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최근 데스밸리 여행기(..야생화가 만발 했어요 2 )

2005.04.01 17:04

Juni 조회 수:5842 추천:101


오늘 미주 한국일보 신문을 보니 LA 본사에 근무하시는 정숙희 기자의 데스밸리 가족 여행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허락을 얻어 게재합니다.(한편은 작년 크리스마스때의 글입니다 함께 올립니다)

최근의 야생화 화제는 이 곳 매스컴에서도 일생에 한번 있을 기회라며 야단들입니다. 저도 작년 11월에 가 본적이 있는데 사진으로 보니 배드 워터 지역이 호수가 되어 있더군요 참 상상이 안가는 장면입니다. 말 그대로 데스밸리, 즉 아무것도 살지 못할것 같은 죽음의 단어와 더불어 야생화의 절정이라니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비록 쉽게 가 볼수 없는 거리지만 한국에 계시는 홈 식구들과 함께 나누며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데스 밸리, 찬란한 봄>

아무 것도 없이 황량하기만 하던 ‘죽음의 계곡’ 데스 밸리가 지금 노란 꽃밭으로 뒤덮여있다. 수마일에 걸쳐 하얗게 말라있던 소금밭은 지금 방대한 호수가 되어 은빛 물결을 반짝이고 있다. 인적 드물고 고요하기만 하던 사막 곳곳이 지금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우리 부부는 당일치기로 데스 밸리(Death Valley)에 다녀왔다. 아들이 보이스카웃 캠핑을 떠났는지라 홀가분한 마음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하루에 다녀오려면 종일 달리기만 해야하는 강행군이라 조금 망설여졌으나 에이, 이런 기회 아니면 또 언제 그 장관을 구경하랴 싶어서 우리는 그야말로 무작정 떠났다.
사실 요 몇주동안 나의 마음은 데스 밸리에 가있었다. 올 겨울 기록적으로 많이 내린 비 때문에 야생화가 만발했으며,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로 데스 밸리는 더이상 ‘죽음의 계곡’이 아니라 ‘생명이 가득 찬 계곡’이 되었다는 소식은 나를 싱숭생숭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북미주에서 가장 더운 곳, 가장 건조한 곳, 해발이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한 데스 밸리는 일년 강우량이 평균 2인치 이하인데 올 겨울에만 6.19인치가 내렸으며 이러한 기상이변은 1911년이래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다섯 시간을 달려 데스 밸리로 향하는 동안 벌써 사막벌판에서부터 푸른색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띄었다. 야생 잡초들마저 물을 흠뻑 마시더니 신록의 새잎으로 단장한 모양이었다.
그 싱그러움은 데스 밸리로 들어서 드넓은 광야에 끝없이 피어있는 샛노란 꽃들을 만나면서 경이로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각지각색의 야생화 50여종이 만개했다고 하는데 가장 많이 피어난 노란색 ‘데저트 골드’(desert gold) 꽃이 수십 마일에 걸쳐 황금빛 향연을 이루고 있었다.


100년만에 한번이나 볼 수 있는 장관이라더니 우리는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탄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여기저기 카메라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고 과거 한산했던 길들은 몰려드는 차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해발 최저지점인 배드 워터(Bad Water)를 기준으로 수마일이나 뻗어있는 소금밭이 물로 가득 차 완전히 호수가 되어버린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소금물 속에 들어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카약을 가져온 사람이 뱃놀이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사람이 노를 젓는 배 위에 개 한 마리가 서서 유유자적하게 소금호수의 미풍을 즐기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특별히 감동하였던 이유는 불과 석달전인 작년 크리스마스때 데스 밸리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 때의 풍경과 너무 달라서, 우리는 마치 다른 곳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장관은 이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 한다. 기온이 올라가는 즉시 데스 밸리는 옛 풍경으로 되돌아간다니 사막의 신비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서둘러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
한편 그러한 흥분과 감동 가운데 심히 낭패스러운 순간도 있었으니, ‘데스 밸리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지 못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던 일이다. 데스 밸리는 원래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 아니라서 작은 빌리지 안에 식당이 두세군데 밖에 없는데 갑자기 밀려드는 인파를 다 수용하지 못해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오후 2시가 넘으니 ‘포티 나이너스 카페’라는 식당 한군데만 문을 열고 있었는데 줄서서 번호표를 타니 한시간 반을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식당 주변에는 우리 같은 사람 수십명이 배고픔을 달래며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여행갈 때는 지나칠 정도로 먹을 것을 챙겨가던 우리가 하필 이날만은 홀가분하게 떠나자며 아무 준비 없이 떠난 것이 후회막급이었고, 이런 사태를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으나 때는 이미 늦으리, 쫄쫄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오후 4시가 되서야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 8시30분 출발해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총 운전거리는 607마일, 운전시간으로 따지면 12시간이 넘었고 나와 남편이 똑같이 6시간씩 운전하였다. 결코 쉬운 여행은 아니어서, 다음날 하루 종일 비실대며 병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았지만, 그러나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봄나들이였다.
  
"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 미주 한국일보"



"<썰렁한 여행>"

크리스마스와 겹친 주말 이틀 동안 우리 가족은 데스 밸리(Death Valley)로 여행을 다녀왔다.
데스 밸리는 몇년전 라스베가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려본 적이 있는데 그 황량한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었다.
이번에도 과연 데스 밸리는 나를 충분히 매혹시켰다. 일단 거기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여행할 때 사람이 없으면 무조건 감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곳이 그러했다. 넓디넓은 데스 밸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어쩌다 차를 만나면 반가울 정도로 한산했으니, 그저 그 광활한 자연이 다 내 것인 것만 같아 가슴을 활짝 열고 보고, 느끼고,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드넓은 소금바다의 경이로움, 수백가지 색깔을 가진 돌산들의 신비,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사막의 정적, 거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도도하게 누워있는 󰡐죽음의 계곡󰡑은 고요하고 비장했다.


특히 해질 무렵 목격한 황혼의 아름다움과 시시각각 변하는 색깔의 조화는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벅찬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 돌산들 사이에서 불쑥 올라온 달, 그 달을 본 순간 우리는 다같이 󰡐으악󰡑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달은 내가 이 세상에서 본 달 중 가장 맑고, 밝고, 눈부신 달이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완전한 보름달이었다. 처음 본 순간 너무 밝고 동그란 데 놀라서 󰡐사막에서는 밤에 태양이 뜨나󰡑하고 착각했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니.
그러니까 달은 원래 저런 것인데 우리는 도시에서 그런 달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그런 달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불쌍하게 여겨진 나는 그러므로 이제부터 사막에서 보름달 뜨는 광경을 보지 못한 사람하고는 자연과 인생을 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좋은 여행이었으나 좀 썰렁했던 면도 있었다. 여행중 아들이 󰡒썰렁해 가 무슨 뜻이야?󰡓하고 물은 것이 발단이었다.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긴 했는데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썰렁하다󰡑는 원래 춥다는 뜻인데 요즘 아이들은 "분위기 깬다"는 뜻의 속어로 사용하고 있으니 아들은 분명 속어의 뜻을 묻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대충 󰡒누군가 분위기에 안 맞는 농담이나 코멘트를 해서 사람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 때󰡓라고 설명해주었는데, 얼마 후 남편이 그 좋은 예로 사용될 발언을 하였다.
데스밸리 가는 길은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15번을 타고 가다가 127번으로 북상하여 2시간 이상 들어가야 한다. 떠나는 날 15번 하이웨이는 아침부터 차들이 많아서 아주 복잡하였다. 당연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라스베가스로 달려가는 차량물결이었다. 그런데 127번으로 갈아타자마자 도로가 텅 비더니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두시간 동안 우리는 거의 다른 차를 만나지 못하였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사람들은 성탄절에 화려함과 북적댐을 찾아 라스베가스로 달려가지만 우리는 사람도 없고 황량하기 짝이 없는 사막을 찾아가는구나. 마치 사람으로 북적이던 예루살렘을 놔두고 아기 예수가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태어나셨듯이 말이야"
너무 황당한 발언에 폭소를 터뜨린 나는 잽싸게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들었니? 저런게 바로 썰렁한 말이란다"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잘 이해하였는지 알 수 없었는데, 다음날 아들이 자신의 선명한 이해력을 보여주었다.
데스 밸리 안에는 샌드 듄(Sand Dune)이라는 모래사막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소재이고 영화 󰡐스타워즈󰡑도 여기서 촬영했다고 한다. 샌드 듄에 잠시 내린 우리는 모래라도 만져보자고 한참 걸어갔으나 얼마 못 가서 돌아왔다. 다음은 그 때 나눈 대화.
숙희: 이런 데는 우리 신발 신고 못 가.
남편: 그럼 남의 신발 신고 갈까?  
아들: 에이, 아빠 썰렁해.
남편: 뭐라구? 설렁탕?
아들: 푸하하하! 아빠 진짜 썰렁하다!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얻은 수확은 󰡐썰렁하다󰡑는 한국 속어의 뜻을 확실하게 이해한 것.
그런데 정말 다들 썰렁하다는 올 연말, 모두들 마음만은 썰렁하지 않은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해피 뉴이어!


"한국일보 LA 본사''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에서(used by per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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