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53일간의 유럽 가족 자동차 여행소감

2006.08.14 10:03

Harmony 조회 수:4930 추천:21

제대로 몰랐기에 추진할 수 있었던 장장 53일(6월 15일~8월 6일) 동안 10개국(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과 미니국가 3개국(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 그리고 모나코) 총 누적거리 11,200km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가족 4명이 자동차로 큰 탈(?)없이 마쳤습니다.

이번 유럽 가족여행은 2개월 전 주위의 권고(?)로 싹을 키우다가 출발 2주전에서야 결정된 준비 안된 계획이었으며, 이는 아마도 중년의 나이에 머나먼 이국 땅 미국에서 만학을 결심한 무모함과 동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도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역시 지금이 아니면 어렵다는 상황논리 때문일 것입니다. 중고생인 아이들에게 늦었지만 곧 다가올 대입준비 전에 현장교육차원에서 도출된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사실 이번 유럽여행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서 추진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한 번 뿐인 여름방학 동안 아직 동부와 서부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먼 유럽을 돌아본다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짧은 준비기간이지만 이번 도전이 가능한 것은 소중한 정보가 살아있는 이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약간이나마 경험한 가운데 유럽여행에서 느낀 점은 유로화의 단일화에 대한 여행의 편리함을 몸소 느낀 반면에 의사소통의 불편함과 함께 점차 영어 사용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유럽의 젊은이들도 과거보다도 훨씬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모국어 이외에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행 후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종종 발생하는 나의 짜증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여행기분을 망치게 한 것이었으며, 특히 여행초반에 한국에 계신 어머님의 병환으로 여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을 안고 지낸 일정이기에 더욱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출발 전에는 나 역시 간단한 후기로 여러 사람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픈 마음으로 후기거리도 생각하면서 다녔는데 막상 컴퓨터 앞 에서 정리하려니 버거워지네요.

비록 짧은 미국체류 경험이지만 이것이 이번 유럽여행을 하는데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로 영향을 준 듯합니다. 작년 12월 플로리다 등 미국남부여행을 2주 동안 10,000km를 다녀오면서 거리에 대한 한계를 뛰어 넘었으며, 숙소는 가족 4명이 여행하기에는 미국의 호텔이 얼마나 편안했었는지도 느끼게 하였습니다. 물론 유럽은 자동차 기름값부터 숙박비 등 물가가 미국에 비해 높다는 점과 자원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절약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을 정도로 유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덜한 풍족함 속에서 살아가는 듯이 보이네요.

50여일 동안으로 유럽의 나라들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당일의 날씨와 컨디션 또는 장소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도자체가 무의미 할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든다면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인 Navigation입장에서 보면 독일이나 프랑스를 다니면서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는 반면에 스페인의 경우 전 국토가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는데 EU통합에 따른 경제적인 지원으로 개발열풍이 불고 있다 보니 네비게이션에 입력된 내용 중 거의 절반이상이 입력되어 있지 않아 가끔씩 길을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래왔는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유럽의 많은 유적지가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며 이로 인해 몇 개는 제 모습을 못 보기도 하였습니다.

가족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좋은 느낌을 가진 나라는 독일과 스위스인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인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의 차량이동 중에 겪은 무질서의 극치와 소매치기 목격장면 때문일 것이며, 특히 스페인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한 사이에 누군가 타이어를 칼로 찢어 놓는 바람에 타이어 교체와 카메라 분실 등 이번 여행 중 최대시련을 준 곳이기 때문이죠.

또한, 독일과 스위스는 여행초반이고,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 위주의 조용한 지역이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여행후반인데다가 주로 번잡한 대도시를 방문하였기 때문 일수도 있기에 만약 거꾸로 다녔다면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여정은 초반에는 계획한 일정대로 다니었으나,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어머니 병환 등의 영향으로 일정축소를 위해 소렌토 등 휴양지 등은 생략하고 프랑스로 넘어오는 와중에 여행을 변경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소식과 함께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남은 3일로 프랑스 남부부터 여유롭게 보낼 수 있으리라 잠시 착각하게 되었죠. 여유로운 프랑스 남부 일정마저도 다음 일정인 바르셀로나의 분수 쇼에 이끌려 서둘러 스페인으로 향해야만 했으며, 야간 분수 쇼가 우리 일정의 분기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남은 일정이 계획과 달리 일부 변경 되었네요. 이 역시 여러 가지 후기거리들을 제공하기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 부분에서 계속 내용전개를 하느냐 아님 본격적으로 여행기를 써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 온 듯하네요. 계속 써보고 싶다가도 원체 글재주도 없는데다가 아래 권정욱님의 훌륭한 글을 보면 솔직히 그나마 남아있는 의지가 엷어지네요. 또한 곧 다가올 학기 시작으로 정신적인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조금이나마 쓴다면 기존의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가득 찬 이 사이트에 다소나마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행 전에는 유럽의 분위기를 흠뻑 적시면서 다닐 것으로 기대를 했으나 항상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 때문에 숙박장소, 비싼 입장료, 음식문화 경험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네요. 아이들을 생각해서 가능한 다양한 경험과 비용절감을 위해 텐트도 사서 캠핑도 해보고, 민박집도 한국민박과 조선인(?)민박, 그리고 호텔도 Etap은 물론 Novotel과 Formule 1 그리고 인근 마을의 레스토랑 딸린 호텔 등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결국 여행후반에는 가장 편안한 Novotel이 주 숙박장소가 되었네요. 이번 여행에서 Novotel을 알게 되어 그나마 편안한 가족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족 4명이 머물기에는 유럽에서 매우 적합한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자전거나라 등과 같은 투어를 신청하니 경제적인 부담은 있지만 이 때만큼 내게 있어서 편안한 여행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Audio 가이드가 있는 반면 한국어 Audio가 없어서 정말 아쉽더군요. 몇 년 후에나 도입이 될지 모르지만 한국어 Audio가 실현되면 가족여행자들은 물론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개략적인 여행소감을 마무리하고 간략하나마 본격적인 여행기를 스스로 기약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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