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생일파티를 원한다.
생일은 내가 왜 태어났는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즐거운 의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크, 양초, 선물, 생일 축하 노래가 곁들여진 기쁨처럼 순수한 것도 없다

모든걸 확인해야 하는 여자들에겐 더 그렇다.
하지만 모든 기념일엔 기대했던 것들이 항상 뒤집힌다.
어렸을 땐 갖고 싶었던 종이 인형이 자칫하면 찢어져 버리고,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은 이미 선약이 있고, 부모님은 하필 생일날 출장 가버리기 십상이다.

청소년기라고 달라질 건 없다.
이번에는 약간의 방종과 순수 사이를 살짝 헤매보지만 받고 싶은 선물은 여전히 못 받고, 친구들은 나만 빼놓고 죄다 이성 친구들을 낚아챈 뒤다.
이윽고 20.30대쯤 약간 품위 있는 생일파티가 찾아오지만 그건 물살이 빨라 서둘러 사라지고 만다.

40대는 다르다.
생일이 성장을 위한 어떤 상승, 어른의 길로 접어든 엄청난 도약이 아닌 공허한 손잡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때는 생일이 얼마나 김 빠지는 건지 깨닫는다.
어차피 그 나이에는 필요한 것들을 대충 가졌기 때문에 친구들이 선물 좀 안해준다고 해서 화날 것 없다.
감정적으로도 적당히 성숙한 상태다.
하지만  그 나이는 인생의 정점 같긴한데, 생일만큼은 멋져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럴 자격도 있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별 무관심이니 스스로 구차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생일이 가장 우울한 날로 둔갑할 때 어디선가 강요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 늙어서 무슨 생일 파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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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여자들은 둑이 터져버린 시간을 막기 위해 도발을 감행한다.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해주는 패드와 홈쇼핑에서 파는 튜브에서 나온 가짜 피부로 진짜 피부를 덮는다.
비타민과 노화방지제가 함유돼 있다는 크림을 매일 두 숟가락씩 바른다.
급기야 늘어진 볼을 귀 뒤로 갖다 붙일 의사들을 찾아 남자의 시각(의사 대다수가 남자다)으로 자신을 재창조한다.

그러나 마흔에 당구공을 뺨에 붙인 것 같은 볼과 주름 없는 눈꺼풀을 가져봤자 10대 소녀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결국 여자들을 위한 더 나은 기회란 40대 여자 얼굴의 각질을 벗겨내 반점없는 아기 엉덩이 같은 광채를 갖게 해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슬픈 유행은 끝나지 않는다.
친구들이 모두 얼굴에 손을 댄다면 쉰 살 생일 때 나만 할머니로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덮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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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주 좋은 해결책 하나를 생각해 봤다.
아예 나이를 올려서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서른다섯 살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겐 다섯 살을 더 올려 마흔 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그들은 당신이 나이보다 젊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지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의 달력 나이와 진짜 나이 사이의 모순이 커질수록 당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불로장생의 왕도와 불멸의 사랑을 가르쳐 주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본질적으로 변화를 의미하는 건데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만큼 섹시하고 아름다운 일이 없다는 얘기다.
아아, 그야말로 영원히 아름다운 역설이다.


****나이먹음...너무 겁내지 말고 즐기시는 시간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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