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 애리조나 & 유타]  컬러풀 송이, 그랜드서클 여행기  No.2



3.8(): Grand Canyon east - US-89, US-89A - Navajo Bridge - Coral Pink Sand Dunes - Springdale


 


드디어 여행 2일차 그랜드캐년에서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밝지 않았죠. 일출을 보러 갈거거든요. 전날 숙소에 체크인할 때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일출이 가장 멋진 장소가 어디냐. 그랬더니 야키포인트(Yaki)를 추천하더군요. 나중에 후회했지만 이때 좀 더 자세히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야키포인트는 빌리지 지역 안에 있으니 야바파이포인트(Yavapai)처럼 당연히 일반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아니면 제가 공원 입구에서 받은 <The Guide>지를 좀 더 자세히 봤어야 했습니다. 한국어로도 제공이 됩니다. 여기에는 그랜드캐년에 관한 각종 정보와 지도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셔틀버스 루트별 노선도와 운행시간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국립공원에서는 이런 브로셔를 온라인으로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여기에는 <How much time do you have?> 라고 해서 각자의 여행 시간에 맞는 추천활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2 hour에는 꼭 해보면 좋을 것들이, 2-4 hour에는 1-2 hour에 더해 좀 더 많은 활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All DayMultiple Days도 추천되어 있습니다. 만일 처음 가보는 국립공원이라면 최초의 정보를 얻을 때 이곳을 참고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게 되는 거죠. 진작에 이걸 볼걸 나중에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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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시간은 06:52인데요. 이 날부터 써머타임(Daytime saving)이 적용됩니다. 저희는 이번 여행에서 시간이 정해진 투어는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써머타임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요. 문제는 그랜드캐년이 워낙 고도가 높은 오지이다 보니까, 한국에서 가져간 스마트폰에 T-mobile 유심을 넣어서 사용하던, 휴대폰이 수신이 안 되는 겁니다. 그 결과 4개의 폰들이 다들 제각각 시간이 달라지면서, 마치 4차원의 인터스텔라로 날아가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일출 1시간 전인 05:50 알람을 맞춰두었고, 실제로는 04:50에 울린 알람에 맞춰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06:20인줄 알고 05:20분에 일출 보러 출발.


  10분 정도 천천히 운전해 야키포인트로 갔으나.. 아뿔사.. 일반차량 출입금지. 게다가 차에 탄 순간 차량시계를 본 순간.. 지금이 06:30이 아니라 05:30이라는 거기온은 영하였고.. 겨울패딩을 오랜만에 입었지만 너무 너무 추운거죠. 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너무 너무 미안해집니다..ㅠ.ㅠ


 너무 추우니까 숙소로 돌아갈까 ? 아님 일단 Visitor Center에 가서 야키포인트로 가는 셔틀버스를 알아볼까 ? 아님 그냥 야바파이포인트에서 일출을 볼까 ? 거긴 자기 차량이 들어가던데결국 야바파이포인트로 가기로 했습니다. 야바파이는 주차장에서 포인트까지 거리가 짧아서 차 안에서 기다리면 될 것 같았거든요.


저 멀리 동이 터오기 시작합니다. 겨울패딩에 모자에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습니다. 대부분은 중국사람들이네요. 예전 중국사람들은 깃발 들고 전세계 관광지를 누볐다면, 요새 중국사람들은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대부분 젊은이들이지만 얼마 안 있으면 중국아이들과 함께 다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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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출이 떠오릅니다. 날씨가 맑아서 다행입니다. 야바파이에서 그나마 일출을 볼 수 있네요. 해가 뜨는 쪽도 아름답지만, 그 첫 해에 비친 그랜드캐년의 모습도 너무나 멋지고 신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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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해결합니다. 야바파이 랏지에서는 아침이 불포함이라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아침은 컵라면으로,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볶음김치랑 김가루랑 주먹밥을 만들고, 간식으로 샌드위치까지 준비합니다. 아내는 점점 캠핑용 레시피에 익숙해져 갑니다. 컵라면은 COSTCO에서 산 신라면블랙이 좋습니다. 한국마트에서도 팔지만 COSTCO에 가면 100g짜리 8개 든 상자가 대략 8달러 정도 합니다. 일반적인 작은 컵라면 보다는 양이 좀 더 많고, 애리조나에서 먹기 힘든 사골 육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이제 그랜드캐년 빌리지를 출발. Desert View point 까지 25마일 가량을 달리며 중간 중간 뷰포인트에서 구경하며 동문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그 전에 Visitor center에 주차해 놓고 Orange 루트 셔틀을 타고 야키포인트를 관람합니다. 그리도 동쪽으로 나아가며 Grand View point Mpran point를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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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타난 Desert View point. 왜 이곳에 Visitor 센터가 지어졌는지… Watchtower가 세워졌는지 짐작이 되더군요. 정말 270도 파노라마가 짱입니다.

 


이제 12시 그랜드캐년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동쪽으로 내려간 후 US-89A번 도로를 타고 Navajo Bridge로 이동합니다. Navajo Bridge는 별다른 서비스 시설이 없이 원주민들의 가판대와 작은 피크닉 테이블만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 조금만 가시면 주유소와 모텔을 겸하는 매점이 있으니 화장실은 이곳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US-89A 도로는 정말 가는 내내 우와~를 계속하게 하네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경치들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거대한 절벽을 향해 달리다가 어느새 내 옆에서 달리고 있고, 높은 산을 넘어가더니 또 다시 풍경이 바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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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몰 한시간 전에 도착한 Coral Pink Sand Dunes 주립공원. 사실 이 곳을 여행지에 포함시킨 이유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막의 노란 모래언덕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는데, 이 곳까지 가는 내내 불안했습니다. 이유는 US-89A 도로를 따라 유타주 경계를 넘어 자이언캐년 쪽으로 가면 갈수록 눈덮인 곳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랜드캐년도 해발 7000ft였는데 US-89A 가는 중간에도 고도가 높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Coral Pink Sand Dunes 주립공원에 가면 갈수록 눈덮인 벌판이 많아져서, 도착하기 직전까지 불안감이 커져만 갔죠. .. 이 곳 사막은 겨울에는 다 눈에 덮이나보다.. 사막이 눈에 덮이면 무슨 사막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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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도착하니눈 앞에 높은 모래 언덕이 나타납니다. 사실 이 곳에서의 예상 체류시간은 30분이었습니다. 사막에 뭐 있겠어요 ? 사진 한 번 찍으면 그만이지. 그런데 막상 사진을 찍으니 너무 이쁘게 나옵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노란 빛이었던 모래 언덕이 시간이 갈수록 일몰이 되니까 점점 더 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도 너무나 좋아하구요.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놀기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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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신발을 벗었는데요. 사실 이 곳 모래는 바닷가 모래와는 다르게 입자가 너무나 곱고 매말라 있습니다. 손에 한 웅큼 잡으면 정말 아무 느낌없이 스스륵 다 빠져나가버리고 말죠. 신발을 벗으니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스며드는데 발에 모래가 달라붓지를 않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다 빠져나가 버리는 거죠. 맨발로 걸으니 너무나 기분 좋았는데요. 문제는 모래가 너무 차갑다는 거세상에.. 사막의 모래인데 이렇게 차가워도 되는 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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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보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어느새 일몰이 다가오는 시간. 어차피 지금 출발해도 스프링데일 도착하면 밤이 될테고.. 밥 먹으로 나가느니 차라리 여기서 먹고 가자. 주차장 근처에는 캠핑은 못하지만 바베큐 시설이랑 캠프라이어장도 있고.. 게다가 화장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깨끗하고 기분 좋았던 곳이었을 정도로 피크닉 에어리어가 잘 갖춰져 있었으니까요.


사막에서 일몰을 보며 가스버너에 끓여먹는 라면 맛 ~ 아이들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식사로 기억합니다. 야외에서 이렇게 끓여먹는 라면의 추억은 아이들에게는 처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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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출발하니 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무섭지는 않은데 주변에 차가 하도 없다 보니 불안감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 나올지 모를 야생동물들. 정말 사슴이 도로를 뛰어 건너는 모습은 새롭고 재미있고 정말 아찔하네요.


 


UT-9번 도로를 끝으로 자이언캐년을 통과했지만 사방은 어둡고 길을 따라 굽이 돌 때 마다 나타나는 검은 바위들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습니다. 내일 아침에 이 곳이 어떤 장면일지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한채 숙소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 숙소에 들어가기전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차를 잠시 세우고 차 밖으로 나가봅니다. 어느새 하늘은 깜깜해져 수많은 별빛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고도가 낮아져서 그런지 하나도 춥지 않구요. 별 정말 많습니다. 하도 많아서 별자리 찾기가 더 어렵네요. ㅎㅎ


 


 


이런 곳에서는 가급적 야간운전 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수고 많았어요. 여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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