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국립공원

 

그곳에 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처음 본 순간부터 10분은 황홀한데 그 다음부터는 똑같은 풍경에 그저 그렇다라고 하죠.

제가 처음 그랜드 캐년에 갔던 날 주차장에서 Mather Point까지 걸으며 느꼈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진에서 너무도 많이 봐왔지만 그랜드 캐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는 흥분과 기대감에 긴장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겨 Mather Point에 서던 그 순간..

그 느낌은..... 오랫동안 편지와 사진만 주고받던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한참을 서서 바라봐도 질리지 않던 경치를 말없이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아서 서부 여행을 갈때마다 그랜드캐년은 빼지 않고 계속 갔습니다.

 

그랜드캐년에 갈때마다 했던 일은 뷰포인트마다 내려 보고 사진찍기.. 한참 멍하기 바라보기..

그리고..매번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저 밑에까지 한번 내려가봐야 하는데..."

 

콜로라도강까지 내려가면 정말 굉장한 경험이 될 것 같긴 한데 항상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번씩 트레일을 해볼까 생각이 들면 눈에 들어오는 그랜드캐년 곳곳에 세워져 있는, 많은분들이 보셨던 경고문...

 

"DO NOT attempt to hike from the canyon rim to the river and back in one day "

 

자동차로 하루 달리면 되는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니라 몇 개월 앞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캐년 바닥에서 하루 쉴수 있는 팬텀 랜치를 미리 예약해놓기도 그렇고...

그랜드 캐년은 어느덧 친숙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또다시 서부 여행을 계획하는 중에 여행 루트에 그랜드 캐년을 은근슬쩍 또 끼워넣는 나를 보던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여러번 가봐도 맨날 똑같은데, 그럴바에 한번 내려갔다 올까?"

고민하는데 몇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는거야!!"

 

그리하여 우리 부부의 파란만장 그랜드 캐년 하이킹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 한번 꼭 보시면 좋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부산 MBC에서 하는 여행프로그램인데 이미 많은분들께서 보셨을겁니다.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 라고 들어보셨나요?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

 

● 보통 여행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과는 좀 다른, 두 남자의 여행기인데 참신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팀이 2010년 여름에 캠핑카를 타고 미국 횡단을 했는데 그중 에피소드 7편에 그랜드캐년 하이킹이 나옵니다. 

미국여행 7편을 보시면 충동적으로 하루만에 그랜드캐년 아래까지 내려갔다 엄청 고생하며 다시 올라온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간이 될 때 다른 에피소드도 보면 미국 여행을 다녀오신분들은 즐거운 추억에 잠길 것이고 계획중인분들은 가슴이 설렐겁니다.

참 재미있으니 강력히 추천합니다. ^^

좌충우돌 두 남자는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내려가서 콜로라도강을 만나는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 하이킹 준비

 

● 저는 5월 중순에 하이킹을 했는데 그 몇 달 전부터 거의 매일 운동을 했습니다.

런닝머신에서 경사를 10-15도로 놓고 빠르게 걷기를 기본 한시간 이상 하고 다리 근력을 위해 근육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이킹 결심 몇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던터라 살도 빼고 여행 준비도 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리며 정말 열심히 운동했지요.

좋은 날씨와 미리 체력 운동한 덕분에 하루 하이킹에 성공했지만 걷기에 좋게 되어있는 런닝머신의 표면과 그랜드캐년의 울퉁불퉁한 흙바닥 트레일은 천지차이였고

가벼운 런닝화보다 무거운 하이킹 신발은 몇배의 무게감을 준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습니다. ㅠ.ㅠ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하이킹 정보를 찾아보면 일정 거리 이상은 정보가 쉽게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 사는 장점,,

검색만 하면 무한한 정보를 볼 수가 있지요.

 

구글 검색으로 열심히 찾아보니 이미 하이킹을 한 사람들의 경험과 사진까지 자세하게 다 나와있었습니다.

그리고 nps 사이트에서도 overnight hiking 정보를 보면 전체 하이킹 정보가 잘 나와있습니다.

 

공원측에서는 가볍게 트레일만 하고 가는 대부분의 방문자에게는 쉽게 콜로라도강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고

미리 준비를 해야하는 오버나잇 하이킹을 할 계획을 가진 여행자들에게만 정보가 보일 수 있게 한 것 같네요.

 

● 인터넷 검색을 하며 며칠 고민한 결과 우리는 South Kaibab Trail로 내려가서 Bright Angel Trail로 올라오는 루트로 정했습니다.

South Kaibab 트레일은 경사는 심하지만 거리가 짧아 내려가는데 유리할 것 같고

Bright Angel 트레일은 왔던 길 돌아가는 것을 무지 싫어하는 저로서는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으며

거리는 좀더 길지만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물을 중간 중간 공급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올라가면 단거리 하이킹을 하는 사람도 많아서 혹시라도 몸이 퍼질 경우 ㅜ.ㅜ 도움 받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

 

♣  하이킹 루트

  Bright Angel & South Kaibab Trail Map

● 국립공원 사이트에 있는 트레일 안내 지도입니다.

 

내려갈 때는 빨간줄(South Kaibab Trail)을 따라,

콜로라도 강에 도착해서는 초록줄(Riverside Trail)을 따라,

올라올 때는 파란줄(Bright Angel Trail)을 따라 올라왔습니다.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리버사이드 트레일은 팬텀랜치까지 가는 것을 기준으로 반으로 나눠(반은 아니고 브라이트 앤젤이 더 길어요)

각각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과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에서 출발 시간은 아침4시 40분이었고

콜로라도강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헤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였습니다.

일출 시간은 오전 5시 20분,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30분경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7마일 (11.3 킬로미터)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9.5마일(15.3 킬로미터)

 총 16.5마일 (26.6 킬로미터)를 14시간동안 걸었습니다.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 가는 길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은 개인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어 셔틀버스를 타고 South Kaibab Trailhead에서 내리면 시작됩니다.

그랜드캐년안에 셔틀 노선이 몇 개 있는데 이 트레일헤드까지 가려면

그랜드캐년 비지터센터 정류장에서 Kaibab/Rim Route(오렌지라인) eastbound 방면(Yaki Point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잠시 달리면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그랜드캐년 안의 숙소에서 잘 경우에는 브라이트 앤젤 랏지 버스 정류장에서 트레일 하는 사람들을 위해 Hiker's Express라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5월달에는 아침 5시, 6시, 7시에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까지 거의 직행으로 가는 하이커를 위한 버스가 출발하네요.

여행 시기에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하이킹 계획이 있으면 웹사이트에서 미리 확인을 해야합니다.

 

♣ 하이킹 하는 날 새벽

 

● 5월달에는 셔틀 첫차가 오전 4시 30분이라서 밤잠을 거의 못자고 새벽부터 서둘렀습니다.

숙소가 그랜드캐년 남쪽 입구 근처의 Tusayan에 있었는데 새벽 세시에 일어나

씻고 단장하고 아침 간단히 먹으면서 점심용 주먹밥 싸고 짐챙겨 체크아웃하고나니 새벽 네시가 다 되었더군요.

이틀전에 동부에서 왔기 때문에 새벽 세시에 일어났다고 해도 몸의 시차는 오전 여섯시라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네시가 약간 넘어 남쪽 입구에 도착했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공원 출입구는 그냥 오픈되어있고 입장료는 받지 않았습니다.

 

전에 몇번 갔던 장소라 비지터센터 주차장까지 별 문제없이 갈 것이라 생각하고 칠흙같은 길을 조심조심 가고있는데,

헉... 너무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차가 한대도 없고, 표지판도 이상하고, 사방에 불이 다 꺼져있어 당황하다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거기 길 잃어버릴데가 아닙니다. ㅠ.ㅠ

나중에 되짚어보니 너무 깜깜해서 비지터센터 주차장을 지나쳐 캐년빌리지 안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었나봅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들어가길래 아닌 것 같아 차를 돌려 나오니 저 멀리 맞은편 차 한대가 어디로 쏙 들어가더군요.

길이라도 물어볼 겸 따라 들어가니 거기가 비지터센터였습니다. 흑흑..

 

주차를하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전 4시 25분입니다.

하마터면 첫차 놓칠뻔 했습니다.

 

● 이날 최저기온이 화씨 30도(섭씨 -1도) 최고기온이 화씨70도(섭씨 21도) 예보였는데 차에서 내리니 차가운 아침 공기가 온몸에 스며듭니다.

반팔 티셔츠 위에 하이킹용 자켓을 입었는데도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추위 때문일까요, 새로운 모험에 대한 설레임의 떨림일까요..

첫 셔틀 시간이 다되어가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우리처럼 단단히 하이킹 준비를 한 커플도 있고 일출을 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눈도 제대로 못뜨고 바로 걸어나온 듯한 사람들도 보입니다.

 

● 4시 30분이 거의 다 되어가자 고요함 속에 저 멀리서 버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블루라인과 오렌지라인이 동시에 왔는데 약속이나 한듯 기다리던 사람들이 반반씩 나눠 버스에 탔습니다.

대부분 미리 계획해둔 장소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여행객으로 보였습니다.

 

몇분 달리지않아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에 도착했는데 내린 사람은 60대로 보이는 커플과 우리 부부였습니다.

출발은 동시에 했는데 이 커플의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우리와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더니 결국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저녁에 주차장에 돌아와보니 우리차 바로 옆에 주차되어있던 그들의 차는 벌써 가고 없더군요. ㅠ.ㅠ

 

♣ South Kaibab Trail 의 시작 

South Kaibab Trail

●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가져온 트레일 거리 정보 입니다.  

 

Grand Canyon

●  4시 40분경 셔틀에서 내려 깜깜해서 어디가 입구인지 감이 안와 잠시 난감했는데 함께 내렸던 커플이 앞장서서 우리도 뒤따랐습니다.

 트레일 시작하자마자는 많이 어두워서 사진을 찍지 못했고 조금씩 밝아지면서 촬영이 가능했지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캐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우측 아래쪽에 지그재그 스위치백이 보이시나요? ^^;

한시간 반 후에 지날 길입니다. ㅠ.ㅠ 

 

Grand Canyon

● 하이킹을 시작하자마자 절벽을 옆으로 둔 내리막길이 꼬불꼬불 이어집니다.   

 

Grand Canyon

● 저 앞에 솟아있는 곳은 그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지만 포스팅을 위해 정보를 찾다보니 O'Neill Butte인 것 같네요. 

 

사진 바로 왼쪽 앞에 무지막지한 지그재그길을 내려가면 첫번째 포인트인 Cedar Ridge가 나오고 

더 가면 사진 중앙 O'Neill Butte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트레일을 지나고 돌아 사진 우측 무시무시한 스위치백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 길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 당장은 다행이지만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은 어떤 모습일지 살짝 두렵네요. 

 

♣  Cedar Ridge에 도착하다

Cedar Ridge

● 계속된 내리막이지만 아직은 트레일 초반이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산책하듯 1.5마일을 내려오니 벌써 한시간 가까이 지났습니다.

 스위치백이 계단처럼 계속된 구간이라 다리에 무리가지 않게 천천히 내려와서 좀 오래걸렸네요.

 동쪽 하늘에서는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Cedar Ridge

● 경치는 화장실이지만 해가 뜨는 모습과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만들었네요.

 사진 제목은 (( 그랜드캐년의 똥트는 풍경 )) 


Grand Canyon

● 해가 떠올라 주위가 밝아지고 말로만 듣던 Cedar Ridge에 도착했다는 감격에 서서히 아파오는 발바닥도 달랠겸 잠시 쉬고 있는데, 

헉!!!   몇 명의 남녀가 물통 가방 하나만 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오면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Hi~"라고 인사하고 지나가는 것 아닙니까!!

 

1.5마일 내리막길도 무릎에 안좋다는둥, 발바닥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는둥..

 온갖 몸 사리는 말을 다 하며 여기까지 온 우리 부부는 완전 얼어붙었습니다. 

 

South Kaibab Trail

●  하지만 그들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많은 팀들이 뛰어서 내려갔습니다. ㅡㅡ+

 

 

map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의 높이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우리는 지금 저 위에 있는 Cedar Ridge를 막 지났습니다. 

트레일은 사진에 계속 보였던 뾰족하게 솟은 O'Neill Butte를 끼고 돌아 Skeleton Point로 향하게됩니다.

 

약간 다른 정보가 있는데 Tonto Trail이라고 적힌 전화기 표시가 있는 곳에도 화장실이 있습니다. ^^  

South Kaibab Trail

● 20분 정도 더 걸어 O'Neill Butte를 끼고 돌아 조금 더 가니 가려져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탁트인 경치가 나왔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위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South Kaibab Trail

● 한동안 완만한 트레일이 이어집니다. 

뒤돌아 지나온 트레일을 바라봅니다.   많이 내려왔네..흐흐..

 한참을 내려가도 가까워지지 않던 O'Neill Butte도 이제 저멀리 뒤로 보입니다.

  

♣  Skeleton Point 에 도착하다

Skeleton Point

● Cedar Ridge에서 출발한지 40분만에 Skeleton Point에 도착합니다. 

이 구간은 대부분 완만한 평지길이라서 금방 도착했네요. 

국립공원측에서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에서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하이킹의 최장 포인트로 제시한 곳이 여깁니다.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웹사이트  정보에서 가져온 맵입니다. 

 지금 우리는 South Kaibab Trailhead 3마일 내려와 Skeleton Point에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무지막지한 스위치백이 다시 시작되면서 급강하해 콜로라도 강으로 곤두박질 치게됩니다.

 

 

South Kaibab Trail

● 에너지바를 하나씩 먹으며 잠시 쉬다가 이제는 제법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다시 출발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갈 길을 보니 아찔하네요.

    오늘 이 길로 다시 올라오지 않는 루트를 잡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콜로라도 강이 보이다

  Grand Canyon

●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커브를 도는 순간, 처음으로 콜로라도 강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우스림 뷰포인트에서 멀게만 보이던 부분들이 눈앞 가까이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Grand Canyon

●  스위치백으로 가는길에 두 절벽 사이로 난 경치가 너무 좋아서 찍어봤습니다. 

이날 너무 힘들어서 사진도 많이 못찍었는데 정말 멋있는 경치 사진에는 흥을 깨는 인간 모델이 차지하고 있어   >.<   사진 선택의 폭이 좁아 안타깝네요. 

  

Natural Arch

● 스위치백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저 위에 동굴같이 생긴것이 보이네요.  

이것 역시 이날은 몰랐는데 포스팅을 위해 검색하다 보니 Natural Arch인 것 같습니다. ^^;

 

 Grand Canyon

● 급경사길을 내려가니 발이 본격적으로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눈앞에 새롭게 펼쳐지는 광경에 홀려서 아픔을 자꾸 잊어버린채 빠른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캐년 아래로 트레일을 한두시간 해보신 분들이 아무리 가도 경치가 바뀌지 않아 포기하고 다시 올라오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은 두시간을 내려오니 경치가 달라지기 시작하네요.

 

결국은 하루에 가지말아야 할 선을 넘어가니 색다른 것을 보게되는 셈입니다. ㅠ.ㅠ 

급경사길 중간에 큰 배낭을 메고 혼자 올라오며 Hi~라는 인사 조차 힘겹게 내뱉는 할아버지와 마주치고나니 오후에 올라올 길이 급 두려워집니다.

  

South Kaibab Trail

● 25분간 무릎과 발에 충격을 주며 다시 평지로 내려와 완만한 길을 잠시 걸으니 Tip Off에 도착했습니다.  

뒤돌아보니 30분 전에 저 꼭대기에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네요.. 발바닥은 이미 내 발바닥이 아니고 발가락에 감각이 거의 없어졌지만..

  

♣  Tip Off에 도착 

Tip Off

Tip Off에는 화장실과 비상전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가는 트레일과 직각으로 가로지는 Tonto Trail과도 만나는 곳입니다. 

트레일헤드에서 출발한지 2시간 40분이 지났습니다.  

 

map

● 지금 우리는 Tonto Trail과 만나는 Tip Off에 있습니다. 

참 많이도 내려왔지요?   

발이 아파 죽겠습니다..흑흑..

 

이제 조금만 가면 콜로라도 강입니다. 

 

Grand Canyon

● 잠시 걸어가니 강이 바로 앞에 보이네요!! 저 멀리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Grand Canyon

● 기쁜 마음으로 커브를 도니...

 

헉!!!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이 벌벌 떨면서 지나가게 되는 절벽따라길이 쫙~펼쳐져있네요..ㅋㅋ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사진에 다 담을수는 없었는데 오른쪽 절벽 중간에 가로로 내놓은 길이 보이지요?

 

절벽 중간을 파서 만든 경치 죽이는 길이라 저는 얏호~를 연발하는데 남편은 다리가 풀린답니다.

평소같으면 저 혼자 갔다 오라고 했을 텐데 여기서는 오도가도 못하니 떨면서 따라옵니다.

  

Grand Canyon

● 그래드캐년 하이킹을 시도하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무서운 길은 아닐겁니다. 

이정도 절벽이면 참을만한데, 사진으로는 작게 보이지만 사실 좀 무섭긴 하더군요. ^^; 

그래도 경치가 너~~~~~~~~~무 좋고 시원한 그늘길이라 기분이 참 좋습니다. 

 

South Kaibab Trail

● 절벽길을 돌아 다시 내리막을 걸어 10분정도 가니 드디어 마지막 스위치백이 나오고!!서스펜션 브릿지가 보입니다!! 

 흑흑.. 발의 통증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Grand Canyon

●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발의 통증이 심해졌지만 우리를 추월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불안해서 쉴 수도 없습니다.

 울면서 20분 정도 내려가니 팬텀 랜치와 캠프 그라운드, 그리고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연결되는 다리가 가까이 보입니다.

  

Black Bridge

● 자..이제 거의 다 내려왔고 사우스 카이밥 서스펜션 브릿지 앞에 다 왔습니다.

 이 다리는 블랙 브릿지라고도 부르고 나중에 다시 건널 다리는 실버 브릿지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색상 때문에 그리 불리는 것 같아요. 

 

♣ South Kaibab Suspension Bridge - Black Bridge에 도착하다 

Black Bridge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기 시작합니다.

 이 사진은 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뒤돌아보고 찍은 것인데 깜깜한 동굴을 잠시 지나야 다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트레일 시작한지 3시간 40분만에 블랙 브릿지를 지나게 되었네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사진으로만 보고 그리워하던!!!

 콜로라도 강을 지나는 서스펜션 브릿지를 내 발로 밟고 지나가고 있는겁니다!! 

 

 ♣  다리 중앙에서 본 강의 상류입니다.

  

Colorado River

● 다리 위에서 본 강의 하류입니다.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은 여기서 끝나지만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가기 위해서는 저~~기 보이는 다리까지 또 걸어가야해요. ㅠ.ㅠ

  

map

● 이쯤에서 다시 트레일 정리 들어갑니다.

 

지금 저는 왼쪽 하단의 Black Bridge를 지나고 있고  

앞으로 Boat Beach를 지나 Silver Bridge를 다시 건너 Bright Angel Trail로 사우스림까지 올라가야합니다.

 

그러니까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과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 콤비네이션은 다리를 두번 건너야하는 것이지요.

 

노스림에서 내려오는 트레일과 다 함께 만나게 되는 브라이트 앤젤 캠프그라운드와 팬텀 랜치가 콜로라도강 북단에 있어서

사우스림에서 오는 사람들은 팬텀 랜치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합니다. 

 

♣  South Kaibab Trail 동영상 링크 ♣

 

구글 검색을 하다 발견한 동영상입니다.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을 5분으로 줄여 편집한 것인데 중요 포인트들이 잘 나와있네요.

 5분 가량의 동영상인데 보면서 다시 발바닥이 따끈따끈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지금 여기까지 읽고 이 동영상을 보시면 조금 더 현장감있게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이 느껴지실겁니다.

  

♣  중간 휴식 

Grand Canyon

● 블랙 브릿지를 건너 보트 비치를 지나 갈림길에 왔습니다. 

트레일 출발한지 3시간 50분이 흘렀고 로컬 시간 오전 8시 30분입니다. 

이제 하루를 시작해야 할 시간에 이미 정말 많은 일을 겪었네요. ㅠ.ㅠ

 

팬텀 랜치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발이 내 발 같지 않아 단 한걸음이라도 더 쓰고싶지 않은 마음에 바로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콜로라도 강에 손발을 담그고 싶어 지나가는 길에 물이 보이면 잠시 담그러 갈까..했는데 

트레일에서 몇십 발자국 안으로는 물이 없어서 그냥 안갔습니다.   

다리는 아프고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발가락은 완전 마비가 되어서 아파 죽겠는데 소중한 발걸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그때는..

 

참고로 여기서 팬텀랜치 쪽으로 잠시 걸어가면 브라이트 앤젤 캠핑장이 있는데 거기서 냇가에 발도 담그고 그늘에서 쉴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거기서 밥도 먹고 좀 쉬어도 되었을것을..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처음 가는길이라 막연한 두려움과 불확실 때문에 서둘러 다시 올라왔던 것 같네요.

 

아무튼 저 표지판 옆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식수대가 있어서 물을 가득 채웁니다. 

이날 트레일 하면서 여기서 화장실 한번 가고 밤 10시에 숙소에 들어와 억지로 한번 볼일 볼때까지 한번도 화장실에 안갔습니다.

하루종일 엄청나게 들이킨 물과 음료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확실치는 않지만 심증이 가는 증거가 나중에 트레일 끝나고 밝혀집니다. ㅋㅋ 

 

눈물의 헬기 ㅠ.ㅠ

● 새벽 3시 30분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그동안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국립공원 안내문에 하이킹중에는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목마르기 전에 마셔라고 권고하던 것을 읽은 기억이 나서

 트레일 옆으로 잠시 빠져 풀숲에 그냥 주저앉아 주먹밥을 먹기로 합니다.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는데, 국립공원 헬기 한대가 저 멀리서 날아와 바로 옆 헬기 착륙장에 섭니다.

나무와 풀로 가려져 헬기 착륙장인지도 몰랐습니다.

 

굉음과 강한 바람을 만들며 몇분간 착륙해있던 헬기가 다시 이륙하는데,,

몇초만에 저~~~~~~~~~~~~~~~~~~~~~높이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멍하니 본 우리는 동시에 말합니다.

 

"다음에는 우리도 헬기 타자...흑흑흑... "

 

네시간 가까이 힘들게 내려왔고 앞으로 다시 올라갈 일이 깜깜한 우리에게 몇 십초 만에 rim 근처까지 올라가버린 헬기의 충격은 참으로 컸습니다.


※ 헬기 사진이 있으니 참고삼아 말씀드리면, 헬기의 모양이 보통의 것과 조금 다르지요?

꼬리부분에 프로펠러가 없는데 이 분야는 거의 무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랜드캐년에서 사용하는 NPS(National Park Service)헬기는

Mcdonnell Douglas 900 Explorer라는 기종으로 소음이 적어 주변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Colorado River

● 헬기의 충격을 안고 우리는 아침인지 점심인지도 헷갈리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합니다.

 허기가 진 것 같긴 한데 배는 안고픈 것 같고..그래도 살기 위해 먹는 기분...

 

이십미터 앞에 콜로라도 강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사방에는 꿈에도 그리던 그랜드 캐년의 돌덩어리로 둘러싸여있는데

이 기가 막힌 풍경속에 퉁퉁부어 다시 신발로 들어갈지 의문인 발을 식히기 위해 양말까지 다 벗고 주먹밥을 먹는데

왜그리도 처량하던지요..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던걸까.. 오늘 해지기 전에 다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다시 올라갈 자신이 없습니다. 

 

Silver Bridge

● 30분간 쉬면서 주먹밥도 먹고 육포도 뜯으면서 다시 충전한 다음 억지로 발을 신발속에 구겨넣고 ㅠ.ㅠ 실버 브릿지로 향합니다.

 캠프장 근처라서인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이제 사우스림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발하는 사람도 보이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낮의 햇살을 피하기위해 새벽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오늘 올라갈 계획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슬리퍼 신고 사진기 들고 여기저기 다니며 즐거워하는걸 보니 정말 부러웠습니다. 

흑흑..나도 쉬고싶다.. 

 

♣  Bright Angel Trail로... 

Silver Bridge

● 9시 10분에 드디어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로 접어들었습니다.  

실버 브릿지를 건너니 이런 표지판이 나오네요..다시 강남으로 돌아왔습니다. ^^ 

 

Grand Canyon

● 천근만근 같은 다리를 낑낑대며 몇걸음 옮기다 뒤를 돌아봅니다.

 

블랙 브릿지, 캠핑장, 실버 브릿지와 콜로라도강..   

사진속에서 봐왔던 장면이 꿈처럼 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발이 아파 죽을 것 같으니 꿈은 아닌 것 같네요..ㅠ.ㅠ

  

map

● 지금 우리는 Silver Bridge를 막 건너 Pipe Creek 으로 이어지는 1.5마일의 길을 강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Pipe Creek 혹은 River Resthouse까지 가면 콜로라도 강에서 벗어나 계곡속으로 들어갑니다. 

 

Grand Canyon

● 푹푹 빠지는 모랫길을 힘겹게 20분쯤 걷다 뒤를 돌아보니...   

@.@ 한참 온 것 같은데 별로 달라진 풍경이 아니네요. 

그래도 이제 정말 마지막 모습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자꾸 뒤돌아보게됩니다.

 

국립공원 사이트의 설명을 보면 이 구간의 바닥이 모래가 많아 한여름에는 모래 온도가 크게 올라가 열기를 많이 받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오늘 밟고 지난 트레일 바닥중 가장 모래가 많고 물렁해서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Colorado River

● 걷기는 무지 힘들어도 경치는 참 좋습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보트도 있구요. 

 왼쪽 중간에 가로로 트레일이 보입니다.

 강을 따라가는 트레일이지만 계속 오르막 내리막길의 연속에 모래가 많아 발과 다리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저에게 오늘 하루 가장 힘든 1.5마일이었습니다. 


Bright Angel Trail

 

● 오늘 트레일을 무사히 끝낼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꾸 들면서 힘겹게 걷기를 계속하다

 실버 브릿지를 건넌지 50분만에 River Resthouse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갈 수 있는 길도 있고 화장실도 있습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에서의 두 남자가 트레일을 해서 뛰어들어간 콜로라도강이 바로 이곳입니다.

 위에 올린 지도에서 보듯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캐년속으로 들어가는 트레일이 시작됩니다. 

 

♣  오아시스를 만나다  

Bright Angel Trail

●  이제 진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됐는데 발목 밑부터는 내몸이 아닌 듯 무감각해져버려 엄청 힘들어하고 있던 그때!!

트레일이 작은 개울을 지나고 있더군요.

 

계곡 사이라 시원한 그늘이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두번 생각 안하고 신발 양말 다 벗고 바위에 앉아 발을 식힙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네요.

이 개울물은 저에게 그랜드캐년 트레일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때 10분동안 발을 식혀주지 않았다면 아마 트레일 도중에 주저앉아 못일어났을겁니다.

그만큼 찬물 맛사지는 효과만점이었습니다.

 

10분 넘게 쉰 다음 다시 신발을 신고 걷는데 조금전까지 양쪽발에 달린 10킬로그램 모래주머니가 3킬로그램으로 줄어든 느낌입니다.

 

여기부터는 서서히 올라가는 트레일인데 이날 사진 담당이었던 남편이 힘들어하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거의 안찍었더군요. ㅡㅡ+

(집에 돌아와서 알았습니다)

어쩌다 한번씩 제가 포즈 취하고 "사진" 이러면 한장씩 찍고 촬영을 거의 하지 않아 여기서부터 인디언 가든까지는 사진이 몇장 안되고

그나마 있는건 혐오 모델 사진이라 포스팅할게 없습니다.. 흑흑..

 

♣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다

 

아까 개울에서부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을 20,30분 쾌적하게 걸으니 드디어 올게 왔습니다.

첫번째 스위치백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흑흑..

좌충우돌 두남자가 스위치백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더 내려갈지 말지 한참 입씨름을 하던 그곳입니다.

 

동네 뒷산이면 숨이 헐떡거릴만큼 올라가고 말겠는데 아직 갈길이 너무도 멀기에 국립공원측에서 조언한대로

둘이 대화가 가능할만큼의 페이스를 지키며 느릿느릿 올라갑니다.

우리를 추월하는 사람들은 대화도 하고 웃으면서 우리의 두세배 속도로 발걸음도 가볍게 잘 올라가는데

우리는 너무도 힘겹게 올라갑니다.

 

Grand Canyon

●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숨막히는 풍경이 펼쳐져있네요. 

사진 중앙 아래에 조금전에 지나온 계곡사이길이 보이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오른쪽에 무시무시한 스위치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다시 10분만에 큰 고도 차이가 나는 곳으로 순간이동한 기분입니다.

 

Bright Angel Trail

●  다시 절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을 걷게 됐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고소공포증보다 육신의 고통이 더 심해지니 두려움도 사라진 모양입니다. ㅋㅋㅋ

 

이제는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도 제법 많고 서로 인사도 하고 양보도 하면서 걷고 있는데, 드디어 Mule 일행을 마주칩니다.

뮬이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 미리 길을 비켜서 기다려주니 시끌벅적하게 한팀이 지나가고 모래먼지만 자욱해지네요.

 

아까 헬기 충격보다는 덜하지만 우아하게 트레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서러워집니다..흑흑..

헬기 타고는 다시 내려와보고 싶지만 왠지 뮬을 타고 트레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불편해보이기도 하고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머릿속에는 인디언가든이라는 단어를 되뇌이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Grand Canyon

  콜로라도강을 떠난지 1시간 10분이 지났습니다. 

오르막길은 힘든데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자꾸만 돌아봅니다. 

 

Bright Angel Trail

조금 더 가니 트레일은 다시 개울을 따라가고 나무도 제법 많습니다. 

 

Grand Canyon

● 그랜드캐년 아래에 이렇게 물이 흐르고 나무가 많을지 몰랐네요.

  

Bright Angel Trail

● 물도 흐르고 나무도 있고 인디언 가든에 다와가는 것 같긴한데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인디언 가든은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 인디언 가든.....인디언 가든.....인디언 가든.....인디언 가든.....인디언 가든....." 만 맴돌았습니다.

 

 ♣  인디언 가든에 도착하다 

Indian Garden

● 퉁퉁 부은 발과 10킬로그램 모래주머니를 단것 같은 다리를 이끌고 

머릿속에서 되뇌던 간절한 소망의 인디언 가든 노래가 절망과 원망의 절규로 바뀌어갈때쯤

강에서 출발한지 2시간 30분만에 드디어 인디언 가든에 도착했습니다. 감동... 또 감동...흑흑..

이제는 남은길이 더 적게 남았고 확실히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기 시작합니다.

 

인디언 가든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콜로라도 강까지 가는 트레일을 하는것이 아니라 Plateau Point까지 트레일을 하는 day hiker들 입니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좀 쉬고 욕심내서 Plateau Point도 갔다오는 것이었는데

몸상태가 도~~~~~~~~~~~~~~저히 여유를 부릴 수 없어서 우리는 괜히 힘쓰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 인디언 가든은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에서 당일 하이킹으로 갔다올 수 있는 Plateau Point로 가는 길목에 있고

나무와 물이 흐르고 있어 쉬기에도 딱 좋습니다.

화장실도 있고 급수대도 있고 시원한 그늘에 벤치도 꽤 많아 그중에 하나를 다 차지하고 벌렁 드러누워 20분 정도 잠을 청하며 쉬었습니다.

 

★ 팬텀랜치부터 콜로라도 강을 거쳐 인디언가든까지의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 중간에는 식수대가 없습니다.

혹시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헤드에서 시작해서 팬텀랜치까지 가지 않고 콜로라도 강까지만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분들은

다시 올라올때 인디언가든까지의 을 아껴놓으셔야합니다. ★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걸어 몸은 완전 녹초가 되었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그냥 눈감고 누워있으니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도란도란 들리는 것이

마치 어린시절 동네 놀이터에서 오후내내 녹초가 되도록 놀다 지쳐 시원한 그늘에 드러누워있던 그 느낌입니다.

눈을 뜨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4.9마일이나 남은 현실로 돌아오지만요.. ㅠ.ㅠ

  

Indian Garden

● 한두 시간만 더 누워있으면 딱 좋겠는데 해지기 전에는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져 일어났습니다.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지만 영양분과 소금기를 계속 섭취해야 한다는 말에 육포와 시리얼바를 먹고 빈 물통에 가득 물을 채우고

다시 걸어갈 준비를 합니다.

 

인디언가든 식수대의 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는 물인지는 몰라도 미적지근하고 그다지 맛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물이니 다들 먹나보다.. 라는 생각과 물병에 입만 대면 바닥을 볼때까지 계속 들이키게 되는 갈증때문에

물맛 가릴때가 아니라 빈 물병마다 꽉꽉 다 채웁니다.

가벼워지던 가방이 다시 무거워지네요.

 

일기예보의 오늘 최고기온은 화씨 70도(섭씨 21도) 정도였는데 인디언가든 온도계는 화씨 80도(섭씨 26.6도)라고 가리키고 있네요.

캐년림보다 아래쪽이 더 따뜻합니다.

이 말은 여름에는 캐년림이 더우면 여기는 훨~씬 덥다는 말이겠지요?

 

그랜드캐년 하이킹 하신 분들의 사이트에 가서 읽어보니 겨울에 위쪽은 눈이 내리는데 아래쪽은 비가 왔다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날 최고기온이 화씨80도를 넘으면 인디언 가든보다 멀리 가는 하이킹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90도(섭씨 32도)를 넘어 100도(섭씨 37.7도) 가까이 갈테니까요. (한여름에는 110도가 넘는다고하네요) 

 

Indian Garden  

● 출발할 채비를 하며 안내 게시판을 보니 이렇게 되어있네요.

 몸이 퍼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적혀있습니다. 대략 먹어라, 마셔라, 쉬어라 정도네요. ^^

 

30분 넘게 재충전을 한 다음 아침에 트레일을 시작하고 아홉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 30분에 우리는 인디언 가든을 떠납니다. 

 

♣  마지막 4.9마일..  끝없는 오르막.. 

  map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맵입니다.

 

이제 다음 목표는 3 Mile Rest House입니다. 

1.7마일만 가면 대망의 3마일, 거기서 1.5마일만 더 가면 마지막 쉼터... 조금만 더 가면... 끝~~~!!! 입니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트레일이 다 끝난 것 같지만 진정한 수난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ㅠ.ㅠ

 

Indian Garden  

● 인디언가든을 출발하면 한동안 선인장 사이를 걷게됩니다. 

진짜로 누군가가 꾸며놓은 가든 같아요. 

 

Bright Angel Trail

● 아직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사지만 모래가 많은 길이라 걸음이 쉽지 않은길을 3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스위치백 근처에 왔습니다.

 

뒤돌아보니 인디언 가든도 많이 멀어져 잘 보이지 않고 Plateau Point 로 가는 트레일이 저 멀리 보이네요.

  

♣ 3mile Rest House 

Grand Canyon

● 순식간에 사진이 달라졌지요?

죽는줄 알았습니다..엉엉엉...ㅠ.ㅠ

3마일 휴게소뒤에서 보이는 경치랍니다. 스위치백 시작부터 여기까지 한시간 걸렸습니다. 흑흑..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 무지막지한 스위치백을 뒤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계속 추월당하면서 다리 질질 끌고 올라온 길입니다.

 

고도가 높아지니 인디언가든도 다시 잘 보이고 보기만해도 괴로운 트레일도 잘 보이네요.

사진 중앙 조금 위에 초록색 숲으로 덮힌 곳이 인디언 가든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캐년림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경치네요.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은 인디언 가든을 지나야 좀 달라진 경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일일 하이킹의 한계선을 넘어서야 색다른걸 볼 수 있다는건 슬픈 일입니다. 

 

Bright Angel Trail

● 3마일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가 이제는 머릿속에 "1.5마일...1.5마일...1.5마일...1.5마일...1.5마일..." 을 주문처럼 외며 다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사진 중간 오른쪽에 자그마한 지붕이 3마일 휴게소 이고 그 아래로 아까 올라왔던 스위치백이 조금 보이네요.

 

머지않아 저기 밑에 올라오는 사람들한테 다 추월당합니다.. ㅠ.ㅠ

 

이때부터 한동안은 기~~~일~~~다란 스위치백이 이어집니다.

짧게 끊는건 그나마 참을만한데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끝없는 오르막인 길을 오르려니 정말 죽을맛입니다.

저는 아직 참을만한데 남편은 슬슬 체력의 바닥까지 다가가는 모양입니다.

 

역시 여행 끝나고 안 사실이지만 이때부터 한시간 20분동안 사진 한장 못찍었네요.

 

Grand Canyon

● 오후에 해가 기울어지면서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이 그늘로 들어가서 걷기가 조금 수월해졌습니다.

 3마일 휴게소에서 오후 몇시 이후에 트레일에 그늘이 지니 여기서 쉰 다음에 그늘지면 올라가는게 좋다는 안내판을 본 기억이 나네요.

 

가도가도 1.5마일 휴게소가 나오지 않습니다.

살아오며 가장 긴 1.5마일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이날 이후 한동안 "1.5"라는 숫자를 금기시했습니다.

듣기만해도 경기를 일으켰지요..ㅋㅋ

 

드디어 남편이 방전이 됐는지 20미터만 걸으면 앉고 싶어합니다.

앉아 쉬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래도 일몰까지는 아직 세시간이 남았으니 해지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 1.5mile Rest House
1.5mile

● 드디어!! 3마일 휴게소를 출발한지 1시간 40분만에 마지막 쉼터인 1.5마일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사진은 화장실이고 ^^; 사진 오른쪽으로 약간 떨어져서 간단하게 쉬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요. 

 

Grand Canyon

● 남편이 화장실에 간 동안 혼자 1.5마일 휴게소에 앉아 오늘 지나온 곳을 바라봅니다.

 

오후 다섯시, 캐년의 그림자도 어느새 반대로 길게 드리워져 있네요.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믿기지가 않고 대견한 하루였습니다.

 

이제 발의 통증은 너무 심하다못해 무뎌져서 아픈지도 모르는 경지에 이르렀고 

마지막 스위치백 1.5마일만 무사히 가자는 마음으로 다리를 마구마구 때리고 있었습니다.

 

♣ 마지막 1.5마일   

Grand Canyon

● 여기서 오래 쉬어도 몇 걸음 더 가다 길가에서 쉴것이기 때문에 금방 다시 출발했습니다.

남은 거리는 1.5마일인데 눈앞에는 아직 산이 하나 남아있네요. ㅠ.ㅠ

저 병풍사이로 길이 어떻게 나있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길은 돌고돌아 계속됩니다.

 

●  오늘 찍은 사진은 여기서 끝납니다. 이것도 집에 와서 알았습니다.. >,<

 

1.5마일 휴게소부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는데 저녁시간동안 가볍게 산보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는 가벼운 산책길인데 새벽부터 계속 걸어온 우리에게는 고통의 가시밭길이 되어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천천히 내딛습니다.

 

●  남은 1.5마일의 반인 0.7마일 지점동안 스위치백을 올라 가면 작은 터널을 통과하고 오르막은 점차 완만해지고

0.3마일을 더 가면 두번째 터널을 통과하고 트레일의 끝을 향해 갑니다.

 

너무 너무 힘들어 오죽하면 터널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을까요.

터널이고 뭐고 우리 머릿속은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 터널 부터는 아이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고 하지만

새벽부터 13시간이 넘게 걸은 우리에게는 결코 편한 길이 아니라 가도가도 끝없는 고행의 길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옷과 신발 차림으로 음료수를 들고 산책하듯 내려오는데

우리만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막대기를 짚고 엉금엉금 기어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흑흑...

 

 

♣  하이킹이 끝나다

 

● 뭔가 길이 끝나가는 것 같긴 한데 끝나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던 중...

 드.......디...........어..............

저 멀리 트레일의 끝이 보였습니다.

 

트레일이 끝나는 곳이 보이자 우리는 그때부터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본 사람같이 빠르게 걸어갔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힘을 내어 드디어 트레일 정상에 선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손을 마주 잡고 막 흔들었습니다.

몇분전까지만해도 이 짓을 왜 시작했는지 후회하고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 그새 바뀌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레일 헤드에서 경치 감상을 하고 있던 노부부가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콜로라도 강까지 갔다왔냐고 묻네요.

아주 자랑스럽게 그렇다고 하자 너무 부러워하며 참으로 대단한 일을 했다고하니 괜히 뿌듯해집니다. ^^

 

하이킹을 무사히 마친 느낌을 뭔가 좋은 말로 꾸미고 싶은데 이 몇 마디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좋았다!!!  힘들었다!!!   해냈다!!!" 

  

map

 

● 하이킹이 끝난시간 오후 7시..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헤드에서 출발한지 14시간 10분,

♣  실버 브릿지에서 출발한지 9시간 50분,

♣  인디언 가든에서 출발한지 5시간 20분만에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 시작점까지 도착했습니다.

 

♣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 7마일 (11.3 킬로미터)

♣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9.5마일(15.3 킬로미터)

♣  총 16.5마일 (26.6 킬로미터)를 14시간 10분 동안 걸었습니다.

 

 콜로라도강과 인디언가든에서 각각 30분씩 쉬었으니 실제로 하이킹만 한 시간은 13시간 정도 되겠네요.

 

♣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  올라오는 동안 트레일 중간에 주저 앉아 그랜드캐년의 경치를 지겹도록 많이 본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우리차가 비지터센터 주차장에 있어서 그곳까지 셔틀을 타고가야 했지요.

저녁시간이 되어 버스 타고 나가는 사람이 많아 한대를 보내고 줄을 서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앉지 못하고 서서가면 바닥에 주저앉아버릴까 생각하며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탈때까지 좌석이 많이 남아있었네요. ^^

 

셔틀 버스에 앉아 주차장으로 가는 길...

둘이 함께했지만 참으로 외롭고 힘든 나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던 시간이 꿈만같았습니다.

 

의자에 앉아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한번 슥 문질렀는데 모래같은게 붙어있네요.

모래밭에 뒹굴거나 바람 맞은적도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헉!! 소금이 얼굴에 붙어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팔도 하얗게 소금으로 뒤덮여 있네요..

손으로 문지르니 쓸려나오는 것이 삶은 계란 먹을때 찍어먹어도 되겠습니다. ^^;

그러고보니 하루종일 마신 물이 몇리터가 되는데 화장실은 아침에 한번 갔던 기억이 나네요.

 

서로의 몸에 하얗게 붙은 소금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이 셔틀이 그랜드캐년 비지터센터에 도착했습니다.

15시간전,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길을 찾아 헤매던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이네요.

 

버스 정류장에서 제일 짧게 걸어가면 있는 우리차를 보니 반갑습니다.

해지기 전에 무사히 끝내고 돌아온 것이 다행입니다.

 

♣  그랜드캐년을 떠나면서..

우리의 여행은 이후로 2주간 계속되기 때문에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오늘은 Flagstaff까지 가야했습니다.

그랜드캐년 남문을 나와 남쪽으로 끝없이 달리는동안 하늘은 어두워졌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깜깜한 도로를 달리며 이야기합니다.

"아직까지 트레일하고 있었으면 어떤 기분일까?"

 

"...................................................................."

 

하루종일 먹은것은 물과 게토레이 수십병, 육포, 주먹밥, energy bar 였는데 이제 몸이 편해지기 시작하니 배가 고파옵니다.

플래그스탭까지 가는 동안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우리는 막 튀긴 후라이드 치킨으로 결정하고 플래그스탭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GPS에 모 치킨으로 검색해 찾아가니....헉!!! 10분전에 문을 닫았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밤 9시가 조금 넘었는데 마을은 벌써 잠들 분위기입니다.

메뉴 가릴때가 아니다 싶어 6백만불 사나이의 눈으로 깜깜한 밤거리를 스캔하니 저 멀리 모 피자 체인점이 보이네요.

가서 피자 한판과 버팔로 윙을 받아들고 그제서야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습니다..ㅋㅋㅋ

 

밤 10시가 넘어 숙소에 들어가 씻고 피자 두조각과 치킨윙 몇조각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침대에 누운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초 안 걸렸던 것 같네요. ^^

살아오면서 잠들기 전에 피자와 치킨을 먹고 바로 누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흐흐흐...

 

이렇게 우리 부부의 험난했던 그랜드캐년 일일 하이킹은 계획한대로, 무사히 끝났습니다.

 

♣  에필로그

 

다음날 아침 눈을 떠서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입에서 저절로 "으악~~~~~~~!!!" 소리가 나왔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1분, 화장실까지 걷는데 2분, 변기에 앉는데 30초 걸렸습니다.. 흑흑..

 

평지에서 한 걸음도 떼기 힘들 정도로 다리의 통증이 심해서

이날부터 사흘동안은 주차장에서 몇걸음 안가는 뷰포인트 정도만 울면서 걸어가 보기만 했습니다.

 

이튿날 Canyon De Chelly의 White House Ruins 트레일도 못하고

림 위에서 아쉬운 마음에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 온 것이 정말 아쉽네요. 또 가야겠습니다. 흐흐...

 

지금 생각해보니 그랜드캐년 트레일 중간중간에, 끝나고 나서, 자기전에 스트레칭을 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힘들고 지쳐 그냥 퍼져버린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지금까지 이정도의 운동량이 없었기 때문에 운동으로 인한 극심한 근육통을 이정도로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참으로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  하이킹을 끝내고나서..

 

그랜드캐년에서 콜로라도강까지 하루에 내려갔다 온다고 하면 다들 말립니다. 저도 말렸습니다.  ^^;

국립공원측에서도 경고를 하고 정보도 쉽게 볼 수 없게 해놨죠.

 

각종 검색엔진에서 검색해보면 하루 하이킹을 하고 올라온 분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그분들의 다른 포스팅을 유심히 보면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뭔가가 있습니다.

포스팅을 보고 쉽게 할 수 있어보여 무작정 따라했다가는 큰일납니다.

 

저에게 그랜드캐년 day hiking이 해볼만한지, 추천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간단한 대답은 "NO!!" 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답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씀드릴겁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하셔야 합니다. "

 

● 그랜드캐년 day hiking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기 위한 조건을 제 경험과 인터넷 검색을 바탕으로 종합해봤습니다.

 

1. 날씨가 중요합니다. - 하이킹날 최고기온이 그랜드캐년 rim 기준 화씨 75가 넘으면 하이킹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하이킹했던 5월 중순 최고기온이 70도였는데 인디언가든에 있던 온도계는 80도를 넘었더군요.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워집니다. 그래서 하이킹하기에 제일 좋은 시기는 봄, 가을입니다.

여름에는 절대 절대 절대 안됩니다.

 

average temperatures

 

그랜드캐년 아래(Inner Canyon)의 일년 평균온도 차트입니다.

콜로라도강까지 하이킹을 할 계획이 있으면 일기예보에서 보통 알려주는 그랜드캐년 동네의 기온을 생각하면 안되고

그날의 최고기온 + 20도(화씨) 를 더해서 생각하셔야합니다.

 

2. 편한 신발과 지팡이가 필요합니다.

등산용품점에서 파는 길이 조절이 되는 가벼운 하이킹용 지팡이가 있으면 의지가 많이 됩니다.

 

그리고 신발... 제일 중요합니다.

10시간 넘게 오르막과 내리막만 계속 걸어야하기 때문에 가볍고, 안전하고, 내 발에 편한 신발과

길고 두껍고 질좋은 하이킹 양말을 신어야합니다.

 

하이킹을 하기 전에 미리 하이킹때 신을 신발을 신고 가까운 곳에 등산을 다녀오세요.

신발이 내 발에 맞지 않는 것을 모르고 하이킹하다가는 저같이 그후로 일년내내 발가락에 검정 매니큐어 칠하고 다니실지도 모릅니다. ^^;

 

3. 체력이 좋아야합니다.

끝도 없는 오르막길과 싸워 이기려면 체력운동을 미리 해야합니다.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지만 몇 달 전부터 미리 키우기 시작하면 확실히 몸이 달라집니다.

 

전문적으로 고산 하이킹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하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어느정도 갖춰진 체력에 선선하고 쾌적한 날씨와 편한 신발과 좋은 양말(양말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해요) , 가벼운 지팡이까지

있으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하이킹 성공 3대 요소가 갖춰지게 됩니다.

 

♣  이제부터는 하이킹 당일의 주의사항입니다.

 

4.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권고하는 하이킹 준비물입니다.

- 하이킹 지팡이, 잘맞는 하이킹 신발, 가벼운 손전등과 배터리,전구, 자외선차단제, 선글래스, 모자, 지도, 컴파스, 호루라기, 비상용 의료키트 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해진 트레일 안에서만 움직이는 day hiker들에게 컴파스나 호루라기 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구요,

 

아침에 해뜨기 전에 내려갈때 손전등이 잠시 필요할 수 있고( 트레일에 들어서면 문제 없는데 저는 트레일 헤드 찾는데 유용했습니다)

낮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혹시 늦을때를 대비해 배터리가 충분한 가벼운 손전등은 꼭 가져가세요.

 

햇살을 피하게 해주는 복장과 용품은 말씀 안드려도 잘 준비하실 것 같구요,

너무 오래 걸으면 발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 밴드도 몇개 준비하시면 됩니다.(더 걸으면 밴드도 저절로 없어집니다만 ^^ )

물에 발을 담그거나 땀을 닦을 때 필요한 작은 타월도 좋습니다.

 

챙길 짐이 많지만 하이킹에 필요하지 않은 무거운 것은 차에 다 두고 최대한 가볍게 짐을 꾸리셔야합니다.

가방안에 든 것중 제일 무거운 것은 물과 스포츠 음료, 음식이어야합니다.

 

위에 잠시 언급했듯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중 콜로라도 강에서부터 인디언가든 사이에는 식수대가 없습니다.

이 구간이 생각보다 힘들고 길어 자칫 갈증에 시달릴수도 있으니

팬텀랜치에서 올라오는 분들은 팬텀랜치에서 물을 가득 채우시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왕복하는 분들은 인디언가든에서 물을 가득 채우고 아끼면서 내려가셔야 올라올때 든든합니다.

인디언가든부터는 1.5마일마다 식수대가 있으니 그때그때 채우면 됩니다.

 

5. 배가 고프지 않아도, 목이 마르지 않아도 틈틈이 먹고 마셔야합니다.

이 기회에 하루 몸을 혹사해서 다이어트 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6. 옆 사람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를 지켜야 합니다.

본문중에도 말씀드렸지만 페이스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를 가볍게 추월해가는 사람들은 기본 체력이 달라 그들과 우리의 페이스는 다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자꾸 쳐지면 마음이 급해서 오버페이스하기 쉽습니다.

 

7. 시간 조절을 잘 해야합니다.

보통 내려가는데 걸린 것 보다 두배의 시간이 올라오는데 쓰인다고 되어있는데, 우리같은 보통 사람은 두배 더 걸립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서둘러 아침 일출전에 출발하면 해지기전에 도착할 수 있으니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올라올때 체력분배 잘 하세요.

 

준비사항이 더 떠오르면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 

 

● 이제 글을 마무리해야할 때가 왔네요.

 

하이킹을 하고 난 직후에는 너무 힘들어 두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그곳이 떠올라 아무래도 다시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랜드캐년 하루 하이킹은 사전조사와 철저한 준비가 되면 우리같은 일반인도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하이킹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주의사항 중 하나라도 지키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아는 누구는 대충 준비해서 그냥 내려갔다가 잘도 올라왔던데요? " 라고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평소 그랜드캐년의 콜로라도 강을 꿈꾸던 분들 많으실겁니다.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안전하고 준비된 하이킹을 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갖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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