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유럽 여행기 2편 - 프랑스 (파리 시내와 니스)

2009.08.16 22:46

sunny 조회 수:398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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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파리로 들어가는 날입니다.
7시 30분 유로스타를 타야해서 새벽에 나와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제가 버스정류장을 착각하는 바람에 유로스타역인 킹크로스역을 지나서 내려버렸어요.
에고 미안해라 또다시 온가족이 짐들고 걸어갔습니다. 온 가족의 눈총을 받으며 깨갱..
사실 유로스타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도 되었었는데 역외관은 멋지더만 내부는 우리 KTX와 같습니다. 좌석도 좁고 도버해를 지하로 통과하니 별로 볼 것도 없고
50분만에 프랑스항구도시 깔레에 도착했습니다.
아, 최대 난관에 봉착!!
한국에서 준비한 티켓은 런던에서 깔레구간으로 환불불가조건으로 특가구매했는데 나중에 여정이 바뀌는 바람에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서 추가요금을 내고 그냥
가기로 우리끼리 결정하고 승무원을 기다렸는데 내릴때까지 보이질 않습니다. 우짜지.. 사람들은 타기시작하니 일단 짐을 보관하는 통로쪽으로 나오니 보조의자 4개가
보입니다. 일단 앉아서 기다리가로하고 기차는 출발~~
드디어 승무원이 보입니다. 이런 일은 여자가 해야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남편말에 제가 나름 열심히 설명했고 승무원 별문제 없다며 매니저를 데려오겠다하고 갔습니다.
소심한 제가 안절부절 기다리고 있는데 매니저가 왔습니다. 제가 다시한번 이야기하는데 이 프랑스인 매니저가 알아듣지를 못하네요. 영어를 못하는 것이었지요. 다른
승무원이 설명해주니 알았다고 그냥 가라합니다. 제가 불어를 못하지만 느낌상 일단 통역해주신 승무원이 잘 둘러서 해명해주셨고 고의성이나 상습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무사통과할 거라며 걱정말라던 남편말대로 되긴 했지만 고지식한 저와 상식을 주장하는 남편과의 다툼은 여행끝까지 이어졌습니다.
남편의 말은 “유럽이 허술해 보여도 돈받는 거는 확실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고 설명이 되면 아무문제없다. 기차도 그래 이미 출발한 상태에서 내리라 그러겠니? 요금차이도 없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추가비용을 받으려면 습성상 서류준비해야하고 귀찮거든, 그냥 조용히 가는게 양쪽에게 모두 이익이지. 보아하니 아이들도 있고 동양인 여행객들이니 더욱 그럴걸”
어떻게 보면 막무가내식이지만 본인은 ‘common sense'라 우기면서 여행을 마쳤는데요, 지나고 보니 어느정도는 남편의 말에 동의하는 면도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팍팍해졌어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말 그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별 문제가 없었거든요. 문제는 상식이란 것의 기준일 뿐. 바로 이런 점들로 마음편하게
여행다닐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바탕이 어디가나요? 저는 가슴이 콩닥콩닥, 남편은 룰루랄라 이거죠.

아무튼 무사히 파리도착해서보니 10시 반입니다. 파리에서 오늘하루 만땅 즐겨볼까나?
역에 가까이 붙어있는 호텔에 가서 일단 짐을 맡기고 몽마르뜨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이 온통 아프리카인들이 입는 원단과 기타 여러물건들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몽마르뜨가는 길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요. 도중에 점심먹을 샌드위치랑 음료 사서 들고 몽마르뜨에 올랐는데 어라 화가들은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요? 행위예술하는 분들 외엔 관광객과 물건파는 흑인들뿐, 이 언덕에 왜 올랐을까나... 내려와서 호텔에서 체크인 한후 라데팡스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갔습니다.
티켓종류를 알아보려고 지하철역 안내데스크를 갔는데 세상에나 무표정한 얼굴로 불어로 이야기를 하네요 뭐야 프랑스,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데 기본적인 영어가 통용도 안되고 배짱이네. 할 수 없이 길게 늘어서있는 줄 속에서 여대생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으나 역시 영어를 못하네요. 포기다 포기. 결국 역무원에게 역이름만 대고
티켓구입. 진작 이렇게 할 것을...

라데팡스는 분위기가 매우 젊고 활기차보였어요. 현대적인 건물과 그 내부는 코엑스몰같은 분위기고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스타벅스를 발견하니 이렇게 기쁠수가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실수 있겠구나 싶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문밖에까지 줄을 서야 했지만 에어컨 빵빵하고 wifi 무료로 할 수 있고 더위에 지친 몸과 다리를 달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 에펠탑으로 출발~
지하철티켓은 저렴하게 10장묶음으로 구입. (라데팡스는 2구간이어서 10티켓은 사용할 수 없답니다. )
하지만 기대만땅하고 가던 아이들 막상 도착하니 “이게 뭐야 사진이 더 멋지네” 이런 반응입니다. 그래도 올라가보고 나서 판단하기로 하고 전망대 입구를 찾아 덜 붐비는
쪽으로 가니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하루종일 걸어다닌 아이를 데리고 10층높이를 올라가서 본 파리의 모습은 예상대로 그냥 '파리' 입니다. 파리에 어떤 상징적인 조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에펠탑마저 보이지 않으니 에펠탑에서 찍은 파리의 모습은 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는 결론..
아이들이 말하는 제일 별로였던 곳이 에펠탑이라니 기대가 너무 컸던 모습입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마지막으로 에펠탑의 야경을 보았습니다. 이건 좀 봐줄만하군...
호텔에 돌아오니 밤 10시 30분 새벽부터 밤까지 너무도 길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아이고 다리야,


7월 1일

프랑스라서 그런지 아침식사로 나오는 빵이 다양하고 맛있었어요. 최대한 배를 채우고 체크아웃하고 짐을 다시 맡겨놓고 루브르로 출발했습니다.
대한항공 파리지점에서 탑승자용 무료티켓을 받아 개선문, 샹제리제거리를 걸어 콩코드광장을 거쳐 루브르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앞서 들렀던 세곳은 별로 코멘트할 것이 없어요. TV에서 보는 모습 딱 그대로일뿐.콩코드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통로격인 공원에서 쉬며 간식을 먹었습니다. 최고다 최고. 아무데다 그늘에 의자만 있으면 펼쳐좋고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답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박물관입구에 사람들이 가득 줄을 서 있기에 옆 건물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오디오가이드에 한국어가 있어 맘에 들었어요. 모나리자 있는 쪽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볼수가 없어서 일단 어린이용 가이드에 있는 루트대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이용 가이드에는 이동루트가 지도처럼 표기되어지는데 예전 프랑스왕조에서 사용되었던 식기나 보석, 가구들과 기타 여러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붐비지 않아고 시원해서 아이들과 조용히 돌아볼수 있었습니다. 그림만 봐서 지겨워하던 아이들도 좋아했고요. 나오는 길에 들러본 모나리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었지만 - 넓은 벽면에 덩그러니 모나리자 한점 - 그 미소만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박물관에서 다섯시간 있었는데 반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하루종일 있으면 다 볼수 있을까요?


노틀담으로 가는 도중 세느강변에서

퐁네프의 다리를 건너 세느강을 따라 걸어가다 길가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음료로 점심먹고 노틀담으로 갔어요. (아이들에게 자리 양보해주신 스페인 아저씨 감사해요!! 지쳐있는 아이들보고 앉아있던 의자를 주셨답니다. 그늘에 있던 유일한 테이블이었거든요. 세상어디에나 부모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노틀담의 꼽추를 읽고 왔지만 책은 책이고 성당은 성당일 뿐이고 슬쩍 쳐다보고는 끝이 났습니다. 예전 노틀담은 이렇게 웅장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하면서 뒤쪽을 보니 공사중입니다. 원래의 성당위에 감싸듯이 해서 새로 건축중이었는데 원작을 볼 수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앞으로는 영영 볼수 없겠지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노틀담건너 마을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아 니스행 기차를 타기위해 austerlitz역으로 갔습니다. 프랑스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들이 정차하는 이 역은 작고 고즈넉합니다. 역에 있는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늦은 저녁을 먹은후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그런데 입구에서 승객이 가진 좌석표와 프린트된 기차의 좌석배치도를 보며 하나하나 확인하더군요. 티켓을 확인하기는 유럽에서 이곳 하나뿐이었답니다. 많이 바뀌었구나 유럽,,

6인용쿠셋의 1,2층에 자리잡고 3층에 있는 여대생들과 인사를 나눈뒤 체력딸리는 저는 바로 잠들었습니다. 열차는 그러고도 30분후에 출발했고 아이들과 여대생은 이야기하고 남편은 우연히 만난 한국인청년과 인생상담을 했다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답니다.
북부와는 완전히 다른 남프랑스의 니스. 남편 때문에 억지로 온 곳이었지만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어요. 니스는 작은 도시여서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지만 그냥 하루 묵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도 바닥이 보일만큼 투명하고 깨끗했고 - 바닥이 자갈이어서 맨발로 가시면 발아파요 - 역에서 바다까지 중심도로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이국적인 형태의 건물들과 나무들을 볼 수 있으며 해안가 복개천 옆에 작은 시장은 활기차고 사람도 많아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지도상에 보면 큰길 옆에 나 있는 샛길 이런곳이 더 재미있답니다. 악세사리 가게에서 딸과 제가 팔찌와 목걸이를 하나씩 샀는데 저는 영어, 그들은 불어로 이야기했는데도 다 통하더라는 알쏭달쏭한 사실. 제품들은 가격도 아주 저렴했고 독특한 분위기여서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았답니다. 시원한 맥도날드에서 점심먹고 드디어 차량을 인수하러 hertz로 갔습니다.
렌트카회사들이 니스역 건물 바로옆에 모여있어서 찾기는 쉬웠습니다. 참, 들고온 짐들은 아침에 도착해서 니스역 보관소에 맡겨놓았답니다. 서류를 다 작성하고 열쇠를 받으려는데 직원이 보험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보험은 더 이상 필요없다했는데도 계속 이야기하길래 단칼에 잘랐더니 얼굴이 굳으면서 “O.K Be careful" 이라고 한마디 하던데요 몹시 기분이 나빳습니다. 사고나기를 바라는거야 뭐야. 게다가 차는 오른쪽 앞에 흠이 있다해서 같이 가서 확인하자 했는데 그럴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차량은 벤츠 B200이었는데 트렁크가 넓어서 좋았고 차도 잘나가고 내부가 넓어서 만족스러웠으나 동급의 국산차와 별 큰 차이는 없었어요. 짐을 싣고 네비게이션 장착하고 출발해서 주차장을 나서려고 하는데, 이런 렌트카직원이 주차카드를 주지 않았네요. 방금 전의 실랑이를 생각하니 일부러 그런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수 없이 계산대 앞에 내려서 직원찾아 이야기하고 나왔습니다. 허츠 실망이야!!
이탈리아로 가는길. 니스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에 보이는 경치가 정말 너무 멋있었어요.

파리에서 만 이틀동안 일정이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여행하면서 들러본 도시중 파리가 제일 실망스러웠습니다. 한마디로 딱히 기억에 남는 곳이 없어요. 지하철도 지저분하고 영어도 통하지 않고 물가비싸고 아이들이 꼽은 최악의 장소는 ‘에펠탑’이었으니 아이들이 느끼는 것도 어른들과 비슷한가 봅니다. 다음에 파리에 오게되면 이름없는 곳을 찾아 다녀야겠어요.
니스는 참 좋았습니다. 일단 새로운 분위기여서 신선했고 중심가에서 벗어나 다녔던 곳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니스에 가시는 분들, 바닷가만 보시지 마시고 옆으로 살짝 들어가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저희는 지도보고 대충다녀서 콕 찝어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작은 도시여서 길잃고 헤매여도 금방 찾을 수 있답니다. 길 잃고 헤매다 멋진 곳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으니 오히려 한번쯤 헤매여보시길...

며칠전 무릎팍 도사에 나온 한비야님의 여행담을 들은 후에 이렇게 쓰려니 많이 부끄럽습니다. 좀 더 열심히 치열하게 다녀볼 것을 말입니다. 다음 여행지 이탈리아를 기대하며 차에 앉아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았던 제가 떠올라 뜨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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