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에 미국 중부에서 서부로 16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일정(http://usacartrip.com/xe/usa_board/1783399)에서 조금씩 변동이 있었지만, 조언해주신 분들 덕분에 큰 탈 없이 잘 여행하고 돌아왔구요. 

제가 겪은 일들이 혹여 도움이 될까 올려봅니다.



1. 12월말 날씨도 복불복


그랜드캐년 안에 있는 롯지에 거의 해질 무렵 도착했는데,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친 듯이 눈이 와서 거의 화이트 아웃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물으니 이 정도 눈은 별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점점 뵈는 게 없으니 다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앞에 아무 것도 안 보이면 불안에 떨다가 앞차 꽁무니가 보이면 안심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의지하고 있던 앞차들이 그랜드캐년 쪽으로 다시 유턴해서 돌아가버리는 거에요. 절망이었죠. 

어느 순간 옆으로 드러누운 차도 보이더군요. 그 차를 위해 멈춰선 두 대의 차량...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만, 저희는 무서워서 직진. --;; 

결국 2시간 동안 고작 20~30마일을 기어야 했던 공포의 하산길. 산을 벗어나니 햇볕은 쨍쨍이더군요.


샌디에고에서도 비바람이 몰아쳐서 레고랜드는 예상보다 일찍 탈출해야 했구요.

다음날은 하루종일 쇼핑만 하다 겨우 등대만 보고 왔습니다.

일정을 크게 비틀 수는 없으니 날씨가 안 좋을 때의 대안용 계획이 필요하겠다 싶더군요.



2. 한국에서 온 운전자가 주 운전자가 아니라면 미국보험에 굳이 추가 안 해도 된다.


렌터카 운전을 남편과 언니가 할 거라서 저희 보험에 언니를 추가하러 보험사에 갔습니다. 

에이전트가 사무실을 옮겼다고 다른 사람들이 시뮬레이션만 해줬는데 6개월에 960달러 추가래요. 

그래도 16일간만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약 80달러대. 렌터카 회사 보험 자차 풀커버리지는 420달러 정도였어요.

저희 차보험만으로 사고가 나면 자기부담금이 500달러 추가. 사고가 난다면 렌터카 보험이, 사고가 안난다면 우리보험이 나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 출발하는 날, 일단 에이전트를 찾아갔는데 에이전트 왈, 

"언니가 주 운전자만 아니면 너희 옆에서 운전하는 것은 같이 커버가 된다. 따로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차 운전때는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렌터카도 동일하다더군요. 돈 굳었다며 기쁘게 출발했죠.



3. 렌터차 앞유리에 금이 갔을 때는 렌터카 회사에 이실직고해도 돈 안내는 경우가 있다.


그랜드캐년을 떠나던 날, 창에 쌓인 눈얼음이 녹으면서 앞유리창 아래쪽으로 거대한 크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색해보니 보험사가 모르고 받으면 다행, 알면 차에 따라 200달러 안팎은 들거라더군요.

저희 보험은 comprehensive도 자기부담금 500달러. 500달러 넘게 나올 때만 보험처리가 나은 상황이죠. 


여행 내내 유리창 걱정을 하다가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습니다. 

문닫기 직전인데 직원들이 여럿 남아있는 걸 보니 이 차를 받아서 어디론가 가져갈 듯했어요.

직원은 기름만 체크하고 오케이랍니다. 아마도 자기네 보험을 든 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 때 제 안에 있는 악마는 조용히 집에 가자 하더군요. 그러나 언니가 옆구리를 쿡...

그래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 금갔다고, 어느날 갑자기 그랬다고.

그러니 직원이 고맙다더군요. 알아서 하겠다고. 그래서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했죠.


그리고 루룰랄라 집에 온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물론 차에다 두고온 듯한 슬리퍼 찾으면 연락 달랬는데, 그것도 연락이 없습니다만.

원래 금이 있던 유리창을 땜빵해뒀던 걸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솔직하니 발 뻗고 자기 좋더군요.



4. 미국 운전면허증이 있어도 국경과 가까운 지역 여행 시 여권 지참이 필수다.


국경관리소 같은 곳이 샌디에고 인근부터 남부 애리조나쪽까지 주루룩 있는데요. 아마 캐나다 근처에도 있겠죠. 

걸릴 때마다 미국시민인지 묻고 아니라고 하면 여권을 달라고 하더군요.

저희는 외국 나가는 거 아니라고 운전면허증만 갖고 갔다가 두 번이나 걸려서 열라 야단을 맞고 한참 대기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여행 온 언니와 조카들은 당연히 여권을 갖고 있었는데, "쟤들은 아는 걸 너희는 왜 모르냐, 감옥 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운전면허증은 경찰에게, 여권은 국경관리자에게... 

뭐 그런 것인가 봅니다. 




여행 후반기부터 플루로 한명씩 기절하기 시작해서 여행 이후 저희집이 요양소가 됐었지만, 

언니와 조카들은 즐거운 추억과 쇼핑 전리품들을 들고 한국으로 잘 돌아갔습니다.

미국자동차여행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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