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서 곰곰이 돌이켜보니 나름 길었던 미국 서부 여행이 계획대로 무사히 끝났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을 오래오래 기념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잘 나온 사진들만 뽑은 후 큰 사진 액자를 만들어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지금도 부모님 본가에 가면 거실 한가운데 이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Photo Frame.jpg


----------------------------------------------------------------------------------------------------------------------------------------------------------------


미국 서부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타지 해외여행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한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통상 휴가를 얻어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안락한 숙소, 화려하고 멋진 건물이나 이국적인 거리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스폿, 고급 식당에서의 맛있는 음식, 느긋한 일정 및 충분한 휴식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미국 서부 여행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는 정반대입니다. 미국 시골 마을들의 투박한 숙소, 여행 내내 이어지는 장거리 운전, 최소한의 기본 시설만을 갖추고 있는(아니면 이런 기본 시설조차도 때로는 거의 없는) 국립 공원의 척박함, 유타 특유의 찌는 듯한 더위 및 뭘 좀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걸어야만 하는 빡센 일정 등이 미국 서부 여행의 특징이니까요.


2017년도 여행 이후 제 와이프는 미국 서부 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도대체 왜 아까운 돈과 시간을 써가며 그 생고생을 하러 가는지 본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람마다 본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저한테 좋다고 그것이 타인에게도 반드시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저는 미국 서부 여행을 하면서 지금껏 다른 곳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여행하는 기간 동안 속세와 관련된 뇌의 특정 부분이 완벽하게 지워져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참 뭐라고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는데 Zion NP Shuttle Bus에 붙어 있던 아래 문구가 저의 이런 감정을 너무나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Wilderness is not a luxury, but a necessity of the human spirit.


IMG_7237.JPG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심란하신 분들은 미국 서부 여행에 한 번 도전해 보시는 것을 강추합니다. 물론 미국 서부 여행 한 번 다녀왔다고 갑자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확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마음속에서 켜켜이 쌓여 있던 풍진이 한 번에 쫙 씻겨내려간 후 그러한 문제들을 새롭게 헤쳐나갈 수 있게끔 마음의 근육 마디 하나하나가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이 아쉽게도 제 여행기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3년 동안 직접 경험한 미국 서부 Grand Circle 여행 기록이 새롭게 여행을 계획하시는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사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오늘 돌이켜 보니 1년이라는 시간 동안(첫 글을 올린 게 작년 8월 19일이었네요) 39편이나 되는 글을 올리는 나름 큰 프로젝트로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제 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3년 동안 Grand Circle에 위치한 NP 및 그 주변만 죽어라고 돌아다녔습니다. 정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심오한 정보를 마음껏 퍼주시는 아이리스님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서부 Grand Circle 여행 관련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입문자 코스 정보로는 제가 올린 글들도 괜찮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마음속에 최소한 한 번 이상의 미국 서부 Grand Circle 여행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3년 동안 그렇게 걸어 다녔는데 아직도 걷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네 걷고 싶은 길이 아직도 너무나 많습니다. 작년 및 올해 모두 계획은 세웠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도 내년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여행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여행 계획 짜다가 궁금한 점 있으면 저도 아이리스님께 도와주세요 하고 질문 글 올릴 겁니다. 헤헤헤.


마지막으로 미국 여행 계획하시는 모든 분들이 여행 기간 동안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즐겁게 여행하실 수 있기를 기원드리고 제가 계획하고 있는 내년 가을 미국 서부 Grand Circle 여행이 무사히 진행되어 또 다른 여행기로 이 곳을 찾아뵙기를 희망합니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2562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608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5968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121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8420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396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640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560 2
11609 미 서부 로드트립 6/10-27 (4) Crater Lake NP, 포틀랜드, 올림픽 NP, 시애틀 [2] file 말년 2022.09.05 371 1
11608 미 서부 로드트립 6/10-27 (3) 솔트레이크 시티, 그랜드 티턴, Smith Rock State Park file 말년 2022.09.05 269 2
11607 미 서부 로드트립 6/10-27 (2)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2] file 말년 2022.09.05 435 2
11606 미 서부 로드트립 6/10-27 (1) 세도나 [2] file 말년 2022.09.05 382 2
11605 미서부여행 12박 일정 문의드려 봅니다. [2] 숙면중 2022.09.04 302 0
11604 샌디에고 -> 세도나 가는 방법 문의드립니다. [5] 숙면중 2022.09.02 613 0
11603 Lone pine - Yosemite east entrance - south entrance 일정 관련 조언 부탁드립니다. [2] 가족여행자 2022.09.01 219 1
11602 La in -Seattle out [2] 우리행 2022.08.31 163 0
11601 아치스/캐년랜드 / 모뉴멘트 밸리/캐피톨 리프/ 그리고 브라이스 세부 사항들 [4] 라이언홈즈 2022.08.31 358 0
11600 글레이셔/옐로우스톤/그랜드티턴 국립공원(9박10일) 일정문의 [4] 선녀 2022.08.31 385 0
11599 미국 뉴욕주 북동부 가을 코스 문의드립니다. [2] kyw0277 2022.08.27 287 0
11598 Glacier National Park [3] HJ 2022.08.26 297 0
11597 0827 ~ 0830 그랜드서클 3박 4일 일정 조언 부탁드립니다! [1] 블랑 2022.08.26 201 0
11596 Wind River Range 백팩킹 Part 2 [9] file snoopydec 2022.08.25 236 1
11595 미국 여러 도시 여행 일정 자문 구합니다. [11] 동팔 2022.08.25 355 0
11594 자동차로 캐나다 입국시 문의 [4] DDD 2022.08.24 248 0
11593 9월3일~9월5일 2박3일 그랜드서클 일정 재문의드려요(엔텔롭 시간문제) [1] 밍밍파파 2022.08.24 165 0
11592 안녕하세요 LA - 샌디에고 - 피닉스 - 세도나 - 라스베가스 동선 어떤가요? [1] 달라스쾌남 2022.08.24 223 0
11591 옐로우스톤/그랜드 티턴 일정 [3] 맹고 2022.08.23 328 0
11590 Grand Circle 여행 운전 경로 관련 한 번 봐 주셔요~ [12] file 똥꼬아빠 2022.08.23 365 0
11589 샌디에고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 가는 일정 [2] 가족여행자 2022.08.22 323 0
11588 9월3일 ~ 9월 5일(2박3일) 그랜드 서클 일정 문의드립니다. [5] 밍밍파파 2022.08.22 136 0
»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17 - Epilogue [4] file 똥꼬아빠 2022.08.21 192 1
11586 Mazama Camp Ground 의 주소. [2] HJ 2022.08.21 109 0
11585 미서부 여행(10/1~21) 수정계획 질의 [9] Akystar 2022.08.21 269 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