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부 캐스케이드의 제왕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

Mt. Rainier National Park..The Sleeping Giant
정상에 만년설을 뒤덮고 육중한 모습으로 솟아있는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은 명실공히 캐스케이드 산맥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다. 14,410피트의 높은 봉우리는 주위에 비교할 만한 산이 없기 때문에 타코마와 시애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그 위용을 바라볼 수 있다.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던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 함장이 높이 솟은 이 산을 멀리서 바라보고 그의 친구인 레이니어 제독의 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명명한 것이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 북미대륙의 캐스케이드 산맥은 태고의 화산활동에 의해서 생긴 것이며 그 최고봉인 마운틴 레이니어 산은 현재 잠을 자고 있는 휴화산일 뿐이지 결코 죽어버린 화산이 아니다. 밑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정상 일부에 눈이 쌓이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아직도 이 산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맑고 찬 공기가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주는 마운틴 레이니어는 1899년 3월, 매킨리(W. McKinley) 대통령에 의해 미국의 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Mt. Rainier National Park




◎ 레이니어 산의 빙하 :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상에 계속된 빙하시대에 생겨난 이 지역의 산에서는 그 위치와 높이에 따라 크고 작은 빙하들이 아직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시애틀이 있는 지역은 한때 4,000피트 얼음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빙하의 위력과 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약 5천 년 전후부터 지구상의 기후변화로 많은 빙하들이 지상에서 사라지긴 했으나 북부 고산지대에는 아직 상당량이 남아 있으며 레이니어 산에도 26개의 빙하들이 있는데 그 중 한곳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전체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빙하들은 주위에 있는 여러 도시들에게 식수의 공급원이 되고, 농작물을 위한 용수, 그리고 수력발전 등을 위해 귀중한 존재다.

◎ 파라다이스의 얼음동굴 : 레이니어 산 빙하 끝부분의 위치는 철마다 조금식 바뀌지만 대개 여름철에는 9,000피트 내외의 고도에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부분에 거대한 동굴이 형성되는 수가 있다. 상부에 쌓인 눈이 녹기 전에 밑으로 흐르는 물 때문에 내부가 먼저 녹아서 자연적으로 얼음 동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원의 남쪽에 해당하는 파라다이스 지역에는 이런 동굴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지구 온난화의 과정에서 동굴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1970년대 초까지는 길이가 4마일에 달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동굴이 일반인들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고 한다. 햇빛이 두꺼운 얼음층을 통과하면서 짙은 녹색빛으로 굴절되면서 동굴 내부가 온통 사파이어나 에머랄드로 둘러싸인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한다.


◎ 1870년에 첫 정상정복 : 높은 산이 있으면 반드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레이니어 산을 정복하기 위한 첫 등반이 1859년 두 사람에 의해 시도되었으나 정상을 불과 몇 백피트 앞두고 아깝게 실패로 끝났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1870년 8월에는 세 사람이 도전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중간에 탈락하고 두 사람이 남아 역사적인 첫 등반에 성공하였다. 이들이 산정에 도달했을 때엔 이미 날이 어두워지는 바람에, 근처의 얼음 동굴에 들어가서 화산 열의 도움으로 동사를 면하고 다음날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많은 이들이 정상에 올랐다. 눈과 얼음이 쌓인 높은 산에 등반한다는 것은 역시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 산은 절벽이나 깊은 계곡을 거치지 않아도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매년 3천 명 정도의 개인 산악인들과 안내자를 동반한 천 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정상에 오르고 있다.


◎ 공원의 남서쪽 롱마이어 지역 : 1888년에는 유명한 자연보호주의자인 존 뮤어(John Muir)가 사진작가를 동반하고 정상에 올랐는데 이로 인해 이 산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890년에는 타코마에 사는 학교 여선생님이 등반에 성공하여 정상에 도달한 첫 여성이 되었고, 1897년에 이르러 20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 멤버들이 정상을 향했는데 그 중 58명이 정상에 올라, 화려한 불꽃놀이를 터뜨려 화제가 되었다. 이때 동원된 식량이 4톤이 넘었으며 45개의 천막을 비롯해서 많은 말과 소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한편, 1873년 63세의 롱마이어(Longmire)라는 노인이 정상 등반에 성공하고 하산하는 도중에 발견한 온천 부근에 숙소를 짓고 온천의 효과를 선전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롱마이어라는 지명이 붙은 이곳에는 현재 공원의 비지터센터와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마운틴 레이니어의 자연과 역사에 관한 전시물들이 있는 롱마이어 박물관은 국립공원 내의 박물관 중에선 가장 오래된 것 중에 하나이다.  

◎ 한여름의 파라다이스 인 : 이 공원을 여행하는 계절은 여름철이 적당하다. 하지만 7월 하순에도 길 양쪽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높은 언덕들은 모두 백설로 덮여 있어서 갑자기 이 세상이 겨울로 돌변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눈더미 속에 묻힌 파라다이스인에 도착했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다. 1917년 목조건물로 세워진 이 역사적인 호텔 주위가 완전히 눈에 파묻힌 모습이 어쩌면 신비롭기만 하다. 주변에 쌓인 눈더미는 새로 내린 눈이 아니라 대부분이 오랜 기간 동안 쌓인 만년설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산의 정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여름에만 문을 여는 이 호텔은 같은 목조건물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올드 페이스풀 인(Old Faithful Inn)을 연상하게 한다. 요즘의 기준으로 볼 때 호텔 시설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방과 침대가 협소하고 객실 중엔 욕실과 화장실이 없는 방도 있다. 그런데도 이 호텔은 상당한 기간을 두고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좀처럼 방을 구하기가 힘들다.




◎ 전부 4곳의 입구 : 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네 방향에 있다. 그 중 하나는 유일하게 연중 오픈하고 있는 남서쪽 입구(Nisqually Entrance)로 박물관과 숙박시설이 있는 롱마이어를 통하여 들어가 비지터센터가 있는 공원의 중심지역인 파라다이스로 가는 길이다. 연중 문을 열고 있으며 숲에 덮인 경치가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 길을 선택해 공원으로 향한다. 또 하나는 북동쪽에서 들어가는 입구(White River Entrance)인데 자동차로 올라가기 편리하게 포장이 잘 된 이 길 끝에는 이 공원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해발 6,400 피트 높이의 선라이즈(Sunrise) 전망대가 있어서 이 공원을 찾아왔을 때 절대 빼놓지 말고 구경해야할 곳 중의 하나이다. 선라이즈 포인트에 도착하면 여러 갈래의 하이킹 코스가 시작되는데 체력에 자신이 있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북미대륙 최고를 자랑하는 빙하의 가장자리까지도 가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남동쪽 입구(Stevens Canyon Entrance)를 통해 파라다이스로 들어가는 길인데 도중의 계곡과 폭포, 그리고 호수들은 모두 천하일품의 경치를 자랑한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공원의 북서쪽에서 들어가는 입구(Carbon River Entrance)는 도로 대부분의 구간이 아직 채 포장지 안 되어 있으며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길이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고 하이킹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 가볼만한 하이킹 코스 :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관광할 때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하이킹을 하는 것이다. 차만 타고 대충 돌아본다는 것은 마치 단무지 없는 짜장면을 먹는 것과 같다. 공원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이킹 코스들이 있으며 각각 난이도와 소요 시간에 따라 구분된다. 파라다이스 지역에 들렀을 때 시간을 내서 약 1.2마일 길이의 비교적 쉬운 니스퀄리 비스타(Nisqually Vista) 하이킹 코스를 찾아가면 마운틴 레이니어의 장엄한 봉우리를 감상하면서 여름철 고산지대를 수 놓는 야생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공원의 북쪽 선라이즈 지역에도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걸으며 뛰어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Sourdough Ridge Trail)가 있는데 한여름에도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작은 호수들을 끼고 도는 하이킹은 상쾌한 엔돌핀을 제공해 준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하이킹 코스가 있으니 그때그때의 목적과, 자신의 체력, 그리고 주어진 시간에 알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빙하에 접근하는 고난이도 하이킹의 경우엔 가이드가 인솔하는 단체 하이킹에 참가해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 좋다. 하이킹을 할 때 제일 유의할 점은 반드시 정해진 트레일 코스로만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함부로 코스를 벗어나서 야생화가 피어 있는 초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Mt. Rainier Family Hiking


◎ 그림 같은 호수와 폭포들 : 이곳 마운틴 레이니어에는 수 많은 호수가 있다. 오랜 옛날에는 빙하지역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고도가 높은 선라이즈 지역 응달에 있는 작은 호수들은 거의 일년 내내 얼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공원의 호수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리플렉션 호수(Reflection Lake)라고 할 수 있다. 마운틴 레이니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실제로 아침 이른 시간 물안개가 자욱한 호수에 비친 눈 덮인 레이니어 산의 고요한 모습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다. 파라다이스 비지터센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많은 사진작가들의 모델이 되는 호수이다. 레이니어 산의 폭포들은 모두 빙하가 녹은 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폭포를 이루게 된다.

이 공원의 폭포들은 그다지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여름철 수량이 풍부한 맑고 시원한 폭포는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제공해 준다. 공원의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곳곳에 폭포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나라다 폭포(Narada Falls), 크리스틴 폭포(Christine Falls),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다. 가장 낙차가 큰 폭포는 카멋 폭포(Comet Falls)이다. 오른쪽 사진에 나와있는 크리스틴 폭포는 롱마이어에서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 중에 잠깐 차를 세우고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파라다이스 지역에 있는 나라다 폭포는 높이가 불과 168피트밖에 안 되는 작은 폭포이지만 암벽을 스치면서 낙하하는 폭 넓은 물줄기는 화창한 한여름날 선명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며 수만 개의 실오라기를 펴놓은 것처럼 가냘프고 신비로운 광경을 보여 준다.


● 마운틴 레이니어의 숙박 ●
◎ 마운틴 레이니어의 숙박과 캠핑 : 공원 내엔 모두 2곳의 숙소가 있다. 공원의 핵심지역에 있는 유서 깊은 파라다이스 인(Paradise Inn)과 공원의 남서쪽에 해당하는 롱마이어 지역에 있는 내셔널 파크 인(National Park Inn)이 있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생각보단 불편한 점이 많고 성수기엔 예약도 어려운 편이다. 그리고 공원의 동서남북으로 많은 숙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공원 주변의 경치도 워낙 뛰어나고 숙소의 시설들도 대부분 매우 좋은 편이니 꼭 공원에서 지낼 계획이 아니라면 차라리 공원 주변에 있는 숙소를 이용해도 괜찮다. 또 일정상 공원 근처에서 지내는 게 곤란한 경우 포틀랜드나 시애틀까지 이동해서 숙박하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마운틴 레이니어는 캠프장 시설이 매우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울창한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룻밤을 자고나면 몇 년은 젊어질 정도로 환경이 뛰어난 캠프장이 있는 곳이다. 모두 6곳의 캠프장 중 2곳만 연중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여름철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캠프장 이용의 원칙은 선착순 시스템이지만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공원 홈페이지의 안내를 참고하면 된다. ☞Mt. Rainier Camping

◎ 공원 내의 숙소예약 : ☞Paradise Inn & National Park Inn ◎ 공원 근처의 숙소예약 : ☞Mt. Rainier Lodging (Outside Park)


현재 공원의 파라다이스 인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워낙 오래된 목조건물이라서 그런지 내부 보강공사를 실시 중이라고 하며 2008년 여름시즌이 되어야 새로 문을 열거라고 하는군요. 그동안 이용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평가는, 파라다이스 인은 잠자리는 뭐 그냥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식당의 음식은 제법 맛있는 편이었는데 아쉽네요. 앞으로 2년을 더 기다린 후에 새로워진 모습의 파라다이스 인을 기대할 수밖에요. 미국 북서부의 시애틀에서 동남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은 이 지역 최고의 국립공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주에는 노스 캐스케이드와 올림픽 국립공원이 있긴 하지만 이곳 마운틴 레이니어가 훨씬 대중적인 국립공원이죠.

게다가 다른 두 곳에 비해 경치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가슴 속까지 시원한 공기와 쭉쭉 뻗은 침엽수림이 아주 인상적인 이곳 마운틴 레이니어의 열렬한 팬입니다. 굉장히 웅장하지만 요세미티와는 뭔가 다른, 또 14,000피트가 넘는 고봉이긴 하지만 콜로라도의 로키마운틴과도 조금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지역 대부분의 국립공원 지역이 그렇듯 이곳 역시 공원으로 오고 가는 길 자체가 환상적입니다. 공원의 남서쪽에 있는 애쉬포드(Ashford) 마을은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무척 정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번 여름에 미국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꼭 한번 이곳 마운틴 레이니어에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Mt. Rainier Current Condition

● 마운틴 레이니어에 관한 재미난 사실들 ●
1833년 의사였던 윌리엄 톨미(W. Tolmie)가 병 치료에 쓸 약초를 구하기 위해 이 지역을 탐사했다. 그 후 남북전쟁에서 훈장을 받기도 했던 퇴역군인이었으며 당시 오레곤 증기기관차 회사에서 일하던 스티븐스(Hazard Stevens)와 트럼프( P. B. Van Trump)는 1870년 최초로 레이니어 산을 정복하고 그들이 살던 올림피아(Olympia)로 돌아가서 대대적인 영웅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레이니어 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빙하는 에머슨 빙하(Emmons Glacier)이며 이 빙하는 북미대륙에서도 가장 큰 빙하다. 1972년 파라다이스 비지터센터에는 1,122인치(2,850cm)의 눈이 내리기도 했는데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엔 연간 대략 1천3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18세기에 활약했던 영국 해군 제독 조지 밴쿠버는 오늘날 미국의 오레곤과 워싱턴, 캐나다 서부연안을 탐사하였고 그의 이름에서 밴쿠버란 도시명이 유래되었다. 또 그는 호주 남서부 해안까지도 탐사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왔던 니스퀄리 인디언 부족은 스스로를 ‘초원의 사나이(People of the Grass Country)’라고 불렀으나 19세기 중반 미육군에게 패퇴하였다.
● 산악인 엄홍길을 되살린 마운틴 레이니어 ●
엄 대장은 98년 11번째 봉우리인 안나푸르나에 도전했다. 만사는 순조로웠고 정상은 500m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가 덮쳤다. 정상 부근인 7700m 지점에서 셰르파 2명이 추락했고, 이들을 구하려다 엄 대장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오른쪽 발목이 180도 돌아간 것이다. 헬기조차 올라오지 못하는 고산지대에서 부상을 당했기에 다리에서 완전히 떨어져 덜렁거리는 발목으로 베이스 캠프까지 걸어 내려가는 것 외에는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당시 베이스 캠프에서는 무선 교신 내용을 듣고 모두 ‘아, 엄홍길이 이제 죽는구나’라고 판단했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엄 대장은 축구공 크기로 퉁퉁 부어오른 부러진 발목에 임시 부목을 대고 72시간에 걸쳐 산을 말 그대로 ‘기어 내려온다’. 등반가로서의 재기는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엄 대장은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산을 기어 내려오던 심정으로 재활훈련을 시작했고, 엄 대장의 불운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병원에서는 철심도 뽑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등산도 말렸지만, 엄 대장은 미국의 4,000m급 레이니어 산에 도전했다. 절룩거리며 걷는 엄 대장을 보면서, 당시 동행한 고인경(파고다 외국어 학원장)은 ‘히말라야에서 펄펄 날던 천하의 엄홍길이 내 발걸음도 못 따라오다니… 이제 엄홍길은 8,000m급 산을 못 오르겠구나. 엄홍길의 히말라야 14좌 꿈이 이렇게 접히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엄 대장은 걸을 때마다 다리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면서 혼자 힘으로 정상에 올랐고 재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엄 대장은 인생 최대의 시련을 딛고 99년 안나푸르나, 낭가파르바트를 시작으로 2000년 칸첸중가에 이어 7월31일 K2 등정에 성공하면서 16년에 걸친 히말라야 14좌 도전에 마침표를 찍는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당시 세계에서 8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 2005년 10월24일자 이코노미스트 중에서 [편집] -




※ 2006년 3월 30일 게시된 글을 다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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