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프랑스 남부_프로방스 & 코트다쥐르

2015.02.23 17:56

victor 조회 수:9543 추천:1

Arles (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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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은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과 흔적이 지금까지 잘 보존돼 있는 고풍스러운 역사의 도시이자, 화가 반 고흐의 예술혼이 곳곳에 스며있는 예술의 도시이다.


기원전 1세기에 세워진 고대 원형경기장 꼭대기에 오르면 멀리 론강과 아를의 시가지 전경이 눈 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바다와 론강이 만나는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아를은 한때 동방의 물품과 교역이 활발한 유통의 중심지로 번영하였다. 그러나 16세기부터 운하에 토사가 쌓여 물자유통이 어려워지자 서서히 마르세유로 상권을 넘겨주며 쇠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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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경기장은 로마시대의 건축을 상징하는 거대한 아치형 구조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투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의 투우경기는 소의 뿔 사이에 달아놓은 빨간 리본 등을 잡아채는 방식으로 경기가 벌어져 스페인의 투우 경기 처럼 잔인하게 소를 죽이지 않고도 경기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고흐의 그림 구경꾼들’을 떠올리며 경기장의 스탠드에 앉아 있으면 당시 관중들의 흥분과 함성이 생생히 들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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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경기장을 비롯한 아를 시내에는 아침부터 단체 관광객 들이 눈에 많이 띈다. 유럽 다른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관광객들의 주요 연령층은 머리가 희끗 희끗한 노인들이다. 여유있게 여행을 하며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안정적인 연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유적지를 둘러보는 한 백발의 노부부를 지켜보며, 내 노년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채워가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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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트로핌 대성당은 중세시대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성지 순례 출발지점의 하나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 내 기둥과 벽 곳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조각들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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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이 깔린 골목길의 운치와 고색창연한 건물들. 발길 닿는 곳, 시선이 머무는 곳 마다 세월의 더께가 느껴진다. 골목길 한 가운데 빗물이 흐르도록 설계된 방식은 지금까지도 잘 유지돼 오고 있다. 비가 왔을 때 반짝이는 바닥의 질감과 쫄쫄쫄 흐르는 골목의 물소리...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다.


통행 불편으로 이미 도랑을 메우고 말끔하게 새단장을 했을 법 한데도 옛날서부터 이용해온 방식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듯 하다.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 말끔하게 단장을 하거나,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면면히 이어온 삶의 기억과 공간들을 깡그리 지워버리곤 하는 우리네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 오랜 전통과 소중한 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곳 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그러나 고졸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이 도시가 많은 여행자들을 더욱 매료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흐와 그의 그림들 때문이리라.


이 소박한 도시에서 비운의 화가 반 고흐는 한 때 불꽃같은 열정과 희망을 품으며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란집’, ‘밤의 카페등 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그의 열정적인 작품 활동과 들뜬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반복되는 정신병 증세,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몰이해로 평생을 외롭고 가난하게 살다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화가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개성적인 붓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사후에야 비로소 높이 평가받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Les Baux De Provence (레 보 드 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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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 드 프로방스는 바위산 정상에 우뚝 선 난공불락의 천연요새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Plus Beaux Villages de France)'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중세시대 유럽은 프랑스 왕의 영향력이 파리 주변에 제한되고, 각 지방은 그 지역의 봉건영주가 다스렸다. 보(Baux) 가문은 아를과 그 지역 주변의 땅을 소유한 막강한 지방영주의 세력으로 프로방스 지역의 79개의 도시를 다스렸지만, 14세기말 가문의 혈통이 끊기면서 점차 쇠락했다. 아를 지방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프랑스 왕 루이 11세는 쇠락해진 보 가문을 반역자로 만들고 군대를 파견하여 왕령에 합병시키면서 이 지역도 자연스럽게 왕의 통치를 받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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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의 교회와 숍, 레스토랑 등은 거대한 바위산을 깎거나 활용하여 만든 것으로 유럽의 다른 여느 도시들과는 다르게 그 분위기가 매우 독특해 보인다.





Cathedrale d’Images (이미지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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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보 드 프로방스 입구 가까운 곳에 환상적인 갤러리가 있다. 근처의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마치 큰 산을 뚫어 만든 동굴 속의 갤러리와도 같다. 거대한 기둥과 벽면, 공간 구성이 인상적이고, 공간 안에 들어서면 그 규모에 압도되어 자신이 왜소해지고 절로 경건함이 든다. 여행전 이미지 대성당이라 이름을 붙인 게 의아해 했는데 직접 가보니 이해가 갈만하다.


내부의 벽면에 빔을 쏘아 영상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인데, 하나의 이미지를 여러 벽면에 동시에 쏘기도 하고, 다른 이미지와 함께 비추기도 하여 관람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매우 이색적인 전시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참신하고 창의적인 전시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오스트리아의 분리파 그룹인 구스타프 클림트와 그의 영향을 받은 에곤 쉴레, 훈데르드 바써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1897년 클림트에 의해 결성된 비엔나 분리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미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전통적인 미술 아카데미의 경향으로부터 벗어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실험적인 예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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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되돌아 보게하는 클림트의 키스와 유디트 등의 명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도 감동이고..., 인간 내면의 이중적 자아, 갈등 상황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에곤 쉴레의 작품 또한 그 여운이 깊다. 특히 에곤 쉴레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지금 우리 사회에 떠오르고 있는 세월호로 인한 분노와 허탈,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죄책감과 같은 복합적인 심리적 갈등과 딜레마가 그의 작품 속에 잘 투영돼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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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나무와 식물들이 함께 등장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는 듯한 훈데르트 바써(Hudert Wasser)의 작품들 또한 메시지가 뚜렷하고 색채도 과감하다. 훈데르트 바써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됐는데, 다음에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할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그의 건축 '훈데르트 바써 하우스'부터 둘러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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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끝내고 거대한 동굴 속 분위기의 이색적인 카페에서 전시회의 여운을 음미하며 커피 한잔을 기울이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값진 호사일 것이다.






Lacoste (라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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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꼬스트는 대중적인 여행지는 아니지만 구글어쓰 등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마을의 분위기에 반해 경유지로 잠시 들렀던 곳이다. 마치 중세시대에 그대로 멈춰있는 듯 마을과 골목 주변이 인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잘 보존돼 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박한 공방과 미술 작품이 걸린 세련된 갤러리도 가끔 눈에 띄어 고풍스러움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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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꼬스트 건너편의 언덕 마을 보니외(Bonnieux). 중세시대 적의 침입에 방어하기 위해 역시 높은 곳에 성과 마을이 형성돼 있고, 마을 주변에는 포도밭이 많다. 연중 일조량이 많아 이 일대가 와인 산지로도 유명한 프로방스의 지역임을 상기시킨다.


베르동 계곡을 향해 이동하는 도로변에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연이어 나타나는 그림같은 이국의 풍광에 한껏 고무돼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매년 6~8월경 이 주변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결치는 라벤다 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Moustiers-Sainte-Marie (무스띠에 생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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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크로와 호수(lac de Sainte-Croix)가 가까워지자 창밖으로부터 진한 허브향이 코를 자극한다. 이윽고 숙소가 있는 무스띠에 생 마리 마을에 도착하자 뒷산의 어마 어마한 바위산의 규모에 이내 압도가 되고만다. 이 마을 또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톱 10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마을 중심에 들어서니 마치 미국 세도나에서 느꼈던 신령스런 기운이 온 몸을 엄습한다.


이 마을의 상징은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바위산 봉우리 사이에 매달려 있는 별이다. 두 개의 바위산 사이에 멀리서 잘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긴 줄이 매어져 있고, 그 줄의 한가운데 노란 별이 매달려 있다. 왜 별을 달았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기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달았다는 설과 십자군 기사가 돌아와서 성모 마리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달았다는 설이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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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기 위해 바위산에 오른다. 가파른 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십자가의 길’이 세워져 있다. 그 옛날 수도자들이 박해를 피해 혹은 수행을 위해 일부러 인적이 없는 이런 험하고 높은 고립무원의 장소로 숨어 들어왔을게다. 접근이 결코 쉽지 않은 형세로 보아 그리스의 메테오르, 터키의 카파도키아 동굴사원 등이 연상이 된다.


길 끝에는 ‘성모 마리아를 모시는 수도원’이라는 뜻의 12세기에 세어진 성당이 있다. 성당 안은 별다른 장식이 없이 매우 소박하면서도 속세와 천상의 경계 사이에 있는 듯 숙연하고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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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일출을 맞이하며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이 참으로 시원스럽다. 멀리 베르동 계곡과 생 크로와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고, 고요 속에 잠긴 마을의 지붕은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지붕 사이에 드러난 마을 길에는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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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마을 길. 마을 길은 고운 자갈이 깔려 있어 신발을 벗고 다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계곡 사이에 경쾌하게 흐르는 물소리는 심신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Gorges Du Verdon (베르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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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동 계곡은 그 길이가 약 20km, 높은 곳은 무려 1,500미터나 되는 유럽 최대의 '그랜드 캐년'이다.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이 알프스에서 흘러내려 오랜 세월동안 석회암을 깎아내 베르동의 거대한 골짜기가 만들어졌다. 이 깊은 협곡 양쪽으로 도로가 나 있어 드라이브를 하면서 아찔하고도 장엄한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스띠에 생 마리를 출발해 먼저 만나게 되는 생 크로와 호수는 과연 듣던대로 다채로운 색깔의 호수면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만 년에 걸쳐 빙하는 암석을 깎아내려 계곡으로 흘려보내는데 그 속에는 다양한 광물질이 섞여있어 햇빛을 받아 물 빛이 코발트, 에메랄드 등의 다양한 색깔을 띤다고 한다.


호수와 협곡을 따라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암벽 등반 등의 야외 레저활동의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드라이브 도중 시야에 펼쳐지는 멋진 풍광에 차를 자주 멈출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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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에 이르면 곱던 계곡의 물 빛이 어느 덧 회색의 석회암 색깔로 변해있다. 스위스 그린델 발트 주변을 드라이브하며 인상이 깊었던 바로 그 색이다.

계곡의 바닥에 이르러 차를 잠시 세우고 내려가 계곡 물에 손을 씻고 사진도 찍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느 덧 베르동 계곡을 벗어나 까스뗄랑을 지나고 도로는 나폴레옹 가도로 이어진다. 나폴레옹 가도는 1815년 나폴레옹이 엘바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가던 N85번 도로를 지칭하는데, 향수의 도시 그라스, 니스 등과 연결된다.


그러나 여행 전 구글 어쓰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나폴레옹 가도의 그라스 방면보다는 Greolieres 방면으로 우회하는 것이 풍광이 더 나아보여 그 길을 선택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독특하고도 생경한 풍경이 연달아 펼쳐져 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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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푸른 초원에 구름처럼 모여있는 양떼를 보고 잠시 정차.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양을 몰고 있고, 양들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 마다 달랑 달랑거리는 양방울 소리가 참으로 평화롭고 듣기좋다. 멀리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고 있으려니 가까이 와서 찍으라고 손짓을 한다. 가까이 가니 매우 순박하고 선해보이는 사람들이다. 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에 선물을 건네니 쑥스러워 하며 선뜻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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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진행하여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에 이르니 식당에 사람들이 가득차있어 동네 맛짐임을 직감하고 들어간다. 마침 배꼽 시계가 신호를 보내고 있던 참이다. 밝은 분위기의 식당 안은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시골의 정취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식당에는 다행히 영어를 잘하는 싹싹한 젊은 종업원이 있어 그에게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홍합 메뉴를 권한다. 기대했던 대로 맛도 좋고 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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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Greolieres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이한 풍경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높은 바위 산의 허리를 휘감고 지나는 도로에는 오가는 차가 거의 없고, 오른 쪽으로는 아찔한 낭떠러지가 이어져 긴장감과 스릴이 넘친다.






Greolieres (그레올리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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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차 잠시 들렀던 마을. 마을 사람들이 한가롭게 담소하고 있는 어느 레스토랑을 지나는데, 레스토랑 앞에 생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보이니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맛을 보라며 권하여 마셔보니 정말 맛이 좋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선하고, 인심 또한 후해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잠깐 들렀던 어느 기념품 샵의 아가씨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싸이의 말춤을 안다며 말춤을 춰 보이기도 한다. 한류 열풍이 동남아가 아닌 한적한 이곳 프랑스 시골마을까지 깊이 스며있다는 게 얼른 실감이 되지 않는다. 반가운 마음에 즉석에서 일행이 함께 말춤을 추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 마을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보면 바디 랭귀지가 때로는 훨씬 더 강력한 소통과 교감의 도구가 되곤한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절경을 즐기며 자주 쉬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당초 계획했던 벙스의 마티스 예배당은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생폴 드 벙스의 매그재단 또한 서둘러 차를 몰았지만 문닫는 시간이 다돼 포기해야만 했다.


이곳 매그 재단에는 샤갈, 미로, 페르낭 레재, 자코메티, 칸딘스키, 프랜시스 베이컨, 뒤샹 등 쟁쟁한 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특히 샤갈의 작품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St. Paul de Vence (생폴 드 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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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등이 이 마을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에디뜨 삐아프와 연인 사이였던 이브 몽땅 또한 그녀와 결별 후 이곳에 살다 묻혔고, 앙드레 지드, DH.로렌스 등의 소설가도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중 이 마을을 대표하는 1인의 예술가를 꼽는다면 단연 마르크 샤갈이다. 그는 이곳에서 20년 이상을 살며 전성기를 보냈고 이곳에 묻혀있다.


거리의 간판과 자갈로 포장된 마을길 등에는 샤갈의 작품 속 태양이 형상화돼 있어 이곳 사람들이 샤갈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를 자랑스러워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순수하고 동화같은 그의 작품을 떠올리며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마치 그의 작품 속을 걷는 듯 무한한 감상에 빠져들게 된다.





Canne (칸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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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느의 아침 해변은 차분하고 평화롭다. 해변에 럭셔리한 많은 요트들이 끝도 없이 정박해 있는데, 칸느의 경제적 풍요와 여유가 느껴진다.


이른 아침 고운 햇살이 내려앉은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조깅과 산책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유럽인 들의 일상적 풍경일게다. 잠시 해변가에 주차하고 모래 해변을 걷는데, 10월인데도 물이 차갑지 않아 꽤 많은 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앙티브와 영국인 산책로로 이어지는 니스 해변도 지난다. 길게 이어지는 니스의 해안선을 따라 가는 도중 조그맣고 소박한 노천 재래시장이 눈에 띄어 잠시 구경 후 다시 에즈로 향한다.





Eze (에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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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는 2차 대전때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예술가들이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많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라고 할 만큼 곳곳에 예술적 기운이 넘치고, 길거리 샵에는 세련되고 우아한 미술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마을로 올라가는 입구 쪽에는 니체의 산책길이 나 있다. 시퍼런 지중해의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저런 경관 좋은 곳을 걸으며 니체는 “신은 죽었다”며 자신의 허무주의 사상을 다듬었나 보다.


골목 안의 샵과 갤러리에 걸린 것들을 둘러보며 느릿 느릿 걷다보면 어느 새 맨 꼭대기 열대정원에 이르게 된다. 열대정원 꼭대기에 올라서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지중해의 쪽빛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한 쪽엔 중세시대 천연 요새의 역할을 했을 성채가 이제는 다 허물어진 잔해의 일부만 남겨놓고 있다.


지중해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은 관광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피사체가 되고 있다. 저 아래 리베리아의 해안 어딘가에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부부의 별장이 있다고 하던데... 허물어진 성채 잔해의 황토빛 거친 질감이 푸른 지중해 그리고 파란 하늘과 확연한 대비를 이루며 야릇한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제 에즈를 빠져 나와 모나코로 향한다. 모나코는 바티칸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나라는 작지만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서 걷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으로 국민이 세금을 내지않는 부유한 나라이다.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아 열대정원에 잠깐 주차하고 시내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주차장을 지나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시내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닌 후 망통으로 향한다.





Menton (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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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들에게 ‘살기는 칸, 도박은 몬테카를로, 죽기는 망통’이라고 한다. 망통은 그만큼 기후가 좋고 휴양하기에 좋아 돈 많은 유럽인 들이 이곳에 와 휴양을 즐긴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 같다.


지나는 길에 가볍게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들어섰는데, 해변의 풍경이 참으로 한유하고 평화로워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드문 드문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또는 홀로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쫒겨 허둥지둥 살아가는 우리네 처지와 비교가 되는 것 같아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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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02/25] 이탈리아_토스카나 & 움브리아 by victo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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