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05년 5월 20일(금)-여행 3일째

오늘의 주요 코스: 캘리포니아 북쪽의 101번 해안도로(유레카, 멘도치노) 및 샌프란시스코의 티뷰론(산호세의 OOO댁에서 숙박)

어제 다혜 엄마에게 오늘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그런지 아침에 조금 일찍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다혜도 매일 8시가 넘어 일어나던 녀석이 7시 15분쯤에 깼으니..  오늘 출발 예정시각은 8시 30분!  다혜도 일찍 깨서 가능할 것 같던 그 시각이 설거지 하고 짐싸고 그러니 또 늦어진다.  엄마아빠가 정리하는 동안 다혜가 방해하지 않도록 어제 빌려왔던 비디오 플레이어로 ‘고고 기글스’도 조금 틀어주고, TV채널에서 아침에 슈렉을 해주길래 그것도 보여줬는데 여전히 다혜의 관심은 온통 장난치는 거다.  아침에 다혜만 협조하면 10여분은 더 빨라질 수 있는데..

차에 짐을 싣는데 비가 장난 아니게 온다.  그 상황에서는 오늘 하루 구경은 볼짱 다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저 샌프란시스코까지 비오는 길을 구경도 못하고 운전하며 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오늘 코스는 정말로 날씨가 받쳐줘야 하는 것인데.. 101번 해안도로를 달리며 멋진 해안을 구경해야 하는데 비가 오면 어쩐다?  그래도 어제와 그제 동안 하루에도 12번도 더 변하는 날씨를 경험한 탓에 나름대로 느긋한 맘이 든다.  어제 그제처럼 차타고 달릴때는 비오다가도 우리가 구경해야 하는 곳에 내리면 비가 그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며..

샌프란시스코의 서부 해안 중 가장 위에 있는 크레센트 시티에서 출발해서 유레카 쪽으로 내려가는데, 비가 정말 퍼붓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조금 있으니까 그저 먹구름만 끼고 비가 조금 그치는 듯하고..  유레카까지 가는 도중에 어디인지도 모르는 멋진 해안에서 잠시 내려 무시무시하게 파도치는 것을 배경으로 다혜와 사진 찍었다.  멋진 날씨였다면 정말로 끝내줬을 곳이었지만, 어떻게 모든 사진을 그런 장면만으로 채울 수 있나?  사람이 살다보면 기쁠때도 있고 슬플때도 있는 것처럼 그런 흐린 날씨의 거친 파도와 함께하는 사진도 나름대로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다혜엄마에게 찍자고 해서 억지로 찍었다.

유레카에서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Target’에 들렀다. 우리는 화장실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 중 늘 대형 마트를 이용하는데, 그러면 다혜는 늘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고, 화장실 때문에 우리가 거기 들렸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엄마~ 지금 이마트에서 뭘 살꺼야?”라고 묻는다.  왜냐면 그렇게 말문을 터서 결국 마트에서 과자나 사탕 하나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조르려고..  이미 다혜의 속셈을 다 파악하고 있는 엄마 아빠는 이 때 “우리는 지금 필요한게 없고, 여기서 화장실에만 갔다가 바로 차타고 갈꺼야”라고 더 이상 진도가 못나가게 방어막을 치고.

여행을 처음에 시애틀에서 계획했을 때는 오늘 여정이 유레카에서 I-5로 들어가서 고속도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는 코스를 잡았었는데, 어젯밤에 오늘 코스 확인을 하면서 여행 홈페이지에서 프린트 해 뒀던 자료에서 ‘멘도치노(Mendocino)’가 영화에도 나온 절경이 곳곳에 펼쳐진다는 정보를 보고 코스를 바꿔서 해안도로인 1번도로를 타고 멘도치노를 지나 내려가다가 128번 도로를 타고 101번 도로쪽으로 나가서 샌프란시스코로 접어들기로 수정했기에 이 코스로 접어들었다.  

101번 도로의 Leggett에서 1번 도로로 접어드는 도로가 생각보다 난코스였다.  시속 15-25마일밖에 낼 수 없는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이 곳곳에 펼쳐졌다. 이 코스를 막 접어들 때 다혜가 잠이 들었는데 계속 구불구불한 길을 가니까 카시트에 앉아서 자는 다혜의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 때 정말로 거울로 잠자는 딸의 머리가 이리저리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이게 아버지의 마음이다.  이 길을 30여 마일을 달리니 해안도로가 나왔다.  와~ 정말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오전에 그렇게 흐렸던 날씨도 좁은 산길을 뚫고 나오는 1시간 만에 완전히 해가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이 좁은 산길을 뚫고 오는 가운데 이상한 경험을 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속력내서 달리다보면 앞에 가고 있는 차량을 따라가게 된다(왕복2차선인 좁은 도로에서).  그러면 거의 모든 차량이 뒤에 다른 차가 달려와서 붙으면 조금 달리다가 갓길로 멈춘다.  뒷차 보고 네가 급한 것 같으니까 추월해서 가라고 말이다.  이 경우는 나중에 128번 도로를 타고 또 산길을 넘어올 때에도 동일하게 여러 번 경험했다.  이걸 통해서 여기 사람들이 철저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시애틀 인근에서는 내가 다녔던 길 중에서 이런 코스가 별로 없어서 경험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 여행 중에 이 땅의 사람들이 사는 또 한가지 방식을 경험한 귀한 시간이었다.  그저 대여섯번 정도였다면 어쩌다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십여번이나.. 그것도 큰 트레일러 트럭부터 승용차, 픽업트럭 등 모든 차종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닥치면 예외없이 모두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추월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뒤에 바짝 따라붙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나는 그저 편하게 앞차를 따라가며 여유있게 운전하고 싶었는데도 무조건 피해주니 어쩔수가 없지!).

크레센트 시티부터 유레카까지도 해안선을 끼고 달렸었는데, 그 길보다 레제트(Leggett)에서 멘도치노까지 이어지는 1번 도로의 경치가 단연 압권이었다.  만일 어제 그 코스로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으면 멘도치노 근처의 그 멋진 절경을 구경하지 못했을 테니..

하나 아쉬웠던 것은 유레카 이후에 멘도치노까지 거의 3시간 정도 와야 하는데, 그 동안 공짜로 화장실 갈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는 거다.  결국 Van Damme St. Park 바로 앞에 있는 어떤 비치에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했고, 그 비치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파도에 떠밀려 온 커다란 통나무 위에 온 가족이 올라앉아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비록 식은 밥에 김치와 김 등으로 해결하는 식사지만, 입에 맞지 않는 미국 식당에 들어가서 비싸게 사먹는 식사보다 과장 조금 보태서 100배는 맛있었다.

점심식사 후에 128번 도로를 타고 다시 101번 도로로 나오는데, 다혜 엄마가 지도를 보더니 이 길도 산길이라서 만만치 않을 거란다.  3일 동안 워싱턴주와 오레곤주,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의 가장 북쪽의 셀폰도 터지지 않는 멋진 시닉도로로 표시된 산악코스를 계속 다녔기에 웬만한 산길의 절경은 다 경험했었는데, 이 길은 색다른 경치를 보여준다.  이 길을 가면서 우리가 벌써 미국땅을 많이 내려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삼림이 전나무나 세다 나무들로 이루어진 추운 지역의 삼림이 아니었기에.
이 길은 생각보다 많이 길었다.  거의 50여 마일 이상이 된 것 같다.  오늘도 자꾸 시간이 늦춰진다.  처음에 예상대로라면 저녁 6시-7시 사이에 샌프란시스코 동쪽의 오클랜드에 가서 오늘 숙박할 OOO님을 만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산타로사를 지나는데 시간이 벌써 5시 40분쯤이 되어 가니..  결국 OOO님께 전화드려서 그 시각까지는 힘들꺼라서 다르게 만나기로 했다.

9시에나 시간이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조금 후에 금문교 20마일쯤 북쪽에서 101도로를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에서 개스를 넣었고, 저녁을 먹고 가야 했기에 아예 바로 옆에 있던 시즐러(Sizzler)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시즐러가 싸지는 않은 패밀리 식당인데, 여기서는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10정도에 해결할 수 있기에 저렴한 축에 속하는 곳이라서 여행 시작 후 처음으로 식당에 들어갔다.  3일 동안 식사도 부실했기에 체력보강을 위해 영양보충도 할 겸해서.  다혜 엄마도 잘 먹는다. 그리고 다혜도 무척 좋아하고.

식당에서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식사하고 그 분위기를 즐기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7시 40분쯤에 출발해서, 금문교 들어가기 전에 꼭 보고 싶었던 티뷰론에 잠깐 들렀다.  시간이 늦었지만 ‘찍고 턴’이라도 할 요량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관광 중 왜 꼭 들려보라고 추천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동네는 정말로 부자들만 사는 동네 같았고 집들도 벽돌로 깔끔하게 지어졌고, 인근의 동네들이 정말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Tiburon
[티뷰론에서]

사진 몇 장 찍고나서 한숨을 돌리지도 못하고 9시 정도까지 오클랜드까지는 내려가야 하기에 급하게 핸들을 금문교로 틀었다.  이 때가 8시 20분.  시간이 부족하다. 해도 뉘엇뉘엇 지고 있어서 정경이 푸근했다.  금문교는 북쪽에서 다운타운쪽인 남쪽으로 진입할 때 $5를 내야 한다.  막상 차로 다리를 넘어가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리라는 느낌 때문에 멋진 느낌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한국의 서해대교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건너서 $5를 지불하는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였을까?  어쨋거나 어둑해지고 시간도 없고 해서 금문교를 느낄 여유도 없었고,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101번을 타고 가는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머릿 속에서 시애틀 다운타운과 비교해 봤는데, 시애틀은 촌동네라는 생각이 들만큼 대부분의 건물들을 세련되게 디자인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내일 다시 관광하기로 하고 80번 고속도로의 기나긴 다리를 건너서 880번 고속도로를 타고 오클랜드에서 OOO을 만나서 산호세까지 내려와 10시 정도에 OOO댁에 들어왔다.
지금 OOO님도 이 곳에 오신지 3개월 밖에 안되고, 가족들은 동부에 남겨두고 계셔서 그간 참 적적해하셨는데, 우리를 만나서 함께 지낼 수 있다고 참 반가워하셨다.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가 마감됐다.  오늘 험한 산길을 오래 운전하는 가운데서도 안전하게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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