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Europe with kids no 6.

2007.06.24 06:02

송은 조회 수:5781 추천:160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림.
이제 여행도 막바지. 그동안 다닌 곳을 소개하자면,
먼저 유럽 최대의 테마파크(세계 5위권. 참고로 에버랜드도 5위권 정도)라는 Europa park에 갔음.
독일 프라이부르크 근처의 Rust라는 곳에 있는데,
숙박비를 아끼고자 이곳에서 약 50분 거리에 있는 프랑스의 Selestat라는 작은 도시의
에탑 호텔에 2박.

여기서 다시 30-40분만 더 가면 예쁘다고 소문난 작은 도시 콜마르인데,
petit venice 지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들러서 잠시 사진 찍음.
예쁘기는 하였으나 20-30분 정도 작은 베니스 지역 둘러보며 사진 몇 장
찍으면 족함.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유럽에 이쁜 소도시 등은 워낙 많고 보다보면 비슷한 감이
있으며, 볼 것이 많지는 않으므로 일정 짤 때 콜마르, 로텐부르크, 휘센 등등의
소도시 및 자잘한 볼거리들은
주요지역(스위스 루체른 및 그린델발트, 오스트리아의 잘쯔감머구트, 로마, 파리 등)
이동시 동선상에 있으면 휴식차 잠시 들러가고, 사정이 여의치않으면 과감하게 생략해도
큰 아쉬움 없을 듯.

자동차여행의 큰 메리트가 이런 소도시들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당초 계획 짤 때는
각종 사이트에서 입소문난 이쁘다는 소도시들을 모두 다 구슬 꿰듯 다 일부러 들러 들러
다니는 일정을 짰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생략함.

이런 곳들은 큰 기대 않고 지나다가 우연히 들렀을 때 좋은 것이지, 일부러 계획세워서
빠짐 없이 보고 가야 하는 곳이 아닌듯. 더구나 아이들 데리고 하는 가족여행은
일정 및 동선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차량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함.
그리고, 유럽에 이쁜 소도시나 마을은 널리고 널렸음. 입소문 난 데 아니라 길가다가
주유소 찾아 아무 곳이나 빠져 나가도 이쁜 곳 많았음. 그리고 아무리 이뻐도
처음 한 두번 감탄할 뿐 곧 익숙해지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실감하게 될 뿐임.

아이들 데리고 하는 여행 경우 볼거리, 할거리 많은 주요 거점 지역(위에서 언급)에서
한 곳에 장기숙박하고, 다시 다음 거점 지역으로 이동하여 장기숙박하는
식의 이동이 좋지 1-2일 단위로 숙박지가 바뀌는 떠돌이형 여행은 사서 고생하는
일이라 생각됨. 한 호텔에서 체크아웃하여 차 운전하고, 다음 호텔에 체크인하여
트렁크 다 들어 옮기고, 짐 풀고 애들 밥 멕이고 등등 하다보면 아무것도 못한 채
바쁘기만 함. 이동일에는 관광을 포기해야 하며, 어느 한 곳을 관광하려면 최소한 2박은 해야
첫날 체크인하여 한숨 돌리고, 다음날 겨우 반나절 관광 맘 편하게 하고, 호텔로 돌아가
쉰 후 떠날 수 있음.

여하튼, 이런 원리에 따라 유로파파크에서 놀기 위해 전날 도착하여 1박 후 selestat에서
유로파파크로 가는데 네비게이터의 지시에 따라 가다보니 프랑스/독일 국경선상에 있는
강을 카페리(무료)로 건너게 되어 다소 황당했으나 재미있었음.

유로파파크는 유럽의 여러나라들을 테마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놀이공원으로 애들은
신나게 놀았으나, 그리 신기하고 새로울 것은 없었음. 사실 탈 것이나 퍼레이드 등 볼거리는
우리나라의 에버랜드 등이 이미 세계최고수준이라 어디가도 크게 새로운 느낌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올랜도 디즈니월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즉 각종 자잘한 쇼나
입체영화 등의 콘텐츠 수준이 높고 다양하다는 점이 뛰어난 점일 뿐, 놀이공원 자체로는
특별히 신기할 것 없음. 차라리 우리나라에 없는 샌디에고 레고랜드가 더 재미있었던 듯.

다시 스위스의 그린델발트행. 그린델발트 유스호스텔에 묵었는데, 취사시설 없고, 유스호스텔이
다 그렇듯이 2층 침대에 썰렁한 실내. 침대시트 등을 직접 끼우고 빼고 해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귀찮았음. 역시 돈 좀 더 내고 알아서 다 해 주는 안락한 호텔에 묵는게
낫다 싶었지만, 방앞에 넓은 테라스가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아이거 북벽의 웅장함이 가히 압권이라
모든 것이 용서됨. 누울 수 있는 그물의자에 누워 받침대에 발 올려놓고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음. 비가 오든, 밤이 되든, 맑든, 언제나 바로 코 앞에 손으로 만질 수 있을듯
가까이 보이는 눈 덮인 봉우리들이 마치 말을 걸어 오는 듯 했음.

융프라우요흐도 괜찮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나는 것은 한국에서 인쇄해 간 할인쿠폰으로 받은 공짜 컵라면의 기막힌 맛과
애들 데리고 탄 눈썰매(기대는 금물. 한 10미터 정도 경사진 곳을 잠시 미끄러지는 정도) 뿐임.
중간역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본 들꽃 가득핀 언덕길의 모습 아름다웠음.

그린델발트를 떠나 로이커바트로 가는데, 로잔느, 몽트뢰로 빙 크게 돌아가는 길 말고
가장 빠른 지름길로 가려면 중간에 산을 통과하는 터널을 기차에 차를 싣고 통과하게 됨.
20유로 정도의 요금이 적지 않으나 1시간반 정도 시간 단축되니 기름값과 애들 고생이 덜어지고,
무엇보다 유로파파크갈 때 배에 차 싣고 강건너간 것에 이어, 이번에는 기차에 차 싣고
산 뚫고 가니 나름대로 재미있었음.(이런 것도 우연히 하고보니 재미있었다는 거지
일부러 찾아서 하실 필요는 없음)

로이커바트는 산길 굽이굽이 하염없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키즈 풀과 워터슬라이드 등이 있다는(사진상으로 보니 설악 워터피아 같이 대단한 놀이시설
이 전혀 아니고, 그냥 작은 유아 풀 하나와 밋밋한 워터슬라이드 하나 있는 정도로 보임)
burgerbad 라는 온천수영장에 가려고 했는데,막상 가보니 수리중.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유명한 Alpen 어쩌고 하는 온천수영장에 갔는데,
이곳은 놀이시설이라고는 전혀 없고 애들도 전혀 없는 어른들 위주의 조용한 휴식공간이었음.
하지만, 스위스는 어디가던지 천하절경이라 모든 것이 용서됨.
실내와 연결된 실외 수영장에 나가보니 바로 앞이 역시 거대한 바위 봉우리에 작은 실폭포들이
곳곳에 흘러내리고 있고 옆으로는 눈 덮인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었음.
날씨는 안 좋아 억수같이 비가 오고 추운데 뜨뜻한 온천물에 물담그고 자쿠지 베드에 누워
얼굴만 비를 맞는 것도 신선했음.

이후 1시간반 거리의 몽트뢰 유스호스텔로 이동, 숙박했음.
그린델발트 유스호스텔에 이어 이곳도 위치가 최고. 아름다운 레만 호숫가 산책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용성까지 걸어서 20분 산책거리.
시용 성은 내부도 꼭 들어가 볼 만함. 성 내부 곳곳 창문으로 보이는 호수가 아름다우며,
아기자기하고 가볍게 둘러 볼 만했음.
로도스 섬에 있는 마이스터의 성보다 훨씬 좋았음.
참고로 유럽 다닐 때는 비슷비슷한 곳을 자주 들르게 되니,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감안하여
장르별(?)로 최고만 하나씩 보는 것도 좋을 듯함.

그 다음부터는 다시 인스부르크 근교의 Natterer See 캠핑장 아파트먼트에서 1주일째
놀고 먹고 있음.
이곳에 있으면서 가까운 휘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마실 다녀 옴. 마리엔 다리 위에서 본
성은 역시 이쁘긴 한데, 뭐랄까 사진에서 지겹도록 본 그 모습 딱 그대로였고,
그 모습 한 번 바라보면 볼 거리 할 거리 다 끝이라는 느낌. 그럴바에야 그냥 컴퓨터
전체화면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이~쁘게 잘 찍어 놓은 이 성 사진 한 번 보고
말아도 될 듯함. 굳이 본인 눈으로 재확인하러 안 가도 손해 없을 듯.

여행지 중에는 매우 유명하고 이쁘지만 볼 거리가 딱 한 가지 뿐인 곳이 있고,
볼 거리 할 거리가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곳이 있는데 후자가 당연히 나은듯.
미국의 예를 들자면 서부여행시 제일 유명한 그랜드캐년 가면
와~ 소리 나오지만, 전망대에서 5분 바라보고 사진 찍고 나면 더 할거 없음.
반면 데쓰밸리에 가면 사막 모래언덕에서 모래 미끄럼도 타고,
거대 분화구에 내려갔다 올라오고, 오아시스 지역인 스카티 캐슬 구경도 하고,
소금으로 뒤덮인 광야를 거닐어 보고, 계곡의 바위 아치를 기어올라가 볼 수
있는 등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아 최고였음.
애들은 더더욱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멀리서 바라보고 사진 한 번 찍는 구경거리에는 관심 없음.


애들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월드를 100배 더 좋아했음. 이곳도 막연히 상상한 것처럼
아주 크고 대단한 곳은 아니고, 그냥 뭐랄까 미야자끼 하야오의 라퓨타 풍으로
꾸며진 작은 동네 공원 같았다. 소박한 애들 놀이터와 거인 손바닥 모양의 작은 미로가 있어
애들 놀기에 좋았다. 휘센 마실 다녀오다가 저녁 6시쯤 들러서 크리스탈 박물관은
문 닫은 후였으나, 어차피 박물관 내부에는 별 관심 없었고, 밖에서 애들 뛰어노는 것만으로
만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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