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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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9일

Saddle & Surrey Motel - Sprague Lake -Emerald Lake - Hyatt House Denver Lakewood At Belmar

하늘에 색이 담겼다. 해 뜰 녘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넘쳤다. 하늘의 색을 호수가 고스란히 담았다. 하늘이 호수인지, 호수가 하늘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로키 마운틴에서 우리는 최고의 일출을 봤다.

로키마운틴 스프래그 레이크의 해 뜨기 전 빛깔은 오묘했다. 이토록 다양한 색의 하늘색과 호수색을 보지 못했다.

새벽 4시 50분께 숙소를 나섰다. 베어 레이크 길을 다시 가기 위해서였다. 베어 레이크 길은 새벽 5시 이전에 들어가면 예약 없이 갈 수 있다. 간신히 5시쯤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5-6대의 차가 줄을 서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됐을 때 시계가 오전 5시 1분을 가르켰다. 나는 살짝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공원 직원은 "예약을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안 했다"고 했다. 그러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면서 "원칙대로 해야 하지만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원을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고맙다"고 한 뒤 급히 길을 나섰다. 아내와 아이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프래그 레이크(Sprague Lake)에 차를 세웠다. 윤하에게 일출 보기 좋은 장소를 알아보라 했더니 이 곳을 추천했다. 구글에 검색하면 로키 마운틴에서 가장 일출이 예쁜 곳으로 나온다. 주차장에 10여대의 차가 있었다. 호수 산책로로 가니 10-20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출 장면을 찍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있는 곳이 '명당 자리'라고 생각해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해 뜨기 전이라 날이 찼다. 패딩 재킷을 입었는데도 몸이 떨렸다. 머리까지 패딩 모자를 뒤집어 쓰고 하늘을 봤다. 이날 일출 시간은 5시 41분이었다. 5시 20분쯤 부터 하늘이 밝아지더니 30분쯤 되자 온 하늘이 붉게 변했다. 하늘이 불이 나서 타는 것 같았다. 하늘 빛은 호수에 비쳐 호수도 붉게 탔다.

일출 시간이 되자 높은 산부터 해가 비췄다. 해가 비추자 세상이 밝게 빛났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상 해가 나오자 다들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일출을 본 게 열 번 미만인데, 일출은 해 뜨는 것을 봐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아니었다. 일출은 해가 뜨기 전 오묘하게 변하는 빛을 보는 것이었다. 이제껏 무엇을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출을 보고 스프래그 레이크 주변을 한 바퀴 걸은 뒤 나왔다.

이른 아침 부산을 떨고, 추위에떨어 배가 금세 고팠다. 아내가 싼 샌드위치를 차 안에서 먹었다. 추워서 밖에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는 베어 레이크(Bear Lake) 주차장에 차를 대고 먹었다. 베어 레이크 주차장은 아침 7시쯤 이미 거의 다 찼다. 베어 레이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트레일이 많아 차가 몰렸다. 우리도 그 중 하나를 가기로 했다. 에메랄드 레이크(Emerald Lake)였다. 베어 레이크에서 계곡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온다.

에메랄드 레이크 트레일은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Rocky Mountain National Park)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구간이다. 세 개의 아름다운 호수를 볼 수 있다. 두 시간 정도면 돌 수 있어 시간 부담도 크지 않다.

우리는 호텔 체크아웃 시간까지 돌아가야 해 서둘렀다. 님프 레이크(Nymph Lake)를 30분 만에 지났고, 드림 레이크(Dream Lake)를 45분 만에 갔다. 에메랄드 레이크까지 가니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호수들은 아담했고, 맑았고, 예뻤다. 캐나다 로키에 있는 호수와 다르게 아기자기 한 맛이 있었다. 호수에선 미끼 없이 낚시 줄만 던지는 플라잉 피싱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은 호수에서 고기가 잡힐까 싶었다. 물을 보고선 생각이 바뀌었다. 맑은 물에는 발바닥 만 한 고기들이 다녔다.

에메랄드 호수에 다다르니 길이 끊어졌다. 이름 처럼 에메랄드 빛은 아니었다. 초록색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 자체로 매우 예쁜 호수였다. 시윤이는 지쳐서 쓰러지다 시피 했다. 트레일 구간 경사가 꽤 있어서 빠르게 가는 게 힘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체력도 떨어졌다. 나는 만 10살인 시윤이가 따라와 주는 것만도 늘 감사했다. 우리는 에메랄드 호수에 5분 가량 머문 뒤 곧바로 돌아왔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 때문에 맘이 급했다. 아내는 거의 뛰다 시피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시윤이 손을 잡았다. 나는 시윤이가 그 작은 몸으로 가는 게 안쓰러웠다. 나는 시윤이가 훗날 키가 나보다 크고 체력도 좋아서 나를 끌어 주길 바랐다.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아이들이 산을 바라보고 있다. 두 시간의 트레일을 해야 이 곳에 갈 수 있다.

체크아웃을 한 뒤 덴버로 향했다. 로키마운틴에서 덴버로 가는 길에 롱먼트란 지역에서 치폴레에 들렀다. 멕시칸 음식 체인 치폴레는 우리 가족의 단골 음식점이다. 우리를 볼(bowl) 두 개와 또띠아 네 장을 시켜서 나눠먹었다. 볼은 달라는 것을 다 퍼줘서 양이 꽤 많다. 우리는 소고기와 닭고기, 양배추, 검은콩, 사우어 크림, 토마토 살사 소스, 아보카도 등을 볼에 주문해 또띠아에 싸서 먹었다.

밥 먹고 장을 봤다.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쌀과 김치를 사고, 샘스클럽에서 고기와 새우, 면도기, 수박을 샀다. 아이들은 요즘 장을 보러가면 이것저거 사자고 한다. 윤하는 특히 먹는 욕심이 있어서 먹고 싶은 것을 많이 얘기한다. 나는 그런 윤하 말을 잘 듣는데, 아내는 너무 많이 담게 된다며 경계한다. 이번에도 사고 난 뒤, "너무 많이 샀다"며 아내의 '꾸지람'을 들었다.

덴버 시내에 있는 호텔로 가선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햐얏트 하우스'란 곳이었는데, 예약을 한 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아이들의 원망을 들었다. 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렸다. 간신히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선 내가 예약한 방이 없어 다른 방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그 옆방을 하나 더 빌려줘서 연결해서 쓰라고 했다. 나는 오히려 잘 됐다고 했고, 아내는 원래 방이 더 좋은거 아니냐고 했다. 나는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잘됐다고 생각하고 그냥 쓰자고 했다.

저녁에 딱히 뭘 더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샘스클럽에서 산 안심 스테이크 두 덩이를 굽고, 스파게티를 해서 밥을 먹었다. 아내는 장 본 것으로 요리를 한다며 밤 늦게까지 이것저것 만들었다. 그 동안 나는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챙겼다. 덴버는 딱히 관광 욕심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이것 만으로도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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