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모압 -> 캐피톨 리프 -> 브라이스 캐년

 

모압에서 출발하여 Capitol Reef로 향하였는데, 가는 길에 Goblin State Park에 들렀다. Goblin은 캐피톨 가는 길에 있기는 한데, 30분을 우회해서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고, 나올 때는 들어 온 길을 그대로 돌아나와야 한다. 길을 알려주는 레인저도 짐짓 미안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가 보니 어찌 이렇게 외진 곳에 이렇게 재미있게 생긴 돌들이 모여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버섯 모양의 돌들로 마치 스머프 마을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평탄해서 트레일하기도 좋아, 아이들과 한참을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땡볕이었지만, 돌들 사이의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기도 했다. 여기서 받은 레인저 뱃지는 별 모양이라서 아이가 더 마음에 들어 했다.

또다시 차를 몰아 캐피톨 리프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차가 워낙 없는 한적한 길이라 심하게 가속도 해 보았다. 어느 정도인지는 상상에캐피톨 리프는 비지터 센터가 수리 중이라, 1마일 떨어진 캠프장에 간이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표를 받는 entrance도 없었다. 시닉 로드도 아직 정비 중이라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Fruita 캠프그라운드는 꽤 잘 정비되어 있었다. 캠프장도 널찍했고, 주변에 잔디밭 등 피크닉 시설도 괜찮았다.

이 곳은 캐피톨 모양 바위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Reef 모양 바위가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캐피톨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마땅하지 않았다. 주변을 삥삥 돌다가 그냥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 대신 Reef 바위는 시닉 로드를 가면서도 볼 수 있고, 좀 떨어져 파노라마 뷰 포인트에서도 볼 수 있다. 캐피톨 바위 가는 길 중간에는 인디안들이 바위에 새긴 벽화도 구경할 수 있다.

 

캐피톨 리프에서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의 길이 있는데,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방향과 도로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 갈림길에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물어 보니, 네비가 알려주는 62번 길은 빠른 길이지만, 표지판이 알려주는 12번 길이 에스카란테를 거쳐서 사람들이 많이 택하는 시닉로드라고 하였다. 알고 보니, 이 길이 딕시 국유림을 관통하는 꽤 유명한 시닉로드였다. 높은 산등성이를 돌아 가는 아주 경관이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 길의 운전은 집사람에게 양보를 하고 뒷자리에 앉아 졸면서 갔기 때문에 감흥이 덜 하였는데, 운전을 하고 간 집사람은 자신의 베스트 뷰였다고 감탄하였다.

브라이스 캐년의 캠핑장은 노스와 선셋 캠프그라운드 두 군데가 있고, 둘 다 예약을 받지 않고 first come first served 체제라 다소 불안했는데, 저녁 7시쯤 도착했는데도, 노스는 찼는데, 선셋에는 몇군데 남아 있어서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브라이스 캠핑장의 장점은 공원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선셋 포인트와 선라이즈 포인트를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선셋 포인트에 가서 여유있게 노을에 물들어 가는 브라이스 캐년을 볼 수 있었다.

캠프장 옆 자리에 독일에서 온 RV 캠핑가족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는 한국인을 처음보았다나여름에 국립공원을 다니다보면 유럽에서 온 여행객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영어보다는 불어나 독어,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았다. 유럽 사람들은 여름 휴가가 길기 때문에 이렇게 미국으로 여행오는 사람이 많단다. 보통 RV를 빌려서 한달 정도를 천천히 미국을 돌면서 여행한단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야 할텐데일은 죽어라 하면서, 여유를 찾지 못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11 :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다음날은 여행도 막바지라 일출을 보기 위해 식구들을 모두 깨워서 선라이즈 포인트로 데리고 갔다. 멀리 산너머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그 중 유태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절벽 위에 서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용히 기도를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산 속의 아침을 추위에 떨면서 맞이하다 보니 따뜻한 아침 식사를 빨리 먹고 싶어 공원 입구로 내려왔다. 공원 입구에는 Ruby’s Inn이라는 큰 숙박시설이 보였다. 여행기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나서 들어갔더니 호텔, 캠프그라운드, 스토어, 레스토랑을 갖춘 아주 큰 시설이었다. 유럽의 단체 관광객이 투숙을 하고, 아침 부페를 먹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고, 아침 부페를 14불 해서 좀 망설였는데, 그래도 유명한 식당인 것 같아 들어갔다. 그런데, 음식 수나 퀄리티가 보통 호텔의 free breakfast 수준에 불과한 데다가, 커피나 우유 마저도 별도로 차지를 하는 것을 보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은 삼가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캠프를 철거한 후 핵심 포인트인 Bryce Point에 도착해서 캐년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국립공원의 여러 뷰 포인트를 돌아보면서 깨달은 것은, 핵심 포인트를 먼저 보고, 다른 포인트를 보완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다른 포인트를 보고 나서 핵심 포인트를 보는 게 좋을지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핵심 포인트가 어딘지를 잘 파악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동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후는 자이언으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는 길에 지도에 있는 Cedar Break National Monument에 들르기로 했다. 무엇보다 뱃지를 하나 더 얻고자 하는 아이의 보챔이 컸다. 동쪽 entrance로 네비를 맞추어 놓고 가니, 가는 길에 Panguitch 호수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Cedar Break는 동쪽 entrance를 들어가니 비지터 센터를 찾기가 어려워, 좀 헤매다가 그냥 길을 따라 나가서 15번 하이웨이를 타고 자이언으로 들어갔다. 미국 국립공원을 갈 때는 네비만을 믿어서는 안되고, 최신 지도를 보면서 가야한다는 사실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보니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비지터 센터를 찾을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웠다.

 

자이언은 점점 도시쪽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곳이었다. 계곡도 그렇고, 꼭 한국의 설악산 주변에 온 기분이었다. 캠프장 시설은 깨끗이 갖추어져 있는 편이었는데, 샤워장이 없었고, 캠프파이어와 차콜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좀 아쉬웠다. 오후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나서 텐트 앞 개울에서 수영복을 입고 물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류쪽이라 물이 깨끗하지 않았는데, 더운 여름을 식히기에는 그런대로 충분하였다. 9시에는 캠프그라운드 내에서 별을 주제로 한 레인저 프로그램이 있어 편하게 참관할 수 있었다.

 

12 : 자이언 -> 라스베가스

 

자이언은 계곡을 올라갈 때는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계곡은 그동안의 그랜드써클의 웅장한 계곡과는 달리 마치 한국의 계곡들처럼 물가를 따라 숲과 같이 조성되어 있다. 가장 높은 정류장인 Temple of Sinawava에 내려 Riverside Trail을 하였다. 이 트레일은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라 딸아이도 쉽게 다닐 수 있었다. 곳곳에 칩몽크들이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들을 구경하였다. 트레일(50)의 끝에는 포장도로가 끝나고, 개울을 건너서 가야 하는 길이 나오는데, 한 번 욕심을 내어서 바지를 걷고 건너 보았다. 그러니, 또 개울을 건너는 길이 나온다. 두어번 개울을 건너도, 끝이 안 보이길래, 돌아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끝이 없이 갈수록 개울이 깊어지기 때문에 그냥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돌아나왔다. 다시 셔틀을 타고 내려오면서 피크닉 에어리어가 있는 정류장에 내려서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으면서 경치를 즐겼다.

이후 주차장에 내려와 차를 타고 마침내 자연을 벗어나 인공물이 가득한 라스베가스로 돌아왔다.

 

* 이번 여행을 돌이켜보면, 10일 빠듯하게 미국의 자연을 한껏 경험한 시간이었다. 특히 숙박 때문에 막판에 마지못하게 선택하였던 캠핑이 오히려 우리 가족에게 더 진한 여행의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다.

 

*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아이리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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