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을 떠나 달린지 두어시간 지났을까요, 황량하지만 장관이 펼쳐진 직진 도로를 한참을 달려 저 멀리 거대한 굴뚝 세 개가 보입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나바호 화력발전소라고 하네요. 주차장까진 갔으나 별다른 것이 있을 것 같진 않아 차를 돌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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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옵션을 두고 고민한 끝에 시기 상 태양 광선을 볼 수 없기에 조금 더 액티비티한 로어 앤텔롭을 선택해 예약을 했었습니다. 

Ken's Tour에 오후 12:30 앤텔롭 캐년 투어를 예약해 두었기에 11시 30분쯤 여유 있게 도착을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타 업체 대비 Ken's Tour의 장점은 앤텔롭 캐년까지의 거리가 약간 더 가깝다는 글을 봤었는데,

실제로 두 투어 업체를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정말로 Ken's Tour가 약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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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점심 요기를 하기 위해 차량에 포함된 부엌을 가동하여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듭니다.

살사소스와 과카몰을 섞어 치즈와 야채를 넣은 치아바타 샌드위치입니다. 조리를 마치니 투어를 온 다른 외국인 부부가 차량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이번 여행을 다니며 차량에 대한 질문을 참 여러번 받았습니다. 열심히 설명해줄때마다 여자친구는 차량 홍보대사냐고 웃더군요. 

만든 샌드위치는 야외 좌석에 앉아 콜라와 함께 먹으니 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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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라고 하네요)


체크인 시 배정받았던 조 와는 다르게 중국 단체 관광객이 있어 살짝 밀려난 순번으로 입장합니다.

가이드로 붙은 분은 풍채가 있고 차분한 말투로 무게감 있게 투어를 진행해 주었습니다. 

다만 "서둘러야 한다, 이제 캐년의 시작이다" 라는 말은 그냥 상투적으로 뱉는 듯 하더군요.

그렇게 채근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긴 했습니다만,

캐년의 10%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고 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출구에 다다랐습니다. (?)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들과는 당연하게도 차이가 있었습니다만, 눈으로 보는 앤텔롭 캐년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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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바람이 휘몰아 치듯한 형상으로 이루어진 협곡 내부를 걷다보니 서늘한 것이 참 좋더군요.

작은 팁이 있다면 일행 중에서는 최선두에 위치하는 것이 그나마 사진 찍을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가질 수 있습니다.

뒷쪽으로 밀려나면 우리 팀 가이드에겐 서둘러 오라고, 뒷 팀 가이드에겐 빨리가라고 샌드위치로 껴서 혼나게 되거든요.

같이 그룹핑이 되는 일행들도 중요한데, 앞에 있던 한 명은 사진 촬영 없이 묵묵히 걷기만 해서 그 뒤에 있던 저희는 꽤 여유가 있었으나,

일행이었던 4명의 중국팀은 계속해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구간마다 정체를 하여 뒤에 있던 분들은 따라가기 급급하게 되더라구요.

중간에 한번쯤 중국팀 뒤로 뒤쳐졌었는데,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그 일행을 다시 앞선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사진기며 스마트폰 기종별로 세팅법을 입장 전에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알려준 세팅대로 사진을 찍으니 기본 카메라 세팅으로 찍을 때와는 느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사진빨로만 유명세를 탄 곳은 아닙니다. 요즘엔 숙박업소나 식당 등 관광지가 사진빨 없는 곳이 있기는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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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땅바닥의 크랙으로 개미가 나오듯 뿅 하고 나오면 투어가 마무리 됩니다.

정신 없이 지나간 한시간이었구요, 다들 눈으로 하는 구경보다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이어 근방에 위치한 호스슈 밴드로 향합니다. 페이지는 넓고 넓은 미국 땅에서 모든 관광지가 다 근방에 위치하여 부담 없고 좋더군요.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꼭 1인당 물 한 병을 챙기라는 푯말이 곳곳에 보입니다. 그정도인가 싶어하며 올라갔는데요,

멀지 않은 곳에 정자가 보이길래 고작 저 거리를 가는 것에 호들갑인가 했는데, 그곳이 시작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갈 때야 슬슬 내리막 길을 갔지만, 돌아올 때는 내리쬐는 햇볕에 오르막을 한참 오르려니 고역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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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캠핑을 다니는 내내 뷰포인트마다 미국이 치사하고 못됐다고 하더군요. 이 거대하고 멋진 것들을 혼자 다 가지고 있다면서요.

호스슈 밴드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영월이나 하회마을에도 비슷한게 있지 않냐며 올라갔다가 큰 코 다치고 말았지요.

그랜드캐년부터 시작하여 상상 이상의 스케일에 깜짝 깜짝 놀란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다들 위태위태한 스팟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에, 안전에 유의하며 사진을 몇 장 건집니다. 

다니면서 느낀 것이 11월에도 이렇게 더우면 여름에 오시는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니시는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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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보고 Glen Canyon 에 있는 구름다리와 댐을 보러 이동합니다. 역시 멀지 않아서 금방 이동했구요,

후버댐을 보진 못했지만, 상당한 규모의 댐에 또 한번 놀라고, 다리 건설 현장 사진들을 직접 보고도 저런 협곡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지은건지 어리둥절...


파웰호를 끼고 있는 캠핑장이 멋지다고 말씀하셔서 이 날은 서둘러 캠핑장에 들어가 운치를 즐길 예정이었는데요, 어찌저찌 하다보니 또 해질녘이 되었습니다.

파웰호를 우측에 둔 절경을 보며 달리다보니 국립공원 패스를 검사하는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캠핑장 예약을 해두었다고 하니 좋은 계획을 세운 듯 하다며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덕담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캠핑장 내 General Store가 오후 6시 까지만 운영을 하는 것을 모르고 

이 날 쓸 장작을 미리 사지 않아 페이지 시내로 다시 나갔다 와야 했었습니다. 진즉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요...


전 날 Mather 캠핑장에서는 샤워를 하지 못해 여자친구는 Store 옆에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그 사이 저는 시내로 나가 장작을 사오기로 합니다.

막연히 출발을 했는데, Glen Canyon 다리를 건너 조금 나가니 주유소에 딸린 가게 앞에 장작을 팔기에 생각보다 금방 장작을 구매해 캠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여자친구는 딱 맞게 씻고 나와서 차에 들어오고 교대로 제가 씻으러 들어가구요. 결국엔 또 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캠핑장에 도착을 합니다.


Mather 캠핑장과는 다르게 사이트가 무척 넓고 큰 나무가 없어 트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이트는 랜덤 배정이었으나, 화장실과 멀진 않지만 적당히 거리가 있어 인적을 느끼거나 별을 보는데에 방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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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이 날은 꽤나 신속하게 사이트 구축이 이루어집니다. 전 날 저녁 설거지를 하지 않은 채로 왔기에

여자친구는 설거지를 하러 가고, 저는 침구를 마련해놓고 나머지 짐은 차량 루프에 있는 텐트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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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캠프파이어 불을 지피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지요. 이 날 메뉴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고기 스튜였습니다.

전 날 스테이크 구울 때 가니쉬로 올렸던 야채들을 한번에 소모할 수 있게끔 연계가 되어 꽤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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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식사 준비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져 저의 또다른 캠핑 로망이었던 스모어도 해볼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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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스모어와 함께 커피와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며 칼 세이건 원작의 'Contact'를 관람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앉아서 보니 집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 날은 유독 별이 더 잘보여서 이 사이트에서 알고 간 'Star Walk' 어플로 한참 별자리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차 내부에 누워 와이파이까지 연결이 되는 최상의 캠핑장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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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는데 무언가가 부스럭거려 보니 개도 고양이도 아닌것이 한참을 보니 야생 여우더군요.

어이없게도 스모어를 해먹던 마쉬멜로우 봉투 전체를 물어갔습니다. 그것을 먹긴 하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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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보다 훨씬 편안하게 잠을 자구요,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동이 틀 무렵 파웰호로 걸어가 산책을 합니다.

날은 꽤 추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호수가 아닌 바다에 온 듯한 착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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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가량 산책을 하다가 돌아와 아침을 준비합니다. 메뉴는 전 날 저녁으로 먹었던 스튜와 바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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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딸린 냉장고 입니다)


설거지는 저녁으로 또 미루고 서둘러 브라이스캐년을 향해 출발하며~~ 다음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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