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05. 04. 30) 드디어 미국에 와서 첫번째 하이킹을 하는 날이다.  작년에도 맘은 먹었었는데, 같은 집에 사는 Gary가 겨울산은 위험하다고 가지 말래서 여태까지 참았었다.  이제 여기 워싱턴주(시애틀 인근)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지난 주일 저녁때 Gary에게 졸랐었다. 나 하이킹 가고 싶은데, 여기 사정을 잘 몰라서 혼자 가기는 좀 그렇다.  너 언제 하이킹 갈꺼냐, 만일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면 함께 갔으면 하는데.. 하니까 조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러더니 아직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잘 모르겠단다. 그런데 어느 정도나 되는 산을 갈 수 있냐고 물어본다.  거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국에서 대부분의 산이 1,200m 정도 되는 것들이 여러 개 있어서 그런 것들에는 여러 번 가봤다고 했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5분쯤 있다가 스노퀄미 패스 인근 지역의 세부지도와 하이킹 책(두툼한데 각 산마다 하이킹 코스들과 기타 자세한 정보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그 산은 주차를 위해서는 Adventure Pass가 필요하다는 둥) 들고 나온다.

결국 그 산들 중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내게 적당한 산을 찾아보더니 Mt. Mcclallen Butte가 어떠냐고 하이킹 책을 보여주는데.. 내가 아나? 그렇다면 그런거지.. 녀석 신중하기는 하지만, 튕기기는 되게 튕긴다. 그래도 친절하긴 해서 자기가 거기 Permit 있으니까 자기 차로 가면 된단다(얘는 Jeep을 광신적으로 좋아하는 애다. 그래서 내 승용차를 얼마나 비웃는지.  평소에 산악에서나 Off Road, 그리고 겨울에 시내에 눈오고 그러면 내 차는 무용지물 이라고 하면서..)   일단 하이킹 하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 어느 정도 동정(?)을 얻어내는데는 성공했다.

지난 목요일 저녁.. 주일날 가려고 하는데 어떠냐고 한다. 아니 왜 갑자기 주일? 안된다고 했더니 매주마다 가는 교회 한 주 안가면 어떠냐고.. 그래서 안된다. 나 교회에서 맡은 것도 있다.  토요일날 가자.. 얘기 했더니 내일 다시 얘기하잔다.  결국 어제(금) 저녁때 오늘 아침에 가는 것 시간 맞추면서 9시에 출발할꺼니까 그때까지 준비하라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산에 가는 것이니까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을 많이 푸고, 반찬들에다가 소시지 한 개를 전자레인지에 뎁혀서 고기까지 먹으면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어제 저녁때 미리 스니커즈 같은 초코바 몇 개와 게토레이 큰 음료수 그리고 비프처키(소고기 납작하게 썰어서 말린 것) 등을 사서 준비해 뒀었다.

드디어 9시에 집에서 출발!  집이 워싱턴주 I-90 Exit 13(Lake Sammamish라는 예쁜 호수가 인근에 있는)에 있어서 Safe Way에서 Gary가 먹을 음료수와 이름 들었는데도 기억이 안나는 어떤 먹거리 하나를 사고 나서 Exit 16인가에서 고속도로를  타서 동쪽(스노퀄미 패스쪽)으로 향했다.  스노퀄미 패스(패스는 한국의 대관령, 미시령과 같은 큰고개다. 패스는 그냥 ‘령’이라고 생각하면 됨)가 있는 거기는 미국 서부의 큰 산맥인 캐스케이드 산맥이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곳이라서 4-5,000피트(1,500m 전후) 이상의 산들이 즐비하다(한국의 백두대간 처럼 산들이 띄엄띄엄 있는게 아니라 그냥 뭉텅이로 여러 개씩 있으면서 그 줄기가 내려온다).  캐스케이드 산맥 중 정점은 스노퀄미 바로 아래에 위치한 워싱턴 주의 상징물(워싱턴주의 자동차 번호판의 배경그림이 이 산임)이자 빙하가 20여개나 있는 Mt. Rainier(국립공원)가 버티고 서 있는 곳이다.  바로 그 몇십마일 아래에는 그 거대한 화산폭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Mt. St. Helens가 워싱턴 주의 남쪽을 지키며 버티고 서 있고..

자꾸 하이킹 얘기하다가 다른 샛길로 빠지고 싶은걸 억지로 원위치 시키면서.., 우리는 스노퀄미 패스 조금 못가서 있는 Exit 42로 빠져서 바로 오른쪽 옆에 있는 Mt. Mcclallen Butte로 들어갔다.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맥클랠런 뷰트 입구가 있었고, 입구에 들어서는가 싶더니 불과 몇 미터 안가서 바로 비포장 길이 나온다. 이 때 Gray는 Jeep에 대한 자부심을 의미하는 빙긋 웃는 미소를 띄우면서 운전했고.. 몇 백미터 더 들어가니 자동차가 10대 될까말까하게 이미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이 나왔다.  

거기서 각자 배낭을 챙기고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주차장 간이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올라갔고, Gary는 15분 정도 더 올라가다가 있었던 간이 화장실에서 실례(내가 생각할 때는 끙~을 한 것 같음. 시간이 쫌 오래 걸렸으니^^)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올라갔다. 근데 Gary가 실례(?)한 곳에서 조금더 가다가 이상한(우리를 유혹하는) 길이 나와서 들어갔다가 ‘여기가 아닌가벼~’하고 다시 나와야 됐다.  들어가서 보니 Alice Creek 앞에서 길이 끝나버려서 말이다.

다시 궤도 수정을 하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등산로 양 옆으로 정말로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고사리들이 정신없이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리만큼 자라고 있는 거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아마 한인교민들 아줌마가 여기 오면 하이킹 포기하고 여기 그냥 주저앉으리라~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잘 안다. 매년마다 6월 정도부터 여름방학 끝날 때까지 아침마다 새벽이슬 훑으며 집 뒤의 산기슭에 자라는 고사리를 꺾어서 어머니에게 기쁨조가 되곤 했었기에, 이 산에 있는 정도의 수준의 고사리면 웬만한 한국(교포 포함)아줌마는 눈이 뒤집힐꺼라는 걸 말이다. 한국 것의 거의 두배-세배 되는 크기의 것들이 싱싱하게 자라는 걸 보니, 또다시 이걸 꺾어서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기쁨조가 돼볼까라는 유혹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지만,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Gary에게 한국 엄마들은 이걸로 요리하는데 정말 맛있다고 하니까, 그것(고사리)의 이름도 모른다나.. 그래서 가르쳐줬다. 이거 한국이름은 ‘고사리’다.  Gary도 고사리 발음은 쉬워서 그런지 여러 번 시키는 대로 ‘제대로’ 따라했다^^.

자꾸 하이킹 얘기에서 곁가지로 새나가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정말 둘이서 빠른 속도로 1시간 정도 올라가니까 평소에 자전거 조금 탄 것 이외에는 차 때문에 잘 걷지도 않아서 그런지 조금 힘이 들기 시작한다. 또 쉬자고 하고 싶지만 조금 참았다. 조금 더 가서 쉬자고 해야지..라고 하면서. 사실 어제 저녁때(NBA시애틀 소닉스 포스트 시즌 서부 컨퍼런스 1차 라운드를 새크라멘토 킹스와 3차전 하는걸 보면서) 거실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면 몇 시 정도면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냐니까, 니가 산 타는거에 따라 달렸다는 정말로 자존심 상하는 듯한 얘기를 듣고 나왔었기에 한국 배달민족의 깡다구가 살아났다. 내가 생각할 때 산의 높이로 치면 이 산이 원주 치악산(한국에서 다소 험하기에 ‘악’자가 들어간다는 5개의 산 모두를 타보았기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 산은 너댓번 이나 힘들이지 않고 올랐었기에 조금 배짱도 났었다.  1시간 올라왔을 때, Gary에게 얼마나 올라온 것 같냐고 물어보니까 시계에 고도계가 달렸는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1,000m 정도 올라왔단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될 것 같다나?(이때까지 정말로 감쪽같이 속았다. 뭘? 조금 더 보면 압니다요^^)그 힘든 포인트를 지나니까 조금씩 더 땀이 나는데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진다.  비는 10여분 뒤에 그쳤고 ‘Gary 왈 1,000m 지점’에서 20여분을 더 올라갔더니 앞에는 허연 것들이 나타난다.  바로 눈! 스노우라고 걔들이 표현하는 것 말이다. 4월 마지막날 이제 내일이면 5월이 시작하는 마당에 별로 높지도 않은 산의 중턱에 웬 눈이란 말인가?  처음엔 신이 났다.  더운데 잘됐다. 중간중간 눈이나 집어서 손과 얼굴 식히면서 가면 되지..

점점 눈이 깔려 있는게 장난이 아니다.  아니 이런.. Gary가 이런 말은 안했는데..  나의 복장은 한국에서 반 년 남짓 전에 홀로 왔기에 서울 집에 여름것, 겨울것으로 해서 2개나 있는 등산화 같은 건 생각도 못할 상황이고, 내일이 5월인 날이니만큼 이 정도 산에는 눈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름 운동화(발가락 위에 통풍도 잘 되게 천으로 되어 있는)를 신고 왔던 것이다.  눈길에 접어들자 마자 30초도 안돼서 발이 축축해져 온다.  이거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발은 중간중간 찍찍 미끄러지고.. 힘들던 몸이 더 힘들게 됐다.

정말 죽자사자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미국사람들과 지나치면서 보니 그네들은 모두 스키 폴과 거의 같은 폴을 양손에 들고 눈을 찍으면서 내려오는 거다.  아뿔사!  하이킹을 자주 다니는 듯했던 Gary도 사실 이 산은 처음이란다. 나는 얘가 1시간 정도 있으면 정상에 도착할 거라고 해서 얘가 여기 와봐서 알고 그런 줄 알았다(얘도 마지막에 힘든 코스가 있다는건 알아서 거의 다 왔지만 그걸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건데..). 물론 Gary도 눈이 이 정도일 줄은 몰라서 폴은 안가져 왔다. 그렇지만 걔는 등산화에 방수처리된 등산바지(등산화가 덮여서 눈이 안들어가는), 게다가 장갑, 든든히 무장한 옷!  걔에 비하면 난 정말 허접(?)하기 그지없다.  미리 공지한 여름 운동화에 일반 면바지, 학교다닐때 쓰는 배낭(등산배낭 처럼 배에도 벨트가 있어서 몸에 착 달라붙지 않는 꾸리꾸리한 것)에 갈퀴 같은 맨손으로 눈을 찍으며 말이다.  그래도 산이 추울지 몰라서 비와 바람을 막으려고 얇은 하이킹 재킷은 챙겼었다.

1,000m 올라왔다고 했을 때, 거의 4/5 가까이는 온 것 같다고 해서 곧 정상을 보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희희낙낙 했었는데, 잡힐 듯 잡힐 듯 하는 정상은 안잡히고 눈 덮힌 등산로는 계속 산허리를 끼고 돌고 어느 곳에서는 몇 십미터 급경사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곳도 있고 정말 황당했다. 눈이 깔린 등산로를 1시간 30분 가량 올라가니 이제 본격적으로 눈이 "제대로" 쌓인 비탈들이 나온다.  옆에 보니 작은 전나무들은 꼭대기만 눈 위로 나와 있는 것들이 즐비하다.  발 잘못 딛으면 무릎 정도까지 푹 꺼지고 그런다.  실제 눈이 쌓인 높이는 1-2미터 이상은 더 되는 것 같다. 미끄러지고 처박히며 이 길을 20-30분 더 올라갔다. 중간에 몇 번씩은 쉬면서 왔지만, 마지막 정상쪽에 올라가는 급경사 눈길에서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온다.  다행히 이 때는 내가 Gary 뒤에서 따라가고 있어서 쥐를 잡는(?) 모습이 걔에게 포착되지 않았다(Gary도 자기 앞가름 하기도 급하니까 거기서는 뒤도 안돌아 본다).  그래도 그 쥐가 어찌어찌하니 그럭저럭 사라져 주는 듯했다.  주차장에서 출발한 지 3시간 10여분 만에 정상에 올라가서 보니, ‘정말로 이 맛에 등산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또 다시 등산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마력을 내뿜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세상을 다 소유한 것과 같은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정말로 장관을 연출했다.  인근의 눈덮인 캐스케이드 산맥의 봉우리 수십개들이 옆으로 도토리 키재기 하듯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초코바와 비프 저키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쉬면서 사진 몇 컷을 찍다가 내려가려고 짐을 챙겼다.  

근데 오른쪽 무릎에 생전 처음 느끼는 증상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한라산 빼고는 나머지 1,000여미터의 엇비슷한 산 대부분을 가봤었는데도 이런 증상은 없었었다.  난 여태까지 인대를 다치거나 힘줄이 손상되거나 하는 경험도 없었다. 어쨌든 오른무릎의 바깥쪽인 옆쪽에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오면서 바위를 잡고 내려오는데 이상한거다.  아까 올라올 때 쥐가 왔던 지점에 이르러서는 양쪽 무릎이 비슷한 현상이다.  내려가는 스텝을 디딜 때는 무릎이 아파서 꼭 다리 저는 사람처럼 걷게 됐다.  근데 신기하게 평지코스를 걸을 때는 괜찮았다.

내 다리가 짧고 굵기에 웬만한 산을 타고 와도 다음날 다리(종아리나 허벅지 근육 땡기는 것 말이다) 아픈 것이 거의 없었던 나였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역시나 튼튼한 것 하나 쓸만한 나의 다리근육은 괜찮은데, 무릎이 아픈 가운데서 눈에 연신 미끄러지는 운동화는 무릎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었다(이 때 정말로 등산화만 신었더라도 나을텐데..라는 생각 간절했음). 정말로 산에 다녀본 것 중에서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눈 속에 삐져나온 듯한 나무를 잘라서 지팡이 대용품을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10여분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올라올 때도 2시간 10-20분 정도를 거쳐왔던 눈길이 쉽사리 끝나주지는 않는다.

내가 저려오는 다리를 끌며 눈길 속에서 생각했는데, 아마도 운동화 신고 미끄러지는 눈길을 올라오면서 비탈진 산 허리의 눈 길을 도는 코스가 많았던 그 길에서 산 아래로 미끄러 내리지 않으려고 아무래도 무릎에 너무 부담들을 많이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릎이 감당하지 못하고 이 모양이 되었나 보다.

천신만고 끝에(정말로 하나님이 보우하사임) 눈이 덮인 길을 빠져 나와서 이제 그냥 맨 땅의 길을 가야 하는데, 여기는 내려가는 스텝을 디뎌야 하는 길들이 연속이다.  눈길에서는 그래도 눈이 완충작용을 해줘서 나았는데, 이제는 무릎이 더 아파온다. 그래서 15-20cm 정도 아래로 다음 스텝을 내딛어야 하는 길만 있어도 몸을 옆으로 돌려서 한발 내딛고 또 내딛는 걸음을 걸어야 했다.  신발과 바지는 이미 엉망진창이 된지 오래고..  미국의 산을 한국의 산 높이와 견주어서 시덥잖게 여기고 왔던 내가 정말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다른 주의 산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경험한 워싱턴 주의 산은 이랬다).  사실 한국에서 겨울에 눈 덮힌 태백산도 여러 번 다녀와봐서 눈 있던 것도 처음엔 걱정도 안했었다.

올라올 때는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지났었던 것 같았던 곳들이 왜 그리 높이 위치해 있는지… 가도가도 Gary가 끙~ 했던 간이 화장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10시에 주차장 화장실에서 쉬하고 출발했는데, Gary가 이용했던 이 화장실 말고는 꼭대기까지 어느 곳에도 간이 화장실도 없었다.  쉬면서 중간중간 마셔서 거의 1L(970-990ml정도 됐던 것 같음)나 되는 병에 든 게토레이를 다 마시고 591ml짜리 병에 든 물도 2/3이상을 마셔버린 그 액체들이 엄청나게 흘렸던 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밖으로 나오고 싶단다.  거의 6시간 이상이 돼서 겨우 Gary표 화장실에서 걔들을 해방시켜 줬다.  Gary는 지 화장실을 20여분 남겨놓은 상황에서 참다 못했는지 한적한 곳(?)으로 가더니 방뇨를 해버렸다.  어찌어찌해서 주차장까지 왔다.  Gary는 주차장이 거의 가까워오니까 다시 돌려서 올라가볼까?라고 농담(내가 양쪽 무릎을 쩔쩔매면서 오니까 그런 농담 한 것임)을 건네면서 전혀 힘들지 않다는 표정이다.  사실 내려올 때 내가 아파서 쩔쩔맸으니, 계속 나를 뒤에서 엄호(?)하는 형식으로 해서 내려오는 입장에서는 천천히 놀면서 내려온거지 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서 출발할 때 높은산 올라가면 신발이 젖을꺼라며 스페어 신발을 더 가지고 나오라고 해서 양말 한 켤레까지 해서 스페어로 준비한 뽀송뽀송한 신발이 차에서 나를 맞아 준거였다.  주차장에 오니까 평지에서는 걸을만했던 걸음도 이젠 힘든 수준이 됐다.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10m 정도는 한발한발 떼는데도 정말 힘들었다.   오다가 Gary가 자기가 가끔 들리는 곳이라면서 들러보겠냐고 해서, I-90W Exit 32 정도에서 나가서 어떤 동네에 들어가 직접 쉐이크(갖가지 쉐이크가 15종류나 됐음) 즉석에서 갈아서 만들고 음식들도 그자리에서 맛있게 하는 집이라며 데려갔다.  전형적인 허름한 미국 시골음식점이었는데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역시 맛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꾀기 마련이다.  나는 엉망진창인 바지에다가 다리를 질질끌며 들어가서 바닐라 쉐이크와 프렌치 프라이를 먹었는데 쉐이크 맛이 정말로 진하고 맛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롯데리아의 쉐이크 같은 것들은 쉐이크라고 명함도 못내밀만큼 맛있었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샤워 중에 뜨거운 물로 양쪽 무릎에 찜질을 했는데, 그때는 좀 낫더니 다시 아파왔고 같은 집에 사는 또 다른 미국애인 David에게 근육 아픈데 바르는 것(열심히 사전 찾아보니 liniment-맨소래담 종류 같은 것-라고 표현해야 하네. 이 단어에 살 좀 붙여서 설명하니까 바로 알아듣더군. 역시 영어도 필요해야 더 찾아보고 그런다니까..)을 빌려서 저녁 때 발라봤는데, 영 시원찮다.  David은 중학교 테니스 코치를 몇 년 해서 이런거 어떤게 잘 듣는지 제대로 알텐데.. 내게는 잘 안듣는건지. 한국의 맨소래담이 무지무지 생각나는 밤이다.  아직도 다리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갈라치면 아프다.  내 방 안에서 움직여도 아픈데 뭘!

낼 자고 일어났을 때 걸을만해지길 기도한다.  
그냥 기억만 남겨놓자고 자판 두드리기 시작한게 벌써 6페이지째의 중간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내 다리통처럼 짧고 굵게..

참고로, 지금 이 산은 Rand Mcnally Road Atlas의 워싱턴 주의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이다(주의 지역별 세부지도에만 나옴). 그리고 매표소도 없고(공짜) 관리사무소 같은 것도 없고 공원에 있는 것이라고는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 두 개가 전부다.  이런 산이라고 우습게 보다가 큰 코 다쳐서 두고두고 삶의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얘기 중에 등장하는 Gary는 영국사람(두 달 뒤에 42살 된다)인데, 영국의 Kings College 졸업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마 그 학교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꺼다.  근데 사는 것 보면 별볼일 없기는 하지만..^^

c.f. 지금 이 글을 올리는 5월 1일 오후에는 무릎이 많이 좋아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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