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유럽 여행기 (2008년 여름) - 11

2010.04.03 12:50

saxman2a 조회 수:3422 추천:1

||0||0주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날씨가 아주 좋네요.  벚꽃도 이번 주가 제일 만개할 거라고 하고요.  그럼...
*************************************************************************************************
2008년 6월 15일 일요일
차를 빌리러 감; 민박에 있는 할아버지 아저씨가 도와 주신다고 따라 나옴; 차를 받고 아저씨와 함께 주차 타워에 가서 차를 가지고 나옴; 폼페이 관광; 12시쯤 도착해서 점심 후 관광을 시작; 오후 5시쯤 소렌트로 출발해서 저녁 6시쯤에 호텔 도착; 일몰의 절경을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함;


오늘은 폼페이를 거쳐 소렌트에 가는 날이다.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 거실에 나왔는데 분명 주인 아저씨는 아닌 것 같은 정체 불명의 60대 후반쯤의 아저씨가 거실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계신다.  이런 저런 얘길하다가 오늘 차를 빌려서 소렌토를 간다고 하니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하신다.  보통 남부 투어로 가는데 왜 운전을 하려고 하느냐고 용감하단다.  어쨌거나 지금와도 되돌릴 수도 없고 그렇게 투어 다니는 것은 내가 원하는 여행 방법이 아니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한귀로 흘려 들었다.  다시 방에 들어가 뒤척이다가 일어나니 그래도 이르다.  식구들은 다들 자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곤 식구들을 준비시키고 짐을 싸니 또 한 짐이다.  참 짐 많다.  독일서 처럼 왜곤을 신청했으니 짐 싣는 걱정은 없지만 해도 해도 너무 많다 ㅎㅎㅎㅎ.  식구들과 함께 테르미니역에서 확인해 둔 렌터카 사무실로 차를 빌리러 갔는데 새벽의 그 아저씨가 같이 가서 짐을 봐 준다고 해서 동행을 했다.

민박집 바로 건너편이니 편하긴 하다.  나만 혼자 가서 차를 받아 나왔는데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보험을 들었다.  200여불 더 지출을 하지만 만일을 생각하면 해야 할 것 같다.  이거 아끼려다 후회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  보험 때문에 한번 당해 보면 보험 자연히 들게 된다.  이게 손해보는 것 같지만 손해 아니다.  받은 차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 포드 포커스 크로스 오버 차량이다.  독일에서 빌린 똑같은 차다.  아, 정말 이 차만은 받고 싶지 않은데…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봐야 내 손해다.  쓸데 없는 실망으로 기분을 잡치거나 지체하는 할 필요는 없으니.  

차가 주차 타워에 있어 아내와 애들은 짐을 보고 역의 길에 있고 난 그 아저씨와 데리고 갔다.  길안내를 해 주시니 고마웠다.  다시 돌아 오는 길을 몰라서 일단은 식구들을 준비 시키고 일방 통행 길을 빙글 빙글 돌아서 오니 세 식구가 반가이 아빠를 맞아준다.  애들은 차를 탄다고 신나하고 아내는 짐을 싣으려고 짐을 옮긴다.  민박 아저씨도 거든다.  그 많은 짐을 뒷 트렁크에 꽉채워 넣고 출발 준비를 했다.  아저씨가 애써 줘서 팁을 주고 출발을 했다.  로마를 빨리 빠져 나가는 길을 지도에서 한번 더 확인을 하고GPS를 길 안내 삼아 다시 출발을 했다.  미리 넣어 놓은 폼페이 주소를 선택하고 아내에겐 로마 시내 빠져 나갈 때까지 지도의 길을 챙겨 달라고 부탁을 하곤 출발했다.  

역시 수동 기어는 좀 어색하다.  왼발 종아리 근육 기르는데는 딱이다.  중간에 한번 시동 꺼 먹곤 또 출발이다.  언제 자동 기어 차로 돌아댕겨보나?  아마 다음에 와도 난 또 수동 기어 차를 선택할 것 같다.  난 나를 안다 ㅎㅎㅎ.

이윽고 로마를 빠져 나왔다.  이번엔 안내가 있었고 기계까지 말을 해 주니 아주 쉽게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고속도로로 진입을 했다.  애들도 좋아하고 아내나 나나 이제 다시 길 떠나는 기분이다.  복잡한 장터 같은 로마를 벗어나니 마음도 여유로워 진다.  고속도로 풍경은 마치 한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편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으로 빵, 과자를 사 먹으며 폼페이로 내려갔다.  

거의 4시간을 넘게 운전을 하니 폼페이 지명이 나오고 안내도 나온다.  그런데 가다보니 이건 조그만 장터 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  이런, 폼페이 주소를 넣지 않고 시내를 넣었더니 그냥 시내 한 가운데에 다가 데려다 준다.  내가 한가지를 빠뜨렸다.  다시 주소를 넣는 다는 것을 ㅉㅉ.  

폼페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이걸 어쩌나?  뒤엔 큰 관광버스, 좌우엔 오토바이와 자전거, 오른 쪽엔 수시로 차도로 들어오는 보행자, 또 보도에 반쯤 얹혀 주차된 차들, 이건 옴짝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완전한 무질서한 그런 도로 상황이다.  일단 이 지역을 벗어나서 주유소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아 일단 길을 따라 돌아 내려갔다.  그냥 감으로 조금 가다보니 폼페이 사인이 나온다.  좀 더 가다보니 주유소가 나와 무조건 차를 세우고 ‘폼페이!’ 외치니까 2키로 미터 뭐 이런다.  영어로 얘길 해 주길래 ‘그라찌’하면서 방향을 물으니 계속 가란다.  안심을 하고 계속 가다보니 오른 쪽으로 폼페이 폐허 입구가 나온다.  

입구가 대단히 클 줄 알았더니 무슨 동네 공원 온 느낌이다.  주차를 해야하는데 이게 간단치 않아보인다.  관광지라 만만치 않다.  11시가 되기에 일단 점심을 먹고 가는 게 나을 듯 싶었다.  들어가면 곧 배가 고플 테니 그러면 구경이고 뭐고 다시 나와야한다.  이 더운 날씨에…  그러면 구경이 끝나는 걸 테니 일단 점심을 먹는게 우선이다.  가만 보니 점심을 먹으면 주차가 무료인 곳이 보여 차를 세우곤 식사를 했다.

파스타와 물, 등을 시켜서 먹는데 잘못시켰는지 별로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 먹고는 길을 건너 입구 쪽으로 걸어가니 고속도로에서 곧바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그러니까 돌아온 거 였다.  그러지 않았으면 좀더 일찍 왔을건데…

입구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지도를 보니 정문이 아닌 옆구리로 들어가고 있다.  정말 차도 제대로 세운게 아니다.  정문을 따로 있기에 주위가 이렇게 초라한거였다.  한심하긴…

셔터를 연신 누르며 지도를 보고 예전에 역사 시간에 배웠던 모습을 보러 찾아 나갔다.  날씨는 적당히 더운데 멀리 베수비오 화산에서 내리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물도 충분하고 배도 부르고 걷기엔 안성 맞춤인 날씨다.  안내가 없이 안내 책자를 읽으니 좀 허전했다.  아내는 미국 대학생 팀을 따라가며 설명을 듣고 난 지도를 보면서 건물들을 찾아 나갔다.  애들은 여기 저기 기웃 거렸고.  뒤로는 베수비오 화산 봉우리가 구름에 쌓여 있고 폐허엔 신전, 시장, 부엌등 모든 것이 다 있는 조그만 도시다.  

거의 4시간을 넘게 걸으니 속이 출출해 진다.  마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아이들과 샌드 위치를 나눠 먹고 음료수도 마시다가 소렌트로 떠나기 위해 출구로 나왔다.  거의 5시가 다 되어가는데 예약한 곳 까지는 두어시간 정도 걸린다니 떠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이윽고 GPS에 있는 호텔 주소를 선택을 하고 출발을 했다.  고속도로를 거쳐 로컬 도로로 나오니 이건 장관이다.  왼쪽에 절벽을 끼고 달리고 있었다.  오른 쪽엔 석양이 있고 왼쪽의 절벽엔 집들이 절벽을 타고 지어져 있었다.  길은 꼬불꼬불한 길인데 오토바이니 버스니, 그 좁은 길에서 (미국의 거의 한 차선의 그런 너비인데 두 차선이 그어져 있다.  또 인도는 따로 없는데 그냥 인도려니 하고 다닌다) 잘도 달린다.  운전하는게 진땀이 난다.  이런 완전 무질서에서 기어를 바꾸고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를 비켜가며 가끔 클락숀도 울려가며 언덕을 돌아 올라가니 지도에서 본 호텔이 없다.  이런…  GPS는 분명 여기라고 했는데…  거리가 잘못 기입이 될 수도 있다고 짐작을 하곤 조금 더 언덕을 올라가니 오른쪽 평지에 깨끗한 호텔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 호텔이 있을 줄이야.  차 세우기도 넓찍했고 호텔도 깨끗했다.  아직 해가 지려면 두어 시간은 족히 있어야 했기에 속히 짐을 부리고 석양을 구경하자고 하곤 짐부터 옮겼다.

일단 다 씻고 빨래 챙기고 아이들과 호텔의 마당으로 내려가니 아랫층은 식당이다.  옆엔 공터가 있어 클래식한 차가 서있고 풀인가 뭘 태우는 냄새가 향그럽다.  마치 손님 온다고 음식하는 그런 냄새다.  공터엔 동네 개들이 몇 마리가 놀고 있는데 보아하니 손님들과 많이 접촉한 사나운 개들은 아니다.  집에 진도 잡견 한마리가 있어서 개에 좀 친숙한 편이라 아이들도 신이 났다.

낮의 따스한 햇볕은 다 들어가고 선선한 바람만 분다.  서서히 바다 너머로 해가 진다.  석양이 너무 멋지다.  아내는 너무 멋지다고 연방 감탄을 하고 아이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일단 여기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하겠기에 석양을 마주보면서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연신 셔터를 눌러 대면서 삼각대를 펼치고 일몰을 담을 준비를 하는 사이에 아내는 음식을 주문했다.  아, 정말 여행의 백미가 여기가 아닐까 하면서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주문한 와인 한병을 다 마시고 아이들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마침 아까의 동네 개들도 와서 얼쩡거려 애들을 기쁘게 해 줬다.  

오늘이 여행 중 제일 멋진 낭만스러운 저녁이 아닌가 한다.  정말 너무 멋진 광경을 보며 맛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와 분위기, 우연히 온 곳에서 이렇게 네 식구가 멋진 시간을 보낼 줄이야.  100유로 짜리 호텔인데 훌륭하다.  음식 값도 싸고 맛나고.  식사를 하곤 사진으로 풍경을 담았다.  

식사를 하곤 넷이서 언덕 아래로 난 길로 내려갔다.  캠핑장, 수영장도 있고 다른 숙박 시설이 있었다.  이 곳에 묵어도 될뻔했다.  삼각대를 놓고 타이머를 맞춰 놓고 가족 사진을 찍었다.  걸어 돌아 오는데 왜 그리 분위기가 있는지 사진을 또 찍고 즐거운 마음에 방으로 돌아 왔다.  그간 여행의 힘들었던 날들이 오늘 폼페이 구경과 저녁 노을, 식사로 다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방에 돌아와선 아내는 짐 정리와 밀린 빨래를 하고 난 사진 정리를 하곤 잠자리에 들었다.  유로 게임을 하는데 화질이 그럭 저럭 볼만했다.  물론 화면 크기래 봐야 9인치 정도지만 잠이 않와서 뒤척일 땐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다.  여행 중 오늘이 최고였다.  아내의 기분만 봐서도 그렇다.  이 기분으로 남은 여행을 해야한다고 다짐을 해본다.  얼마나 감사한지, 감사의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를 했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