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저의 출장 및 여행 중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아 간 곳이 파리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30여번은 간 것 같습니다. 유럽의 중심이라 주위의 유럽 각국은 물론 아프리카로 갈 때에도 이곳에서 환승하게 됩니다. 전 파리 에펠탑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매번 머물렀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기엔 이 곳만큼 멋있는 곳이 없어서이지요.

 

파리의 지하철 Metro는 정말 편리한 교통수단입니다. 16개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어는 곳이던 갈 수 있지요. 여기에 광역노선(RER)과의 연결이 잘 되어 있어 주위 도시까지 손쉽게 갈 수 있습니다. 시내는 정거장 사이가 아주 짧아 편리하기도 하구요. 물론 배차 간격도 짧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파리에 오면 거의 메트로만 이용했습니다.

 

Metro 지도입니다. 사통팔달 못가는 데가 없을만큼 촘촘히 잘 만들었습니다.

Metro_paris.jpg

 

광역노선(RER)  지도입니다. Metro와 연계가 잘 되어 있어 웬만한 주위 도시까지 전부 커버하고 있습니다.

RER_PAris.jpg

 

파리의 메트로는 좀 특이한 게 있지요. 문은 자동으로 닫히기만 하고 열 때는 수동으로 손잡이를 돌려야 하며, 1등석이 있으며, 고무 바퀴로 굴러가는 몇 개 노선도 있습니다. 이미 1900년에 1호선을 개통한지라 노선 또는 역에따라 세련된 역, 고풍스러운 역, 깨끗한역, 지저분한역 등등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지요. 또한 역 표시는 지난역, 다음역 표시가 없고 해당 정차역 표시만 되어 있어 항상 노선지도를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이렇게 고무바퀴로 가는  전동차도 5개의 노선이 있습니다.  철바퀴에 비해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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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 친구가 아니라 제가 직접 당한 이야기입니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는 옷 사기가 횡횡 했었답니다. 멀쑥하게 잘 생긴 남자가 최신 고급차를 몰고 가면서 주위의 관광객에게 슬며시 접근합니다. 이태리제 최고급 양가죽 Swede Jumper (세무 잠바)를 보여주며 (얼핏 봐도 아주 고가의 제품들) 스페인 관광객인데 경비가 떨어져서 그러니 자신이 바로 며칠 전 $600에 구입한 이 점퍼를 단돈 $100에 사라고 유혹합니다. 관심을 보이고 기분좋게 구매한 직후 바로 뒤따르던 일행이 잽싸게 낚아 채 앞서가던 일행의 차를 타고 줄행랑을 치는 수법이 있었지요.

 

특히 루부르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일행에게 멋진 장면을 찍어 주겠다며 접근 합니다. 조금 더 뒤로 물러서는 게 좋겠다하면서 항상 거리를 좀 둔답니다. 한 번만 더 조금 뒤로 물러서라고 하면서 그대로 카메라를 들고 줄행랑을 칩니다. 일행이 여러명이라 날치기한 카메라를 돌려가며 도망가기 때문에 아무리 당한 사람이 단거리 선수라도 붙잡기란 불가능합니다. 설사 잡았다 하더라도 이미 카메라는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 뒤라서 현행법으로 신고조차 불가능하지요.

 

이런 류의 사기행각은 이미 당시만해도 고전적인 수법이 되어 관광객들이 웬만하면 당하지 않게 되자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하게 됩니다. 제가 여기에 당한 얘기입니다.

 

1995년 경 메트로 Montparnasse역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4개 노선이 교차되는 아주 큰 역이지요. 에스칼레터를 이용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제 바로 앞에 2명이 나란히 서 있더군요. 지나칠 수 없어 저도 가만히 서서 올라가는 중이었습니다. 거의 다 올라왔을 무렵 앞서 있던 2명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키 뭉치를 바닥에 떨어뜨렸던가 봅니다. 키 뭉치는 마지막 에스칼레이터와 바닥이 맞 닿는 부분에 끼여 잘 빠지지 않았던지 등을 구부린 자세에서 그 자리에서 빼 낸다고 완전히 내리지 않았지요. 당연히 저는 떨어뜨린 앞사람과 뒤에서 부닺치게 되고 저 뒤의 사람은 저한테 부닺치게 되었지요. 그렇게 순간적으로 몇 초가 흐른 후 드디어 키를 빼내어 뒤를 돌아보며 저한테 미안하다며 씩 웃으면서 사라지더군요.

 

저도 그냥 제 갈 길을 가다가 순간적으로 머리에 와 닿는 게 있었습니다. 뭔가 냄새가 났던 것이지요. 얼른 뒷 주머니의 지갑을 확인하였습니다. 아뿔사, 그 사이에 지갑이 사라졌습니다. 주위를 살피고 조금 전 그 사나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저 멀리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보여 쫒아 갔습니다. 이미 그들은 화장실에 들어갔다 금방 나오고 있더군요. 다짜고짜 그들을 붙잡고 네가 내 지갑 훔쳤지라고 두 눈 부릅 뜬 자세로 말하니 이 친구들 불어로 뭐라고 말하는데 제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요. 아마 '웬 별놈 다 보겠네' 이런 말이 아니었던가 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붙잡고 강력하게 항의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제 뒤에서 실제 소매치기한 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엇습니다. 그래도 뭔가 집히는 게 있어 화장실을 들어가 주위를 살피보니 구석의 쓰레기 통에  저의 지갑이 보이더군요. 얼른 확인해 보니 현금과 신용카드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빈 지갑 상태였습니다. 빨리 지갑을 버리는 이유는 현행범으로 붙잡히는 경우를 대비한 술책이었던 것이지요. 신용카드야 분실신고만 하면 되니 별 문제가 없으나 비상 현금 없어진 게 못내 아쉽더군요.

 

평생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한 소매치기 얘기였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들의 표적이 된 이상 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출구를 나와서 경찰에 신고하려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해외에서의 지갑 휴대는 뒷 주머니 보다는 앞 주머니가 훨씬 안전하다는 게 저의 생각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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