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국자동차 여행의 대장정

연수기간내에 추수감사절 연휴(10월/1주일)가 있어 짧은 일정에서 해방된 우리들은 그동안의 여행경험으로 간덩이가 부을대로 부어버려 여행지역을 서부로 돌리기로 결정하였다.

왜냐구요? . 미국을 서부,중부,동부로 구분한다면 서부지역에는 록키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이어져 있고 이 산맥을 좌우로 많은 지역이 국립공원들로 지정되어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몇차례의 국립공원 탐방에서 얻은 경험과 이미 부어버린 간덩이도 가라 앉혀야 되겠고, 국립공원중에서도 대장격인 그랜드캐년과 요세미티 그리고 머리에 꽃을 장식하고 방문하라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리스의 유니버셜스튜디오, 디즈니랜드 그리고 도박과 환락의 도시라는 라스베거스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의 동선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이왕 갈려면 그쪽의 국립공원들을 섭렵해 보자는 의견으로 확대 되고(만지면 커지는 것 알지요?), 지도를 펴 놓고 국립공원을 표시해 가며 연결된 자동차 동선은 최종적으로 미국을 "ㅁ' 자로 돌자는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고 무모한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

계획이 어느정도 수립되자 서로의 얼굴들을 쳐다 보면서 가능할까? 라는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지만 추수감사절 연휴는 소리없이 우리에게 다가 왔다

금요일/1일차)일행은 모두 세명, 자동차 운전면허증은 전부 소지하였고, 출퇴근용 소형의 낡은 다찌차는 숙소에 놓고 렌트카 회사에서 밴타입의 세단형 신형 차량을 빌렸다.

휘발류 버너와 코펠, 쌀,침낭 ,아이스박스 등을 차 뒤에 바리바리 싣고 추수감사절의 황금같은 휴가를 이용하여 수업이 끝난 금요일 저녘 오후 10시경 여행을 같이 할수 없었던 친구들의 전송을 받으며 미국자동차 여행의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한명은 운전하고 다른 한명은 옆좌석에 앉아 지도를 봐주고 마지막 한명은 뒤자석 의자를 제껴놓고 침낭에 누워 잠을 자면서, 운전과 휴식을 위해 매3시간 마다 고스톱 페이스로 돌아가면서 우리들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쉬지않고 달렸갔다

토요일/2일차) 데스모니스-오마하-록스프링-솔트레이크시티는 고속도로에서 표지판만 읽는것으로 만족하고 동쪽에서 떠 오른 해의 움직임과 같이 시작한 운전은 지는 해와 같이 석양이 물들는 서쪽방향 으로 향하는 여정과 같았다
우리의 1차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랏산 볼케닉 국립공원> .

일요일/3일차) 토요일을 고속도로에서 지내고 일요일 이른 새벽녘에 <랏산 볼케닉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였다. 출발지인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꼬박 30여시간이상을 차에서 보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미국땅도 생각보다 크지가 않다고 느껴졌다. 아직 여행 초반이라 그런가?...

행동식(빵, 버터, 우유 등)으로 때우고 산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었는데 눈 때문에 도로가 폐쇄되어 있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국립공원 표지판 앞에서 잠깐 증명사진만 찍고 샌프란 시스코에 도착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 샌프란시스코 시내구경(렌트카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여기다 싶으면 사진한장씩 박고 다시 출발하는 식)과 금문교 다리건너 소공원에 내려 어둠에 쌓여가는 시내방향과 금문교를 배경으로 사진사진 한장 찍고, 금문교 다리 중앙까지 걸어 갔다 온후 베이브릿지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내일의 일정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지금부터 밤새 달려 공원입구까지 가서 눈을 붙여야 내일의 일정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 이었다

월요일/4일차) <요세미티 국립공원>내 빌리지에 도착한 시간은 월요일 새벽녘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버너에다 불 붙이고 밥해먹고 담배한대 피워도 아직 요세미티 빌리지 내의 비지트센터는 문도 열지 않았다. 밤새 돌아다니다 지쳤는지 여우 한마리가 숲속에서 나와 공원 잔디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이번 여행중 내가 제일 오고 싶었던 공원이었다
인수봉 등반을 마치고 우이동에 내려와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며 히말라야로 몽블랑으로 흰산을 그리워 할때 요세미티 또한 산쟁이들에게는 빠지지 않았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요세미티의 하프돔과 엘케피턴은 그 엄청난 크기와 직벽으로 이러한 거벽을 찾아 등반하는 산쟁이들에게는 이곳이 마치 성지순례의 한 장소 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정 때려치고 이곳에 텐트나 쳐놓고 거벽등반 실력은 안되어 등반은 어렵겠지만 이곳 저곳 트래킹 코스라도 다녀보고 싶었으나 어쩌랴.. 새벽공기를 들이마시며 계곡 깊숙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하프돔(거대한 반달모양의 화강암)을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였다

머세드 강주변 나무뿌리에 걸터앉아 사진한장 찍고, 앨케피턴 바위밑 낮게 박혀있는 볼트에 잠깐 매달려 사진 한장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떠나야 했다. 엘케피턴의 허리에는 흰 구름이 걸려 있었다

오늘 오후의 일정은 <킹스캐년/세콰이어 국립공원>
점심을 차에서 해결하며 조금 늦은오후에 도착하여 먼저 <킹스케년 국립공원>에 들렀다. 입구에 도착하자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셔면장군나무라고 명칭이 붙어 있는 이 나무가 큰 나무로 알려진 유명한 세콰이어로 참나무 일종이며 수령은 2000년이 넘었다고 전해진다.

이 나무를 시작으로 킹스캐년과 붙어있는 세콰이어 국립공원 도착하여 숲속으로 들어선 순간, 망치로 둔부를 맞은듯한 강렬한 충격의 늪으로 빠지기 시작하였다

어 이게뭐야!.. 뭐 이런게 다 있어!..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라는 느낌으로 시작된 충격은 숲속 깊숙히 들어 갈수록 더해만 갔다

숲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세콰이어들이 우리들을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지켜보며 서 있었고 그것들에게서는 숨막히는 고요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책에서만 존재한 거인국에 들어선 것 이었다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상식의 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것들의 대부분은 그 상식의 틀속에서 나무면 나무, 강이면 강, 산이면 산의 틀로 각인 되어져 굳어지고,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멋있다, 끝내준다, 최고다 라는 등의 찬사들로 이어진 수식어가 붙여지지만 이 나무아닌 나무를본 순간 그 상식의 틀이 깨어지고 최고의 수식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것이 나무란 말인가?

시간이 멈추어 버린 그곳에서 우리들은 그냥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저 나무들은 수천년 전부터 지금 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그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숲속에 내리는 땅거미와 함께 거대한 세콰이어들도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

미 서부지역의 국립공원에는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계곡과 암석, <그랜드케년> 의 거대한 절개지도 대단한 경치를 자랑한다지만 개인적으로 미국의 국립공원중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또는 로스앤젤리스에서 지역적으로 접근의 편이성이 매우 뛰어나기도 하지만 상식의 틀이 깨어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기에 미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른곳은 포기하더라도 이곳만은 놓치고 싶지 않은 곳이다. 특히 자녀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말이다.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우리는 다음장소인 로스앤젤리스로 출발하였다. 얼마를 달렸을까. 도시를 수킬로미터 앞두고 언덕을 오를즈음 너무 피곤하여 도로옆 쉼터에서 눈을 붙인후 시내로 진입한 시간은...

화요일/5일차) 새벽녘 이었다. 아침 일찍 헐리웃 거리. 유명한 배우들의 손바닥이 새겨져 있는 보도블럭 위에서 사진한장 찍고 헐리웃 볼을 지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도착하여 각종 물쑈(?), 불쑈, 극장에서의 칼춤쑈(코난), 킹콩쑈, 지진쑈, 카우보이 쑈들을 보고 오후에는 디지니랜드에 들러 저녘늦게 까지 관람후 다음장소인 데쓰벨리로 출발하였다

수요일/6일차) 데스벨리 입구에 도착한 수요일 아침, 잠깐 눈 붙이고, 밥 해먹고, 사진 한장 찍고 벨리 내부의 도로에 들어서서 한참을 달려 가다보니 오른쪽 계곡에 들어서는 골짜기 옆에 몇대의 차가 파킹되어 있어 우리도 차를 파킹후 계곡으로 들어서니 나무하나 없는 황량한 골짜기가 뱀처럼 휘어져 있었다.

아치형의 다리를 밑으로 지나 조금 더 가다가 언덕위에 오르니 저 멀리 날카로운 침봉하나가 보여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한장 찍고 되돌아 나왔다

데쓰벨리 중심부 쯤에 호수같은 것이 있어 내려보니 앝은 물에는 소금들이 널려 있었다. 이곳은 먼 옛날 바다였는데 시간이 지나 그대로 육지가 되면서 같혀있던 바닷물이 호수가 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바닷물은 증발되고 소금만 가라앉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이었다고 기억된다. 소금한번 찍어먹어 보고 다시 출발, 라스베거스에 도착하니 저녘무렵이었다

거대한 배가 육지에 올려져 숙소로 이용되는 듯 사막 한 복판에 정박해 있었고금발의 숙녀가 기타를 들고있는 네온싸인으로 유명한 올드 스트립거리를 지나 권투시합으로 유명해진 미라지호텔앞 화산쇼도 구경하고 카지노에 들러 혹시모를 대박의 꿈을 꾸면서 코인을 넣은지 후딱 2~3시간이 지나 버렸다.

개인당 30$ 만 하기로 시작한 노름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는 이미 쪽박을 차고 있었고 옆좌석의 친구는 쫘르르 하면서 돈 떨어지는 소리에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했으면 하는 친구를 잡아끌다시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아쉬운 마음을 추스리면서 자이언캐년으로 출발직후 이제 막 떠난 라스베거스를 차창뒤로 바라보니 그곳은 사막 한가운데에 불야성을 이루면서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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