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뮤직 새해 아침에 퍼온 글.

2014.01.02 22:18

빈잔 조회 수:2542

 

 

 

 

 

 

 

해가 바뀌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모두 한 살 더 먹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새 마음과 계획을 세우고 주변을 조금 정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달라지는 것은 확연하지 않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어머니 뱃속을 나와 보내온 긴 세월을 살피면 바뀐 것이 많은데,

 

하루하루 한해한해의 연속 선 상에서 우리 각자의 삶은 그 변화의 지점들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럴 때 나는 자연을 살펴 삶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냅니다.

 

특히 나비의 일생을 살펴보면 다소 지루하거나 안개에 갇혀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은 이 신기한 변화의 핵심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소위 완전탈바꿈을 하는 나비들의 경우 네 번의 극적인 변화로 삶의 양태를 바꿉니다.

 

잘 알다시피 알의 삶 애벌레의 삶- 번데기의 삶 그리고 허공을 나는 나비의 삶.

 

나의 삶도 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어머니 뱃 속에서의 삶 품 속에서의 삶 세상의 틀에 갇혀 받아내야 했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오직 수련의 시간이었던 삶 나다운 삶을 펼쳐보려 하루하루 걷고 있는 삶.

 

우리는 모두 그렇게 생명을 지배하는 변화의 질서를 따라 하루하루 살고,

 

그 긴 시간에서 어느 지점과 국면을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변화의 질서 속에서 알아차려야 할 핵심이 두어 가지 있습니다.

 

우선 변화가 가파른 정비례 그래프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성장과 변화는 늘 자잘한 계단을 타고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알은 애벌레의 삶을 알지 못합니다.

 

번데기는 도저히 창공을 날 수 있는 나비의 시간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듯.

 

나비의 일생 전체에서 알을 깨고 지워나가야 하는 애벌레의 시간은 겨우 한 계단을 오른 것과 같습니다.

 

애벌레의 국면이라는 시간 역시 자잘한 계단을 오르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

애벌레가 한 시간을 보냈다고 확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처럼, 한 해가 바뀌었다고 내 삶이 확 달라지지는 않는 것이겠지요.

 

또한 모든 나비는 날개를 돋아나게 하기 위해 고치를 틀고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는 계단 위에 올라 긴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채지도 못하는 흐름 속에서 마침내 날개가 만들어집니다.

 

나비는 몸을 뚫고 자라난 날개가 어색하지만,

 

자연스레 고치를 찢는 방향으로 삶을 움직입니다.

 

나비는 이제 삶의 가장 높은 계단을 뛰어오릅니다.

 

드디어 푸르고 따사로운 창공으로 날아가는 겁니다. - !

 

 

 

 

 

하지만 또 하나 알아차려야 할 핵심이 놓여있습니다.

 

모든 삶의 계단은 늘 상향의 방향으로 놓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의 삶에는 아래로 놓여있는 계단을 통과해야 하는 시간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도저히 자신의 가랑이 폭으로는 디딜 수 없는 큰 폭의,

 

혹은 낭떠러지 같은 깊이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 모든 생명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 바닥에서 죽을 수도 있고 숨을 건질 수도 있는 것,

 

혹은 긴 시간을 기절한 채로 견디거나 어쩌면 어둠 속에서 다시 오르기 위한

 

 어떤 디딤판 하나를 찾지 못해 좌절과 동거해야 하는 시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알이 애벌레로 바뀐 것은 혁명적 도약이겠지만,

 

애벌레는 풀과 나뭇잎을 구하느라 가혹한 위험을 넘어서야 합니다.

 

이따금 새의 먹이가 되어 거기에서 삶을 멈추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에 젖는 날의 나비는 어떻겠으며 거미줄에 걸리거나 날개가 찢기는 상실은 또 어떻겠습니까?

 

그 위험들 속에서 살아내고 사랑을 구해 마침내 다시 알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삶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알아채도록 확연하게 다가서지 않습니다

 

. 어쩌면 그래서 직선으로 도약하는 변화는 오히려 경계해야 할 변화이기 쉽습니다.

 

언제고 다시 깊은 하강의 변화가 기다리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가거나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지내는 때도 있는 것이 삶을 지배하는 법칙입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좋은 날만 있으라는 새해 인사를 건네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인사의 허약함을 알아채면서부터인가 봅니다.

 

대신 복이 깃들기를, 무구하시기를...’ 이라는 말을 담아서 새해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그대 올 한 해 무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올 한 해  모든분들  무구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빈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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