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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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Zion Wildflower Resort -Zion National Park Visitor Center - Canyon Overlook Trail - 더 버클리, 라스 베이거스

이동거리 198 mi.

나는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에서 인생 최고의 트레일을 했다. 버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트레일 내로우는 환상적이었다. 유타의 뜨거의 태양도 차디 찬 버진강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견딜만 했다. 우리 가족은 트레일을 하는 내내 웃었다. 그렇게 두 달 여행의 1부인 '캐년 시리즈'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자이언은 꼭 다시 오고 싶은, 그래서 계속 그리운 곳이 될 것 같다.

숙소가 좁은 탓에 아침을 바닥에 쪼그려 앉아 먹었다. 가족들의 원성이 컸다.

자이언 국립공원 인근에는 나는 원래 '글램핑'을 하려고 했다. 텐트 펴고 접고 하는 수고를 덜면서 캠핑 하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화장실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에 반대했다.절충한 것이 이 숙소였다. '자이언 와일드플라워'(Zion Wildflower)란 이름의 이 곳은 원래 글램핑 하는 곳이지만, 캐빈 같은 숙소도 있다.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숙소 안이 비좁다는 게 문제였다. 네 명이 머물기에 짐 둘 곳도 변변치 않았다. 도시락을 싸기도 힘들었다. 거리는 다소 멀었다. 자이언에서 차로 20분 걸렸다. 자이언 입구 바로 앞에도 숙소는 지천으로 널려있다.

오전 9시 다소 늦은 체크아웃을 한 뒤 목적지인 '더 내로우'(The Narrow)로 차를 몰았다. 내로우는 계곡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트레일 코스다.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 Trail)과 함께 자이언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엔젤스 랜딩은 사람이 너무 몰려 추첨을 하는데, 나는 추첨에서 떨어졌다. 엔젤스 랜딩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워낙 험하다고 해 고민이 됐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내로우를 차로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전날 숙소에 가기 위해 공원을 한 차례 가로질러 가서 차가 다 다닐수 있는 줄 알았다. 그동안 다닌 국립공원들 대부분은 차로 갈 수 있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공원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서 차가 동쪽 방향으로 가는 것을 알았다. 내로우는 북쪽으로 가야 했다. 아이들이 내비게이션을 보고 말 해 줘서 그나마도 중간에 차를 돌릴 수 있었다.

자이언 주요 트레일은 모두 셔틀버스로만 다닐수 있다. 원래 계획은 오전 일찍 내로우를 갔다가 오후에 바로 라스베가스에 가는 것이었다. 이미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었다. "사전 조사가 부족했다"는 아이들의 원성을 또 들었다. 원성을 듣는 것은 힘든 일이다. 마음이 내내 편치 않았다. 원성을 하는 아내와 아이들도, 나도 삐친 상태로 방문자 센터로 갔다. 그러던 중 캐년 오버룩 트레일(Canyon Overlook Trail)이 나왔다. 이 트레일도 주요 트레일 중 한 곳이다. 동편에 나 홀로 떨어져 있고 셔틀이 다니지 않는다. 나는 이 트레일이라도 하자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우선 뭐라도 하자'는 맘에 차를 간신히 대고 트레일에 올랐다.

기존에 다녔던 곳과 달리 자이언은 제법 등산로 같았다. 황량한 흙과 모래만 있었던 브라이스, 캐년랜즈, 아치스 등과 달랐다. 나무도 제법 있고 물도 흘렀다. 트레일은 짧았다. 20분 만에 전망대에 올랐다. 이름 처럼 협곡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광경이었다. 아내도, 아이들도 그제서야 웃었다. 우리는 욕심이 더 생겼다. 한 마음으로 '빨리 내로우 트레일을 해보자'고 했다. 서둘러 내려가 방문자 센터로 다시 갔다.

차를 대는 것이 문제였다. 아침에 방문자 센터에 왔을 땐 30분을 넘게 기다려도 주차할 수 없었다. 운이 좋았는 지 10분 만에 나가는 차를 찾았다. 여기선 나가는 차만 보면 서로 대겠다고 난리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차장을 돌다가 나가는 차를 발견하면 먼저 대는 사람이 임자였다.

차를 대고, 도시락을 먹고, 등산 스틱을 샀다. 이미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내는 내로우 트레일을 하지 못 할 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 서둘러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는 상당히 잘 갖춰져 있었다. 사람들이 많을 땐 두 대가 연달아 왔다. 10분도 기다리지 않아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한 번에 날랐다. 내로우는 가장 마지막인 9번째 정류장이었다. 셔틀에서 내리자 마자 리버 사이드 워크 트레일(Riverside Walk Trail)을 단번에 마쳤다. 리버 사이트 워크 트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내로우가 있다. 마침내 내로우가 시작됐다.

우리가 준비한 등산용 샌들, 등산 스틱은 내로우를 가는 데 제격이었다. 이 곳을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수 운동화와 양말, 막대기를 빌렸다. 빌리는 가격은 32달러였다. 여기에 방수 바지 등 옵션을 더 넣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우리는 원래 100달러에 가까운 고가의 등산 스틱을 구매했다가 반품하고, 방문자 센터에서 15달러 짜리 저렴한 스틱 4개를 사서 갔다. 좋은 선택이었다. 물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산 스틱이었기 때문에 비쌀 필요는 없었다. 산에서 주운 막대기를 쓰는 사람도 여럿 봤다.

내로우 트레일은 환상적이었다. 오후 2시께 온도가 34도 까지 올랐다. 우리는 이미 캐년 오버룩 트레일을 한 터라 지치고 더운 상태였다. 버진 강에 발을 담그니 금세 땀이 식었다. 버진 강은 한여름에도 찼다. 너무 차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 하지만 발을 담그고 올라가니 물 온도에 빠르게 몸이 적응했다. 시원한 강물을 헤치고 오르는 기분은 최고였다. 오르는, 혹은 내려가는 사람들 표정도 다들 밝았다. 이런 트레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버진 강을 거슬러 가며 우리는 내내 웃었다. 시윤이는 연신 까르르 까르르 했다. 수영을 하고 싶은지 엉덩이를 일부러 강물에 담그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사람이 "오줌 싼 거 아니냐"고 놀렸다. 내로우에선 대부분의 사람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올랐다. 강물은 때론 깊어져서 허리 바로 위까지도 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무릎 높이 아래여서 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중간에 접었다. 다 가려면 왕복 8~10시간 거리였다. 어차피 다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은 이 정도면 됐다고 했다. 아내도 돌아가자고 했다. 돌아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조금 빨리 갈 수 있었다. 물살을 따라 가면 됐기 때문이다. 한 번 와본 길이라 더 익숙한 것도 있었다.

방문자 센터로 다시 돌아가는 셔틀버스에서 나와 아내는 내내 졸았다. 이미 체력이 바닥 난 상태였다. 라스베가스까지 운전을 하려면 충전을 해야 했다.

예정보다 늦은 오후 7시를 넘겨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시차가 한 시간 있어 한 시간 이득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는 한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현지 마트에서 또 장을 봤다. 라스베가스 숙소는 주방이 잘 갖춰져 있어 음식 준비를 한가득 해야 했다. 김치, 라면, 파 등을 샀다. 애틀란타 한인마트에 비하면 가격은 비쌌고 품질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 있는 게 다행이라 여겼다. 현지 마트에선 계란, 우유 등을 샀다.

숙소는 더 버클리 라스베가스(The Berkley, Las Vegas)란 곳이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남쪽으로 10분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작년 12월에 라스베가스 여행을 한 바 있어 여행 욕심이 없었다. 아이들은 그 때 중심 거리인 스트립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맡고 기겁했다. 라스베가스는 마리화나 피는 것이 합법이다. 이 냄새를 계속 맡고 있으면 나는 구역질이 났다.

라스베가스에서 2부 여행인 서부 해안을 돌 준비를 해야 했다. 이 숙소는 이러한 목적에 충실했다. 집 처럼 주방이 크게 있고, 세탁기와 건조대도 있었다. 수영장도 괜찮았다. 아이들에게 내일은 수영장에서 놀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간신히 재웠다. 내일은 오랜 만에 늦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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