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추라 카운티 숨겨진 전원 관광지 샌타 클라라 리버 밸리

Santa Clarita Valley
오렌지밭 초록바다에 흠뻑 빠진 캘리포니아의 봄

백악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NBC의 유명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The West Wing)’에 등장하는 인물인 아놀드 비닉크(Arnold Vinick) 상원의원(Alan Alda 분)은 극중에서 “나의 정치철학은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남가주의 샌타클라라 리버 밸리 농민들의 근면과 성실에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극중에서 말하는 샌타클라라 밸리(Santa Clara River Valley)는 LA에서 1시간30분 정도의 드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전원 농장지대다.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남가주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오렌지 재배단지인데 바로 이 곳에서 캘리포니아 최초의 유전이 발견되기도 했다. CA-126번 하이웨이 상으로 필모어(Fillmore), 샌타폴라(Santa Paula), 파이루(Piru) 등 3개의 작은 도시들이 모여 있는데, 80년이 넘은 건물들이 20세기 초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매 주말이면 오렌지밭 사이로 관광 열차도 운영되고 있어 주말 여행지로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행은 가는 곳의 풍물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 풍물 가운데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는데 특히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자노릇을 한다. 샌타클라라 리버 밸리에는 도로변에 싱싱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과일 스탠드와 봄의 향기를 듬뿍 선사하는 수목원들이 곳곳에 있다. 벤추라 카운티의 숨겨진 전원 관광지 샌타클라라 리버 밸리로 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LA 도심에서 가는 길은 I-5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가 매직 마운틴(Magic Mountain) 놀이공원을 지나서 나오는 CA-126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서쪽으로 10여분 정도 가면 파이루 레이크가 나오고 다시 10분 정도 가면 필모어에 도착한다. 필모어에서 다시 10분 정도 서쪽으로 향하면 샌타폴라에 도착할 수 있다. LA로 돌아올 때는 시미밸리(Simi Valley)에 있는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 들린 후 내려오면 좋겠다.  


● 필모어 도심의 관광명소 ●
일단 샌타클라라 리버 밸리에 들어서면 “LA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경탄이 터져 나온다. 한 때는 추마시 인디언(Chumash Indians)들이 성지로 여길 만큼 그림엽서 같이 아름다운 로스 파드레스(Los Padres) 국유림을 배경으로 소박하고 청순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끝없이 이어진다. 결코 가파르지 않은 완만한 능선에서 봄철 과일 열매들이 한창 살을 붙이고 있으며 그 사이로 형형색색의 꽃들로 무지개색 바둑판을 만들고 있는 플라워 필드(Flower Field)가 봄 성수기를 맞아 인부들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도 공기가 맑기로 유명하지만 지난 주말 내린 비가 더욱 더 대기를 깨끗하게 정화했나 보다.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봄바람이 생끗하게 피부에 전달된다. 새콤달콤 딸기가 따사로운 초봄 햇살 아래 필드에서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Best West City Fillmore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음직한 딸기, 멜론 등 과일과 채소들이 농장에서 막 수확되어 길거리에 시골장터 노점처럼 차려진 스탠드에 올라 봄을 찾는 방문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도로 과일 스탠드 옆으로 차를 세웠다. 특히 이곳 주위에는 딸기 농장도 많은데 봄철에는 도로변에서 딸기를 파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 스탠드 주인이 딸기 하나를 건넨다. 한입 크게 입에 들어온 딸기가 코끝 가득, 입안 가득 기분 좋은 향내가 진동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농장 가운데에 조성된 타운에 들어서면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 나오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옛 것을 그대로 지키려는 타운 주민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건물들과 상점 그리고 시티 홀 등을 만난다. 오렌지 농부들의 도시인 필모어는 지난 수년간 건물들을 깨끗하게 다시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고 있다.

산뜻한 가든의 빅토리아풍 주택들이 원색 페인트칠로 옷을 새로 갈아입고 있으며 시청이 있는 센트럴 파크 플라자는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방문객들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여행정보지인 선셋(Sunset)은 필모어를 ‘서부 베스트시티 20선’에 선정한 바 있는데 워낙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종종 할리웃 영화의 배경으로도 많이 나온다. 시청 옆에는 기차 박물관과 분위기 있는 양조장(Giessinger Winery)과 비지터센터가 있어 관광을 시작하기 좋은 곳이다. 또 ‘선키스트’ 등 대형 오렌지 공장들이 타운에 들어서 있어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센트럴 파크 플라자 옆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Bike Path)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 시청에서 시엘스 공원(Shiells Park)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지나면 오렌지 과수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강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필모어는 수목원으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인 곳은 ‘오토 수목원(☞Otto & Sons Nursery)’이다. 4월 중순에 열리는 장미 축제로 유명한 이 곳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좋은 품종의 장미를 재배한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장미나무의 가격도 ‘홈디포(Home Depot)’ 등 대형 가든센터보다 2배 정도는 비싸다. 12에이커 규모의 수목원에는 모두 352종의 장미를 재배하고 있는데 수목원이 있는 거이버슨 로드는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수목원은 매주 목~토요일 오전 8시~오후 5시까지만 일반에게 문을 연다. 필모어의 또 다른 볼거리는 도심 동쪽 끝에 위치한 송어 부화장(Fillmore Fish Hatchery). 200피트가 넘는 길다란 인공 호수에는 수천 마리의 송어들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송어 방류와 각 지역의 송어 생태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공부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개장한다.


● 필모어 인근의 관광 포인트들 ●

◎ 필모어 웨스턴 투어 열차 : 오렌지밭 사이로 만들어진 29마일 길이의 필모어 & 웨스턴 철로를 따라 운행되는 남가주 유일의 투어 열차이다. 1946년에 만들어진 전기기관차와 객차가 마치 한국의 완행열차를 연상케 하는데 속도 역시 시속 30마일 정도로 천천히 오렌지밭을 가로지르면서 달린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에 필모어를 출발해 인근 샌타폴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2시간30분의 주말 왕복투어가 가장 인기가 있다. 역의 점원에서부터 기차의 차장들 모두가 예전의 복장으로 승객을 맞는다. 객차에 들어서면 모든 물건들이 골동품들로 타임머신을 타고 40년대로 돌아간 기분을 느낀다. 벤조를 맨 할아버지가 얼굴을 산타클로스처럼 수염으로 감싸고 승객들에게 컨트리 뮤직을 선사한다. 맨 앞에 있는 객차는 지붕이 없어 시원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으며 뒤칸의 식당차와 침대차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열차에서 생일파티와 바비큐 디너 투어도 할 수 있다. 성인 $21, 어린이 $11 이다. ☞The Fillmore & Western Railway Co.

 

◎ 샌타폴라 : 오렌지와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세워진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마을인 샌타폴라(Santa Paula)는 필모어에서 20분 거리로 LA와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좋은 곳이다. 오렌지와 레몬나무 숲의 고개를 넘고 또 넘어서 도착하는 도시는 과거 속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건물에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관광객보다는 마을 사람들을 주고객으로 맞는다. 또 타운 내 곳곳에 여러 가지 모습의 벽화(Mural)들이 그려져 있어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그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골동품 상점들이 많고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식당들이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유명 관광명소로는 샌타폴라 석유박물관(☞Santa Paula Oil Museum)으로 지금은 유노칼(Unocal 76)이라고 이름이 바뀐 유니언 오일이 1890년 이곳에서 설립됐다. 1887년 철도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이 어떻게 번창했는지, 샌타폴라 기후가 오렌지 재배에 얼마나 좋은지 등 지역 역사와 풍물을 안내하는 자료와 사진들이 비치돼 있다. 샌타폴라 공항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쌍엽기 등 초기 항공기가 전시되어 있다. ☞Citrus Capital of the World Santa Paula

 

◎ 파이루 레이크 : 파이루 호수(Piru Lake)는 벤추라 카운티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로 수면이 1,200에이커에 이른다. 낚시, 캠핑, 피크닉, 워터스킹, 수영, 하이킹 그리고 세일링 등의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으며 이 지역에서만 관측이 가능한 캘리포니아 콘돌의 보호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송어 낚시가 유명한데 겨울철에는 가주 낚시국이 주기적으로 송어를 방류하므로 LA의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백인들보다 주로 라티노들이 많다. 지난 1월에는 6파운드 짜리 송어가 잡혀 지역신문에 기사화 되기도 했다. 공원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장되며 입장료는 차량 한 대당 주중 8달러, 주말 10달러이다. ☞Lake Piru Recreation Area

- 미주 한국일보 중에서 [편집] -


이 신문 기사에는 너무 칭찬 일색이라서 저는 좀 엉뚱한 얘기를 하고 싶네요. 원래 기사에는 ‘샌타 클라라 밸리’라고 적혀 있었지만 제가 임의로 리버를 붙여 ‘샌타 클라리타 밸리’라고 정정 했습니다. 왜? 그냥 ‘샌타 클라라 밸리’라고 하면 주로 샌프란시스코 남쪽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호세(San Jose)와 샌타 클라라 카운티를 지역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소개된 CA-126번 도로를 따라 나란히 흐르는 강이 샌타 클라라 강인데 그 이름을 따서 이곳은 ‘샌타 클라라 리버 밸리’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곳 샌타 클라라 리버 밸리의 인구 중에는 히스패닉 계열이 상당히 많은데요. 그런 까닭인지 샌타폴라는 오렌지 마을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범죄율도 높은 편이며 남부 캘리포니아 라티노 갱단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며칠전 Ycano님의 여행계획에 대한 의견을 드리면서 말씀드린 오하이(Ojai) 마을을 돌아보는 여행과 연결되는 드라이브 동선입니다. 이번 봄에 벤추라 카운티의 해안과 샌타바바라 지역을 구경한 후 하루를 묵은 다음, 오하이 마을을 지나 필모어에서 연결되는 CA-23번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오다가 색다른 경치를 감상하면서 딸기 농장으로 유명한 무어파크(Moorpark)에 도착, CA-118번(Ronald Reagan Freeway)도로를 이용해 동쪽으로 가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Ronald Reaga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250마일 거리의 1박2일짜리 드라이브 여행을 계획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2006년 3월 24일 게시된 글을 다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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