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맨땅에 헤딩한 미서부여행 9박 10일(3일차)

2006.08.24 10:32

chally 조회 수:6030 추천:262

오늘부터는 wife 버전으로 변경하여 여행기를 쓰겠습니다. 제가 차 운전시 옆 좌석에 탄 wife가 여행기를 꾸준히 작성했기 때문입니다.(역시 기억보다는 메모의 힘이 크다...)

8월 13일 일요일..날씨 여전히 좋고..
오늘은 꿈에도 그리던 요새미티 국립공원에 가는 날이다.
오전 7시에 기상해서 준비를 하다 보니 벌써 8시 45분. 오늘은 요새미티만 소화하고 프레즈노에 가서 자면 되니까 자연히 느긋해진다.

모텔을 나와서 바로 곁에 있는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넣고 가기로 했다. 어~라? 주유구 뚜껑이 안 열리네..어제는 남편이 열었는데..나, 남편 모두 용을 써 보았지만 안 열리네..SOS..또 옆에서 주유하는 미국 아저씨에게 부탁..이 아저씨도 쉽게도 여는구나. 또 땡큐..

남편은 크루즈를 사용한다.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평야..드문드문 소들이 놀고..우리집 장남인 태영이는 차만 타면 자버린다. 차멀미가 난나면서..이국적인 차창 밖의 풍경을 못보는 것이 안타깝지만 어찌 할 것인가? 제 팔자인 것을..

요새미티가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본 홈피의 방장이신 빅터님이 최초로 미국여행할 때 언급하신 머세드 강이 옆으로 펼쳐진다. 남편이 우리도 빅터님 가족처럼 강 옆에 차 세워놓고 발이나 담그고 가자는 것으로 내가 그냥 가자고 했다. 꿈에도 그리던 요새미티가 빨리 보고 싶어서..

근데 요상타..갑자기 전광판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40번 프리웨이가 막혔으니 돌아가란다. 엥..이러면 안 되는데..한 10분만 가면 요새미티 계곡이 나오는 데..전광판을 믿을 수 없다. 그냥 더 진행했다. 몇 백미터 못 가서 전광판 안내가 또 나오고 진짜로 길이 막혀있는 것이었다.(아마 예기치 않은 낙석 등이 발생한 듯..)

길이 막혔는데 어떻하나..지도책 한 장도 없고..네버로스트에 입력해보았자 네버로스트양은 지금 길로만 가란다..전광판에서는 49S를 거쳐 41N으로 가라는데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지..미국인들도 속절없이 막힌 길까지 왔다가 되돌아가고 있다.

남편은 정신차리고 미국차 한 대를 멈처 세웠다. 지도책 좀 보자고..젋은 총각 2명이서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자기네들도 황당하다나..감사한 마음에 한국에서 준비해간 전통기념품을 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다시 기수를 돌려 oakhurst 남쪽입구로 돌아가니 거의 3시간 정도가 낭비됐다.(요새미티 계곡에 1시 30분 경 도착) 미국여행에서 가장 원통한 순간이었다. 왠 만큼 구경했을 시간을 예기치 못하게 길이 막혀 허비를 했으니 이렇게 억울할 수가..인터넷 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귀찮아도 당일 방문하는 국립공원 홈피에 들어가서 도로사정 등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우리 가족은 애들 컴퓨터 게임 못하게 일부러 안 가져 갔음)

요새미티 남쪽입구로 향하기 바로 직전에 멕시칸푸드를 take out 해갔다. 많은 분들이 한국인 입맛에 멕시칸 음식이 맞는다고 해서 뭔지 모를 것들을 바리바리 싸갔다.

드디어 요새미티 공원 입장..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차를 급정거 한다. 남편이 흥분해서 사슴이 갑자기 도로를 지나가는 바람에 차에 치일 뻔 했다는 것이다. 졸음이 확 달아난다. 나도 사슴 봐야 하는데..이 소란에 우리집 두 아들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아빠 뻥이지 하면서..

근데 요새미티 공원 끝네준다. 어제 본 뮤어우즈 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쪽 입구 훨씬 전부터 커다란 나무들이 길 따라 울창하다. 내가 느끼기에는 거의 30km 이상에 걸쳐 우리나라 광릉 수목원 보다도 커다란 나무들로 뒤 덮혀있다. 너무 너무 부럽다.

갑자기 차가 또 급정거한다. 정말 사슴이 도로에 뛰어 들었다. 사슴 한 마리와 새끼 사슴이 길을 건너가려다가 큰 사슴이 건너 편 차에 부딪힐 뻔 했다. 남편은 그 전에 이를 보고 속도를 줄였다. 사슴은 황급히 놀라(정말 사슴 눈이 두 배로 커졌다) 다시 오던 숲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우리집 식구 모두 이 광경을 보았다. 이번 여행 기간동안 요새미티. 자이언, 시코이어,, 그랜드 캐년, 케냡 Forest 국립공원 모두에서 사슴은 자주 볼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울창한 숲길을 지나니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산 처럼 앞을 가로 막는다.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난다. 그 유명한 엘 캐피탄이다. 남편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단다. 설악산 울산바위보다도 최소한 몇 배는 큰 것 같다. 바로 길 건너에는 브라이덜 베일 폭포가 보인다. 진짜 신부의 면사포처럼 이쁜 폭포이다. 다만 올여름이 너무 더워서 수량이 적은 것이 아쉽다.

엄청난 바위에 놀라면서 주차장에 파킹하고 한 낮의 더위도 식힐 겸 파크 에어리어로 가서 싸 가지고 간 멕시칸 음식을 먹었다. 다람쥐도 저 만큼 떨어져서 식사를 한다. 우리식구가 먹이를 안 주었지만 다른 팀들이 남기고간 음식을 먹는 것 같다. 미국 국립공원은 다람쥐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비지터센터 근처에 내렸다. 30분마다 상영하는 요새미티 공원 영상물을 감상하고 근처의 인디언박물관을 구경했다. 미국 건물에 비해 소박하고 불쌍한 느낌이 드는 인디언 가옥들..마음 한편으로 비애가 느껴진다..

요새미티 폭포 가까이 가서 폭포 구경하고..근데 물이 줄어서 면사포 폭포보다 멋이 없는 것 같다. 다시 걸어서 주차장으로 오면서 보니 요새미티 계곡이 정말 천하의 요새인 것 같다. 넓찍한 평지가 엘 개피탄, 하프돔 등 커다란 바위산으로 둘러있는 형국이니 말이다. 인디안들이 이 땅을 빼앗기면서 얼마나 원통해 했을까?

요새미티 계곡을 신나게 구경하고 티셔츠와 기념품도 다들 하나씩 사고 시간이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프레즈노 숙소로 가기 위해 네버러스트에 숙소명을 입력하지만 입력이 안된다. 주소 인식도 못하고, 숙소명인 Fresno Days Inn도 인식을 못하고..그래서 대안으로 구글에서 뽑아간 숙소 주변의 Fresno College를 입력해서 거기서 찾아보기로 했다. 근처까지 가면 어찌 되겠지 하고..(7시 20분 경 출발)

약 9시 50분경에 프레즈노 칼리지 도착..근데 숙소 찾는데 만만치 않다. 우리가 지닌 간략한 지도보고 찾아보려니 도저히 안되겠다.(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한 지도 한다는 남편도 give up..) 작전변경..주유도 할 겸 주유소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주유소 점원들에게 숙소 주소와 지도를 보여주어도 모른단다. 히스패닉계 여 종업원은 자기도 여기온 지 몇 일 안되서 모르겠고 나머지 한 명도 전혀 비협조적이다..본체만체 한다. 그런데..또 주유구 뚜껑도 안 열리네.

할 수없이 주유하고 가려는 착해보이는 멕시코계 아저씨 붙들고 뚜껑 열어달라고 부탁..아저씨왈 세게 돌리란다..이제 감 잡았다. 남편이 지도 꺼내서 숙소 가는 길도 가르쳐달라고 하자 이 아저씨 한참 보더니 위치 알겠으며, 자기 가는 방향이니 쫒아 오란다. 정신없이 아저씨 쫒아가니 애타게 찾던 숙소가 보인다. 아저씨에게 기념품 주려고 했더니 횡하게 가버린다..정말 고맙고 아쉬웠다. 금번 미국여행에서 가장 고마웠던 분이었다.

네버로스트를 통해 이 숙소를 못 찾았던 이유는 모텔명 때문이었다. 모텔 홈페이지, 예약증에도 전부다 Fresno Days Inn으로 되 있었으나, 실제 모텔 이름은 그냥 Days Inn이였다. Fresno에 도착해서 그냥 Days Inn을 입력했으면 쉽게 찾았을텐데..또 하나 배웠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러 10시 20분경에 방에 들어 왔다. 밤에 이동하니 밖의 경치를 못 본 것이 아쉽다고 남편과 이야기 하면서 취침..(11시 30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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