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후버댐 -> 그랜드캐년

 

전날 캠핑 장구를 구입하고, 한인 마트에서 장을 본 다음 후버 댐을 거쳐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후버 댐은 비지터 센터를 지나쳐서 건너편에 가면 후버 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비지터 센터에 들어가려면 주차비 7불을 내야 한다. 미국의 경제 개발 과정과 댐 건설에 대한 자료를 보려면 비지터 센터를 들를 필요가 있겠지만, 굳이 여기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건너편 뷰포인트에서 기념 사진만 찍어도 좋을 듯.

 

윌리암스를 거쳐 그랜드캐년 사우스 림에 4시쯤 도착했다. 일찍 밥먹고 일몰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비지터 센터 주변에서 캐년을 보고 돌아와 텐트치고 밥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어 저녁을 먹을 때쯤 일몰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이 때의 갈등대충 저녁을 먹고, 일몰 뷰포인트인 마더 포인트나 호피 포인트로 가, 말아? 하다가, 결국 그냥 식구들끼리 편하게 저녁 먹기로 하였다. 사실 파이어 우드에 구운 삼겹살과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일몰 구경에 대한 생각은 금새 접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랜드캐년의 일몰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당시는 캠핑 첫날의 들뜬 저녁식사가 못지 않게 즐거웠던 것 같다. 이처럼 이번 여행의 테마가 가족 여행이고, 아이들 위주로 여정을 갖기로 하였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다. 체험이나 경험이 중요한 여행이었다면, 당연히 일몰 구경이 우선이겠지만,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위해선 그냥 이대로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후에도 이런 갈등 상황에서의 선택은 주로 안하고 그냥 이대로였기 때문에 여정이 느슨해졌다. 이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

 

어두워진 후의 그랜드캐년의 밤하늘은 상상대로 별들의 잔치였다. 파이어 우드에 감자도 구워먹고, 불도 쬐고, 맥주도 한잔 하면서 일찍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랜드캐년 마더 캠프그라운드의 제너럴 스토어는 이번에 돌아본 국립공원 캠프그라운드 중에서 역시 가장 크고 시설이 좋았다. 보통 다른 데는 8시에 스토어가 문을 닫는데, 여기는 9시까지 영업을 하였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5 : 그랜드캐년 –> 파월호수

 

그랜드캐년에서 다음날 아침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아니면 사냥하는 사람들의 집의 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덩치 큰 엘크 한 쌍이 나란히 텐트장 사이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것이 아닌가? 사진을 찍으러 접근해도 별로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뿔이 예쁘게 난 사슴 한마리가 우리 텐트로 천천히 걸어 왔다. 그러더니, 뭔가를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일찍 일어난 큰 아들놈이 전날 먹다 남은 상추 몇 장을 손으로 잡아 주니 익숙하게 받아 먹었다. 사실 이 행위는 국립공원에서 엄하게 금하는 행위이다. 야생동물에겐 절대로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시는 워낙 신기한 상황이라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전날 뷰포인트에서 아이들에게 접근해서 과자를 얻어먹던 다람쥐들이 떠 올랐다. 그랜드캐년의 야생동물들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익숙해서 먹이를 구하는 법을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야생동물들이나 사람들에게도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혹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야생동물들이 해를 입을 수 있고, 또 반대로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 나중에 자이언 국립공원에 갔을 때 칩몽크에 먹이를 주다 공격당한 손 사진을 보여주면서 교육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하기엔 서로가 위험할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신기한 경험을 한 큰 아들놈이 묻는 말이… “, 쟤들이 어떻게 여기 들어왔을까?” 였다. 그래서, “원래 쟤들이 사는 곳에 우리가 잠시 들어온 거야.”라고 멋있게 대답해 주었다. 나중에 아들놈에게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었음을 반드시 떠올려 주어야겠다.

 

오전 일찍 주니어레인저 하이킹 프로그램이 Hermit Rest에서 오전 9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비지터센터에서 일찍 출발하였다. Hermit Rest는 사우스 림의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고, 비지터 센터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가도 1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간혹 보이는 사슴들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들과 고작 그까이꺼 하는 눈빛을 주고 받았다. 착각했던 것이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이 아이들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가족 참여 프로그램이라 부모 한 명이 꼭 동석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캠프 체크아웃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고 Hermit Rest까지 가 본 것으로 만족하였다. 그 대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몇몇 뷰포인트에서 그랜드캐년을 감상하며, Page로 이동하였다.

 

그랜드캐년 동쪽 entrance에서 AZ-64번 도로를 지나며 보는 경관은 그랜드캐년에 버금가는 장관이었다. 멀리 보이는 캐년과 한없는 지평선의 조화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원래는 north rim 쪽의 Lees ferry를 들를 예정이었으나, Page에 가서 새 텐트를 사려고 바로 Page로 향했다. 월마트에서 산 콜맨 텐트가 여름용이라 4계절용 텐트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Page가 작은 소도시라, 텐트 전문 샾이 없었고, 이후 Cortez, Moab에서도 역시 구할 수 없어 결국 처음 산 텐트로 끝까지 갔다.

 

이 때 시차에 주의해야 하는데, 그랜드캐년에서 Page로 들어가면 한시간이 빨라졌다가, Powell 호수에 가면 다시 한시간이 늦어져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나바호 인디언 자치구역이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주의해야 한다. 다음날 모뉴먼트 벨리로 가다 보면 다시 한시간이 줄어든다.  Powell 호수에서 예약한 Antelope Canyon 보트 투어 시간이 저녁 6 15분이었는데, 이 시간을 맞추는데 여러 번 헷갈렸다.

 

Page를 거쳐 도착한 Powell 호수의 Wahweap Campground는 호숫가에 잘 꾸며진 캠핑장이었다. 주변이 평지라 캠핑장에서 일몰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늘이 별로 없어 낮에는 매우 더울 것 같았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보트 투어를 위해 Lake Powell Resort로 향했다. 주변에는 호수에서 수영, 보트, 하우스보트, 제트스키 등의 레저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RV에 보트를 달고 와서, 낮에는 보트타며 즐기고, 밤에는 RV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짧은 일정에 많은 것을 보아야 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에게서 휴가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Antelope Canyon 보트 투어는 1시간 30분 투어인데, 파월 호수를 돌면서 글렌 캐년 댐을 보고, 이 중 30분 정도 보트에서 안텔로프 캐년의 기묘한 계곡들을 감상하는 코스이다. 이 투어를 이용할 때 유념할 것은 하루 두 타임중 늦은 저녁인 6 15분을 예약해야 노을에 비친 안텔로프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꼭 보트 2층으로 올라가라는 것. 1층에서 편안히 보는 것과 탁 트인 2층에서 보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1층과 2층을 자유로이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안텔로프 계곡에 들아간다는 코멘트가 있으면 무조건 2층으로 올라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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