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유럽 여행기 (2008년 여름) - 9

2010.03.30 01:59

saxman2a 조회 수:3381 추천:1





||0||0몸살 감기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로마 첫날 관광이야기입니다.  관광정보는 별로 없습니다만 궁금하시면 리플로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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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3일 금요일

바티칸 투어를 함; 큰아이와 나만 참가;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인상적; 베드로 성당 구경

아침에 일어나니 둘째는 아직도 아프다.  약을 먹어 좀 낫기는 해도 미열이 있었다.  몸도 많이 피곤해 보이고.  그래서 오늘 관광은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계속 지켜 봐야한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를 하니 아내는 둘째와 같이 민박집에 있겠다고 한다.  또 방을 옮겨 준다니 짐도 챙겨야 한다고 해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얘길하고 큰아이를 데리고 민박집에 있는 대학생들과 투어에 따라 나섰다.  

모임 장소는 테르미니 역 맥도날드 앞이다.  만날 장소에 가보니 참가할 분들이 여러명 나와 있었다.  젊은 대학생들, 두 쌍의 중년 부부등이다.  가이드 아가씨가 사람들 모이라고 하며 안내/주의 사항을 얘길하는데 거의 훈련소 조교 수준의 그런 말투다 (물론 경어체였지만).  날씨가 더워 걷는 것이나 구경 자체가 큰아이가 따분해 할 것 같다.  큰 아이가 아직 10살이 되지 않았으니 하루치 어른 표만 사면 된다.

여행객들을 조로 구분하고 조장을 둔다.  이렇게 많으니 사람들을 잃어버리지 않는게 더욱 중요할테니.  인원통제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기도 하고.  안내에 따라 전철을 타고 옥타비아 역에서 내렸다.  예전에 왔던 곳이라 기억이 새롭다.  그 때는 와서 성베드로 광장을 걷고 사진을 찍었었다.  또 예전 소매치기 당할 뻔 했던 생각이 났기는 했지만 전철안에는 별로 사람이 없어 그리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전철도 전보다 더욱 깨끗하고 객차도 신형이다.  여하튼 4년전보다는 나아보인다.

일행을 따라 큰아이 손을 잡고 역에서 조금 걸어가니 바티칸 뮤지엄 벽이 나온다.  관람객들이 그 벽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다.  이 땡볕에 고생 좀 하겠다 싶었지만 다행히도 투어 가이드를 따라오니 줄을 앞질러 들어가게 해 준다.  역시 급행료를 지불한 결과.  무전기를 하나씩 받고 매표소로 향했다.  

가이드가 있으니 편하다.  안내만 따르면 되니까.  먼저 화장실, 간이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휴가 시간을 갖고 솔방울 정원으로 데리고 갔다.  정원 한 가운데는 병들어 가는 지구를 형상화한 황동색 지구 모형이 있고 솔방울 모양의 청동 조형물이 화분 위에 있다.  주위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림을 몇 군에 걸어놨다.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임을 나중에 알았다.  먼저 그림 설명을 듣고 들어가서 관람하는 그런 식이다.  그림 설명을 들으니 예전에 책에서만 보아왔던 그림을 다시금 이해하게 되고 그림의 배경이 기독교 역사를 들으니 더욱 더 흥미롭다.  일행은 거의 두시간 가까이 설명을 듣고 가이드를 따라 각 방으로 움직였다.

더운 날에 실내에 들어가니 좋다만 너무나 많은 유물을 한 두어시간에 다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며칠 자면서 계속 봤으면 좋으련만…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와 둘째가 같이 못 온 것도 더욱 그렇다.  아내라면 아주 좋아하고 흥미있어할 내용들인데 옆에 없으니 아쉽다.  

그림과 조각을 감상하고 점심을 먹었다.  큰아이에겐 아직 이런 조각들이나 그림들을 다 소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당연하다.  헌데 가이드 설명을 귀찮아하며 자기가 학교 시간에 배운 것을 가이드보다 더 깊이 잘 설명을 해 준다.  얼마나 기특한지.  아마 산 교육이 되었으리라.  나에게도 새로운 교육이었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는 구나 싶다.  이걸 애 엄마에게 얘길 해 줘야겠다.  점심은 파스타와 닭고기 꼬치를 먹었는데 닭고기는 기름이 져서 그런지 잘 못 먹는다.  그래도 파스타를 제대로 시켜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큰 딸이랑 데이트를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 어린 녀석이 이렇게 컸다.  얼마나 대견한지.

여러 방을 거쳐 드디어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경외로움 밖에 내 느낌을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미켈란젤로의 두 작품을 감상하고 베드로 성당으로 나와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새로 옮긴 집으로 가야하는데 가이드 아가씨가 마침 그 집으로 간다고 해서 같이 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이들에게 아부를 하려고 또 둘째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테르미니 역에 있는 장난감 집에 들려 아침에 큰 애가 봐 놨던 늑대 두마리를 집었다.  아이들 둘 다 워낙에 개 종류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지만 동생도 좋아할 거라고 집어들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옮긴 집은 역에서 더 가깝다.  고맙게도 가이드 아가씨가 같이 가 주어서 편하게 갈 수가 있었다.  그냥 길만 알려주고 가도 그만일텐데.  또 싫다고 해도 그만일텐데…  고맙다고 다시금 인사를 하니 그런 거 가지고 두번씩 고맙다고 인사를 하냐고 한다.  하도 냉정한 사람만 대해봐서 그렇다고 얘길 해 주었다.  사실 그렇다.  가이드가 관광 안내만 하면 됐지 집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으니까.  이건 덤이니까.

집에 들어가니 아내와 둘째가 훨씬 깨끗한 방에서 웃으며 반긴다.  종일 두 사람이 어떻게 있나 궁금했었다.  둘째 모습을 보니 많이 회복한 듯하다.  머리도 만져 보고 안아주며 얼마나 아팠냐고 하면서 물어보니 이젠 아프지 않단다.  아내의 말로는 열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아침도 잘 먹었다고 한다.  물론 아침엔 미열이 있어 해열제를 먹이긴 했는데 오후엔 먹이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 체질이라 하루만에 회복했나하고 반신 반의하는 사이에 사온 늑대를 큰아이가 줬더니 아주 좋아한다.  아내도 왜 돈썼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웃으며 잘했다고 한다.  

새로 옮긴 집은 화장실도 더 많고 깨끗하고 집도 새로 수리를 한 듯 훨씬 나았다.  다만 밥해 주는 조선 족 아줌마가 좀 딱딱거리는게 신경이 쓰였지만 내일 모레면 떠나니까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내 식구만 챙기면 되는 거지 뭐하는 생각만 든다.  이제 여행이 반도 지나지 않았다.  좋은 일만 생각하고 좋은 인연만 만들고 싶다.

땀에 절은 몸을 샤워로 깨끗하게 씻고 찍어온 사진 옮기며 아내와 하루 얘길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내일은 로마에서의 마지막이니 아침 나절은 바티칸 박물간을 나머지 반은 시내 구경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내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두 그림은 꼭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여기와서 그것 못 보고 가면 무척 후회할 것 같다.

저녁엔 로마 야경 구경이 있다.  그래서 혼자 아침에 모였던 곳으로 나갔다.  아침에 봤던 관광객들과 모여서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광장, 콜롯세움, 포로 로마노등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삼각대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환산 28미리로도 콜롯세움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아쉽긴 한데 다음에 다시 올 핑계가 생기니 좋다 ㅎㅎㅎ.  다음엔 사진 내공도 더 기르고 장비도 좀더 갖추어 오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ㅎㅎㅎ.  그래도 콜롯세움 야경을 담는 것만으로도 대 만족이다.  네 식구가 이렇게 여행한다는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둘째가 아직도 아플까 걱정 속에 돌아오니 다행히도 낮 이후에는 해열제를 먹지 않았다고 하고 이젠 미열도 없어서 한결 마음이 좋았다.  밤새 푹자고 아침에 열이 없다면 내일은 무리하지 않고 여행을 해도 될것 같다.  그렇게 해 주십사 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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