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12.31 11:33

아이리스 조회 수:73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날은 한해의 마지막날 인사글 뿐인 것 같습니다. ^.^ 

2019년을 보내며 제가 적었던 글과 댓글들을 다시 하나씩 읽어보면서 많은분들께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답니다. 우리 홈페이지가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서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재방문하기가 쉽지가 않은 곳이라 평소에는 좀 썰렁합니다. 그래도 문득 여행을 추억할때 찾아오셔서 한줄 댓글이라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볼 때면 짧은 댓글 하나지만 '우리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안부인사인 것 같아 반가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지나가다가 잠깐 들르는 분들도 거창한 안부인사는 아닐지라도 잠깐 흔적을 슥~남겨주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년 인사글을 읽어보니 새로운 2020년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희망이 있던 저때가 좋았었네요. ㅠ.ㅠ 모두 아시다시피 이번 한해는 다시는 겪어보지 못할 일을 모두 견뎌내고 있습니다. 여행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전염병으로 멈춰버린 시기였습니다. 작년 12월쯤 중국 우한에 이상한 병이 번진다는 아주 짧은 토막 뉴스를 설거지하다가 들은 기억이 나는데 몇달 안에 그놈이 지구를 휘감아버리는 일이 정말 올지는 상상도 못했답니다. 


여행답변 드리는 제 성향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준비성이 좀 있는편이라 1월 중순쯤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져(주변 중국인들이 이것저것 사재기 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기본 생필품들은 미리 준비를 해놓았었어요. 뉴욕, 뉴저지 지역은 JFK 공항을 통해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너무 많기때문에 이미 뚫렸으리라 생각을 했고 2월부터는 공공장소에 다니는 것을 조금씩 꺼리기 시작했구요. 마스크도 아무래도 있어야 할 것 같아 1월 중순쯤부터 동네 마트, 약국들 지나갈 일 있으면 들어가서 찾아다녔는데 이미 마스크 칸은 텅텅 비어있더군요. 본국이 난리나는 것을 본 중국인들이 매번 싹 쓸어간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마스크를 제외한 기본 생필품은 적당히 모아놓고 2월말에 한국이 먼저 난리나는 것을 보고는 여기도 멀지 않았구나...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손 세정제와 각종 소독제 등을 구매했던 날 다음부터 온라인 쇼핑몰상에 그런 용품은 여름이 지날때까지 거의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미국은 3월 중순에 뉴욕주를 중심으로한 동북부 지역에 전격적으로 셧다운이 시행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휴지 품절 사태가 정말로 일어나더군요. 뭔 휴지대란?인가 싶지만 모든 가족이 학교와 회사를 안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먹고 싸고 하니까(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안떠오르네요) 실제로 휴지 소비속도가 평소보다 빠르기도했고 마켓에 휴지가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들 카트에 하나씩 들고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저는 원래 미리 잘 사두는 편이라 여유가 있어서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구요. 화장실 휴지를 별다른 제약 없이 쉽게 구하기 시작한 것은 여름이 되어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거주하는 뉴저지 지역은 뉴욕씨티와 생활권이 맞물려서 상당히 복잡하고 교통체증도 심한편입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차량이 드문 도로에 나가면 가끔 '평일에도 이정도 교통량이면 참 살기 좋겠다~~'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이 멈추고나니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리더군요. 거의 집에 있었지만 먹고 살아야하니 가끔 슈퍼에 갈때 도로에 나가면 일요일 새벽보다 차량이 뜸했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3월 24일 화요일 오후 여섯시경,

그러니까 뉴욕, 뉴저지 지역 퇴근 트래픽이 아주 심했어야하는 평일 저녁시간의 구글맵 실시간 교통상황을 캡쳐했던 것입니다. 


TriState Traffic.jpg


모든 것이 멈추니 동네에 차 막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어요.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는 상당수 고객들이 운전대를 잡지 않으니 보험료를 일정부분 할인해주기도 했었답니다. 


슈퍼마켓 입장을 위해서는 몇달동안 긴 줄을 서야했는데 내부 거리두기 때문에 세워놓은 줄이라 막상 들어가면 상당히 한산한 편이었어요. 한 주에서 하루 사망자가 천명 가까이 나올때는 다들 예민해져서 줄 서다가 앞뒤로 싸움 나는 일도 빈번했구요. 이때까지만해도 마스크가 필요없다는, 가진 마스크는 모두 병원에 기부해달라는 요청이 있던때라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킬 것은 거리지키기 - social distancing 밖에 없었으므로 앞뒤에 선 사람이 바짝 붙어있으면 짜증내고, 말싸움이 붙는 일들을 자주 보았답니다.


봄이 지나고 마스크가 시중에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웬만한 건물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한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한국은 황사나 미세먼지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한 편견이 없었습니다만, 미국인에게 마스크란 "중병환자"나 "바이러스, 세균덩어리" 혹은 "강도나 도둑"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래서 연초에 아시아에서 먼저 난리가 났을때 아시아에서 여행온 방문객들이 뉴욕시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마스크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뭔가를 물어보려고 다가가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그런것 말입니다. 어쨌든 초창기에는 미국내에 마스크 수급이 원할하지 않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이 마스크 안써도 된다고 강조를 했었는데 여름이 지나면서 이제는 실내공공장소에서는 기본적으로 착용을 하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있습니다. 마스크에 대한 편견이 아주 심했던 미국인들 얼굴에 마스크를 씌웠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제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요?

3월 중순쯤 전국적인 락다운이 이뤄지면서 각 국립공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빗장을 걸어잠군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no service 형식으로 오픈을 하기는 했었어요. 매표소에 사람도 없고 Visitor Center도 닫고 레인저도 대민업무를 하지 않는.. 그러니까 밤중에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그런 느낌? 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그냥 들어가서 외부에서 각자 구경할만큼 하고 열려있는 간이화장실 이용하고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 먹고 구경하다가 나오는 그런식 말입니다. 봉쇄 초기에 Zion 국립공원은 과감하질 못해서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냥 다 막아버리면 될 것을 애매하게 오픈을 해놨더니 그 유명한 Angels Landing Trail에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붙어있는 사진이 떠돌았거든요. 곧 복잡한 트레일 코스는 폐쇄를 해버렸고 나중에는 유타 9번 하이웨이 통과만 가능하도록 - 관광용 정차는 불허 - 방침이 바뀌었어요. 아무튼 3월중순부터 5월말까지는 실질적으로 국립공원쪽 정상적인 여행이 불가능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너무 갑자기 닥친 상황에 우왕좌왕했지만 여름이 되고 슬슬 봉쇄가 풀리면서 국립공원들도 나름의 규칙을 만들며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처럼 방문객 수 조절이 필요한 곳은 사전에 입장 퍼밋을 받아야만 했구요. Zion 국립공원처럼 핵심 구역을 보려면 셔틀버스를 타야하는 곳은 셔틀버스 예약제를 시행했습니다. 원주민 보호구역과 협의가 안된 곳 일부는 관광 자체를 불허하거나 도로를 차단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나바호 보호구역과 맞물려있는 그랜드캐년 동쪽 출입구가 아직까지 통행금지중이구요. 몬태나의 Glacier 국립공원 동쪽 출입구와 주변 일부 관광지는 Blackfeet 원주민의 불허로 아예 통행이 안되었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 중에는 아직도 전기와 수도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고 초반에는 미국 북동부 중심으로 초토화 시켰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원주민 커뮤니티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한때는 나바호 보호구역 내부의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자 비율이 뉴욕보다 많았던 기록도 있었거든요. 우리가 그랜드서클 여행을 할때 나바호 보호구역을 지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원주민들은 연방에서 그랜드캐년 같은 국립공원의 재오픈을 추진했을때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합의점으로 찾은 것이 그랜드캐년 동문 폐쇄였구요. 많이 가던 Antelope Canyon 투어와 모뉴먼트밸리는 나바호 보호구역 소관이라 3월 이후로 계속 닫혀있습니다. 우선은 연말까지 잠정 폐쇄였는데 요즘 상황을 보니 코로나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관광 재개가 힘들 것 같습니다. 


봄철에는 다들 움추려 있다가 5월중순,말부터 슬슬 재개가 되면서 가을까지는 여행을 조금씩 다니는 분위기였습니다. 조금 누그러지기도 했구요. 그런데 10월말 할로윈을 지나면서부터 상황이 정말 심각해졌습니다. 사실 겨울이 되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누구나 하긴 했었지만 매일 쏟아지는 데이터를 보면 이젠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미국은 왜 저렇게 확진자가 많을까?' 생각하실겁니다. 저도 미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다 알지 못하므로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그냥 기본 마인드가 자유로운 영혼들이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 미국 여행을 할때도 느끼지만 위험한 곳을 철저하게 막아놓지는 않습니다. 'at your own Risk' 라는 문구만 덜렁 세워놓구요. '니 하고싶으면 하되 책임은 니가 져라~~~' 이런 경향이 좀 있습니다. 나 혼자 위험한 행동을 해서 내가 다치거나 잘못되는 것은 내 사정이니 괜찮더라도 전염병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엄격했으면 좋을텐데 그놈의 Freedom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적용이 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도 합니다. 가까이서 무서움을 겪어본 사람들은. 그리고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제 제법 조심합니다만 아직도 'XXX를 할 자유'를 외치며 조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주의도 한몫하는 것 같구요. 아무튼 요즘 미국의 코로나 상황은 심각한 편입니다.



새해 인사 드리려다 주절주절 말이 길었는데 몇년 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뭐였더라??라는 생각이 들때 이 글을 꺼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기록삼아 적어보았습니다. 2-3년 전부터 여행준비를 하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 취소를 한 분이 계신 것도 알고 있구요. 어렵게 시간 내어 여름 미국 여행을 희망차게 준비했다가 결국 못떠난 분들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연초부터 비행기 티켓 취소하고 환불받느라 힘들었답니다. 작년에 제가 올린 신년인사글을 보면 제가 2020년 옐로스톤 예약은 더이상 취소를 안해도 되겠다고 적어놓았는데 흑흑... 버티고 버티다 막판에 취소를 했었습니다. ㅠ.ㅠ 


모두 사연이 있고 아쉽고 때로는 화가 나는 2020년이었지만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해가 바뀐다고 코로나가 싹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 같고 당분간 어려운 싸움을 더 해야할 것 같지만 결국은 끝이 날 것입니다.

그때까지 좀더 버텨봅시다. 


미국자동차여행에 오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글을 맺으려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적어봅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법 조용했던 우리 홈페이지에 2020년 여름 잊지 못할 일이 하나 있었지요. 

소중한 분을 떠나보낸 일 말입니다. 

유쾌한 말솜씨와 멋진 사진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던 눈먼닭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서 그때는 그냥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군요.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눈먼닭님을 추모했었는데 눈먼닭님께서 들으셨나 모르겠습니다.


눈먼닭님, 그곳은 어떤가요? 편하게 지내고 계신가요?


그곳에서도 좋아하시는 여행 많이 다니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아마 이곳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즐거우시리라 믿습니다.


문득 눈먼닭님 생각을 하며 님께서 올리신 글, 사진을 볼 때가 있답니다. 


아까는 우리가 엄청 부러워했었던 캐년랜드의 White Rim 여행기에서 눈먼닭님을 보았어요.


정말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보기좋았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기도 했습니다.



 Mr.BlindChicken.JPG


하늘을 올려다볼때 그리운 얼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늙어가는 것, 인생이라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눈먼닭님, 평안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 2020년 마지막 날, 아이리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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