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블랙캐년 국립공원

Spectacular Landscape..Black Canyon of the Gunnison National Park
미국의 계곡들은 그 대소를 막론하고 대개가 퇴적된 수성암이 깎여 형성된 것들이다. 물의 힘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차돌같이 단단한 암석이라면 깎아내리는 속도가 느려서 계곡의 깊이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랜드캐년이나 유타주의 캐년랜드(Canyonlands) 계곡들이 거대한 것은 수성암의 대표 격인 샌드스톤(Sand Stone)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을 봐도 그 이치를 알 수 있다. 콜로라도주 남서쪽 몬트로즈(Montrose) 근처에 검은색 차돌을 깊게 뚫고 나간 거대한 계곡이 있으니 그 신기한 곳을 찾아가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절벽을 구성한 암석이 단단한 차돌의 검은색 편마암이어서 블랙캐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공원의 개요 : 블랙캐년은 아직까진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국립공원이다. 콜로라도 강을 이루는 지류의 하나인 거너슨 강물(Gunnison River)은 콜로라도주의 가운데 지역을 관통하며 흐르다가 몬트로즈(Montrose) 근처에 와서 양쪽으로 깎아 세운 듯한 엄청난 검은 절벽 사이로 흐른다. 바로 이곳이 이름 그대로 온통 검정 바위 투성이의 계곡인 블랙캐년이다. 1933년에 처음 국정공원으로 지정된 이 블랙캐년은 최근 1999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며 면적은 33,000에이커이다. 캐년의 길이는 전장 53마일이지만 12마일 정도의 깊고 좁은 계곡부분이 공원의 중심에 해당한다. 가장 깊은 곳의 높이가 2,700피트이며 절벽사이로 강물이 흐르는 계곡 아랫부분의 경우엔 폭이 40피트밖에 안되는 좁은 곳도 있다. ☞Black Canyon of the Gunnison National Park 

이곳 블랙캐년은 그랜드캐년과 마찬가지로 계곡의 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노스림(North Rim)과 사우스림(South Rim)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곳은 역시 비지터센터가 위치한 사우스림이라고 할 수 있으며 노스림의 경우엔 경치는 좋은 편이지만 겨울철에는 문을 닫고 있다. 사우스림의 경우도 겨울철 폭설이 내리게 되면 아예 며칠동안 문을 닫거나 공원 내의 일부 포인트들이 일시적으로 통제되기도 한다.

남쪽 사우스림 절벽의 전망대들은 북쪽에 비해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전망대의 숫자도 많다. 해가 저물 무렵에 절벽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계곡 위쪽에만 겨우 햇볕이 들뿐 아래쪽으로 갈수록 검은 계곡이 어두운 밤을 연상시킬 정도로 컴컴해 보이기에 그렇지 않아도 으스스한 계곡을 더욱 흉물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만 건너편 노스림의 짙은 회색빛 절벽(Painted Wall)이 여러 줄기의 굵은 추상화를 연상시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노스림 구경 (North Rim Drive) : 우선 북쪽 노스림부터 구경하기 위해 델타(Delta) 마을에서 CO-92번 도로를 따라 시골풍경이 짙은 길을 동쪽으로 달려 약 30분 후 크로포드(Crawford)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진 자갈로 다져진 좁은 비포장 길을 따라 블랙캐년으로 향하면 드문드문 한적한 농가만 보일뿐 도로 주변은 그야말로 고요하기만 하다. 이렇게 고요한 산야를 달리기 20분 후 드디어 눈앞에 암벽의 정상부 같은 검은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바위 끝부분으로 발길을 옮기면 돌연 깎아내린 듯이 직각으로 내려 떨어진 절벽에 선 자신을 알고 실신할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면서 그 충격으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게 된다. 보통 계곡의 절벽 위는 잘못해서 발을 헛디뎌도 그냥 떨어지지 않고 정상부나 밑 부분에 몸이 걸릴만한 최소한의 여유가 있는데 여기 이 절벽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까마득한 절벽이며 낭떨어지 밑으로 실오라기 같은 강물이 내려다 보여서 더욱 아찔한 감을 더해 준다.

몇 군데 전망대는 안심하고 기댈 수 있게 안전한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관광객들 대부분이 한번 내려다보고 난 뒤엔 감히 다시 난간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 지금 내려다보고 깜짝 놀란 절벽의 높이가 2,250피트이니까 무려 700미터에 가까운 수직 절벽이다.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는 곳마다 한번씩 올라가 보면서 상류 쪽으로 이동해 가는 도중 처음에 느꼈던 공포에 가까운 기분은 점차 사라지지만 무시무시한 검은 절벽의 경이적인 존재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계곡 밑(Inner Canyon Routes)으로 내려가려면 공원사무실에서 특별허가를 얻어야하며 절벽을 오르내리는 전문가에 가까운 경험과 체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내려가 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좁은 두 절벽의 사이 틈에 낀 곳이기 때문에 바람도 강하고 정오경에 잠깐 햇볕이 들 정도이며 계곡 안은 처량한 감이 들 정도로 고독한 곳이라고 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류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이 건설되어 있어서 수량조절이 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는 염려가 없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한다. 양쪽 절벽 정상근처의 숲에는 곰, 산양, 살쾡이들이 살고 있다지만 대낮에는 관광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며 토끼나 들쥐를 노리는 독수리 종류의 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일 정도다. 노스림에는 모두 6곳의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으며 모두 돌아보려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Black Canyon Photo Gallery 



● 사우스림 구경 (South Rim Drive) : 북쪽을 구경한 다음 남쪽 사우스림으로 가기위해 자갈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크로포드를 거쳐 CO-92번 도로에 합류해야 한다. 거너슨 강의 상류에 있는 댐(Blue Mesa Dam)을 지나 약 90마일 정도를 가야만 한다. 댐에 도달하기 전의 약 20마일 거리의 강변도로는 경치가 무척 멋진 물놀이 유원지 지역이다. 노스림을 출발해 약 2시간30분 후 사우스림에 있는 비지터센터에 도착하게 된다.  

비지터센터에는 이 계곡의 특이한 생성과정과 주변의 동식물들에 대한 자세한 도표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지터센터에서 시작해 북서쪽 끝 지점인 하이 포인트(High Point)까지 이어지는 7마일 가량의 포장된 일주도로를 따라 모두 10곳의 전망대가 있으며 최소 2시간의 관광시간이 소요된다.  

북쪽에서 볼 때는 너무나 깊은 계곡과 아찔한 직각의 절벽에 현기증을 느껴 세밀한 관찰을 못하지만 남쪽에서 북쪽의 거대한 벽면의 색깔과 무늬를 주의 깊게 바라보면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모두 각양각색, 조물주의 위대한 조각전시장에 들어선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전망대마다 바라다 보이는 계곡의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서둘러가면서 돌아보아야 한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10여분 정도를 걸어가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고 어떤 경우엔 한참이나 계곡 안으로 내려가야 하는 전망대도 있어서 다시 올라오는 길은 의외로 힘들고 시간도 무척이나 많이 소요되는 코스도 있다. ☞Black Canyon Hiking  

● 이스트 포털 (East Portal Road) : 자동차를 이용해 거너슨 강변을 가까이 구경하려면 공원의 동남쪽으로 향하는 이스트 포털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금메달 수질(Gold Medal Water)’이라는 천혜의 일급 수질을 자랑하는 거너슨 강변으로 향하는 공원의 동쪽 구역은 도로를 따라 캠프장과 피크닉 장소가 마련되어 있으나 굴곡이 심한 내리막 경사길이 계속되기에 겨울철엔 통행이 불가능하다. 콜로라주 내에는 송어가 서식하는 개천이 총 연장 9,000마일이나 흐르고 있는데 그 중에서 168마일만 금메달급 일급 수질이라고 한다. 특히 이곳 블랙캐년 계곡의 거너슨 강에는 송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최고의 낚시터이기도 하다.    

● 숙박과 캠핑 : 부지런히 공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면 해는 벌써 서산에 걸려있고 둥지를 찾아가는 새들이 계곡 위로 멀리 날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절벽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계곡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마치 평지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서서히 잠들어 가는 블랙캐년을 뒤로 하고 남서쪽으로 15마일 떨어진 몬트로즈로 향하는 황혼 짙은 길을 달리는 기분 또한 매우 이국적이다. 이곳 블랙캐년 근처에서 숙박을 하려면 공원에서 제일 가까운 곳인 몬트로즈와 북쪽 30마일 지점에 있는 델타 마을, 그리고 동쪽으로 60마일 거리의 거너슨에서 찾는 것이 좋다. 공원 내부 사우스림에는 연중 오픈하고 있는 캠프장이 있으며 여름철에는 노스림의 캠프장도 이용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공원 내에서 캠프파이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서 캠프장이 대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 공원으로 가는 길 :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공원의 사우스림으로 가는 길은 3가지 코스를 꼽을 수 있다. 먼저 공원의 동쪽에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에서 캐넌시티(Canon City)를 거쳐 로열 고지 브리지(Royal Gorge Bridge)를 구경하고 US-50번 하이웨이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면 몇 개의 크고 작은 온천지역과 인디언 마을, 그리고 끝없이 뻘건 산들이 연속되어 그 흔한 패스트푸드점 조차도 구경하기 힘든 시골이 나온다. 해발 8,000피트 높이에 위치한 시머런(Cimarron) 마을을 지나서 CO-347번 도로로 북상하면 공원의 남쪽입구에 있는 비지터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캐넌시티에서 공원의 남쪽입구까지의 거리는 180마일이 조금 넘으며 중간에 적당히 쉬면서 여유 있게 간다면 약 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관광계획에 따라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반면 공원에 서쪽에 해당하는 콜로라도 내셔널 모뉴먼트(Colorado National Monument)에서는 남동쪽으로 약 80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콜로라도 내셔널 모뉴먼트의 남동쪽입구를 벗어나 US-50번 하이웨이를 이용해 그랜드 정션과 몬트로즈를 지나 약 1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공원의 남쪽에 있는 두랑고(Durango)에서는 ‘밀리언 달러 하이웨이’라고 불리는 샌후안 스카이웨이(San Juan Skyway : US-550 구간)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실버턴(Silverton)과 아유레이(Ouray)를 지나는 꿈길과 같은 드라이브를 즐긴 후 공원의 남쪽에 도착하기까지 약 120마일의 거리이며 5시간 정도로 계획하면 그런 대로 여유가 있다.    

- 미주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중에서 [편집] -



 콜로라도에서 가장 높은 블랙캐년의 절벽 페인티드 월 (Painted Wall)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가 1,250피트(380m)이며 같은 콜로라도주 내에 있는 로얄 고지 브리지(Royal Gorge Bridge)의 높이도 1,053피트(320m)에 불과(?)하니까 이곳 블랙캐년의 절벽(Painted Wall : 2,250피트 = 685m)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거의 2배에 가까운 까마득한 높이라고 할 수 있죠. 또 그랜드캐년의 평균 깊이는 약 5,000 ~ 6,000피트이며 미국에서 가장 깊이가 깊은 계곡은 오레곤 동부와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헬스캐년(Hells Canyon)’으로 제일 깊은 곳이 무려 7,913(2,411m)피트라고 하니까 간접적인 비교가 가능합니다.


※ 2006년 2월 25일 게시된 글을 다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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