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터키 여행을 하며 터키 사람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No problem'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말에 신뢰감이 컸다. 그러나 몇 번 듣고 경험하다 보니 그 말은 곧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예고처럼 들려 이제 그 얘기가 나오면 일단 의구심부터 갖게 되었다. 주로 숙소에서 들었던 말이다



청결, 소음으로 끔찍했던 이스탄불 숙소

  이스탄불에서의 5박 6일의 일정, 고민 끝에 카랴쿄이 선착장 근방의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숙소 예약 사이트인 부킹닷컴(booking.com)의 이용자 리뷰는 매우 만족 수준인 9점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트램역과 선착장이 바로 코앞에 있고, 성당도 도보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매우 편리해 보였다. 부킹닷컴 사이트에 소개된 사진 속 호텔의 바다 경관 또한 꽤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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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탄불 아타튀르크(Ataturk Havalimani) 공항에 도착하여 아침 7시 30분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캐리어를 끌며 성당부터 찾았다. 갈라타 탑 아래에 위치한 성당(Church of SS Peter and Paul)은 구글 맵 덕분에 별 어려움없이 찾을 수 있었다. 
  찾아가는 길은 좁고 비탈지고 구불구불 골목길로 연결돼 있었다. 낡은 담벼락 곳곳에는 스프레이로 뿌린 낙서와 그림이 자주 눈에 띄었다. 낙서 때문에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이 곳의 정체성이 더 돋보이고 있는 듯 했다.

  이스탄불 신시가지에 속하는 이곳 갈라타 주변 지역은 12세기 경부터 주로 제노바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이후 외국인들의 정착이 늘어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으며, 지금은 유럽 여러나라의 영사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유독 이 주변에 성당이 몰려있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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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가 끝나고 다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향한다. 숙소의 젊은 매니저는 우리가 헤맬까 봐 일부러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매우 친절했다. 그러나 호텔은 좁은 게스트 하우스 같은 분위기인데다 시설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 이스탄불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낭만적인 도시에서 바다 전망도 없고, 좁은 방에서 4~5일씩 묵기에는 좀 그렇다. 혹시 바다 전망이 있는 방이 남아 있는지 문의하니 마침 스위트 룸 하나가 있는데 3일만 가능하고 마지막 날은 예약돼 있다고 한다. 일단 3일만이라도 뷰가 좋은 방에서 묵기로 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방을 옮겼다. 

  옮긴 스위트 룸은 바다쪽으로 큰 창문이 나있어 보스포러스해와 마르마라해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선착장과 맞붙어 있어 창문을 열어놓으면 소음이 꽤 있었다. 게다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2층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여서 방 안에서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방도 그리 청결하지 않아 썩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나 바꿀만한 다른 방이 없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마음으로 지낼 수 밖에 없다. 매니저에게 깨끗이 방 청소를 부탁하니 연신 'No problem'이다 . 

  체크인을 마치고 미리 예약해둔 이스탄불 투어를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 문을 나섰다. 그동안 해외 여러 명소들을 여행하였으나 투어에 참가한 적은 거의 없다. 가이드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끌려다니는 것보다 직접 공부하여 자유롭게 둘러보는 편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인 가이드를 이용하기로 했다. 터키와 이스탄불이 품고 있는 역사 문화적 스펙트럼이 워낙 커 아내에게 내가 하는 단편적인 설명보다는 전문 가이드의 해설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어는 성 소피아 성당, 블루 모스크, 토프카프 궁전, 예레바탄 사라이, 히포드롬 등 이스탄불의 핵심 관광명소 중심으로 짜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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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문제가 생겼다. 방을 깨끗이 청소해놨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충 흉내만 낸 것 같았다. 베개와 수건 정도만 새것으로 교체하고 방은 청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보스포러스해와 마르마라해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창가에서 터키산 에페스 맥주를 마시며 이스탄불의 첫날 밤을 낭만적으로 보내고 싶었으나 그 기대가 무참히 깨졌다. 시차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전망이 뛰어난 세븐힐즈 레스토랑 예약도 취소하고 숙소로 바로 들어왔건만... 실망이 컸다. 

데스크에는 아침에 있던 젊은 매니저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많은 아저씨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젊은 매니저는 밤샘을 하고 이 주인아저씨와 교대를 한 모양이다. 나이 많은 주인에게 뭔가 조치를 요구하고 싶었으나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주인아저씨에게 방을 보여주고 불만스럽게 얘기하니 그는 오전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뭐라고 언성을 높인 다음 나를 바꿔준다. 아마 그에게 직접 와서 뭔가 조치를 하라고 얘기한 모양이다. 나는 매니저에게 "청소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된거냐, 너무 지저분하다"고 불만을 제기하니 'No problem' 이라며 직접 와서 처리 해줄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 청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다시 내려가 어떻게 된거냐고 하니 주인아저씨는 그에게 다시 전화하여 화를 내다 또 나를 바꿔준다. 그는 지금 가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No problem'을 반복한다. 나는 청소는 원하지 않고, 방을 바꾸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여전히 'No problem' 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기다리는 수밖에... 

그 사이 아내가 이불을 들쳐보니 이불 밑 침대 시트에는 누런 얼룩과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내나 나 모두 기겁을 했다. 청소는 커녕 시트도 갈지 않고 방을 내준 모양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화가 치민다. 그러나 젊은 매니저는 한 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아내는 여행 출발 전날 겨우 두 시간만 눈을 붙였다. 비행기에서 잠을 보충했다고는 하지만 꼬박 48시간 가량 침대에 누워보지 못한 상태다. 청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잠깐 졸다 깬 아내가 마침내 화가 폭발했다. 

아내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호텔을 옮기자고 한다. 그러나 이 숙소는 취소를 해도 환불해 주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숙소 위치가 좋아 늘 손님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호텔을 옮기게 되면 이미 결제된 4일치 숙박요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아내를 달랬다. 

잠시 후 아내는 더는 못 참겠던지 직접 프런트로 가 주인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쏟아냈다. 영어로 더듬더듬 얘기하다 답답했던지 우리말로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주인이 방이라도 바꿔주든지 해야지..., 그렇게 불성실하게 있어도 되느냐? 당장 나가겠다"며 불같이 화를 내고 방으로 되돌아와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한다. 

나는 나대로 아내에게 섭섭하고 화가 나 언성을 높인다. "그 청년이 지금 오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그걸 참지 못하느냐?" 아내는 지지 않고 "당신이 화를 낼 상대는 내가 아니고 저들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언제까지 참고만 있으란 말이냐?" 평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아내이기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러고 있는 사이 청년이 도착했다. 나는 참았던 화를 그에게 쏟아냈다. "방을 깨끗이 청소하기로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불결한 방에서는 도저히 잘 수 없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니 취소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부킹닷컴과 SNS 등에 컴플레인을 제기하겠다." 청년은 취소가 안된다는 말과 함께 연신 'I am sorry'와 'No problem'을 되풀이 하며 방을 바꿔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다. 아내는 청년에게 "벌써 몇 번이나 약속을 어기지 않았느냐? 이제는 더이상 당신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캐리어를 끌고 나간다. 

아침에 청년의 친절한 태도에 좋은 첫인상을 가졌고 이스탄불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는데, 지금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청년에 대한 실망, 평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아내의 당혹스런 태도... 상황을 이해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화가 나기보다는 의외로 담담했다. 평소 급한 내 성격으로 볼 때, 나는 벌써 화를 내고 아내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싸워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이나 기분이 아니라 다른 숙소를 빨리 구하여 쉬는 일이다.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리고 여행 전 부킹닷컴을 통해 마음에 두고 있던 다른 숙소로 향했다. 이곳에서 3km가 채 되지 않는, 사용자 리뷰 9.8의 호텔이다. 트램을 타고 탁심 광장에 내려 짐을 끌고 이스티클랄(Istiklral) 거리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스티클랄 거리는 서울의 명동거리와 비견되는 곳이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 활기찬 거리를 활보하며 이 곳의 역동성과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착잡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일인데도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 

호텔에 도착하니 다행히 빈방이 있었다. 둘러보니 작고 아담하지만 매우 청결하다. 아내도 아주 흡족해 한다. 남은 4일을 계속 이방에 묵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9월 30일은 빈방이 없다고 한다. 그 날짜에 빈방이 나오기를 바라며 다시 여장을 풀었다. 우여곡절 끝에 맘에 쏙 드는 방을 구해 마치 보상이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다. 게다가 아내가 원하는 매일미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참례할 수 있어 대만족이다. 미사가 가능한 성 안톤 성당(Sent Antuan Kilisesi)과 산타 마리아 성당(Chruch of Sanata Maria Draperis)이 모두 5분 이내의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이스탄불 두 번째 숙소인 이곳에서도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마지막 4일째 빈방이 나오면 그 방으로 옮기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숙소를 찾아야만 한다. 그 때문에 데스크의 매니저들에게 틈틈이 빈방이 나왔는지 확인해 줄 것과 빈방이 없을 경우 주변의 다른 호텔을 소개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들은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데스크의 매니저는 우리가 머무는 동안 세 명이 매일 번갈아 가며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친절했다. 그 중 한 명은 곧 상영될 영화 '아일란' 예고편을 유투브에서 찾아 우리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아일란'은 6.25 한국전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아직 개봉이 안 된 터키 영화다. 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헤매던 전쟁 고아를 터키 군인이 키워 아이가 그를 아빠로 따르다가 헤어지게 된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 아이가 할머니가 되어 터키 군인이었던 아빠와 다시 상봉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터키와 한국은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이며,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우리 한국인들은 터키를 열렬히 응원했음을 상기시키며 호응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빈방이 없을 경우에 다른 호텔을 안내해 주겠다던 매니저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한번 씁쓸한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혹시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까 하여 매일 재확인했던 것인데, 그때마다 그들은 한결같이 'No problem' 이라며 나를 안심시켰었다.


부킹닷컴과 에어비앤비 등 인터넷을 통해 빈 숙소를 검색해봤으나 찾지 못해 결국 직접 숙소를 찾아 나서야 했다. 이스티클랄 거리 주변으로 몇 차례의 발품 끝에 어렵사리 숙소를 찾았는데, 시설이 아주 낡은데다 주변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이 심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 둘러본 호텔들에는 빈방이 없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단지 하룻밤 잔다는 생각으로 체크인하며 나이든 매니저에게 너무 시끄러운 것 같다고 얘기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No problem'이다.

방음 처리가 안 된 낡은 방이어서 자는 동안 끔찍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건너편 건물에 클럽이 있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이 엄청났다. 아내와 나는 귀마개를 하고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쿵쾅거리며 온 방을 진동하는 음악 소리에 새벽까지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곳이 과연 이슬람 국가가 맞나? 별의별 생각을 떠올리며 밤새 소음에 시달려야만 했다. 새벽녘 소음이 잦아질 무렵 주변 모스크에서 흘러 나오는 아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의 신호였으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 방마저 없었다면 노숙을 해야할 수도 있었는데... 비록 잠을 거의 못 이루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비행기 지연 사고에 이어 이스탄불에서 유쾌하지 못한 두 번의 숙소 해프닝이 없었다면 어제 밤의 끔찍했던 악몽으로 지금쯤 우리 부부는 이런 저런 불평 불만을 내뱉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미스런 해프닝을 연속해서 경험했던 터라 어제 밤의 '악몽'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우리에게는 작지만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고 했던 대문호 괴테의 말이, 마치 '소음으로 끔찍한 밤을 세워보지 못한 사람은 여행의 진수를 모른다'는 말로써 우리 가슴에 와닿았다. 이렇듯 낯설고 불편한 상황을 하나 둘 감수하고 이겨내면서 여행자는 어느덧 긍정적인 태도와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차츰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책임감과 신뢰가 아쉬웠던 카파도키아 숙소

카파도키아에서 3박을 했던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는데, 예상보다 훌륭했다. 마치 독채를 전세 낸 기분이다. 방은 넓고 깨끗했으며, 창밖으로 내다보는 기암 괴석의 괴레메 마을 전망은 마치 동화 속 세계처럼 신비로웠다. 아침 식사도 다양하고 맛있었으며,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의 정성이 느껴져 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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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옥의 티를 꼽자면 숙소 주인의 책임감과 신뢰 문제다. 이 주인 역시 모든 게 'No problem'이다. 그러나 다분히 'problem'이 많아 보였다. 내가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하면 셔틀버스 기사가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을 것이라고 이메일로 내게 알려줬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켓에 내 이름이 아닌 엉뚱한 중국인 이름을 쓴 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마지막 날 이즈미르행 아침 7시 30분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셔틀 픽업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챙겨줄 것을 부탁했었는데, 숙소 주인은 그 날짜를 다음 날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전날 저녁 내가 재차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마 비행기를 놓쳤을 것이다. 



쉬린제, 셀축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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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마지막 15일째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쉬린제에 숙소를 정했다. 전체 여정 중 가장 비싼 우리 돈 85,000원 수준이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마을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소위 가성비는 많이 떨어진 편이었다. 이곳 주인은 매우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손님이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성의를 보였다. 다만, 이즈미르 공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쉬린제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몇 번씩 묻고 확인했는데, 'No problem'으로 나를 안심시키더니 알려준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승합차 형태의 미니 버스인 돌무쉬를 타고 셀축의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해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공항 셔틀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손님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성의는 고마웠지만, 좀 더 책임있는 태도와 의사소통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숙소의 주인 모두가 불신을 준 것은 아니었다. 영화배우 휴그랜트를 쏙 닮은 셀축의 숙소 주인 역시 'No problem'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친절하고 유머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쿠사다시행 택시 예약과 그리스 사모스 섬 페리 예약 등 부탁받은 일들을 책임있고 깔끔하게 처리해주었다. 남발되고 있는 ‘No problem’에 의구심이 아닌, 강한 신뢰감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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