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루와르 고성지대 쉬농소 성과 파리 입성

2005.04.06 15:01

victor 조회 수:4063 추천:62

9.30 (목) 20일째

코스 Auxerr → Tours → Pairs

주행거리 530km

숙소 볼로뉴 캠핑장 (56유로)



 

 

루와르 고성지대 - 쉬농소 성


Auxerr에서 뚜르까지는 국도, 고속도로를 번갈아 탔는데, 국도에서는 고속도로의 절반 밖에 속도를 낼 수 없어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강력한 중앙집권이 발달해 온 나라인지라 우리네 서울처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파리에 집중돼 있고, 고속도로 또한 파리를 향해 사통팔달해 있어 '모든 길은 파리로' 향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나, 파리가 아닌 각 지방을 연결하는 지방간 고속도로는 아직 미흡해 보였다.


루와르 고성지대를 향하며 차안에서 다시한번 아내와 진영이에게 일정에 여유가 있으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꼽히는 몽생미셀을 거쳐 파리에 들어가자고 간청(?)해 보았으나, 둘다 별 관심과 흥미가 없다며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해야만 했다.


루와르 지방은 매년 풍부한 곡식과 맛좋은 포도주의 생산, 울창한 숲과 많은 동물들의 서식, 파리와의 가까운 입지조건 등 때문에 왕들이 가족들과 편히 쉬면서 사냥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았으며, 세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프랑스 왕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라도 하듯 루와르 강 유역에 앞다투어 거대한 성을 세우면서 고성지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수십여개에 달하는 고성들 중 가장 큰 규모와 남성다움을 자랑하는 상보르 성과 화려한 여성미를 자랑하는 쉬농소 성이 특히 유명한데, 이 두 개의 성만을 둘러볼 생각으로 고속도로에서 접근이 용이한 쉬농소 성을 먼저 찾았다. 쉬농소 성을 둘러보고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서 상보르 성을 관광한 다음 오를레앙을 거쳐 베르사이유 궁전에 들를 계획이었던 것이다.


푸르고 울창한 숲에 둘러쌓여 있는 쉬농소 성에 이르자 성의 입구 주변에 무성하게 줄지어선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성은 본래 앙리 2세가 그의 애인에게 선물했던 것을 앙리 2세가 죽자 본처인 왕비가 성을 빼앗고 애인은 쇼몽성으로 쫒아 버린 후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놓은 것으로, 성의 주인은 특이하게도 400년 동안 여성들이 차지해 와 '여인들의 성'으로도 불리고 있다.


성의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좌우의 정원은 소문대로 과연 아름다워 보였고,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른 궁전에 봤던 화려한 정원이 연상되었다.


땅이 넓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기호가 생겨난 것일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향유하던 유럽의 왕비와 귀족 들은 실내장식에 그치지 않고 넓은 정원을 화려하게 치장함으로써 그들의 권력과 사치를 한껏 과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성 내부 지하에 전시된 각종 부엌 살림살이 도구 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고, 2층의 어느 방에서는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진영이와 함께 무심코 들어갔다가 성을 주제로 노골적으로 묘사된 그림들을 보고 무안함을 느끼며 황급히 나와야 했다. 밖으로 나와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정원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모두들 성 관광에 더이상 흥미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보르 성은 포기한 채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파리로 향했다.

 

 



파리 입성


파리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역시 잘 닦여 있었다. 붉은 적갈 색의 고른 노면과 드문 차량들... 피로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파리를 향해 쾌속질주해 들어갔다. 고속도로에는 촘촘히 과속단속 카메라 같은 것이 설치돼 있었으나, 이런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차는 거의 없었다.


당초는 베르사이유 궁전에 잠깐 들렀다 파리 볼로뉴 캠핑장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가다보니 베르사이유 안내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바로 파리의 순환도로 빼리빼리크(Peripherique)가 나타나 얼떨결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베르사이유 궁전과 볼로뉴 캠핑장과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있으므로 캠핑장에 숙소를 먼저 정한 후 베르사이유 관광은 적당한 시간에 하기로 하고 일단 시내로 차를 몰았다.


퇴근 시간과 맞물려 반대편 차선에는 시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차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시내에 접어드니 일방통행이 많은데다 차량은 많고, 캠핑장 표시는 얼른 눈에 띄지 않아 오랜만에 다시 긴장감을 맛보아야 했다.


일단 길가에 차를 세우고 퇴근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느 중년 남자에게 볼로뉴 공원을 물어보니 서툰 영어로 매우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 느낌이 좋았다. 역시 선진국 시민은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며 준비해온 선물을 건네니 고마움에 할말을 잊는 듯한 표정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볼로뉴 공원에 들어서 캠핑장 표시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메다 어느 오토바이 아저씨의 에스코트 덕택으로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리셉션에 들어가 방갈로를 구하는 데 내일부터 주말 연휴라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오늘 하루만 캬라반 사용이 가능하단다. 캬라반이 맘에 들어 꼭 묵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냐고 아쉬워하니 현재로선 곤란하고 예약한 사람이 종종 포기하는 경우도 있으니 내일 아침 다시한번 리셉션에 들러 확인해 보란다.


캬라반은 너무도 맘에 들었다. 시설도 나무랄데 없는데다 침실의 창문을 열면 바로 코앞에 세느강이 펼쳐져 있고, 강 건너편에는 파리 시내의 고혹적인 밤 조명이 낯선 이방인을 유혹하듯 운치를 더하고 있었으며, 저만큼 라데팡스의 화려한 현대식 고층빌딩 군도 한눈에 들어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캬라반 창문을 통해 동경을 키워온 낭만적인 세느 강과 파리의 야경을 음미하며 파리무드에 한껏 고무된 채 여행 끝물이 가져다 주는 마음의 여유와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며, 내일 이후에도 계속에서 이곳에 묵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파리의 첫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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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 쓰기
 
나의하루 빅터님 여행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2005/01/05]
버섯돌 여행이 낯서니 용어도 전혀 몰라서요. 첨엔 도미토리도 몰랐었는데... 캬라반은 먼가요?(지송해요. 무식한 질문드려서) [2005/01/06]
victor 캬라반은 캠핑장에 설치된 캠핑카 형태의 숙소를 말합니다. 주방과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잘 갖춰져 이용하는 데 불편함에 없으며, 곳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기도 합니다. 캠핑장은 텐트를 설치하거나 캠핑카를 끌고와 묵을 수 있도록 장소만 임대해 주는 작은 규모의 캠핑장이 있는가 하면, 장소임대 뿐만 아니라 통나무 [2005/01/06]
victor 형태로 지어진 방갈로나(남이섬 등에서 볼수 있는) 말씀드린 캠핑카 형태로 만들어진 캬라반 등이 갖춰진 규모가 매우 큰 캠핑장이 있습니다. 파리의 볼로뉴, 로마의 해피, 라우터브룬넨의 융프라우 캠핑장 등은 그 규모가 크고, 캬라반 내에 히터시설 등이 잘 구비돼 연중내내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매우 좋습니다 [2005/01/06]
버섯돌 아~~ 그런거군요. 영화에서 마니 봤는데.. 그걸 몰라서.. victor님 자세한 설명 너무 감사하구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아죠? 울모두가!1 [2005/01/07]
오석진 어느 날 빅터님의 여행기를 읽는 재미가 솔솔하여 다음에 어디가 나오나하며 기대하는데, 여행지 선택의 취향이 저와 유사하여 더욱 반갑습니다.현재까지 이태리를 빼고는 여행지 모두가 저와 일치하니 더욱 재미있는군요. 다음을 또 기다립니다. [2005/01/08]
victor 오석진님, 다녀오신 여행지가 거의 같다고 하니 저역시 반가움이 앞서는군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중 괜찮았던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 런던과 라인강변 드라이브, 바이마르와 드레스덴, 쏘렌토 해안, 스위스의 리기쿨룸 등반 등으로 기억되네요.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 [2005/01/09]
unique영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행하시는군요,좋은 추억이 되시겠어요 [200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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