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 어떤 말들 보다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위에 쓴 다섯 분께서 달아주신 댓글 덕에 정말 처음 하는 미국 여행을 망치지 않고 잘 다녀왔어요.


12월 17일에 출국하면서 새벽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쓴 글이었는데,

공항 가는 길에 댓글달린거 보고는 모조리 폰으로 스크린샷 떠서 계속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아예 밤드라이빙을 말리시기도 하셨고, 또 어떤 분께서는 조심해서 하라 하시고..

고민이 많았지만 밤 드라이빙을 조심조심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와 같이 처음 미국 자동차 여행을 해보시는 분들을 위해 후기 남깁니다.

12월 17일 LA 도착해서 놀고 (유니버셜이 생각보다 실망스럽더라구요.. 멀미가 심한 편인데 온통 4d라이더들 ㅠㅠ)

12월 19일 LA-라스베가스 국내선으로 이동하자마자 바로 렌트카 타고 그랜드 캐년쪽으로 출발하여

12월 21일 밤에 라스베가스로 귀환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당초 저희의 계획은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과 모뉴먼트 밸리 이 두가지였고 나머지는 곁다리 삼아 볼수 있음 좋고 아님 말고였어요.

그래서 원래는 예전 글에 썼다시피 첫날 사우스림 롯지를 예약해두었는데요,

아이리스님을 비롯해 여러 분들께서 사우스림까지 가는건 무리라고 윌리엄스에 묵으라고 하셔서

롯지 예약 취소하고, 윌리엄스에 있는 호텔 예약하고 출발했습니다.


DAY 1 (12월 19일)

허츠 렌터카 찾으러 가는 것도 일이더군요. 3시반에 도착해서 다행히 공항이 한산한 덕분에 4시경에 렌터카 회사 도착했고,

설명 들은 후에 4시 15분에 차 인수받아 출발했습니다 (차는 쉐보레 SUV였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Q로 시작했던거 같은데..)

오후 4시 반이 되니 벌써 어둑어둑하더라구요. 게다가 내비를 사용하는게 얼마나 어렵던지;;; 한국 내비는 건물 이름만 쳐도 되는데 여긴 주소 기입식이라..

(나중에 알고보니 주변 검색으로 들어가서 업종별로 건물 이름을 기입할수 있었다는거ㅠㅠ 주소찾느라 참 고생했는데 말이예요.)

고속도로 자체는 사실 밤길이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던것 같아요. 오히려 한국보다 쉽다고 느꼈던 이유는 차선만 잘 따라가면 되어서였던것 같아요.

한국에선 차선이 야간에 발광(;;)효과가 크게 없고 여기저기 차선이 많이 지워지기까지 해서, 야간에 운전하면서 불안할때가 제법 있었거든요.  

미국 고속도로는 차선이 아주 밝게 선명하게 빛나더라구요. 덕분에 하이빔 켜고(상대 차선에 차올땐 끄고) 무난하게 잘 달렸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윌리엄스로 가는 길은 사실 거의 직진이어서 속도만 잘 지키면 될 것 같았어요.

제한 속도는 65~70마일 정도였던거 같은데 주변 차들 속도 맞춰 달리다보니 대략 70~75 정도로 달린거 같아요.

타운 진입할때는 경찰차 의식해서 무조건 정속으로 (40수준) 달렸구요.

경찰차가 함정수사를 한다고 알려주셔서 늘 경찰차는 없는지 불빛에 의존해 두리번두리번 했네요. (다행히 딱지는 안 끊겼어요)


이렇게 딱 한번 주유소에서 쉬면서 간단한 핫도그 먹고 70~75마일로 달렸는데도 윌리엄스 도착하니 현지 시각으로 열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ㄷㄷ....

시차가 한시간 있다 하셨으니 대략 4시간반~5시간은 걸린 셈이지요.

윌리엄스는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마침 눈이 소복히 내려서 영화속에 나오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더라구요. 

다음에 미국가면 꼭 윌리엄스에서 이틀정도 푹 쉬면서 머물고 싶네요. 그것도 겨울에 말이죠.

글 보시는 분들 중 서부여행 계획있으신 분들은 꼭 윌리엄스에서 하루 체류해보세요. 그랜드캐년 레일웨이?도 있고 좋더라구요.



DAY 2 (12월 20일)

윌리엄스 호텔에서 하루 푹 자고 다음날 맛있는 조식까지 먹고 아침 8시쯤 사우스림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참 아이리스님이 알려주신 팁대로 모뉴먼트 밸리 호텔에서 마실 와인도 이 동네에서 샀어요).

눈이 와서 길은 미끄러웠지만 직진이었기 때문에 속도를 낮추었을 뿐 별 무리없이 사우스림으로 갈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갈수록 구름이 끼더라구요. 저희는 사우스림 헬기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결국 헬기장에 10시쯤 도착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헬기 투어 취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걸어서 사우스림 주요 포인트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포인트 사이사이는 차로 다녔구요.

엘토바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여기 괜찮더라구요. 창가에 앉아 파스타 먹으며 보는 그랜드 캐년 굿!),

마더뷰 포인트, 야키바 포인트(?) 등을 두어시간에 걸쳐 모두 걸어 구경했어요.

눈이 와서 설경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아름답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스트림까지 차로 30분정도 이동했습니다. 어차피 모뉴먼트 밸리 가는길이래서 들릴 참이었거든요.

중간에 인명사고가 나서 (바이크 사고) 도로가 30분 통제되는 등 고생을 해서 갔는데, 고생해서 갈 만하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스트림에서 보는 뷰는 270도 정도라서 그런지 정말 하......... 여기 안왔으면 어쩔뻔 했나 싶었어요.

마더뷰 이런곳들보다 훨씬 웅장하고 탁 트여서 저는 순간 압도당해서 아무말도 못했답니다.


이렇게 다 보고 출발하니 오후 다섯시더라구요. ㅠㅠ 이미 어둑어둑...

여러 분들께서 강추해주신 대로 모뉴먼트 밸리의 더 뷰 호텔 premium view 방을 예약해놓고 출발했습니다.

길은 어렵지 않았구요, 하지만 엄청 멀었어요... ㅠㅠㅠ 도착하니 밤 아홉시 반이더군요.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발코니로 나갔는데................................. 헉...

그랜드캐년의 웅장한 느낌과는 또 다른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모뉴먼트 밸리의 대표적인 세 뷰토가 눈앞에 거대한 산처럼 서있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넘어선 두려움과 경외감이 느껴져서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그렇게 또 하루를 더 뷰 호텔에서 묵고, 아이리스님이 알려주신 팁 덕분에 와인 한잔하고 푹 잔 후에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보러 나갔습니다.


DAY 3 (12월 21일)

아침 일곱시쯤 일출을 보러 호텔 앞쪽에 마련된 공간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 모두 삼각대를 세워놓고 일출을 구경중이더라구요.

시시각각 해가 뜨는대로 변하는 뷰토의 아름다운 색감은 장관이었습니다.


더 뷰 호텔의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는데요, 저는 당연히 공짠줄 알았는데 인당 8불인가를 받더군요.

맛이라도 있느냐? 아뇨... 정말 음................ ㅋㅋㅋ............ㅋ.....ㅋ...... 호스텔 조식 수준입니다. 기대하지마세요.

커피 하나만 맛있었고 구색도 정말 초라해요. 빵에 계란에 뭐 요플레 이런것들입니다.

하다못해 그 흔한 베이컨조차 뷔페 섹션에 없어요. 그냥 딱 한번 두 줄 서빙해주는게 다예요. 

하지만! 커피 한잔 하면서 창가에 앉아 해가 뜨는 뷰토를 바로 정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자릿값이라 생각하시고 가보시면 됩니다.

딱 그 정도였어요. -_-ㅋ


그 다음 조금 침대에 누워 자다가 (연이은 운전으로 번아웃이었거든요) 12시 체크아웃하고 비포장도로를 들렀습니다.

사실 비포장 도로는 잠깐 초입만 갔다가 포레스트 검프도로를 갈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크나큰 오산이었음을 이때 알게 됩니다.

 비포장 도로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나바호 인디언 말타기에 이끌린 나머지 110불주고 두명이서 한시간동안 말을 타고 다녔어요.

이때의 느낌은 아마 죽을때까지 못 잊을 것 같네요.

2 명 기준으로, 30분 90불 한시간 110불 두시간 140불? 이런식으로 점점 저렴해지고 코스도 훨씬 좋아져요.

물론 인디언이 옆에서 직접 가이드도 해줍니다. 이 뷰토는 무슨 의미다 저 멀리 바위는 뭐다 하고요.  

시간 되시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말을 타고 바람을 맞으며 너른 초원을 거니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요. (걷기 반 달리기 반이었지만 엉덩이 아파죽을뻔 ㅠㅠ)


그다음 주요 포인트를 차로 돌아보고 나오니 이미 시간은 오후 네시 반........

아~무것도 안하고 예약해둔 라스베가스 팔라조 호텔로 직행하니 밤 10시 반이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상했던 것은 내비로 팔라조 호텔을 찍고 달리다보니 페이지를 거치지 않고 이상한 곳으로 가더라구요. flagstaff 방향으로 내려와서 하이웨이를 달렸어요. 

더 늦더라도 페이지에 가서 밥먹어보고 싶었는데....

어찌됐건 이렇게 저희의 투어는 다른거 다 빼고 그야말로 그랜드 캐년 + 모뉴먼트 밸리로 초압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회가 없는 것은 이 두 군데를 짧은 시간 안에 그래도 제법 알차고 상세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예요.

저는 그랜드캐년에, 제 남자친구는 모뉴먼트 밸리에 로망을 가지고 시작했던 2박3일 자동차 여행이었고

체력은 정말이지 완전히 하얗게 불타버렸지만 죽기전에 와보고 싶던 곳들로 직접 내 발로 운전하고 걸어보고 자봤던게 얼마나 행복했던지,

석양을 향해 달리듯 라스베가스로 운전해오는 길 위에서 저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아마 투어 상품으로 이 곳들을 들렀다면 이렇게까지 나름 심도있게 보지 못했을거예요.

위의 내용을 여행사에 견적내보았더니 금액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2인에 3천달러), 가이드와 셋이 다닌다는게 불편하기도 해서

겁없이 시작한 미국자동차여행이었는데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물론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만족스러운 여행을 별 탈 없이 잘 마무리 했던 것은

이 사이트의 여러 분들께서 마치 가족이나 친구에게 해주듯 자세하고 따뜻하게 답변해주신 덕분이예요.

어떤 여행사 어떤 여행책들보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정말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제목에 썼던 "여행가자"님, "아이리스"님, "ontime"님, "한겨레"님, "snoopydec"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드리면서 긴 글을 마칩니다.

아울러 저의 글이 저와 같은 초보 미국 자동차여행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허접하나마 사진 몇장 올리고 갑니다. 구도따위 모르는 사람이라 ㅎ_ㅎ 그냥 모뉴먼트 밸리 짱짱맨이라는 말씀만 드리고 싶네요.


p.s.

참, 저희는 크루즈 모드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거의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그래서 일일이 발로 액셀 밟아 운전했는데..

크루즈 모드 이용하니 정말 신세계더군요. 미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꼭 필요한 기능같아요. 구동법을 미리 알았으면 훨씬 덜 힘들었을텐데..

크루즈 모드 사용법 꼭 미리 알아보고 가세요! ㅠㅠ

 


DSC06512.JPG


1.jpg


2.jpg


3.png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1895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418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5735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0900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7291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284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548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443 2
8905 5월 텍사스에서 미서부 여행 일정 관련 문의 [4] jangyob 2018.01.30 1271 0
8904 캠핑카로 미국여행 원하는 여행친구를 찾읍니다. zzonchili 2018.01.30 1476 0
8903 올해 5월 그랜드서클 여행일정 조언 부탁드립니다. [5] 봄봄 2018.01.28 1820 0
8902 4월 RV 여행 관련 문의 드립니다. [5] rome 2018.01.27 1395 0
8901 2주 서부자동차여행계획 [6] 개미 2018.01.27 1557 0
8900 5월 달 7박8일 서부 여행일정 조언 부탁드립니다. [8] 딩키타운 2018.01.26 1313 0
8899 3월 말 부모님과 서부여행 조언 부탁드립니다. [3] akuafrin 2018.01.26 1834 0
8898 렌트카 보험 및 견적 문의 [1] file 나쁜피 2018.01.25 3940 0
8897 피닉스를 출발해 작은 그랜드서클을 돌아 라스베가스로 가는 계획 [11] file 아이리스 2018.01.25 11295 3
8896 미국여행과 RV여행에 관한 좋은 정보 [1] jaykim 2018.01.25 1524 0
8895 8월 그랜드 써클 코스 문의 드립니다. [8] 안네비 2018.01.24 1188 0
8894 2월 서부일정 문의드립니다~ [6] 호랑미 2018.01.24 1302 0
8893 7월 그랜드써클 날씨와 렌트카문의합니다 [3] mollyyury 2018.01.22 1249 0
8892 텍사스 해안 겨울 바다 여행기 file 영원한자유인 2018.01.22 1970 0
8891 미국 서부 일정 조언부탁드려요~ [6] 호하으하 2018.01.22 1702 0
8890 ★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해 ★ - 일단 정상화 되었습니다. [1] file 아이리스 2018.01.22 1546 0
8889 2월7일 13박 미서부 대도시 및 그랜드 서클 여행 조언 부탁드립니다. [8] file 나무늬 2018.01.22 1490 0
8888 2018 병수의 미서부 여행 Prologue [3] file 테너민 2018.01.21 1700 1
8887 미 연방 정부 셧다운, 미 국립공원은 일단 열기로 [4] 소심의 2018.01.21 1453 0
8886 그랜드서클 캠핑카 일정 문의입니다 [8] 호랑미 2018.01.20 1564 0
8885 서부 여행 문의 [2] 초짜34 2018.01.20 986 0
8884 (수정) 미서부 9박 10일 조언부탁드립니다. [4] 율리아누스 2018.01.19 1140 0
8883 뉴욕에서 렌트카 반납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까요? [2] makitjung 2018.01.18 1489 0
8882 미국 서부+동부 캠핑카 RV 일정 문의드립니다~ [6] 호랑미 2018.01.18 2419 0
8881 라스 베가스 여행의 조언부탁드립니다. 보고싶다미국 2018.01.18 1521 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