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이나 등산할 때의 공중도덕과 법규

산행을 할 때는 언제나 지켜야할 에티켓과 법규들이 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가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산행을 해보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임에 틀림없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푸른 하늘 아래 가늘게 윙윙거리는 실바람 소리를 들어가며 천년 묵은 노송들 사이로 이어져 나가는 오솔길을 배낭 매고 걷노라면 정말 자연이 소중한 것이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이래서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보호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고 미국인 대부분이 등산을 할 때 트레일 하나라도 파괴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전정가위를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노변의 잔가지를 다듬는 그 심경이 이해가 간다. 언젠가 산중에서 ‘이 땅을 잘 보살펴 주시오. 언젠가는 당신도 그리로 돌아 갈 테니까 (Take care of the land. Someday you will be part of it)’라고 쓰인 팻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잊혀지질 않는다. ☞GORP Adventure Travel & Outdoor Reacreation

그 많은 미국의 등산로들이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수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폭풍이 지난 다음 쓰러진 고목을 자른다든지 침수로 붕괴된 트레일을 보수한다든지 심지어 트레일 안내판까지도 모두 개인의 기부금(Donation)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본받을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원만한 등산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일부러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은 트레일을 무시하고 가깝다고 가로질러 트레일을 바꾼다면 길이 손상되어 붕괴될 염려가 있고 잔 나무 하나라도 예뻐서 집에 갖다 심겠다고 뽑아와 버린다면 올바른 태도가 아니리라. 산림 관계법의 원칙이 모두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감상만 하고 즐겨야지 솔방울 하나라도 수석 하나라도 집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위법이며 발각되면 벌금 감이다. 특히 아무 데서나 불을 피우는 것은 안 되는 것 중에 안 되는 것이다. ☞USDA Forest Service

반드시 피크닉 장소나 캠프장에서만 불을 피워야 되며 그나마 산불이 자주 나는 드라이 시즌에는 금할 때가 많다. 아무 데서나 텐트 치고 캠핑을 하는 것도 원칙으로는 위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단속을 많이 안하고 있다. 부득이 생리적으로 실례를 하더라도 반드시 물줄기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데 하고 흙으로 파묻도록 권장하고 있다. 물론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어떤 지역은 반드시 등산 퍼밋을 받아야 입산할 수 있는데 출발하기 전에 해당 레인저 스테이션에 문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차를 파킹하기 위해서는 ‘어드벤처 패스(Adventure Pass)’라고 부르는 파킹 퍼밋을 꼭 차에 부착해야 하는데 이 퍼밋은 레인저 스테이션은 물론이고 빅 5(Big 5)나 스포트 샬레(Sport Chalet)와 같은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살 수 있다.



● 산행 가이드 : 곰 이야기 ●
남가주 산간지역 하이킹 트레일에서 만날 수 있는 흑곰등산을 하다보면 종종 야생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등산을 하는 것이 또 등산객들의 심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안면부지의 등산객들이 등산 도중에 앉아서 쉴 때도 자기는 어디어디에서 무슨 짐승을 보았는데 어떻더라 하는 게 화제의 중심이 되게 마련이다. 나도 10여년 이상 취미 삼아 등산을 하면서 희귀한 일이 꼭 한번 있었다.

일년 중 가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독립기념일이었다. 공휴일인데 집안에 특별히 예정된 일도 없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다. 늘 갖고 다니던 등산용 지팡이도 없이 좋아하는 노래 테입에 워크맨 하나를 끼고 샌개브리엘 마운틴(San Gabriel Mountains) 북쪽에서 산 정상을 향해 걸었다. 우거진 수목에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기분이 여간 상쾌하지가 않다. 몇 백년이나 되었을까 수령을 알 수 없는 노송들이 빽빽이 우거져 있다.

노송들 사이로 이어져 나간 오솔길을 따라 귀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인적도 전혀 없는 심심 산중을 걷는 그 기분. 마음을 뿌듯하게 해준다.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이 꼬불꼬불 몇 번을 돌아야 내려온다. 중간쯤 왔을 때이다. 급커브를 돌았는데 아뿔싸 이게 무엇인가. 5미터 전방에 포악하기로 유명한 황색 곰이 내가 내려가는 길을 올라오다가 나와 맞부딪친 것이다. 나는 귀에 꽂힌 워크맨의 노래 소리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치자. 후각과 청각이 발달되었다는 야생 곰은 왜 나를 미리 못 알아보고 이 지경을 만들었을까. 곰도 서고 나도 섰다. 나는 온몸이 굳어져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보통 등산교육에서 곰을 만났을 때는 양손을 위로 치켜들어서 가능한 대로 키가 크게 보이게 하라고 한다. 그래야 곰이 자기보다 키가 크면 덤비지 않고 피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순간엔 털끝까지 곤두서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길다란 눈썹 속에서 빛나는 곰의 눈과 어쩌면 사투를 벌여야 된다는 각오로 눈싸움을 하는 그 몇 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정말 일각이 천추 같은 그런 순간이었다. 결국 곰이 옆으로 살짝 빠지면서 밑으로 내려간다. 돌아서는 곰의 엉덩이가 출렁한다, 마치 물을 잔뜩 채운 두 개의 축구공 같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냥 방심할 수는 없었다. 50여미터나 내려갔을까 멀어진 후에야 소리를 지르면서 돌멩이를 들어 곰한테 던졌다. 곰한테까지 미치지도 않았지만 내려가는 곰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래서 내 일생에 단 한번 있었던 곰과의 눈싸움은 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 미주 한국일보에 실린 강태화님의 산행 가이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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