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랜드 국립공원

Badlands National Park
Badlands National Park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주 래피드시티(Rapid City)에서 동남쪽으로 약 50마일 거리, 그저 공원을 지나는 SD-44번 하이웨이를 가로지르면 도착하는 너무나 볼 것이 없어서 황량함 그 자체가 경치라고 할 수 있는 악조건의 대지 배드랜드(Badlands) 국립공원. 말 그대로 ‘Bad Land’..서부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과 함께 정통 황무지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한없이 넓은 광야에 풀도 나무도 강도 아무 것도 없는, 마치 영화 ‘황야의 무법자’나 ‘황야의 7인’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해주고, 때론 화성과 같은 마치 다른 혹성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입니다. 수백 만 년 동안 침식된 동물사체와 썩은 풀뿌리 나무 등이 뒤섞여 1,500ft 두께로 쌓인 퇴적물 사이로 여러 가지의 줄무늬 형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1만여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살면서 수렵생황을 해오던 수(Sioux) 부족의 인디언들도 그들의 언어로 이곳을 ‘마코시카(Mako Sica)’, 즉 배드랜드(Badlands)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1~6인치 정도로 계속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이곳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는 마치 칠면조의 목 같은 쭈글쭈글한 징그러운 지형, 비록 그 전체 규모는 작지만 그랜드캐년과 비슷한 침식된 계곡을 비롯하며 이곳저곳에 석탄과 같은 검정색의 탄소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오고, 주변의 관광객들이 징그럽다고 고개를 돌리며 “여기가 어떻게 국립공원이야”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멸종된 동물과 식물들에 대한 연구 조사에 최적지이며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1939년 국정공원(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되고 1978년 면적을 2배로 확장하여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승격되었다고 하는데, 배드랜드 루프 로드(Badlands Loop Road)라 불리는 공원 내 일주도로를 따라 쭉~~지나가듯 각각의 포인트들을 둘러보면 좋은 곳이며 마운틴 러시모어에서는 동쪽으로 약 80마일 거리에 있어 왕복에 약 5시간이면 넉넉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Badlands National Park


▲ 수수께끼의 땅 : 와이오밍주 서부를 지나는 거대한 로키산맥이 끝나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대평원이 동쪽으로 한없이 뻗어있다. 사우스다코타주에 들어서면서 블랙힐스라는 높다란 산악들이 당돌하게 솟아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서남북 사면에 지평선만 보이는 대초원이 계속된다. 이런 미국대륙의 중북부 사우스다코타 남쪽에 ‘Bad Land’라고 불리는 국립공원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서 이런 고약한 이름이 붙었는지 50여 개에 달하는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훑어보면서 가장 의문이 드는 곳이다. 사진으로 보면 데스밸리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3천800만 년 전의 화석들이 이 공원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흥미를 끄는 곳이다. 옛날 서부로 신천지를 찾아 길을 나선 개척자들이 이용한 주요도로인 오레곤트레일(Oregon Trail)이 바로 이 근처를 지나고 있으며 그 당시 인디언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유명한 전쟁터들이 여기저기 씁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끝없는 평원 속에 풀도, 나무도, 강물도 없는, 흙으로만 된 언덕과 계곡의 황무지를 직접 대하면 과연 ‘배드랜드(Bad Land)’라는 이름밖에 적절한 표현이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네바다주의 황무지도, 캘리포니아에 산재한 사막들도 이곳에 비하면 오히려 생기가 도는 곳이라 할 정도로 이곳은 황무지 그 자체이다. 이 황무지는 사우스다코타와 네브래스카에 걸쳐 6천 평방마일이나 되는 넓은 지역을 뒤덮고 있지만 그 10분의 1도 안되는 면적인 사우스다코타의 남쪽지역만 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 형형색색의 계곡들 : 본래 이 고장은 얕은 호수로 덮여있던 내륙해에 속하는 지역이었는데 약 6천5백만 년 전 로키산맥이 융기되면서 바로 50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서쪽에 지금의 블랙힐스를 높게 생성케 했다고 한다. 이 블랙힐스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흙과 모래 등을 밀고 내려와 수백만 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1,500피트 두께의 침적물을 이곳에 쌓았다. 블랙힐스를 침식시키면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은 그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코스를 바꾸기 때문에 때로는 모래와 흙을, 때로는 썩은 동물들의 시체, 풀, 나무 조각 따위를 밀고 내려온다. 오늘날 볼 수 있는 갖가지 색의 줄무늬 언덕과 계곡은 바로 그 때문이다.

▲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배드랜드의 침식 : 이렇게 6천5백만 년 전에서 2천만 년 전 사이의 침전물을 안고 있는 방대한 지역이 점차 융기되면서 그 자체가 불과 바람의 침식대상이 되었다. 현재 미주리 강(Missouri River)의 지류에 속하는 세 줄기의 강물에 의하여 이 고장의 산야가 계속 깎이고 있는데 특히 배드랜드를 침식하고 있는 화이트 강(White River)의 강물은 이 때문에 항상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다. 원래 침식이란 깎아내리는 작용인데 단단하지 않은 것일수록 그 속도가 빠르다. 배드랜드의 경우에는 1년에 1인치 정도 그리고 가느다란 첨탑들은 매년 6인치나 깎여 나간다고 한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는 절대로 절벽의 가장자리에 가지 말아야한다. 보기보다 견고하지 않아서 사람의 체중으로도 무너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절벽 위의 초원에 관광도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랜드캐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망대 위에 올라서 계곡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다.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계곡 위아래에는 드문드문 잡초가 살고 있을 뿐, 코끼리 등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색깔의 언덕과 절벽이 지평선 끝까지 계속된다. 그 중에는 중세기의 성곽, 교회의 첨탑,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형태로부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여러 가지 모양의 것이 잡다하게 널려있어 한마디로 ‘황량한 환상의 세계’를 보는 느낌이다.

▲ 배드랜드의 화석들 : 황량하기만 한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그 땅속에 무수한 고대 동물들의 화석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질학자들의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8천만 년 전후의 고대 해양 동물에서부터 2천만 년 전 까지, 많은 고대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더욱이 그 대부분이 현재 멸종된 희귀동물들이어서 지질학적인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이 죽으면 대부분 썩어서 탄소, 산소, 질소, 칼슘 등의 화합물인 흙의 형태로 환원되느ㅡ데, 동물의 시체가 흙속에 묻히면 뼈를 제외한 부분은 쉽게 부패하지만 묻혀있는 조건에 따라 스며드는 지하수와 단단한 뼈가 오랜 기간 접촉하게 되며 이때 지하수에 섞인 소량의 규토와 탄산칼슘 및 기타 광물질이 뼛속으로 스며들어 굳어버리게 된다. 즉, 본래의 뼈는 썩어서 없어지지만 광물질이 뼈의 세포와 교체되고 그 굳은 형태가 세부의 무늬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음으로써 정말 뼈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화석화 되는 과정에 대한 메카니즘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적당한 온도와 지하수에 섞인 광물질의 양 등 모든 조건이 알맞게 조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또 그것이 몇 십만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에 걸쳐 안전하게 땅속에서 굳어져야 비로소 화석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Badlands Photo Gallery

▲ 1965년부터 본격적인 탐사시작 : 배드랜드의 경우에는 동물들의 시체가 침적되는 진흙 속에 쌓이면서 비교적 이상적인 상태의 화석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침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고대 동물들의 화석이 표면에 노출도기도 하는데 특히 3천만 년 전후에 멸종된 동물들의 것이 수없이 발견되어 더욱 지질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세기 중반, 아직도 인디언들이 지배하고 있었던 당시 지질학자들은 그들과 충돌하지 않고 화석을 수집하기 위해 눈치를 봐가며 작업을 했었다고 한다. 이후 1965년에 화석수집을 위한 대대적인 탐사가 이뤄졌는데 이때 발견된 화석의 수가 5천개를 헤아렸다고 하니 그 매장량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공원 내의 관광도로를 따라 각처에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에는 그 지역의 특색을 설명하는 간단한 해설이 표시돼 있다. 그 중에는 화석들의 전시와 설명을 위한 간단한 시설이 세워진 곳이 있고 여름철에는 담당직원이 방문객들을 위해 화석의 생성과정과 이곳에 살았던 각종 동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 쉽마운틴 테이블 (Sheep Mountain Table) : 배드랜드가 국정공원(National Monument)로 지정된 것은 1939년이며 1976년에 그 면적이 배로 증가되었고 1978년에야 비로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현재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 공원을 방문하지만 주로 차를 이용해 전망대만 둘러보고 2~3시간 코스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공원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몇 곳의 하이킹 코스와 쉽마운틴 테이블(Sheep Mountain Table)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현재 배드랜드 국립공원은 크게 두 지역, 즉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북쪽지역(North Unit)과 인디언 보호구역(Pine Ridge Indian Resevation)에 속한 서남쪽지역(Stronghold Unit)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중간코스에 쉽마운틴 테이블로 향하는 비포장 진입로가 있다. 다만 이곳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다지 도로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며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는 연약지반이기 때문에 비가 올 때는 물론, 비가 온 후에도 당분간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 시더패스와 비지터센터 (Cedar Pass & Ben Reifel Visitor Center) : 공원의 북동쪽에 위치한 시더패스(Cedar Pass)에 있는 방문객 안내소에 들러 필요한 정보와 책자와 지도 등을 입수하고 주의사항을 들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더패스에는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숙소도 여러 곳이 있고 비교적 편리한 캠프장도 있다. 또 공원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은 공원 북쪽에 있는 월(Wall) 마을을 꼽을 수 있다. 전체인구가 채 1,000명이 안 되는 곳이지만 미국대륙을 횡단하는 I-90번 도로상에 위치한 까닭에 장거리 운전자들에겐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이곳 월 마을엔 너무나 유명한 월 드럭스토어(Wall Drug Store)가 있다. 작은 매점으로 시작해 현재 사우스다코타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종합 관광휴게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Badlands Loop Scenic Byway

Wall Drug Store▲ 월 드럭스토어 (Wall Drug Store) : 이곳이 오늘날 이렇게 유명해 진 까닭은 다음과 같다. 1931년, 네브래스카 출신의 테드 허스테드(Ted Hustead)는 월(Wall)로 이사를 와서 작은 매점을 열었다. 하지만 5년이 흘러도 장사는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았다. 테드의 아내 도로시(Dorothy)는 그들의 가게 앞을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틀림없이 목이 말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을 졸라 ‘얼음물 무료 제공(Free Ice Water)’이라는 문구가 적힌 큰 간판을 세우도록 만들었다. 테드는 아내의 생각이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으나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입간판을 만들어 세우게 되었다. 그가 간판공사를 마치고 다시 그의 가게로 돌아왔을 땐 이미, 갈증을 느껴 얼음물을 얻어 마시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고 가게 문을 연 이후, 그런 장사진은 그들조차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순식간에 주변 지역에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유명한 휴게소가 되어 버렸다. 그의 죽은 후에도 가게는 그의 아들에게 물려졌고 90년대까지 아들이 경영하다가, 현재는 손자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Wall Drug Store


 

윈드케이브 국립공원

Wind Cave National Park

미국의 중북부, 사우스다코타의 서남쪽 코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초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블랙힐스의 남단, 산이 언덕으로 변하고 점차 초원으로 연결되는 지역에 소재한 윈드케이브는 1903년 7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입니다. 들소가 풀을 뜯고 토끼가 뛰노는 평화로운 정경 아래 땅속 깊은 곳에서 발견된 이 신기한 동굴은 일반적인 동굴과는 다른 특이한 동굴로 종유석도 없고 생물도 없는 몹시 건조한 동굴인데 여름에도 동굴 내 평균온도가 화씨 53도(섭씨 11도 내외) 정도로, 피서로는 그만이지만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구경은 추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1881년으로, 동굴이 발견된 지 10년 후인 1891년 맥도널드(McDonald) 형제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탐사가 시작되었으며 종유석이 없는 대신 원시시대 벽화를 보는듯한 이상한 무늬의 벽과 천장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의 가장 걸작은 박스 워크(Box Work)입니다. 윈드케이브는 켄터키주의 맘모스 동굴(Mammoth Cave)과 바로 근처에 있는 쥬얼케이브(Jewel Cave)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긴 동굴이며 이 동굴의 전체는 미로와 같아서 아직도 채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고 약 60여마일 정도만 탐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요 투어 코스들은 ½마일~2마일 거리의 코스로 1~2시간 정도 소요되고 있고 입장료는 투어의 난이도와 코스에 따라 $7 ~ $23 정도로 다양합니다. ☞Wind Cave National Park

윈드케이브 국립공원 내 엘크 마운틴(Elk Mountain Campground)엔 시설이 좋은 캠프장이 있으며 선착순으로 장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원의 비지터센터에서 매우 가까우며 1년 내내 문을 열고 있는 이곳 엘크 마운틴 캠프장엔 식수, 취사용 땔감, 불을 피울 수 있는 곳, 화장실 등등 모두 잘 갖추어져 있어서 여름철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하지만 샤워시설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만일 이곳에서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도 공원의 북쪽 커스터(Custer) 지역으로 가면 여기저기에 또 다른 사설 캠핑시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국립공원의 경우나 마찬가지이지만 이곳 비지터센터에는 반드시 들려서 동굴의 생성경위와 공원 내 동식물의 생태에 관한 여러 가지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들소에 접근할 경우 제 아무리 온순한 것 같아도 야생의 들소는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없으니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한 애깁니다만, 체중이 2,000파운드에 육박하는 들소가 덤벼들기라도 한다면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자칫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재미난 여행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연한 발견 : 1881년 어느 봄날 사슴사냥을 나섰던 형제가 이곳을 지나가다 이상한 바람소리에 주위를 살펴보니 바위사리에서 요란하게 흔들리는 풀잎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접근해 바위틈을 들여다보는데, 그만 바람에 머리에 썼던 모자가 벗겨져 날아갔다. 이 신기한 일을 잊지 못해 며칠 후 그 현제 중의 하나가 마을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다시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들여다보는 사람의 모자가 빨려들어 가다시피 바위틈에 끼어버린 것이다. 지하에 거대한 동굴이 있다는 것을 짐작조차 못한 이들은 질겁하고 도망쳐 버렸다고 한다. 이 신기한 바람구멍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가로 세로 8인치 내외의 바위틈을 깨트려 넓힌 다음 조금씩 내부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윈드케이브 바로 남쪽에 있는 핫 스프링스(Hot Springs)에서 발행된 1887년 9월23일자 신문기사에 의하면, 3마일이나 내부탐사를 했는데도 아직 끝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지옥의 입구’ 같은 구멍에서 나오는 바람은 강한 질풍보다도 세찼다고 한다. 윈드케이브 동굴이 발견된 것도 바람소리 때문이었으니 그 이름에 윈드(wind)란 글자가 붙어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 맥도널드의 일기장 : 원시적이나마 동굴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발견된 지 10년이 지난 1890년대 초기에 당시 20세 전후의 맥도널드(Mcdonald) 형제에 의해서였다. 1889년 가을, 제시 맥도널드(Jesse Mcdonald)라는 사람이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데리고 핫스프링스(Hot Springs)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왔는데 그의 두 아들이 동굴탐사에 큰 공을 세우게 된 것이다. 형이 엘머(Elmer)였고 동생의 이름이 앨빈(Alvin)인데, 18세 동생의 일기장에 기록된 내용에 의하여 동굴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막이 후세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일기는 1891년 1월1일부터 시작하여 동굴 내부의 탐사에 대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3년 후인 1893년 12월에 급환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사망, 안타깝게도 그들의 탐사는 중도에 끝났으나 윈드케이브의 초기 탐사에 관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윈드케이브 동굴관광 체험기

 

지금도 공원의 가이드는 바람소리로 인하여 동굴이 최초로 발견된 그 지점에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계곡 한 구석의 수풀로 가려진 바위사이에 서서 귀를 기울이면 좁다란 틈새를 통하여 바람이 나왔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굴 내부와 외부의, 즉 안팎의 기압 차이에 따라 바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있고 밖으로 힘차게 뿜어 나올 때도 있는데, 그 소리는 바람의 속도에 따라 마치 어린 아이의 숨소리처럼 가냘프기도 하고 거대한 맹수가 화내는 소리같이 어르릉거리며 거칠어지기도 한다. 동굴 가이드는 100여 년 전에 발견된 바위틈새에서 얼마 안 떨어진 동굴입구로 10여명의 관광객을 안내했다.

그는 동굴내부의 온도가 연중 약 53도(섭씨 11~12도 내외)이나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적절한 조명시설은 있지만 대체로 어둡고 길이 좁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벽과 천장의 암석 등에 일체 손을 대지 말라는 것을 당부하고 입구의 자물쇠를 열고 동굴내부로 들어섰다. 한여름인데 싸늘한 냉기가 전신으로 느껴졌다. 초창기에는 관광객 한명 한명마다 각자 손에 촛불을 들고 나무사다리와 밧줄까지 사용해서 동굴내부를 구경했다고 한다. 그 후 계단을 만들고 통로를 넓히는 등 보수공사가 이우어져 현재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윈드케이브 동굴 안에는 오래 전에 지하수가 말라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완전히 건조한 동굴이 되었다. 다른 동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유석들도 전혀 없고 어떤 생물도 이 동굴 내부에는 살고 있지 않다.

동굴의 중간쯤에 도착했을 무렵, 안내원이 진짜 암흑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겠다며 동굴 내의 조명들을 완전히 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암흑이란 물체의 윤곽이 희미하게라도 보이거나 주변의 잡음 혹은 바람소리 같은 것이 약간은 들리는 상태이지만 지금 수백 피트 지하에 있는 동굴 속의 암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아무런 빛도 존재하지 않고 일체의 음향도 없는 완전한 정적의 암흑이다. 주변에 사람이 있고 곧 조명등이 켜져서 다시 밝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이러한 암흑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의 것이다. 다시 불이 켜지자 관광객들은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깔깔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암흑 속에서 해방된 기쁨의 표현, 아니면 절대 암흑의 공포에 사로잡혔던 자기의 심정을 숨기려는 웃음일까?

우리 일행은 다시 좁은 통로를 걸어가면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윈드케이브는 종유석이 없고 특수한 모양의 돌과 무늬로 벽과 천장이 형성되어 있다. 튀긴 옥수수 같은 모양, 땅을 덮은 서리 같은 것, 노새의 귀처럼 생긴 것, 개가 화낼 때 드러나는 이빨 같이 생긴 것 등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 동굴의 최고 명물은 박스워크(Box Work)라고 하는데, 윈드케이브의 내부는 주로 이 박스워크의 모양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옛날 우체국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편지 또는 메시지 등을 보관하고 넣기 위해서 설치된 네모난 나무상자들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수천 만 년이라는 기막히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천연의 조각은 인간의 재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South Dakota Photo Gallery

1시간15분 동안에 걸친 동굴내부 관광을 끝마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햇빛 찬란한 언덕풍경과 맑은 공기가 다시 긴장을 풀게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탐사가 이루어진 윈드케이브의 길이는 약 50마일 정도,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형성된 동굴내부는 아직도 답사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 전체의 길이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고 한다. 앞으로 몇 백 년이 걸려야 전체를 답사하게 될 것이지 알 수 없으며 모든 탐사를 마치게 되면 틀림없이 지구상에서 제일 긴 동굴일 것이라고 안내원은 설명한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3번째,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동굴로 알려져 있다.

일반에게 공개되는 동굴관광 코스는 ½마일(소요시간:1시간15분)과 1마일(1시간45분) 두 코스가 대표적인데 관광객의 수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관광을 할 수 있다. 이보다 좀 더 특수한 투어는 약 2시간이 걸리는 촛불투어(Candlelight Cave Tour)로 여름철에 하루에 1~2차례 가이드 동반으로 각자 손에 촛불을 들고 동굴 안을 한 바퀴 도는 코스가 있다. 그리고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전문투어는 15세 이상의 남녀가 참가할 수 있으며 특별히 동굴에 관심이 깊은 이들에게 알맞은 코스이다. 이 특수한 투어에 참가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장시간 저온 상태의 동굴탐사에 대비하여 보온성이 좋은 자켓이 필요하다.


- 미주 중앙일보 여행기사 중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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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1 애니메이션 볼트(BOLT)에서 주인공이 대륙횡단하는 장면인데요.. 여기 회원님들은 다 아시겠죠? ^^ [3] 김범석 2010.01.05 3434 1
3320 고심끝에 정리한 여정좀 봐주세요 6일출국 [6] 김인교 2010.01.03 28638 0
3319 LA 에서 Sanantonio가면서 5일의 시간동안 여행일정 부탁드립니다. [1] 제리 2010.01.02 2643 0
3318 랜트카 운전자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4] 김인교 2009.12.28 2733 0
3317 겨울철 데스벨리-요세미티 루트에 대해서 [5] 김인교 2009.12.26 6621 0
3316 미국 자동차여행 기본 문의ㅠ [2] 장진수 2009.12.24 3439 0
3315 [re] 캘리포니아 city pass는 현장에서 살수 있나요? 송기호 2010.01.06 3452 0
3314 라스베가스-페이지-모뉴먼트-캐년랜드-아치스-브라이스-라스베가스 여행 일정 조언 부탁드립니다. [6] Jung 2009.12.21 4557 0
3313 [여행일정 문의] 7월중순에 샌프란-LA-베가스 7박9일 랜트카 여행가고 싶어요 [3] 김범석 2009.12.21 2821 0
3312 LA-산타바바라-솔뱅-카멜-몬테레이-샌프란-허스트캐슬 일정 조언부탁드립니다. [3] Eunice Lee 2009.12.18 6288 0
3311 [뉴욕] 식당 문의/구경할 곳 [4] saxman2a 2009.12.16 3430 0
3310 서부여행 일정및 질문 이 있습니다 [7] 이숙 2009.12.09 2848 0
3309 겨울 서부여행일정입니다. 앞선 선배님들의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1] 재민아빠 2009.12.08 2952 0
3308 서부 orange county airport 관련 질문입니다. [4] 장익환 2009.12.08 3020 0
3307 샌디에고 에서 베버리힐즈 까지 [1] 미국여행 2009.12.06 3397 0
3306 Thanksgiving Break에 한 동부 여행기-9~10일째(집으로 이동) [6] 최머시기 2009.12.05 467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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