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뭉뭉 아빠입니다.


이번 캐년 일정은 가능하면 캐년 내 랏지에서 숙박하려고 예약 노력을 했습니다만, 그랜드 캐년 노스림에는 끝내 랏지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언해주신대로 브라이스 캐년을 출발하여 그랜드 캐년 노스림 케이프 로얄까지 찍고 다시 해 지기 전에 Kanab으로 돌아가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았지요. 그래서 브라이스 캐년에서 아침 9시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조언(당연히 이 사이트에서 여러분들이 해주셨죠!)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아이가 있어 생각한 것보다 항상 시간이 더 필요한 편인데, 브라이스 캐년 랏지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체크 아웃을 하고 출발하니 9시 반이었네요. 그래도 전날 도착하여 단시간 가성비 추천 코스인 퀸즈가든-나바호 트레일 연결 코스를 끝냈으니, 아침에는 숙제를 끝낸 기분으로 상쾌하게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여행 전에 정보를 조사할 때도 마치 영화 보기 전 스포일러를 피하듯이, 현장에서의 감동을 극대화하려고 관련 사진도 되도록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브라이스 캐년에는 코스 조사 때문에 그래도 노출이 된 편이었는데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딪치는 화면은 사진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네요. 차를 타고 달리면서 그랜드 캐년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랜드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을까 하는 기대감이 차 올랐습니다. 사실 여행을 계획하기 전 그랜드 서클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았을 정도로 캐알못(?)’이었죠. 그랜드 캐년은 라스베가스에서 당일치기 버스로 출발하여 포토존에서 사진 한방 찍고 돌아가거나 경비행기로 한바퀴 도는 코스만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사우스도 있고 노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사람 많고 번잡스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게는 사우스림보다는 노스림이 훨씬 좋겠구나 생각하여 일정을 노스림으로 잡게 되었죠.

 

Kanab을 지나면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아이리스님이 말씀하신 Kaibab National Forest 들어가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풍경이 달라집니다. Le Fevre Overlook and Rest Area 인데 여기서 광활하다는 표현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광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 후 계속해서 노스림을 향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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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Fevre Overlook >


 

이제 산을 올라가는구나 싶은 구간에서 갑자기 갈색 풀들이 펼쳐진 평지와 그 뒤로 세로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풍경이 나오는데 아 이건 말로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풍광이네요. 막연히 돌산으로 올라가는 길일 것이라 생각했던 길이 이런 한적하면서 아름다운 길일 줄 몰랐습니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 수풀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선사하는 고즈넉함을 느끼고 다시 차를 달렸습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길에 보이는 자작나무들아직 노스림에는 도착도 안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풍광에 감탄을 연발합니다. 혹시 저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을 위해 이 곳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

 

노스림에 도착하니 비지터센터가 먼저 보이고 아직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캐년 랏지를 돌아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로 가니 갑자기 펼쳐지는 그랜드”. 아 이래서 그랜드 캐년이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사진에서 심도라는 표현을 쓰는데, 심도가 끝도 없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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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년 노스림>




아침부터 달려온 허기를 채우려고 랏지로 향했습니다. 랏지 뒤쪽에는 그랜드 캐년을 바라보며 다리를 뻗고 의자에 앉아 여유있게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는 광경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랏지는 세월이 느껴지는 높은 천장의 운치있는 통나무 건물이었는데 음식도 참 맛있습니다. 운 좋게 창가에 자리를 잡아 백만불짜리 경치를 배경으로 식사를 한 후, 케이프 로얄로 차를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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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와 돌로 지은 그랜드 캐년 노스림 랏지>

 

케이프 로얄에서 보는 그랜드 캐년은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에서 보다 공간감이 느껴진다 해야 할까요, 캐년의 이 저 멀리 벽처럼 보이는 구조랄까요. 어쨌튼 이 곳을 보기 위해 40분 넘게 차를 달려온 가치가 충분히 있고도 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 가족이 여행한 일정이 그리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아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한적함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두가 이 한적함을 즐기느라 조용조용하게 얘기하는 배려도 느껴졌고요. 감동을 가슴 속 깊이 새기기 위해 벤치에 앉아 조용히 머물다 왔습니다. 케이프 로얄 주차장으로 오는 일에 그랜드 캐년에 산다고 비지터센터에서 봤던 뱀도 봤네요. 케이프 로얄에서 다시 비지터센터 쪽으로 가는 길에 포인트 임페리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와 시간을 한번 가늠해 보고 가보기로 결정했는데, 캐년이 깎이기 전 융기된 평지를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평평하게 올라온 평야를 보니 이 곳이 만들어진 구조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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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임페리얼에서는 저 멀리 평원이 보입니다>

 

이제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고 있어 어두워지기 전에 Kanab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기우는 햇빛에 화재로 나무 기둥만 남은 자작나무 길이며 올라오는 길에 잠시 들렀던 풀밭 길도 한번씩 내려서 경치를 감상하고,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 있으면 갓길로 피해서 모두 피해주면서 정속 주행하며 오다 보니 Kanab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져서 어두워졌네요. Kanab은 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속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홀리데이 인에서 묵었는데 가보기 전에는 어떨까 싶었습니다만,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의 숙소였고, 곳곳에 인디언 사진과 활과 화살 등 이 곳만의 느낌을 주는 오브제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8시가 다 되어 저녁을 해결하려고 호텔 프론트에 주변 식당을 물어보니 피자 등 여러 군데를 알려주긴 했지만, 해지고 식당 찾아 돌아다니느니 간단히 호텔에서 요기하기로 하고, 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로컬 마트인 Glazier’s Market에 가서 요거트며 과일 등을 사와서 호텔에서 간단히 먹고 아이와 함께 일기를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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