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형식으로 쓴 글이라 경어체가 사용되지 않은 점 널리 양해바랍니다]


지난밤도 Cody KOA의 캐빈에서 하룻밤을 무사히 잘 보냈다.
Cody KOA는 시설도 잘 되어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8월초,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휴가철인데....
그것도 토요일저녁 숙박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곳 중의 하나인
옐로우스톤에서 제일 가까운 Cody의 숙박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그나마 방을 구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며칠 전에 KOA 사이트에서 Cody의 KOA를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은 일찌감치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  어제밤은 잘 잤지만....!
Yellowstone 국립공원의 숙박을 전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8월의 성수기라 모든 캠프사이트가 이미 봄에 예약마감 되었고, 중간중간에 체크도 해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더더군다나 최대한 저렴하게 여행을 하자는 컨셉을 가지고 있기에
국립공원 내의 성수기 요금을 받는 lodge는 너무 비쌌다.  
마음은 Old Faithful Inn에 가 있었지만.....!
그래서 서문 입구의 KOA를 검색해보니 마침 No hookup 캠프사이트가 있어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우리 재무부장관, “그냥 가!!!”
옐로우스톤 안의 캠핑장에 빈자리가 반드시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나 뭐라나.....

* Yellowstone 국립공원 내의 캠핑 사이트는 모두 12곳이 있는데 5곳은 사전예약을 받고,
7곳은 당일 선착순으로 캠핑 사이트를 배정한다.
성수기에 사전예약을 하지 못해 당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캠프사이트로 갈 경우에는
10-12시 사이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

48.JPG [Cody에서 옐로우스톤으로 가는 길에서....]

▶ 오전 9시 Cody 출발

아침을 서둘러 먹고 9시에 출발을 했다.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이 있다보니 일찍 출발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한가지 판단착오를 했다.  
Cody에서 캠핑장까지 1시간 정도면 되리라 예상을 한 것이다.
아무튼 Cody를 출발해서 Yellowstone 동문을 향해 출발을 했다.  
중간중간 포인트가 있으면 꼭 빼놓지 않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시간의 압박으로 그냥 쭉 가기로 했다.  
덕분에 Cody에서 Yellowstone 동문에 이르기까지의 절경을 사진도 못찍고 눈요기만 하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49.JPG [한번도 못세우고 눈요기만 하고 가려니 손이 근질근질하다....ㅠㅠ]

더더군다나 Cody를 출발해서 5마일쯤 갔을까 문득 Yellowstone 안에 주유소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전정보 부족이었다.
(Yellowstone 안에는 주요 포인트마다 주유소가 있습니다. 동문 입구에도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Cody로 가서 개스를 넣고 오느라 시간을 또 까먹었다.
주변의 절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10시까지 아무 캠프장이나 도착하려고 했는데
이미 동문을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10시다. 


50.JPG [옐로우스톤 국립동원의 동문 매표소]

드디어 동문에 도착, 애뉴얼패스를 보여주고 지도와 뉴스레터를 받고 잠시 정차하여 캠핑장을 먼저 살폈다.  
예약을 받는 캠핑장은 공원 내 중심부에 주로 많이 자리잡고 있고,
당일 선착순으로 배정받는 캠핑장은 주로 북쪽, 즉 Tower Fall, Slough Creek, Pebble Creek,
Mammoth Hot Springs, Indian Creek, Norris 등....동문에서는 한참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동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캠핑장은 Bridge Bay!
옐로우스톤 호수 바로 옆에 위치한 캠핑장이다.
여기 가보고 없으면 재빨리 Norris나 Tower Falls로 올라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역시 동문입구부터는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서 속도가 무척 더뎠다.  
한참을 갔나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 그림같은 옐로우스톤 호수를 끼고 열심히 달려
Fishing Bridge를 건너 Bridge Bay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차를 세워놓고 캠프 사이트를 예약하러 갔더니 와우........!!!
자리?있단다.  
휴......!!
길게 나오는 한숨!!!

사실 여기 자리가 없으면 상당히 난감할 뻔 했다.
이곳이 공원의 중심부이어서 북쪽과 남쪽을 잘 분배하여 들러보는데 좋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눌님.........의기양양하다.
“거봐........내 예감이 틀린 적 있나!”
(40불 아까와서 그런거면서.......! 허긴....덕분에 40불 굳었다.)

▶11시-1시 - 캠프장에서......

캠프 사이트에 도착하여 텐트를 쳤다.  
그전 텐트가 너무 작다고 큰 걸로 바꾸자 하여 큰 걸로 바꿨는데 혼자 치기가 만만치 않다.  
와이프와 두 딸들이 합세하여 텐트를 치고, 정리를 하고, 짜파게티를 끓여 점심을 먹고,
출발준비를 하니 오후 1시!!!  
드디어 옐로우스톤을 향해 출발이다.


51.JPG [넓은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뜯어먹는 바이슨 패거리들....]

▶1시-5:30분 Bridge Bay에서 Canyon Village까지!

옐로우스톤 지도를 보니 사전에 전혀 감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뭐 이까지꺼 하루 안에 다 돌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얼마나 무모하고 무식한 생각이었는지 오늘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Bridge Bay 를 출발하여 북쪽으로 올라갔다.
Yellowstone은 크게 8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틀을 옐로우스톤을 위해 잡은 관계로
(사실 이것도 사전정보 부족! 이틀은 왠지 아쉬운..... 한 3-4일이면 그래도  아쉽지 않게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오후는 북쪽, 내일은 남쪽루프를 돌기로 했다.

52.JPG [으.......냄새! 아빠.......나 죽을 거 같애....!!!]

중간에 그림같은 옐로우스톤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북쪽으로 올라가니 처음 만나는 포인트가 Mud Volcano!  
차에서 내리자마자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난리다.
안가려고 하는걸 억지로 끌고 갔더니 짙은 회색 톤의 펄펄 끓는 유황온천이다.  
Helen은 결국 코를 감싸쥐고 차를 향해 줄행랑!  
나와 Judy는 끝까지 참으면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왔지만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Mud Volcano를 조금 지나 오른편에 마찬가지로 유황온천인 Sulphur Caldron이 있다.
여기서도 한 장!

53.JPG [이 녀석 오늘 제대로 모델 해주기로 작정했다. 도로를 따라 슬금슬금....]

한참을 가다보니 서울도 아닌데......왠 교통정체?
차들이 쭉 서 있다.  사람들은 차 밖으로 나오고....이게 웬일일까?
중간 중간에 이렇게 차들이 정체해 있으면 100% 바이슨 때문이다.
아메리칸 들소인 바이슨이 얼마나 많은지, 중간중간 길도 막고 있고, 떼지어 길을 건너기도 한다.  
바이슨을 바로 차창 밖으로 보다니....


54.JPG
옐로우스톤 리버를 따라 올라가면서 아이들과 함께 강가에 발도 적셔본다.
한 여름인데도 시원하다 못해 발이 시린 느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역시 물이라면.....

오후 4시, Canyon Village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비지터센터에 들렸다.
거기서 옐로우스톤에 관한 영화를 본다.
사실 가족들은 보고 나는 15분간 달콤한 꿀잠을....
이렇게 운전수로, 가이드로, 짐꾼으로 일인다역을 하다보면
몸이 피곤해서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자 두어야 나머지 일정이 편하다.

꿀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 비지터센터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물어보니 일인당 3달러!  
옐로우스톤은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에 돈을 내야 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돈을 내고라도 하고 싶었는데 프로그램이 좀 복잡하다.
일정과 안맞아서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우리 재무부장관 또 한 마디.......!
“앞으로 가야할 국립공원이 수없이 많은데 걍 스킵!!!”
쩝......이 노랭이아줌마 한마디에 가족들 모두 고개를 떨구고.....OTL


55.JPG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실수를! 온통 실수 투성이네!  
사실은 Upper Falls와 Lower Falls를 보기 위해서는
Canyon Village를 가기 전에 우회전해서 빠져 나가야 한다.  
한참 전에 빠져나가 작은 다리를 건너 Uncle Tom's Trail을 하고
Artist Point를 들러본 후에 다시 나와서 주도로로 올라가다가 한번 더 우회전,
Brink of Upper Falls와 Lookout Point, Grand View Point, Inspiration Point를 본 후에
비지터센터를 가면 딱 좋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주도로로 쭉 달려와서 비지터센터에 들렸다가 다시 내려가는 이중시간낭비를 한 셈이다.

아무튼 다시 내려와서 위의 포인트마다 다니며 Upper Falls와 Lower Falls,
그리고 Grand Caynon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감상하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아........스펙타클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웅장하고 장엄한 천연계의 모습 앞에 아주 작은 점같은 나를 발견하며,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Artist Point가 공사중이라 접근금지!
정말 아쉬운 일이다.  
Artist Point에서 찍은 사진을 많이 보았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뷰에서 본 것으로 위안을 삼는 수 밖에 없다.


56.JPG
이곳 저곳 포인트를 들러보며 가다보니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Canyon Village를 출발하니 5:30분!
가야할 길은 먼데 점점 시간의 압박이 몰려온다.
열심히 45마일을 지키며 달려 Tower Falls에 도착!  
Tower Falls는 Upper Falls나 Lower Falls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한 폭포이다.  
Tower Roosevelt 지역의 Roosevelt Lodge를 들려 Mammoth Hot Springs를 향해 가는 길은
굉장히 꼬불꼬불한 산길이다.  
운전에 많은 신경이 쓰이고, 전반적으로 북쪽 길이 산길이 많고
웅장한 협곡들이 많아서 좋은 경치를 선사하면서도 운전에 많은 조심을 요하는 구간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Patrified Tree는 통과, 곧장 Mammoth Hot Springs로 갔다.

57.JPG
[대화재로 인해 불탄 나무들 사이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Mammoth Hot Springs는 땅속에서부터 뜨거운 온천과 광물이 솟아져나와
산과 같은 독특한 지형을 형성한 곳으로 Lower Terrace와 Upper Terrace로 나뉘어져 있다.  
Lower Terrace는 직접 걸어다니면서 감상하도록 되어 있으며,
Upper Terrace는 차를 가지고 가서 좁은 길은 운전해 중간에 세워놓고 감상하도록 되어 있다.

58.JPG
이미 때늦은 시간!
사람들이 별로 없고 몇몇 사람들만 온천을 감상하고 있다.  
아직도 어린 Helen은 조금만 걸어다니면 다리가 아프다고 업어달라고 해서
트레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장애물(?)이다.  
Lower Terrace가 꽤 많이 걸어다녀야 하는데 다리 아프다고 칭얼댄다.  
할 수 없이 Lower Terrace는 대충 보고 차를 몰고 Upper Terrace로 향했다.  
Upper Terrace에서 보는 Hot Springs의 모습은 얼마나 신기한지....


59.JPG
노란색, 하얀색, 주황색, 붉은색 결정들이 층층을 이루며,
그위에 온천수가 졸졸졸 흐르는 모습은 참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사람도 별로 없고 평화로운 곳에서,
저 멀리 커다란 산 너머로 구름이 지는 해와 함께 붉게 변해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 가족들과 걸어다니며 구경하며 이야기도 하니 가족애가 절로 피어난다.  
맨날 쌈박질하는 Judy와 Hele이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게 만드는 이 곳.....!
무슨 마법을 부렸을까?


60.JPG
Mammoth Hot Springs를 출발하니 8:30분!  
이제는 해도 거의 다 져가고 시간이 없다.  
나머지 루프는 내일 돌기로 하고 이제 숙소로 쭉 가기로 했다.  
Sheepeater Cliff와 Indian Creek를 거쳐 Norris로, 좌회전해서 Canyon Village로,
그리고 숙소인 Bridge Bay 로 오니 10:00시!  
중간에 바이슨 때문에 잠깐 멈춘 것 외에는 계속 속도제한 범위 내에서 달려왔는데도 불구하고
Mammoth Hot Springs에서 Bridge Bay 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  

61.JPG
[북쪽은 이런 산길이 많아서 구불구불......]

오전에 쳐놓은 텐트에 이불을 깔고 아이들을 재우고,
집사람과 나는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둘이서만의 대화.......
그리고 피곤한 몸에 이끌려 꿈나라로......!

오늘 하루 꽤 심한 강행군이었고, 몸과 마음도 피곤했다.  
특히 숙소예약을 하지 않고 성수기에 대담하게 옐로우스톤에 잠자리를 구하겠다고 들어온 모습은
다시 생각해보니 용감하다 못해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 저렴하게, 그리고 특별한 사정으로 숙소를 구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도를 잘 확인하지 못해 갔던 길을 도로 다시 내려오는 실수도 몇 번 있었고,
결정적인 실수는 오후시간이면 절반 정도는 충분히 돌아볼 수 있겠다는 나의 오만함이었다.  
지나고 보면 생각은 가상했다만, 얼마나 판단착오였는지....
시간이 없는 분들은 딱 이틀을 잡되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절반씩 본다는 일정으로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의 오만함과 판단착오로 해가 진 깜깜한 옐로우스톤을 1시간반동안 달리는 벌(?)도 받고....

하지만 오늘 경험한 옐로우스톤은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깊은 감동과 인상을 안겨 주었다.
이토록 웅장한 아름다움,
그 속에 있는 작은 점같은 우리들,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장엄함,
그리고 가족간의 사랑....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교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은 행복한 하루였다.

밤하늘에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름모를 수많은 별들이
총총총 빛나고 있다............




* 루트 : Cody(9시) - 옐로우스톤 동문 - Bridge bay 도착(11시) - Bridge Bay 출발(1시) - Canyon Village (3:30-5:30)
         - Tower Roosevelt (6:00-6:30) - Mammoth Hot Springs (7:00-8:30) - Birdge Bay 도착(10:00)
* 주행거리 : 197mi
* 숙소 : Yellowstone 국립공원 Bridge Bay 캠핑 ($18)
* 지출 : $ 69.5
         (개스 26.9, 캠핑요금 이틀분 36$, 얼음 $1.5, 아이스크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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