방울이 봉긋 솟아나와 떼구르르 구르다 서로 합치기도 한다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다 서로 합쳐 세계지도를 그리는가 하면멀리 줄달음질 쳐 큰 물방울에 합류하기도 한다생성과 소멸, 변화를 반복하며 물방울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향연은 그칠줄 모른다바닥의 이런 풍경이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나 보다사람들의 이목이 이곳에 가장 많이 쏠려있다.

 

 

 

 

 

 

tsm_06.jpg : [일본여행 후기④] 여백과 비움의 미학이 충만한 데시마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 펌_구글 이미지 검색

 

촉감으로 더 느껴보기 위해 양말을 벗고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어 구멍난 천장을 올려다보니 색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천장의 구멍은 타원형의 프레임이 되고프레임 속의 하얀 구름은 부드러운 추상화가 되어 흐르고 있다인상파 화가들이 서둘러 화폭에 담고자 천착했던 이미지가 바로 이런 풍경과 느낌이지 않았을까?

 

 

어제 나오시마 혼무라 지구의 미나미데라에서 제임스 터렐이 보여준 완전한 어둠 속에서 어슴프레한 빛을 더듬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다이곳은 온전히 하이키 사진 그 자체이다하이키가 주는 한없이 부드럽고 밝은 느낌과 기운이 온 몸에 퍼지는 듯 하다.

 

 

어느 덧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고 미술관 안에는 몇 사람만 머물러 있다그들의 모습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다양 입구쪽에는 미술관 안내 도우미들이 각각 1명씩 말없이 서 있는데 이들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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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시마 미술관, 펌_구글 이미지 검색

 

어디선가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들어 프레임 안에서 놀이하듯 평화롭게 유영한다.살랑대는 바람결에 물방울은 여전히 떼구르르 구르며 이합 집산을 반복한다흐리거나 비오는 날씨의 풍경은 또 어떨까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충만한 이 느낌과 감흥을 잘 담아둘 수 있을텐데...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렇게 표현했을까?”하는 의문이 작품을 대하며 늘상 들곤 하지만이곳에서는 머리와 가슴이 하얀 백짓장이 된 채 그저 무념무상의 상태로 받아들이고 느낄 따름이다.

 

 

어려운 이론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이렇듯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현대미술의 작품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여백과 비움의 미학만으로도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뮤지엄언제쯤 다시 이곳을 방문해 볼 수 있을까?

 

 

 

 

 

 

미술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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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나와 들른 미술관 카페 역시 온통 하얀 색으로 장식돼 우아하고 세련미가 넘친다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음식과 함께 방금 전 미술관에서의 깊은 감동의 여운을 꼭꼭 곱씹어 본다.

 

 

 

 

 

  

마을과 야외 작품

 

이제 갑생마을로 가는 길통행차량은 물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시간이다시원스럽게 펼쳐진 세토내해를 바라보며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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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처럼 이곳 데시마 또한 어딜가나 도랑과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우리에게도 어린 시절 흔하게 보였던 정겨운 풍경이지만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도랑물 소리가 현대인들의 정서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얘기는 한낮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개발 논리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모두 복개되고 시멘트로 포장돼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심장소리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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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s Archives du Coeur,  Christian Boltanski,  펌_구글 이미지 검색

 

이 작품은 온 세상 사람들의 심장소리를 한데 모아놓은 특이한 미술관이다미술관 안 하트룸으로 들어서면 새까만 어둠 속에서 저 끝에 매달린 전구가 심장 박동소리에 맞춰 점멸한다리스닝 룸에서는 전 세계에서 녹음하여 모아둔 심장소리를 검색해 들을 수 있으며레코딩 룸에서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녹음하고 아카이브에 남겨둘 수도 있다.

 

  

 

 

 

그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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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rther Memory,  Chiharu Shi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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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one wins-Multibasket,  Llobet & P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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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nd the Border - The Ocean,  Lin Shuen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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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icles in the Air,  Noe Aoki>

 

 

 




나오시마 숙소_ Gallery KUR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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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마에서 나오시마로 돌아와 혼무라 지구에 예약한 갤러리 구라야를 찾았다이곳은 일반 주택을 갤러리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주로 아티스트들을 위해 숙박을 제공하고 있으나, 빈방이 있는 경우 일반 여행객에게도 숙박을 허용하고 있다갤러리가 있는 곳에 숙소라니... 반가운 마음에 일찌감치 두달 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예약시 메일로 사진가라고 소개했더니갤러리로 이용하고 있는 널찍한 방을 특별히 배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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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이자 숙소인 방의 벽면에는 일러스트 작품들이 사방에 전시돼 있는데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다금붕어를 오브제로 하여 금붕어가 이곳 나오시마 곳곳을때로는 도시와 자작나무 숲을 유영하는데아마 작가 자신의 꿈과 이상을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섬마을 어느 조그마한 주택가에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놀랍지만전시된  작품의 내용이나 그 수준이 예사롭지 않아 '예술의 섬'이라는 찬사가 한낱 미사여구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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