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파리 - 루브르, 오르세, 샹제리제, 개선문

2005.04.06 15:07

victor 조회 수:5057 추천:196

10.2 (토) 22일째

코스 루브르 → 오르세 → 샹제리제 거리 →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1948년 이전의 그림 위주로 30만점 이상의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은 그중 상당량을 나폴레옹 시대에 아시아에서 거둬들였다고 해서 대영박물관과 함께 '찬탈의 보고'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하니 역시 관광객이 많았다. 비수기라 그나마 적은 편일게다. 많은 관광 인파 속에서 방대한 작품 들을 다 둘러볼 수는 없는 처지이고, 소위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 들이나마 제한된 시간내에 헤매지 않고 효과적으로 둘러보려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어제 박물관 패스(Carnet Musee)를 구입해 두었기 때문에 줄서지 않고 박물관에 바로 입장한 후, 입장할 때 챙겨온 브로셔에 관람 우선순위를 체크한 후 관람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부가 워낙 넓어 브로셔의 평면도를 한참 들여다 봐도 찾고자 하는 방향과 위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람은 우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Ground Floor의 메소포타미아 실에 전시된 함무라비 법전과 1층의 고대 이집트, 그리스의 유물과 밀로의 비너스 등을 관람한 후 2층 드농관으로 이동했다.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농관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관광객 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고, 루브르 박물관을 상징하는 각종 안내서나 브로셔, 기념품 등에서 수많은 명작들을 제치고 당당히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데서도 그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 그림은 유명세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작고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였으며, 마치 브뤼셀에서 오줌싸개 동상을 보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실소를 금치못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듣던 것과는 달리 방탄 유리도 없어 감상하기에는 어느 때보다도 더 나은 것 같았으나, 그림 앞에 관람객 들이 많이 몰려있어 차분히 감상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고, 복잡한 이곳의 오리지널보다는 오히려 잘 소개된 화보 등을 통해 감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유명한 작품 속 '신비의 미소'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역시 그때까지의 예술이 신과 성서위주의 세계만을 표현하던 것에서 탈피하여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 내려는 시도 때문이 아닐까?


모자리자 외에도 승리의 여신상, 르네상스의 작품들, 메두사의 뗏목,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을 둘러보았으나 나폴레옹 대관식은 마침 공사 중이어서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다시 3층 리슐리관의 레이스 짜는 여인, 루벤스의 24연작 등을 둘러보고 나오니 1시가 다 돼간다.


그림에 워낙 문외한인지라 여행전 그림 감상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별도로 정리하여 틈틈이 참고하며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미술관 규모와 작품 수가 워낙 방대할 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많아 차분한 감상이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수박 겉핥기 식이나마 세계적인 걸작 들을 가족과 함께 직접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데 대해 나름대로 만족을 했다.


점심을 먹기위해 여행 책자에 소개된 오페라 극장 주변의 일본라면 전문점 'Lamen Kintaro'를 찾아 갔는데, 건물의 번지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어 주소만 가지고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주문한 라멘은 비교적 싸고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오폐라 극장(Le Opera Garnier) 앞에 가면 기념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진영이가 어디선가 읽고 친구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사기위해 꼭 가봐야 한다며 채근해 찾아 갔다.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합돼 있는 오페라 극장의 외관은 청동색의 화려한 돔과 금박장식, 유명 음악가 들의 흉상 등으로 장식돼 매우 근사하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진영이의 바램대로 기념품을 싼 값으로 산 후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은 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비롯해서 1848~1914년 사이의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고대에서 1847년 까지의 작품을 전시한 루브르와 1914년 이후의 작품을 전시한 퐁피두 센터의 현대 미술관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개관 연설에서 "루브르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 사이의 연결고리가 하나 빠져 있었는데, 이제야 그 고리를 채우게 되었다"는 말로 오르세 미술관의 중요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미술관 앞에는 플라리넷 연주와 1인 무언극 퍼포먼스가 호기심어린 관광객 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었는데, 우리도 계단에 앉아 한참동안 길거리 연주와 퍼포먼스를 즐긴 후 미술관에 입장했다.


생각보다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아 미리 준비해간 자료를 참고하며 차분히 관람할 수 있었다. 관람 순서는 이곳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층부터 시작해서 고흐, 르노와르, 고갱, 세잔느, 마네, 모네, 드가 등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 들을 감상한 후, 2층은 생략한 채 1층으로 이동하여 밀레와 쿠르베 작품 들을 차례로 감상했다.


인상파의 그림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 시련을 이겨내고 이제는 오르세를 통해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림에 관한한 아내나 나는 평소 그림 감상의 기회조차 거의 가져보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와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는 데 대해서는 둘다 별반 차이가 없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에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었다.


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 작품의 배경과 지식을 사전에 어느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간 자료를 틈틈히 참고하며 작품을 들여다 보는 데 반해, 아내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려는 듯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간이 짧은 것에 대해 매우 아쉬워 했다. 난 자료를 참고하지 않으면 작품의 의미 파악이나 해석이 되지 않아 답답하여 자꾸만 보게 되는데....


지식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일 뿐, 일단 자꾸 보고 느끼며 그렇게 반복해 가다보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일까? 어쨌든 진지하고 차분히 감상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고, 한편으로는 촉박한 여행일정을 이유로 느긋하게 작품 감상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1층에서 건물 내부를 둘러보니 본래의 역사(驛舍) 윤곽이 뚜렷이 나타나 보였다. 평범하다 할 수 있는 역사 건물을 기능적, 미적으로 완벽한 멋진 미술관으로 재 탄생시켜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들의 뛰어난은 예술 감각과 실용적인 사고가 다시한번 부럽고 부러울 뿐이었다.



 

샹제리제 거리, 레옹브뤼셀, 개선문


이집트 룩소르에서 가져왔다는 오벨리스크와 프랑스 혁명당시 성난 군중에게 끌려나온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트를 포함한 귀족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극의 현장으로 유명한 꽁꼬르드 광장을 거쳐 샹제리제 거리로 접어 들었다.


세계를 대표하는 패션과 유행의 거리로 유명한 샹제리제 거리는 도로라기보다는 광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 폭이 무척이나 넓었고 도로변에는 가로수가 무성하게 늘어서 도시의 삭막함을 누그러 뜨리고 있었다.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니며 맛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눈에 자주띄는 크레페를 사먹는 일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자주 사먹었는데, 이곳에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도로변을 따라 늘어선 다양한 샵들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가는 데, 최민식 주연의 '올드보이' 영화 간판이 눈에 띈다. 반가움과 함께 역시 문화예술의 기반이 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이 길을 걷는 이유는 샹제리제 거리 구경도 구경이지만 레옹브뤼셀(레스토랑)의 홍합 요리를 맛보기 위한 목적이 더 컸기 때문이다. 파리시내에서 맛있는 음식점으로서 단골로 소개되고 있는 레옹브뤼셀은 개선문을 향해 샹제리제 거리를 걷다보면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의 홍합 요리는 큰 냄비에 버터, 양념 등을 넣고 홍합을 요리한 것인데, 푸짐하고 저렴한 편이며 같이 나오는 감자튀김도 아주 맛이 있었다. 사실 이 맛과 비교해 보기위해 여행오기 전 이태원에 있는 레옹브뤼셀을 찾아(푸조카 에이전트 신경섭님의 소개로) 그 맛을 보기도 했었다.


레옹브뤼셀의 실내는 꽤 넓고 깨끗해 보였으며 홍합요리는 맛이 있었지만, 종업원 들의 손님을 맞는 극히 의례적인 태도와 은근히 경시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에서 왠지 찜찜하고 기분 나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아마 한국인들이 자주 찾아와 사람 수만큼 요리나 음료수를 주문하지 않거나 식당 예절에 벗어난 좋지않은 매너 들을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문화적 우월감이 몸에 배어있어 은연중 내비친 것이었을까? 어쨌든 그때의 상황이 파리의 지저분하고 어수선했던 이미지 들과 함께 아직까지 좋지않은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선문을 향해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보행자 신호등이 켜지면 재빠르게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들어가 개선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했다. 개선문은 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상징이 되고 있는 건축물로 나폴레옹이 프랑스 군의 개선을 위해 세웠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이 주검이 되어 지나갔던 곳이다. 가끔 TV에서 파리관련 뉴스를 볼 때면 파리 특파원 들이 세느강이나 개선문이 보이는 이곳 샹제리제 거리를 단골 배경으로 하여 보도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선문에 올라가 어제와는 다른 각도에서 정시에 연출되는 여전히 아름다운 에펠탑의 조명과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쭉 뻗어있는 넓은 도로와 아름다운 파리시내의 야경을 감상했다.


저녁에는 벨기에에서 파견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며칠간 짬을 내어 여행 중이라는 젊은 부부와 함께 와인을 놓고 늦게까지 이런 저런 얘기꽃을 피웠다.


사진 Click


꼬리말 쓰기
귀차니스트 저희도 빠리에선 밤 늦도록 술마시고 돌아댕겼죠...솔직히 낮에 투어 댕긴 것 보다 잼나던데요...ㅋㅋ 근데, 저희는 어찌하여 한국분들을 한 분도 만나지 못했는지...지금도 미스테리 입니다... [2005/01/11]
오석진 오늘도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지금 제가 저의 가족과 마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입니다.일정을 잡은 것이 너무도 우리 가족과 흡사하거든요? 다음은 어디이신가요? [2005/01/11]
파리 미라보 파리에 오셨을때 님의 가족을 만나지 못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귀한 여행기 잘읽었습니다. [2005/01/12]
unique영 루브르에서는 모나리자,비너스,승리의여신상3가지만 봐도 아쉽지않다는말이 있으니 다 보셨네요,정말 방대해서 잘모르면 헤매는 경우가 생길거같아요,샹젤리제거리에서의 여유로움이 또한 자유여행의 맛이 아닐까싶네요,정말 가족이 평생 잊지못할 즐겁고 멋지고 아름다운추억이겠어요 [2005/01/13]
버섯돌 여행기 읽어가면서 느끼고 또 느끼는거지만 모든것에 준비가 너무 완벽하셨던거 같아요.휴~ 너무 잼나게 읽구있구요. 근데 루브르랑 오르세 미술관도 같이 둘러보셨는데 시간이 괜찮던가요? 샹제리제 거리는 사람들이 그러는데 볼게 별루 없다고들 하는데 굳이 시간을 내서 보는게 날까요? 아님 생략해도 될까요? [2005/01/13]
victor 오석진님, 파리가 마지막 일정입니다. 바쁜 일과 때문에 틈틈히 여행기를 써 내려가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니네요.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신경이 많이 쓰이고 고행인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마무리가 거의 돼 틈틈이 여행기를 클릭하여 추억을 재생시켜 볼 수 있다는 희망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 [2005/01/13]
victor 파리 미라보님, 여행전부터 님의 왕성한 활동과 적극적인 정보공유 노력을 지켜보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파리에 묵으면서 몇 번씩이나 전화라도 드려볼까 망설였으나 염치도 없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 관심보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5/01/13]
victor 버섯돌님, 말씀드렸듯이 루브르와 오르세 관람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수박겉핥기였지요. 샹제리제 거리를 가는게 나을지, 생략해도 될지... 사람마다 관심사와 취향, 기호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yes/no 답변을 드리기가 참으로 힘드네요. 여행책자나 여행기 등을 참고하고, 본인의 여행일정등 제반상황을 감안하여 [2005/01/13]
victor 우선순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셔야 할 부분 같습니다. 꽁꼬르드 광장이나 개선문을 둘러보실 계획이면 그곳에서 멀리 바라만 봐도 아쉬움은 조금 달랠 수 있겠군요. [2005/01/13]
버섯돌 예. 감사합니다. [2005/01/15]
하늘미소 오르세나,...루부르는 투어를 받으셔도 될듯,.... 25유로 이더라구요,.. 그런데, 그림에 대해 어느정도 눈도 트이고, 역사도 알게 되고, 화가들의 사생활도 조금 옅볼수 있고,...ㅋㅋ 갠 적으로 자전거 나라 투어 추천합니다. 정말 ...좋았거든요... 즐거 여행되세요.. 저도 파리로 21일에 들어가는데,.. [2005/01/17]
김선림 빅터님의 여행기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가족과 시어머님 모시고 2002년 여름에 다녀왔는데, 루트가 비슷하여 더욱 실감나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친정부모님 모시고 다시 다녀올까하여 다시 계획중입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멋진 여행보다 멋진 여행기가 더 부럽습니다. [2005/01/22]
아이리 2월 6일에 파리에 입성합니다. 저 먼저 도착해서 노틀담 성당에서 미사드릴 예정이구요. 남편과 밤늦게 만나요. 님의 파리 여행 일정을 보면서 배낭여행으로 겁나(?) 있는 마음을 달래며 거의 일정을 동일하게 하면 되겠구나 싶네요. 저는 파리에 3일간 머물러요. 근데 전 기차로 다닐 예정이구요. [2005/01/25]
아이리 1일은 님처럼 베르사이유를 비롯한 그이하 일정으로, 2일째는 루부르를 비롯한 일정으로, 3일째는 몽셀미셀로... 그리고 스위스로 넘어갑니다. 시간에 맞게끔 잘 짜야 할 터인데요... 글 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정말 감동이에요..사진과 더불어 맛깔나는 글에. 저도 잘 다녀와서 노력해 볼께요.. [2005/01/25]
아이리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200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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