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펌]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2006.02.26 22:55

victor 조회 수:5477 추천:159



한비야의 중국이야기
강사 :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
정리 : 권윤구 (2004.8.25)

중국어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중국이 처음은 아니고 7년간 세계일주할 때 중국에 8개월간 여행을 갔다 온 적이 있다. 여행지로서의 중국도 매력적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역사, 문화적 교류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뭘 알고 있나 생각하면 고민하게 된다.

이런 말이 있다. 중국 한달 다니면 근사한 기행문을 쓸 수 있고, 1년 다니면 멋진 보고서를 쓸 수 있지만 10년이 지나면 아무 것도 쓸 수 없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이 시간에는 8개월간 유목민으로 본 중국과 1년동안 정착민으로 본 중국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가정교사가 있었는데 시골에서 자라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한 아이였다. 설겆이라는(200원, 우리나라 만4천원) 밑바닥부터 시작한 아이라 그 친구에게 인생역전을 들을 수 있었다.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친구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갔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그리고 저녁마다 자기에게 밥을 해주었다. 한의사가 사먹는 밥은 뼈속으로 안 들어간다고 해서 그때부터 집에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 친구때문에 따뜻한 시골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에는 부자가 많다. 중국에서 해외여행이 가능한 사람이 5천만명이다. 중국 여행시에는 기차만 타고 다녔지만 유학중에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는데 비행기삯이 4달월급분량인데도 외국인은 나 혼자였고 내국인들이 타고 다닌다.

옷을 사러 가면 거주지에 따라 분류된 옷이 있다. 1환, 2환, 3환...이라고 해서 숫자가 적을 수록 중심지이고 잘 사는 곳인데 어떤 옷은 1환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고 소개를 한다. 오늘 입고 나온 옷은 3환 사람들이 입는 옷이다.

북경 호텔에서 크리스마스파티를 하는데 보통사람의 8달월급 비용이다. 거길 갔다온 사람 집에 간 적이 있다. 아파트 세 채를 터서 살고 있는데 하도 넓어도 약도를 그려달라는 우스개소리를 했다. 남편은 검소하고 아내는 멋쟁이였다. 딸은 초등학생인데 영어로 얘기한다. 귀족학교 다닌다고 하는데 수업료는 3만원. 보통사람의 30개월 월급분량이다. 남편 말로는 월드컵만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돈을 벌겠다고 한다. 이 사람을 통해 느낀 점은 돈이 많아도 돈 많은 척 하지 않는다는 것과 아이에게는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자들이 그렇게 많다. 티나지 않게 검소하다.

중국갔다왔다면 받는 질문들이 정해져 있다.
1) 중국 사람들이 정말 만만디이냐?
2) 화장실에 문이 없냐?
3) 만리장성 멋있냐? 우주에서도 정말 보이냐?
4) 한류열풍 정말이냐?

중국수업시 망신당한 이야기를 하겠다.
첫시간이 회화시간이었는데 중국 명승고적에 대해 아는 대로 얘기하라고 한다. 그래서 손을 들고는 '만리장성이 우주선에서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이다'라고 했더니 중국선생이 배를 잡고 웃는다. '한국학생들은 어떻게 매번 같은 얘기를 하는가?' 중국 초등교과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현대판 전설이라고. 중국에 가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갔는데 본 책마다 꼭 적혀있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만만디
맞고도 틀리다. 서민들은 밥을 먹을 때 5분을 안 먹는다. 그렇게 빨리 먹을 수가 없다. 버스를 타러 가면 빈차가 와도 뛰어간다. 비행기 탈 때도 뛰어간다. 왜냐고 물어보면 '남들이 뛰니까'.
그런데 왜 만만디로 알려졌을까? 시간관념때문이다. 5년, 10년, 50년, 100년 단위로 얘기한다. '일본 몇십년뒤에 두고보자' '미국 반세기뒤에 두고보자' '한국 15년뒤에 두고보자' 우리와 시간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한류열풍
맞기도하고 틀리다
도시의 젊은이들은 한류열풍 대단하다. 안재욱, hot는 신이다. 그들때문에 한국어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티셔츠도 좋아하고.
반면에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을 모른다. 남한, 북한도 구별못한다.
80년대 일본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사그러졌다. 그런것처럼 빠르게 식을 우려가 있어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화장실에 문이 없다?
맞고도 틀리다
여행을 다닐 때는 소수민족이 사는 변방을 다닐 때는 화장실문이 없었다. 공부를 할 때는 북경에 있었다. 거기엔 문이 다 있다. 올림픽 유치때문에 현대식으로 다 고쳤다.
여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왜 중국이라면 화장실 문이 있는지 없는지 그렇게 궁금할까? 풍습이나 현상에 대한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사고(문이 없다면 빨리 문공장을 만들어 팔아야겠다, 문이 없다면 얼마나 낯두꺼울까 그러면 만났을 때 문화충격을 어떻게 극복할까)를 해야 한다.

중국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밑그림이 있는데 화교의 힘이다..
중국 가기전 공부했던 책들에서는 언급이 거의 없는데 중국에서는 화교를 이해못하면 밑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힘을 못쓰는 특수한 상황때문인것같은데 그 힘은 대단하다. 중국정부도 5천만명의 화교를 같은 영향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행할 때 상위5%~10%는 화교다. 금은방, 멋있는 가게 모두 화교.
본국사람들은 종업원이다. 간판도 중국어와 그 나라말이 병기되어 있다. 한자의 힘이 아주 센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강조를 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때 한자를 강조하는 학교를 다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맞고 배운지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일본어 배울 때, 중국어 배울 때 반정도 시간을 줄였다. 세계여행을 다닐 때도 한자를 알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말이 안 통하더라도 한자를 알고 있어서 필담으로 통했다. 그리고 서양아이들이 한문을 알아서 너무 부러워했다.
이 사회가 한자의 유용성을 알려주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수준의 한자로도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나도 중국에 가기 전까지 몰랐다.

중국사람들은 자긍심이 아주 강하다.
가기 전에는 선입견으로 돈에 대한 머리만 잘 돌아가는 것으로 가지고 있었다. 중국에 여행다닐 때도 몰랐는데 살고 보니까 단단한 자존심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시골사람들도 중국민이라는 것에 아주 행복해하고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긍심이 높다. 이게 중국의 힘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 연구를 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긴장하고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어학연수중 항주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서고가 아름다운 곳인데 부럽고, 얼굴이 화끈달아올랐다. 그토록 아름다운 호수를 깨끗하게 정리해놓아서 부러웠다. (매운탕집, 호텔, 울려퍼지는 가요, 팝송이 연상되는 우리나라와 비교되었다.)
잡상인이 하나도 없다. 아주 제대로 된 찻집, 음식점만 있다.
이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눈여겨봐야하지 않을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자긍심과 자신감이 정말 중국의 힘이다.

한국을 나오는 비행기에서 이런 메모를 했다. 중국이라는 댐과 물놀이하고 있는 한국. 중국은 급속하게 물을 채우고 있다. WTO, 월드컵, 올림픽 등. 빠른 시일내에 수문을 열 것이다. 그 물길을 예측못하고 여유롭게 뱃놀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중국을 갔다온 사람들의 양분화
- 하드웨어에 압도당하거나
- 아직 멀었어 하면서 무시하거나

기차여행하는 한국가족을 만난적이 있는데 초등1,2학년이 '중국사람들에게 냄새가 나'라고 한다. 그 때 엄마가 '그 사람들이 목욕을 안해서 그렇지'라고 대답을 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중국사람들은 우리에게서 이상한 냄새를 느낀다. 그렇게 교육을 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보는 시각의 절반을 꺾어버리는 짓이다. 다르다라는 다양성을 교육시키기보다 우월감을 과시한다. 우리나라사람에게는 중국에 대해서 이상할 정도의 우월감이 있다.

반면에 문화적인 주눅이 들어있기도 하다.
중급반 수업시간에 여러나라 학생들과 공부하는데 자기나라의 명승고적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받은 한국학생이 '없다'는 답변을 해버려서 화가 나서 수업끝난후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의 답변이 '자금성, 돈암석굴을 떠올리니까 경복궁, 석굴암이 너무 초라해보여서'이다.
그 학생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중국문화를 받은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는 원래 흐르는 것이다. 받아들여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서 발전시킨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원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여행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설명할 기회가 많다. 태극기 하나만 설명해도 그 심오한 의미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게 세계화가 아닐까. 과일 칵테일처럼 하나하나가 제 맛을 낼 때 제대로 된 세계화이다. 우리의 색깔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다른 나라 문화앞에서, 특히 중국문화앞에서 주눅들 필요가 없다.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우리 문화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사람을 둘로 나누면 세계지도를 가슴이나 머리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다. 나의 무대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중심으로 된 세계지도만 보다가 유럽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지도를 보다가 숨이 막혔다.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있는 한국을 보았다. 그때 생각했다. 한국은 베이스캠프이고 무대는 세계이다.

나는 선물은 무조건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사준다. 한국이란 베이스캠프는 먹고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힘을 받고 식량을 받고 아프면 치료를 받는 전진기지이며 너의 무대는 세계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중국에 관한 책도 두 부류이다.
- 중국을 폄하하는 책이나
- 중국을 동경하는 책

둘 다 맞다. 그늘이 없는 빛은 없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는 나의 입장은 중국은 빛나고있다. 앞으로도 빛날 것이다. 단단한 자존심과 자긍심,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그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이웃이다. 학습이나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가깝게 지내고 충돌을 최소화하며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여겼으면 좋겠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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