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2003.05.27 20:59

green 조회 수:3296 추천:22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어느 시인은 그랬죠. '오월은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살 청신한 얼굴이요,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라고요.
네, 그렇게 가슴치게 아름다운 계절이 갑니다. 아직 남은 이 미혹의 시간이 내것이 되게 행복한 날들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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