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 코스: 요세미티 공원, LA에서 후배들과 저녁식사(OOO 누님 댁에서 숙박)

다혜가 새벽에 기침을 너무 심하게 했다.  다혜 엄마는 심하게 기침해서 많이 힘들어하는 다혜를 챙기느라 밤을 꼬박 샜다.
새벽에 다혜의 기침소리가 꼭 할머니들이 가래가 끓어서 뱃속에서부터 하는 기침 같은 것을 해서 걱정이 많았다. 어제도 아빠랑 엄마랑 다혜가 빨리 낫기를 위해 기도해 줬었는데 기도빨이 약한건지 딸이 기침하며 힘들어 하는 걸 보니 안타까워서 어쩔줄 모르겠다.  커리 빌리지에서 잘 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의 통나무 집인데 밤에 잘 때 난방기구를 틀어보니 난방이 안된다.  완전 고장난 고물이다. 새벽녘에는 어른도 추울만큼 쌀쌀한데, 다혜는 그 기침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추운데도 이불은 절대 안덮겠다고 엄마랑 잠결에도 칭얼대며 앙탈부린다.  이불이라도 제대로 덮으면 좋으련만.. 기껏 덮는 이불이라고는 서울에서 오기 전에 외할머니께서 다혜 이불이라고 얇게 만들어주신 여름이불만 그럭저럭 덮기를 허락하고.. 몇 분 뒤면 그마저도 차버리고!

난 6시 반에 깼는데, 밤을 샌 다혜 엄마는 그제서야 눈도 못뜰 지경으로 잠이 쏟아진다고 하고 다혜도 밤새 칭얼대고 보채다가 새벽녘부터 깊은 잠이 든 모양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8시 넘어서야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밥은 어젯저녁 때 라면 끓여먹고 남은 국물에다가 햇반 두개를 넣고 끓여서 같이 나눠먹었다.  다혜는 라면과 짜파게티와 관련된 것이면 너무 좋아한다.  아침에도 라면국물에 밥 말아 끓인 것을 라면인양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아침먹고 또 약 먹이는데 다혜가 약먹는 것은 좋아해서 3일째 해열제와 기침감기약(둘 다 어린이용 물약)을 먹이는데 어려움은 없다.

밥먹고 짐 챙기며 이런 생각을 했다.  커리빌리지.. 산속에서 자는 운치는 조금 있는데, 그 돈 주고 이렇게 불편하고 추운 곳에서 다시는 잘 맘이 안생긴다.  공원 안에 있는 숙소라고 비싸기는 굉장히 비싼데 불편하고(우리 숙소는 화장실과 욕실이 방에 없고 공동으로 쓰는 것이었음-여기서는 조금 싼 숙소인데도 다른 공원 바깥에 있는 괜찮은 시설들에 비해서 비쌌음), 주차장과 숙소가 너무 멀어서 짐을 옮기는데도 많이 힘들었다.  만약 다음에 또 오면 서쪽 공원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그 숙소에 머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결정적으로 그 곳 이름이 뭐였더라?  나중에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알 수 있을꺼다.

이미 타이오가 패스가 아직도 눈길이어서 통제됐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 코스를 포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곳을 넘으며 절경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짐을 싣고 요세미티를 출발하는 내게 꼭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거기를 꼭 봐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

남쪽 입구를 향해 나가다가 요세미티 빌리지 입구에 있는 요세미티 폭포의 장관에 다시 내려서 사진 한 장 찍고 턴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니 그 유명한 터널 뷰가 기다리고 있다.  일단 이런 공원들에서는 길 가다가 갑자기 차들이 많이 서 있으면 무조건 멈춰서서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곳은 꼭 볼만한 포인트들이기 때문에.

역시 터널뷰는 저 멀리 눈이 쌓인(빙하인지 분간이 안되는) 봉우리와 그 앞으로 양쪽으로 깊게 파인 계곡, 그리고 오른 쪽으로는 요세미티 폭포만큼이나 물이 많이 떨어지는 폭포가 어우리지는 멋진 View 포인트였다.  근데 다혜는 벌써 힘이 없는지 요세미티 폭포에서는 내렸었는데, 여기서는 내리기도 싫단다.  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기 몸에 손도 못대게 한다.   딸은 아파서 차에서 내리기도 싫어하는데, 아직도 철없는 엄마아빠는 그 멋진 전경에 연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좋아했다.   그리고 사진찍고 터널로 들어가서 남쪽으로 나오며 서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디지털 카메라가 싼거라서 줌도 거의 안되고 그러니 이런 멋진 자연경관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만약 앞에 렌즈가 따로 달린 종류의 카메라였으면 지금 여행하는 코스에서 정말 멋지게 사진들을 담을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에 또 여행을 한다면 그런 카메라를 빌릴 수 있으면 빌려서라도 가져오자고 얘기 했다.   눈으로 보면 너무 멋진 장관인데 카메라의 성능이 너무 못따라주니 사진이 영 아니게 나오는 곳들이 너무 많아서..

산을 꼬불꼬불 내려오다가 엄청나게 큰 퀘이커 거목들이 있어서 요세미티의 또 다른 명소인 ‘마리포사 그로브’라는 곳은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기에 거기는 그냥 포기했다.  다혜의 지금의 상태는 일찍 LA에 들어가서 오늘 진료가 마쳐지기 전에 진료받고 주사라도 한 방 맞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중요한 포인트를 뻔히 앞에 두고도 지나쳐 가야 하는 그 아쉬움… 그치만 그 것 보는 것보다 딸이 더 소중하기에 후회없이 지나쳤다!

어제 저녁때 오늘 일정을 수정한 것 가운데 99번 도로를 내려가다 킹스캐년에 들리는 것으로 했는데, 결국 그것도 포기해야 했다.  거기 들리면 병원 진료시간 안에 LA에 들어갈 수 없기에 말이다.  프레스노까지 와서 겨우 핸드폰이 통화지역으로 되어 사용할 수 있어서 LA에 있는 OOO 누님께 전화했다.  그리고는 다혜 기침감기 때문에 진료 좀 받도록 예약해 달라고 하니 거기 OOO님네 요즘 기침감기 특효약이 있어서 병원 갈 필요가 없단다.  그 얘기 듣고 내려가다가 다혜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다혜 병원 안가도 될 것 같은데, 그 약 먹으면 되니까, 그냥 계획대로 킹스캐년 들렸다 갈까?”라고. 정말 철없는 아빠의 모습이 이런게 아닐까?  다혜 엄마가 뭐라 말을 못하겠단다.  그래서 그냥 생각을 얘기해 보라니까, 아내로서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이렇게 가보고 싶어하는데 꼭 들리고도 싶고, 엄마의 입장으로서는 딸이 아프니까 그래도 빨리 가서 약먹이고 그러고 싶다고.  그 말에 바로 꼬리 내리고 아내가 엄마로서 딸에게 후회되고 미안해 하지 않도록 그냥 LA로 향했다.  

조금 후에 Exit으로 나가서 K마트에 화장실 가려고 들렀는데, 피자코너도 있어서 군침이 돌길래 두쪽을 시켜서 다혜랑 나랑 다혜 엄마랑 나눠 먹었다.  미국피자는 많이 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곳의 것은 그리 짜지도 않았고, 다혜도 잘 먹었다.  다혜는 마트 입구에 있어서 들어올 때 본 놀이코너에 가고 싶어서 자꾸 보챈다.  결국 피자먹고나서 다혜 엄마가 다혜 데리고 거기 갔고, 나는 몇 가지 살 것들을 픽업해서 다시 출발했다.  거기 마트가 지금 많은 품목들이 특별세일 행사를 하고 있어서 다혜엄마가 이민가방 속에서 반바지를 꺼내지 못해서 가지고 있지 않기에 만원 남짓한 가격으로 싸게 하나 샀다.

99번 도로를 계속 내려가는데 주변으로 얕으막한 구릉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근데 사람들은 이런 땅들을 놀리고 있어서 그냥 풀들만 자란다.  만일 한국에 이런 땅들이 있다면..

조금 더 지나니까 이제는 오렌지 농장과 포도 농장들이 정말로 끝도없이 펼쳐진다.  그걸 보며 드는 생각은 저렇게 큰 농장에서 오렌지와 포도를 수확할 때 사람이 필요할텐데, 어떻게 저 큰 농장들에 있는 과실들을 다 따나.  다혜 엄마는 그걸 보면서 자기를 시켜주면 잘 할 꺼란다.  키도 작아서 미국사람들보다 과일따기 딱 좋을 거라고.  벌써부터 우리가 여기서 생활할 비용을 많이 걱정하나보다.  한푼이라도 벌 수 있으면 벌고, 덜 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99번 도로에서는 모든 차들이 정말 빨리 달린다.  내가 시속 75마일(120km) 정도로 달리는데도 내 차는 저속차량이다.  트럭들 빼놓고는 모두 내 차를 추월해 간다.  

몇 시간을 달려서 I-5 고속도로로 접어든 후에 화장실도 갈 겸해서 Rest Area에 들어가 화장실 들렀다가 벤치에 잠시 누웠는데 잠이 몰려온다. 그래서 다혜 엄마와 다혜가 김을 싸서 밥을 조금 먹는 사이에 20분 정도 벤치에 누워 잤다.  다혜가 다 먹고와서 아빠를 깨웠는데 그 때까지 잠시 잔게 그렇게 꿀맛일 줄이다.   다시 출발했다.  LA까지 거리 이정표가 처음에는 250마일도 더 됐었는데, 이제는 세자리에서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50마일대 40마일대.. Hollywood 지역을 지나면서 후배 OO이에게 전화했다. 바로 다른 후배인 **와 연락됐는지, **가 전화했다. **가 가르쳐 준 길로 해서 코리아타운 지나서 갤러리아 백화점5층의 Food코트에 가서 **네 부부와 OO를 만났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한 음식을 시켜 먹는데 나는 갑자기 감자탕이 땡겨서 그걸로 먹었다.  살이 엄청많고 국물도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맛있는 한국음식.. 역시 나이 들면서 한국 사람은 한국음식으로 배를 채워야 만족감이 더 큰가 보다.   OO의 아내(OO의 아내도 역시 후배)는 지금 플로리다에 어떤 교육을 받으러 가서 만날 수 없었다.  옛날 학교다닐 때는 곱고 예뻤는데 애 셋을 키우느라 이제는 조금 아줌마티가 나지 않을까?   식사후에 OO가 사준 커피 마시며 얘기 몇마디 한 것 같은데 어쨌든 동아리 후배들과 만나니 두시간 반의 시간이 금방 흐른 것 같다.  OO에게서 여기서 아기 낳을 때 정부 지원받아 키우는 것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다혜 엄마가 둘째를 갖고 싶어 하기에 곧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저쪽으로 옮겨 가서 안정된 후에 아이 가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해본다.

저녁 9시까지는 *** 사무실에 가서 OOO 누님을 뵙기로 해서 8시 반에 헤어졌다. 오늘 저녁때 이사회가 있다고 하더니, 무슨 회의가 그렇게 긴지 거의 10시가 돼서 끝났다.  회의가 길어진 덕분에 거기 사무실에서 낼 모레 갈 샌디에고의 씨월드 티켓을 인터넷을 통해 AAA보험 회원카드로 10% 할인해서 끊을 수 있었다.  덕분에 어른티켓 두장에 $10정도 할인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주차비 $10도 안낼 수 있다고 하니 도합 $20을 번 거다.

회의 마친 후에 나오시는 OOO님께 인사 드리고, 그 집에 따라가서 다혜 기침에 좋은 항생제를 받아서 OOO 누님 댁에 왔다.  원베드룸 집이었는데 혼자 살기는 좋은 집이었다. 이제 이 집에서 4일을 묵는다.  다행인 것은 이 집은 무선인터넷이 된다.  

기침감기 항생제를 가져 오는 도중에 다혜는 피곤한지 차에서 잠이 들었다.  방으로 옮겼다가 약을 먹이려는데 다혜는 곤하게 자는데 잠을 깨웠다고 약은 다 뱉어 버리고 30분은 서럽게 울었다.  이 녀석 성질이 대단하고, 예민한 것이 또한 대단해서 어떤 때는 정말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렇게 해서 하루를 잘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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