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이 곳에서 아이리스님을 비롯하여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미서부 겨울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게 돼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여행기간은 지난 2월18일부터 2월28일(현지시간 기준)까지 10박12일 이었습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몇 몇 예상치못한 일들이 발생,당황한 적도 몇차례 있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정보는 이 곳 사이트를 읽어보면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자료들이 충분한 만큼 별도로 언급할 것은 없을 듯합니다.

다만 저는 여행기간중 부딪힐 수 있는 예상치못한 상황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혹시 다른 여행자들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그래도 도움이 될 지도 몰라 저의 여행 계획과 준비 과정은 별첨으로 올리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겨울여행에 따른 마음조림은 환상적인 여행을 위한 수업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겨울여행에 따른 기상. 특히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 여행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인지라 이 곳의 폭설 등 일기 변화를 장담할 수 없어 여행 계획단계부터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행 일정 수립이 완성된 다음부터는 수시로 이들 지역의 기상 상황을 체크하기도 했지요. 여행 출발일이 다가올 수록 자이언캐녀과 브라이스캐년은 눈이 올 확률이 높아지면서 여행 출발일에는 눈 올 확률이 100%에 가까운데다 브라이스캐년에는 눈이 1~4인치 정도 쌓인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기상예보상 우리가 여행가는 주 전후로는 날씨가 좋았는데,하필 우리가 여행가는 당일 전후로 눈이 내리는 것으로 예보돼 여행 출발전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18일 첫 여행지인 샌프란시스코(1박2일)을 들르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기상예보대로라면 이 곳을 제대로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마치고 라스베가스로 들어와 다음날 데스밸리를 다녀온 뒤 마침내 21일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을 가는 날. 데스밸리를 다녀온 뒤 라스베가스 시내관광을 하고 숙소에 들어온 게 거의 저녁 11시께.  이날 기상 상태와 도로상태를 확인한 결과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에는 눈이 내렸고,자이언캐년을 관통하는 SR-9번도로의 도로상태는 옐로우 색깔,브라이스캐년 진입로가 되는 SR-12번은 빨간색깔로 표시돼 있어 불안감을 안겨주더군요. 날씨는 http://www.weather.gov/와  http://www.wunderground.com/를 참고했고,유타주 도로상태는 http://www.udottraffic.utah.gov/RoadWeatherForecast.aspx 와 http://511.commuterlink.utah.gov/tats.web.report/#G5 를 참고했습니다. 도로 표면은 'icy spots'와 'wet'으로 표기돼 있었고요. 'icy spots'과 'wet'의 도로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도로상태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도로 상태가 같은 레드사인이라 하더라도 브라이스 이북지역의 경우 스노우 체인 필수 장착으로 나오는 반면, SR-12번 도로의 경우 스노우 체인 장착 요구가 없더군요. 그리고 도로제한구간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스노우체인 없이도 차량이 가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지요.  다음날  오전 5시30분 기상해 오전 6시40분 출발하기전 기상상태와 도로상태를 재확인했으나 전날과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유타주의 시차가 라스베가스보다 1시간 빠른 점을 감안,6시30분 출발을 목표로 잡았지요. 이날 기상상태는 'mixed rain and snow' 또는 'snow shower'가 예상된다고 하더군요.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면,목표로 하고 있는 자이언과 브라이스캐년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운명에 맡기자고 했지요. 도로 사정이 좋지못하더라도 최대한 브라이스까지 가보자고 했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날 숙박지로 예약해놓은 카납까지 내려오지못하고 브라이스캐년 앞에서 숙박하는 것까지 각오하고 출발했습니다.

 

 설상가상. 라스베가스를 벗어나 I-15번을 타고 달린지 한 30분쯤 지나서 차량이 정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갈 길이 멀어 마음은 바쁜데,차량은 움직이지않지 마음은 더욱 더 조급해졌습니다. 30분이상 그 자리에 서 있다시피하다 차량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서서히 북상하다 큰 냉동 트레일러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 패트롤은 이를 정리하느라 바쁘고요.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고속도로상에서의 교통사고를 목격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교통사고 지점이 정체가 시작된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일어났기에 망정이지,더 먼 곳에서 일었나다면 정체가 풀리는데 한참 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더군요. 교통사고로 정체하느라 예상시간보다 30~40분을 지연케돼 마음은 더욱 더 바빠졌습니다. 

 

 라스베가스를 출발한지 3시간 가까이 됐을 무렵. 마침내 자이언캐년. 자이언캐년에 이르면서 그동안의 걱정과 긴장은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캐년 안 도로 군데 군데 결빙된 곳이 있기는 했으나 운행에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전날 내린 눈과 함께 내린 비가 되레 눈을 녹이는 역할을 한 것인지,바위산 정상부에는 눈이 덮여 있었지만 도로 등 바닥부분에는 눈이 없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고서는 브라이스캐년도 마찬가지 아닐까라며 섣부른 기대까지 하고 나섰지요. 하지만 브라이스캐년은 해발고도가 더 높은데다 더 이북에 위치해 있어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진입도로인 SR-12번의 도로상태가 레드사인인데다 US-89번을 타고가다 한 10분여 정도 눈소나기를 만나기도 했으니까요. 게다가 브라이스캐년에 가까이 갈수록 주변 산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로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어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에 진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기상과 도로상태에 대한 걱정과 긴장을 엄청한 한 이상으로 브라이스캐년과 자이언 캐년의 절경을 바라보는 기쁨은 배가됐습니다. 자이언캐년에서는 캐년오버룩을 트레일하는 여유도 가질 수 있었고요,브라이스캐년에서는 브라이스 포인트부터 시작해 인스퍼레이션,센셋,선라이즈 포인트 등 앰피씨어터 모두를 구경하고 카납으로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10박12일의 일정 가운데 가장 많이 고민하고 긴장했던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을 여행하고 나니 여행의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절반 이상을 소화한 듯한 기분이더군요. 미서부 겨울여행 할 만 하더라는 것입니다. 불안과 걱정을 접고 직접 부딪히니,길은 열렸습니다. 다만 겨울의 한정된 낮 시간을 감안,조금 일찍  출발하고 점심은 운행중 차안에서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2.운행과 GPS

 

여행기간 GPS가 길 안내자로서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준비해간 구간별 구글맵과 텍스트가 필요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애를 먹여 난감할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올 때 매을 먹이곤 하더군요.

 

GPS가 여행 첫날 애를 먹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렌트한 뒤 첫 목적지는 트윈픽스. 대부분의 여행지는 구글맵을 통해 구체적인 번지까지 포함한 주소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트윈픽스는 구체적인 번지가 나오지않더군요. 그래서 트윈픽스는 명소인 만큼 관심지역으로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냥 왔었습니다. 렌트카 대리점에서 받은 GPS를 차량에 장착하고 트윈픽스를 검색했습니다. 그러나 트윈픽스 단독명은 뜨지않고 트윈픽스 뒤에 카페나 호텔,도로명이 붙은 형태로 여러개 뜨더군요. 무엇을 찍어서 갈까 고민하다가 트윈픽스에 이르는 도로명이겠거니 하고 도로명이 뒤에 붙은 트윈픽스를 선택해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출발한지 20여분이 지나자 이상한 동네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상했던 방향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쌔했습니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큰 딸이 "아빠,트윈픽스가 그렇게 멀어?"라고 묻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한 30분이면 가는데..."하고 대답하니,"GPS에서는 도착 예정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오는데요!"라고 하는 겁니다.

 

 사전 구글맵상에서 확인하기로는 공항에서 곧바로 고속도로에 얹어 한 30분이면 가는 길인데,곧바로 고속도로에 얹지도 않고 이상한 마을로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순간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를 멈추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GPS상에서 목적지를 잘못 선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관심지역에서 트윈픽스의 다른 곳을 선택해서 출발하니 그것도 옳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마을의 한 주택에서 주택을 수리하는 사람이 있길래 트윈픽스 아느냐고 물었더니,트윈픽스가 어디인지도 모른다더군요. 아마도 히스패닉계 노동자였던 것 같습니다. 차 안에서 한참 동안 또 고민하고 있는데,마침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는 아주머니가 있길래 물었더니 트윈픽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다고 하더군요. 이 곳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하더군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얘기했지요. GPS를 통해 트윈픽스를 찾아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온 것 같다. 트윈픽스를 제대로 찾아갈려면 주소의 번지가 필요한데,번지를 알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이 것 저 것 찾아보더군요. 그러더니 알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아주머니의 성의가 고마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다시 운전대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낯선 동네를 이리 저리 헤매기를 한시간여. 아내와 아이들은 트윈픽스는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인 금문교로 바로 가자 하더군요. 하지만 허비한 시간이 아까운데다 여기까지 와서 트윈픽스를 포기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GPS를 열어 트윈픽스를 열람해 봤습니다. 여러개의 트윈픽스중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랭크돼 있는 '트윈 픽스 000'을 선택해서 출발했습니다. 아마도 000은 카페였을 겁니다. '트윈픽스 카페'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출발하니,조금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게 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트윈픽스 진입로에 이르면서 GPS는 제 역할을 다 한 양 목적지에 다왔다며 사라지더군요. 미 서부 첫 여행,첫 운전에서 애를 먹으면서 앞으로 진행될 운전이 만만찮겠다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운전에 미리 액땜했다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GPS가 애를 먹인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않았습니다. 그랜드써클을 돌면서 훌륭한 보조 역할을 했던 GPS는 25일 데저트 핫 스프링에서 디즈니랜드로 들어올 때 또 애를 먹이더군요. I-10에서 CA-60으로 갈아 탄 뒤 어느 도시 구간에 이르렀을 때 출근 시간이라 차량이 서행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더니 GPS는 갑자기 재조정한다며 다음 출구에서 빠지라는 명령을 내리더군요.  구글맵을 통해 제가 염두에 구고 있는 구간은 I-10,CA-60,I-215,CA-91 순으로 고속도로를 거쳐 디즈니랜드를 1시간40분만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시 GPS상 도착 예정시간도 이와 비슷해 이 루트를 따라가는 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GPS는 차량 정체상태까지도 다 확인할 수 있는 명물인가 보네하고 반신반의하며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출구를 나온 차량은 GPS의 안내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신호가 걸리기를 수십 차례 갈수록 도착 예정시간이 지연되더군요. 어느 하나 도시를 빠져나왔다 싶으면 또다른 도시를 지나게 되고 도착 예정시간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연되게 나오더군요.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느 도시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들어보지도 못한 코로나시티더군요. 거기서 몇 마일 더 가면 다시 고속도로를 얹는 것으로 예고되길래,안되겠다 싶어 용변도 볼 겸 가까운 햄버거 가게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햄버거를 하나 사고 여기가 어디며,디즈니랜드 가는 길이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더듬 더듬 하는 영어에 동양인계로 보인 탓인지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우리말로 한국 사람 아니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하니,자기도 한국 사람이라며 반가워 하더군요. 길을 한 참 내려왔다며 조금 더 내려가 고속도로를 얹으면 디즈니랜드에 이르게 되니 걱정말라고 하더군요. 결국 GPS가 목적지인 디즈니랜드까지는 데레다 주더군요. 하지만 고속도로를 쭉 달렸으면 제 시간에 도착했을 것을 여기 저기를 두르다 보니 당초 도착 예정시간 보다 1시간이상이나 늦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시티에서 고속도로(정확한 번호는 모르겠습니다)에 얹고서 마음이 바쁘다보니 계속 1차선을 타고 달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express only,toll"이라고 표기되면서 1,2차선을 말뚝으로 다른 차선과 구분시키더군요. 저는 바쁜 마음에 빠르게 가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 톨비를 내고 이 차선을 이용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계속 전용차선을 달렸는데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톨게이트가 없더군요. 사전 톨비를 낸 사람만이 이 차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사용해서는 안되는 차선을 제가 사용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GPS로 애를 먹은 것은 다음날도 계속됐습니다. 디즈니랜드 앞에서 1박한 후 다음날 산타모니카로 가는 길. 구글맵을 통해 기억하기로는 I-5번을 타고 북상하다 I-10번을 만나 서향하면 산타모니카에 이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GPS는 I-5번을 탄 지 얼마되지않아 또 출구로 빠지라고 요구하더군요. 그러나 어제를 반면교사삼아 I-10번을 만날 때까지 절대 빠지자않기로 하고 북상했습니다. GPS는 출구를 만날 때마다 재조종한다며 빠지라는 명령을 반복하고요. 그 유혹을 뿌리치고 I-10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I-10번을 타고 가는데도 계속 출구로 빠지라는 요구는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제가 목표로 했던 출구까지 가지못한채 이 쯤해서는 GPS의 요구를 들어줘도 괜찮겠지 하며 빠져줬는데 그게 또 화근이었습니다. 거기서부터 산타모니카까지 가는데 한참 걸렸으니까요.

 

이틀 동안 제 자신을 믿어야 할 지,기계를 믿어야 할 지 헷갈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시 외곽에서 시내 지역으로 들어올 때는 GPS가 말썽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목적지까지의 큰 그림을 알고 있다면,운행하기 수월하고 신호로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는 고속도로를 쭉 타고 가는 게 현명한 방법일 듯 싶습니다.

 

여기서 시내구간에서 운행상 희비가 엇갈렸던 게 있습니다. 산타모니카에서 게티센터로 갈 때 구글맵을 통해 확보한 주소(1200 GETTY CENTER DRIVE,LOSANGELES,CA 90049)를 입력해 갔습니다. 그러나 그 곳은 어느 사유지였습니다. 큰 철제문이 닫혀 있었는데,저같은 사람이 많은지 큰 글씨로 이 곳은 게티센터가 아니고 사유지라며 게티센터 가는 방향을 안내해놓았더군요. 철제문 안에서 관리인인 듯한 사람이 게티센터 가는 방향을 뭐라뭐라하며 알려주더군요. 길을 알려주기는 했지만,그 길을 더듬어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러자 우리와 같은 입장의 서양인 노부부가 차를 이끌고 오더군요. 차로 돌아와 GPS에서 게티센터를 관심지역으로 검색해 들어갔더니 4마일 남짓한 거리에 게티센터가 뜨더군요. 그 곳이 게티센터였습니다.

 

3.숙소

 

 숙소에서도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데스밸리와 자이언,브라이스캐년을 가기위해 라스베가스에서 2박 했습니다. 아내가 라스베가스 숙박할 때는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하고 싶다고 하길래 집사람 한테 자고 싶은 호텔 알아서 직접 예약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은 나도 모르는 비딩을 공부해서 프라이스라인을 통해 아리아호텔을 낙찰받았더군요. 집사람이 바라는 5성급호텔인 점은 문제가 없었는데,룸이 킹사이즈 원베드룸이더군요. 중학생 자녀 두명을 감안,퀸사이즈 투베드가 필요한 저희로서는 난감한 일이더군요.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운 좋으면 투베드로 업그레이드해주기도 한다고 하길래,그것을 기대해보거나 안되면 현장에서 차액을 지불해서라도 투베드로 바꾸기로 마음 억었습니다.  그런데 출발 1주일 전쯤 호텔스 닷컴과 익스피디아를 통해 라스베가스 지역 숙박상황을 알아봤더니 라스베가스 대부분 호텔이 만석으로 예약 불가라고 떴습니다. 이유를 확인해본 결과 라스베가스 여행기간에 해당하는 18일~21일 미국 최대 규모의 토탈 패션 및 섬유 종합 전시회인 <2013 춘계 매직쇼>가 개최되더군요. 세계 28개국 854개 업체 2만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무료 업그레이드는 커녕 차액을 지불하더라도 원하는 룸을 구하지못하고 간이침대에 자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항상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저로서는 아내를 타박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조슴스럽게 퀸사이즈 투베드로 무료 업그레이드해줄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컴퓨터를 두들겨 본 직원은 킹사이즈 스위트룸을 할래,퀸사이즈 투베드로 할래라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퀸사이즈 투베드로 원한다고 했지요. 게다가 저는 한 술 더 뜨,이왕이면 뷰도 좋은 하이레벨이면 좋겠다고 했으나 그것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받은 게 15층. 그것도 감지덕지했습니다.

 

모뉴먼트 밸리를 돌아본 뒤 더 뷰호텔에 묵었습니다. 대부분의 호텔들과 달리 전자레인지가 룸에 있더군요. 저녁은 준비해간 햇반과 라면으로 때우기로 한 저희로서는 아주 편안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조식이 무료였습니다. 조식은 별도 요금으로 알고 있었고 조식 비용도 여느 호텔에 비해 비싸다고 들었었기에 의외였지요. 예약할 때만 하더라도 조식 불포함으로 알 고 있었는데,체크 인 할 때 무료라고 하길래 "웬 걸" 하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뷰호텔에서도 안좋은 게 하나 있더군요. 방안에서 자체 가동하는 히터기 소음이 심했습니다. 다른 호텔과 인급에 비해 소음이 심하길래 프론트에 얘기해 한번 봐달라 했습니다. 엔지니어가 와서는 그 소리가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방도 그렇냐고 하니 다른 방도 그렇다며 옆 방으로 데려가 확인까지 시켜주더군요. 현재 방이 마음에 들지않으면 이 방에 자라고 까지 하더군요. 그러나 똑같은 소음인데 굳이 방을 옮길 이유는 없겠지요. 감수하고 잤습니다.

 

마지막날인 27일 힐튼호텔에서 에피소드도 지나칠 수가 없겠네요. 다음날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기위해 유니버셜 코앞인 힐튼호텔을 예약했었습니다. 한인타운에서 잘 까,헐리우드앞에서 잘 까 고민고민하다 다음날 아침 늦게까지 자고 편안한 밤을 보내기 위해 힐튼호텔을 예약했었습니다. 체크인을 하는데 룸을 3층으로 배정하더군요. 조금 더 높은 층을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방이 다 팔려서 더 높은 층을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군말 앉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을 누르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몇 번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데도 움직이질않고 뒤에 탄 다른 손님이 8층을 누르자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8층까지 갔다가 다시 3층을 눌러 내려오게 됐습니다. 그제서야 알게 됐습니다. 3층이 로비층이라는 걸.

 

프론트,로비와 같은 3층에 우리가 묵을 객실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객실이 로비와 프론트와 같은 층이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못했지요. 특급호텔에서 로비층에 객실을 두는 것도 의외였습니다. 불뚝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객실에 가기전 아내와 아이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리라 하고서는 프론트에 갔습니다. 객실이 로비층 맞느냐고 따졌습니다. 아니,특급호텔에서 객실을 로비층에 만드는 것은 처음 봤다고 화를 냈지요. 그리고 뻥도 좀 쳤지요. 평소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경우 일부러 힐튼호텔을 이용하는데,오늘은 실망했다. 옆에 있는 쉐라톤호텔 놔두고 힐튼호텔을 예약했는데,다시는 힐튼호텔 이용하고 싶지않다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한층이라도 올려줄 수 없느냐고 하니까,그래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가격이라도 디스카운트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직원 왈,힐튼호텔을 통해 직접 예약한 게 아니고 익스피디아를 통해 예약했기 때문에 디스카운트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뻥을 쳤습니다. 알았다고. 다시는 힐튼호텔 이용할 일 없을 거라고. 그리고 돌아가서 트립어드바이저나 내가 아는 사이트들에 힐튼호텔을 비난하는 글들을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 직원은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4층이 하나 있긴 한데,스모킹이라며 할 거냐고 하더군요. 애들이 있어서 스모킹은 안된다며 당초 준대로 3층 방에 자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돌아왔습니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있는데,룸으로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여성분이었습니다. 매니저라는 그 여성분은 미안하다며 대신 조식 무료 쿠폰을 4장 줄테니 괜찮겠느냐고 묻더군요. 짐 까지 다 푼 마당에 룸을 변경해준다고 해도 마다할 판에 무료 조식권을 준다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받으러 나가는데 조금전에 통화한 듯한 육중한 흑인여성분이 제 이름을 부르길래 그렇다고 하니 악수를 청하며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무표 쿠폰 4장을 건네주며 즐거운 저녁 보내라고 인사했습니다. 저도 고맙다고 인사하고서는 돌아오니,아내와 아이들은 "우리 아빠! 대단하다"며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다음날 아침 조식은 그동안 먹었던 조식중 최고였습니다. 부페식이었는데,4명의 비용이 100달러가 넘더군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제 일이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일반 레스토랑 기준으로 15달러를 팁으로 놓고 나왔습니다.  

 

4.기타

 

 여기에서 미 입국시 세관심사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있는 듯해서 첨언할까 합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여행중 별도 장을 보거나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출국전 먹거리를 다 준비해서 왔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물과 음료수,과일정도만 살 요량이었습니다. 세관신고서에 식품을 가져왔다고 신고했습니다. 세관은 당연히 가방을 열어 이것 저것 살펴보더군요. 김치 있냐고 묻길래,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볶음김치가 있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 하나. 햄이 통조림 처럼 완전 밀봉된 게 아니라 플라스틱 뚜껑으로 닫힌 게 있었는데,그건 완전 밀봉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 하더군요. 어서 가져가라 했지요. 다행히 조그만한 한 통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컵라면도 부피를 줄이기위해 포장지를 뜯어  비닐에 싸서 왔는데,코리안 누들이라고 하니까,아무 소리 안하더군요. 완전 밀봉되거나 가공된 형태의 식품이라면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 여행 마지막 나흘을 앞두고 디즈니랜드에 가기전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몸에 두드러기가 나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랜드에서 아이들과 놀다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둔채 체크인이 가능한 4시께 혼자 숙소로 들어와 잠을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디즈니랜드가 폐장하는 저녁 8시30분이 지났더군요.거의 4시간이상을 정신없이 잔 셈입니다. 아내와 아이들 끼리 숙소까지 걸어오라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차를 몰고 나가 아이들이 걸어올 길목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다 길을 잘못 든 일 등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행 일정을 차질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이리스님을 비롯 이 곳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아마도 다음 여행지를 꿈꾸며,

이 곳은 자주 들를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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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604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5964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114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8389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393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636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559 2
7184 7월말~8월초 샌프란시스코 주변 여행 일정 조언 부탁합니다 [4] oriole 2016.06.15 2397 0
7183 22) Lees Ferry, Horseshoe bend - 뒤늦게 쓰는 서부 여행기 (알라바마에서 LA까지) [2] file 겨미아빠 2016.06.14 4115 1
7182 [숙소후기] Mexican Hat 근처 Valley of the gods B&B [7] file 랄라라랄 2016.06.14 4296 1
7181 캐나다 동부, 록키산맥 계획하고 있어요. 자유여행 초보입니다. 도움 부탁드립니다 [4] 깜장토끼 2016.06.14 2637 0
7180 7월 미국 서부 가족여행 일정을 문의드립니다. [7] 레인보우 2016.06.14 2822 0
7179 그랜드 서클 여행기 (5.25-6.6) [3] file 궁여창사로 2016.06.13 3057 1
7178 옐로우스톤, 콜로라도 일정 문의입니다. [7] 랄라라랄 2016.06.13 2427 0
7177 자동차 여행시 Full size VS Convertible [4] 산모기 2016.06.13 2923 0
7176 그랜드캐년 여행과 관련해서 몇가지 문의드립니다. [2] bobomom 2016.06.12 2569 0
7175 제 여행 구간 중 통행료 징수 구간 문의 드립니다. [7] 곰소예 2016.06.11 3250 0
7174 6월20일부터 24일까지 라스베가스 그랜드 캐넌 가려는데 완전초보예요 [5] GOTRIP 2016.06.10 2368 0
7173 미국서부 여행일정문의 드립니다. [5] 로지 2016.06.09 1979 0
7172 Banff 여행질문 - Banff or Canmore [10] file 배고픈부엉이 2016.06.09 3131 0
7171 미국 캐나다 동부 자동차여행 루트 상담 드립니다(뉴욕-워싱턴디씨-루레이동굴-나이아가라-토론토-몬트리올-퀘백-보스톤-뉴욕) [11] better_day 2016.06.09 9644 0
7170 8월말 캐년 1박2일 일정 문의 [3] AHANGHANG 2016.06.09 2057 0
7169 6/15~6/25일 미서부 여행 일정 문의 드립니다. [5] 아이노미 2016.06.09 2280 0
7168 로드트립 콜로라도 (May 2016) # 2 [2] file Jerry 2016.06.08 3090 0
7167 옐로스톤 여행시 주의사항 [3] kyw0277 2016.06.08 4623 0
7166 서부여행 일정 검토 부탁드립니다. [3] 항골만 2016.06.08 2539 0
7165 (질문) 미국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하여 [13] file 태구리 2016.06.08 4203 0
7164 21) Grand Canyon North Rim - 뒤늦게 쓰는 서부 여행기 (알라바마에서 LA까지) [2] file 겨미아빠 2016.06.07 3484 1
7163 SFO->NYC 자동차 여행 고견부탁드립니다. [2] uriyeobi 2016.06.07 2207 0
7162 7월 옐로스톤, 록키 여행 일정 문의드립니다. [2] 주니 2016.06.07 2418 0
7161 57살 동갑내기 부부의 여행기 [4] EMERALD 2016.06.07 2620 0
7160 애리조나 여행후기 - 5 [3] file 다시보자 2016.06.07 36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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