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7 미국&캐나다] 북미대륙일주 여행기 No.5, New Orleans

 

여행기간 : 2015.5.21() ~ 7.21(), 62일간

출발지/ 도착지 : 피닉스 챈들러 (우리 가족이 2년간 미국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

총 주행거리 : 13,431마일

차량 : 중고로 구입한 혼다 오딧세이 미니밴 7인승

인원 : 4 (엄마와 아빠가 교대로 운전, 7학년 딸과 5학년 아들은 2열 비즈니스석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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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Houston - The National WWII Museum - French Qu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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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Western의 조식입니다. 모처럼 와이프가 아침식사를 안 만들어도 되는 날이었죠.

 

어제 방향제 사건이 있긴 했지만 잠은 푹 잘 잤습니다. 그 전날 Junction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 날이었어요. 문제는 어젯밤에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는 점인데요..

 



:::::   휴스턴 빨래 건조 사건   :::::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저희 가족은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도시 밖으로 불과 몇 마일만 나가도 온통 사막지대인 곳이죠.

 

한국에서는 가로수나 조경으로 벛꽃나무나 은행나무를 사용하지만 피닉스에서는 팜트리나 Saguaro 선인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골 야산에 가면 소나무가 가장 흔하지만, 이곳 피닉스에서는 야산을 덮고 있는 게 온통 백 년 가까이된 거대 Saguaro 선인장들입니다.

 

샤워하고 머리를 감고 나면 불과 몇 시간이면 다 말라버리는 건조한 곳에서 살고 있다 보니 세탁기 건조기를 돌릴 일이 잘 없습니다. 대게는 방 안의 습도조절을 위해서 빨래 건조대에 널어두는 편인데 하루면 바싹 마르니까요.

 

그러다가 어젯밤 모처럼 휴스턴에서 빨래를 하고 건조를 돌렸더니 이게 제대로 안 된겁니다. 건조가 완전히 될 때까지 여러 번 돌렸어야 하는데, 피닉스 이외에서 빨래를 한 게 처음이라 몰랐죠. 이후 올랜도에서 온 빨래를 다시 할 때까지 3~4일간 잊을만 하면 이게 무슨 냄새야?”,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나지?”를 반복하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 입니다. .


 

 

여하튼 휴스턴 빨래 건조 사건을 뒤로하고 뉴올리언스를 향해 출발합니다. 출발준비를 하는데 한국의 여름날씨처럼 습하고 푹푹 찝니다. 애리조나 사막에 살다 왔으면서도 이런 더위에는 또 적응이 안되네요. 불과 이틀 전에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서부 텍사스를 달리고 있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이 날 일정은 8시 반에 Houston을 출발하여 6시간 반 정도 이동하여 15시 정도에 Louisiana New Orleans에 도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New Orleans 일정은 몇 가지 옵션만 준비한 채 도착해서 가족들과 상의 후 결정할 계획이 구요. 모처럼만에 New Orleans 도착 전 미시시피 강변을 따라 경관이 좋은 도로를 드라이브도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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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비오는 흐린 날씨였는데, 휴스턴부터 습해지고 더운 것이 오늘 아침 드디어 실감하게 됐다. 애리조나에서는 더워도 습하지는 않아 그늘에 가면 금방 시원한데 이곳에서는 그늘이던 땡볕이던 푹푹 쪄서 오늘 아침 우리 가족의 불쾌지수가 높았던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푹푹 찌는 더위를 해치며 텍사스에서 루이지애나로 왔다.

   -공주의 여행일기 중에서

 

 

 

이 곳 Louisiana주는 참 독특한 곳입니다. 주의 위쪽 절반은 Mississippi주와 경계를 따라, 그리고 아래쪽 절반은 온전히 Mississippi강을 끼고 있는 주이죠.

 

아시다시피 Mississippi 강은 세계에서 4번째로 긴 강입니다. 캐나다에서부터 시작해 미국 31개주를 흐르는데, 서부와 달리 미국 중동부의 주 경계들이 삐뚤 삐뚤 한 것도 이 강을 따라 경계가 지어져서 그렇죠. 18세기 증기선이 취항하면서 미국교통과 물류의 핵심이었습니다.

 

Mississippi 강은 미국 중동부의 여러 강들과 합쳐져 New Orleans를 끝으로 바다로 빠져 나갑니다. 그러니 그 좁은 폭에 비해 수량이 엄청나구요. 평상시에 비해 물이 많은 때는 3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잦은 범람이 있었고, 20세기 초에는 대홍수로 7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네요.

 

때문에 비옥한 토지가 만들어져 미국에서도 손 꼽히는 주요 농업지대를 이루었지만, 주의 3/5이 하수면 보다 낮은 저지대로 이루어져있고, 곳곳에 미개간의 습지와 광대한 규모의 삼각주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삼각주 위에 제방을 쌓고 도시를 만들었으니 그 도시가 바로 New Orleans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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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I-10을 달리고 있으면 여러 번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경사가 매우 높아서 독특합니다. 이 곳은 정말 눈이 안 오는 곳인가 봅니다. 게다가 마치 서울의 강변북로처럼 습지대 위에 교각으로 받친 고속도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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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하면서 신기했던 것은 엄마가 운전을 하면 비가 오거나 해가 지는 것이다. 오늘도 역시 아빠에 이어 바통터치 받은 엄마가 운전을 하자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특히 오늘 운전해 지나간 길은 늪지대와 강 다리가 많아서 신기한데 그 다리 위를 지날 때도 어김없이 엄마가 운전하는 도중 비가 쏟아졌다.

   -공주의 여행일기 중에서

 

 

.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의 징크스가 되어버린 일이 있는데, 와이프가 운전할 때는 비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와이프가 비를 부르는 고조선 사람도 아니고(풍백,운사,우사 할 때의 우사) 정확히 말하면 이동 중에 갑자기 비가 내릴 때면 꼭 와이프가 운전을 하고 있더라는 거죠.

 

대표적인 경우가 여행 3일차에 Carlsbad Cavers를 출발하여 Junction을 향하던 날 엄청난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잖아요? 그 때 와이프가 운전을 하고 있었구요. 이 날도 New Orleans를 한 시간 남긴 시점부터 비가 오더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뿐만이 아니고 이후 여행을 계속하면서도 80% 이상의 확률로 이런 일을 겪었으니 정말 신기하죠?

 

갑자기 내린 비로 일정이 대폭 축소됩니다. 강변 드라이브는 저리 가라구요. 도시 구경도 제대로 못할 판이니 일단 박물관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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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하여 도착한 뉴올리언스! 복잡하고 높은 빌딩이 많아 오랜만에 서울의 느낌을 받았다. 주차할 때도 다른 지역과 달리 좁고 차도 많았다. 저녁을 먹기 전 우리는 제일 먼저 세계 2차대전 국립박물관에 들러 아빠한테 다양한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공주의 여행일기 중에서

  


The National WWII Museum은 정말 놀라운 곳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물건들이나 무기들을 설명해 놓은 곳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 세계대전이 왜 벌어졌고 어떻게 진행됐고 이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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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역사시간에 근현대사 부분은 주로 일제시대와 독립운동, 분단과 민주화 과정으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일제시대와 그 이후 역사는 세계대전을 비롯한 인류역사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20세기 인류역사의 가장 큰 사건은 세계대전이었고, 현대 세계 구조의 가장 큰 틀은 그때 만들어졌으니 (예를들어 UN이죠.) 이 들이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국립박물관을 만들고 후세를 공부시키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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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박물관에는 그런 설명들이 자료화면과 함께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진행과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설명해주기도하고 각 테마마다 실제 현장을 방문하듯 오디오와 비디오 자료를 곁들여 실감나게 꾸며놓기도 했습니다.

 

미국인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승리한 전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겠지만, 패전국이 아니면서도 국토가 분단된 한국의 국민으로서는, 가슴 아픈 역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나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박물관이 없으니 조금 부럽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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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오니 비가 그쳤네요. 날이 흐려서 그런지 오래되고 약간은 칙칙한 분위기의 비에 젖은 New Orleans를 만나게 됩니다. 일단은 호텔을 찾아가서 주차를 하고 이후 French Quarter를 구경하며 저녁식사를 하기로 일정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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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흐리지만 New Orleans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제가 한 때 재즈를 너무 좋아해서 언젠가 꼭 뉴올리언스를 방문하면 재즈에 흠뻑 젖는 밤을 보내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집 두 떨거지들을 데리고 들어갈만한 재즈 바를 찾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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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거 아시죠?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멀쩡한 이 도시가 불과 10년 전에 엄청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아까 New Orleans Mississippi강 하류의 삼각주 위에 제방을 쌓고 도시를 만들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이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됩니다. 도시를 감싸고 있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New Orleans 지역의 80%가 바닷물에 침수됐고, 이재민 110만명, 사망 실종자가 2500명을 넘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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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주간 도시는 침수되어 있었고 피해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 후 일년간 도시의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회복이 늦어지면서, 미국 사회가 갖고 있던 온갖 부조리와 갈등이 한꺼번에 표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사람들은 강한 미국의 환상이 무너졌다고 비통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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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사회는 비극을 그냥 잊지 않고 자꾸 기억해 내었습니다. 22차례의 청문회와 각종 보고서들이 쏟아졌고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그 결과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했을 때 카트리나에 버금가는 위력이었음에도 피해는 크지 않았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은 부끄러운 사회가 아닙니다.. 빨리 잊어버리고 덮는 것이 부끄러운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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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프렌치쿼터로 갔다. 이 지역은 옛날에 프랑스령일 때가 있어 오랜된 프랑스풍 건물들이 많다. 예쁜 집들과 다양한 레스토랑, 가게 등이 특이한 거리였다.

-공주의 여행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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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둘러보고 아빠가 미리 검색해둔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버터와 같이 구운 굴, 해산물 튀김, 뉴올리언스식 음식 등을 먹었는데, 어제 먹은 스테이크 못지 않게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꼭 다시 이 곳에 굴요리를 먹으러 올 것이다~!! 굴요리부터 치킨 야식까지! 입이 행복했던 날이었다.

   -공주의 여행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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