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부 여행의 종착점인 Grand Canyon NP입니다. 오늘 일정은 South Kaibab Trail - Phantom Ranch - Bright Angel Trail 완주입니다.

South Kaibab Trail - Phantom Ranch - Bright Angel Trail
- 총 길이: 30.9 km
- 고도 변화: 1,562 meter
- 소요 시간: 12 hours
- Type: Point to Point
- 난이도: 상

이 Trail에 대한 기본적인 모양새를 보기 위해 몇 가지 지도를 첨부해 드립니다. 걸어야 하는 길의 총 길이도 문제이지만 통상 우리 몸이 기억하는 초반부에는 올라갔다가 후반부에는 내려오는(또는 하이킹 내내 그냥 오르락내리락 걸어야 하는) 하이킹과는 반대로 처음에는 아래로 죽 내려갔다가 나중에 더위와 싸우면서 주구장창 올라와야 하는 극심한 고도 변화가 사람을 정말 괴롭게 만드는 특이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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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도착해서 숙소를 Bright Angel Lodge로 잡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하이킹의 출발 지점인 South Kaibab Trailhead로 이동해야 합니다. 위 지도에서도 나와 있듯이 Bright Angel Trailhead와 South Kaibab Trailhead가 대충 봐도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대략 8 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다행히도 하이커만을 위한 전용 Express Shuttle Bus Service(https://www.nps.gov/grca/planyourvisit/hiker-express-shuttle.htm)를 국립 공원 측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접속해서 자세한 정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Shuttle Bus는 새벽 일찍 South Kaibab Trailhead에서 출발, 콜로라도 강을 본 후 당일치기로 Bright Angel Trailhead로 올라오고자 하는 하이커만을 위한 일방통행 Shuttle Bus입니다. 계절에 따라 운행 스케줄이 조금씩 다른데 저는 이때가 10월이었기 때문에 첫 차인 6시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오전 5시 기상, 숙소에서 햇반으로 아침을 먹은 후 숙소 바로 앞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동이 살살 트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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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ers' Express라고 확실하게 표시된 Shuttle Bus(1분의 오차도 없이 6시 정각에 도착합니다)를 타고 South Kaibab Trailhead로 이동한 후 정확히 6시 30분에 하이킹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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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Grand Canyon NP에서는 이 하이킹을 하루 만에 끝내는 것을 극구 만류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을 하루 만에 걸으려고 도전했다가 길 위에서 열사병이나 탈진으로 죽는 사람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Grand Canyon 아래쪽 기온이 그늘에서조차 40도를 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이 유명한 하이킹을 완주하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Grand Canyon NP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하이커들의 편의를 위해 Shuttle Bus Service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두 개의 출발 포인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꼭두 새벽에 Shuttle Bus까지 운영해 가면서 하이킹 출발점을 대부분의 숙소가 몰려 있기 때문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Bright Angel Trailhead가 아닌 South Kaibab Trailhead로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 Bright Angel Trail에 비해 South Kaibab Trail이 훨씬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위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 길의 경사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면 Bright Angel Trail의 경우 콜로라도 강 기준으로 1,360 meter의 높이를 12.6 km로 걷게 되지만 South Kaibab Trail의 경우 1,481 meter의 높이를 10.1 km로 걷게 됩니다. 따라서 두 Trail 가운데 더 힘든 길을 체력이 짱짱하고 날씨도 상대적으로 시원한 오전에 내려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 결정적으로 South Kaibab Trail을 걷는 도중에 식수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만약 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체력도 떨어진 상태에서 햇빛 쨍쨍거리는 더운 오후에 걷다가 가지고 있는 식수가 동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견디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Bright Angel Trail의 경우 중간중간 주요 포인트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휴식 공간 및 식수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outh Kaibab Trail 출발 시 배낭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물(넉넉하게 4 리터 이상) 및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각종 음식을 준비한 후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Trailhead에서 바라본 Grand Canyon입니다.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Grand Canyon 상단에 비추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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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후 아래와 같이 생긴 "The Chimney" Switchback을 통과한 후 20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포인트인 Ohh Ahh Point에 도달하게 됩니다. Trailhead로부터 약 1.4 km 지점인데 시원한 경치가 터져 나오는 지점이라서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 아니면 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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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aibab Trail의 경우 아래 사진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듯이 특이하게도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는 길입니다. 따라서 Trail을 걷는 내내 사방이 뻥 뚫려 있는 시원한 파노라마 뷰를 원 없이 즐길 수 있으니 부디 내려가는 도중에 Grand Canyon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올라오는 구간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주변 경치가 눈에 잘 안 들어 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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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h Ahh Point를 지나 다음 포인트인 Cedar Ridge로 가는 길입니다. 사진 보시면 아래로 꾸불꾸불 이어지는 Trail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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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ar Ridge입니다. Trailhead로부터 2.4 km 지점인데 여기 도착 시간이 7시 10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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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ar Ridge를 지나칠 무렵 이 구간의 명물인 사진 찍기에 아주 좋은 O'Neill Butte(높이 1,775 meter)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 내려가는 길에서 옆에 계신 분께 부탁해서 증명사진 하나 남겼습니다. 아직은 하이킹 초반이고 내려가는 길이라 그런지 얼굴에 힘든 기색이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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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leton Point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경관들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는 길이라 정말 경치가 시원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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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에서 약 4.8 km 지점에 위치한 Skeleton Point인데 도착 시간이 7시 53분이었습니다. 이 지점에 도착하면 하이킹 도중 처음으로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콜로라도 강을 드디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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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leton Point를 지나면 아주 무식한 Switchback 구간에 접어들게 되는데 Red & White Switchback이라고 불리는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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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려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얼마 전에 내려다봤던 O'Neill Butte가 왼쪽에 까마득하게 솟아 있습니다. 그만큼 경사가 가파른 길이라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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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anyon 중간을 가로지르는 Tonto Trail과의 교차점인 Tonto East입니다. Trailhead에서 대략 7.3 km 지점인데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화장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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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to East 포인트 바로 밑에 South Kaibab Trail의 마지막 포인트인 Tip Off를 통과합니다. 8시 45분에 이 지점을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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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제가 이곳을 다녀온 후 불과 한 달 뒤인 2019년 11월에 Tip Off 지점에 국립 공원 측에서 하이커들이 그늘 밑에서 한숨 돌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Shelter 시설을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South Kaibab Trail은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길인지라 길을 걸을 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 공간이 전혀 없는데 그 점을 고려해서 국립 공원 측에서 이 외딴곳에 정말 큰마음 먹고 Shelter 건물을 설치한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헬기를 이용 어느 정도 완성된 가건물을 통째로 이곳으로 가지고 온 다음 잔여 마무리 공사는 사람들이 직접 와서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공 후 Tip Off 사진을 보면 한 쪽에는 Shelter, 반대편에는 기존 화장실이 사이좋게 나란히 위치하고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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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Off를 통과하면 아래 사진 중앙에 놓여 있는 Train Wreck이라고 불리는 큰 바윗덩어리를 지나치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오늘 처음으로 노새를 타고 길을 올라오는 관광객들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길에서 노새떼와 마추치게 되면 하이커는 무조건 길 옆으로 바짝 붙어서 노새떼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양보해야 합니다. 맨 앞에서 인솔자인 카우걸이 리드하고 나머지 관광객들은 그 뒤를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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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떼를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가니 Grand Canyon의 하단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드디어 콜로라도 강을 가로지르는 Black Bridge(정식 명칭은 
Kaibab Trail Suspension Bridge인데 다리 색깔이 까만색이라 그냥 Black Bridge라는 애칭도 같이 사용됩니다)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콜로라도 강은 여기서도 400 meter를 더 내려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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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 오니 정말 많이 내려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앞쪽에 North Rim이 까마득하게 솟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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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ridge로 가는 길은 또 다른 Switchback의 연속인데 오늘 두 번째로 만나게 될 노새떼가 그 Switchback을 힘들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 중앙 오른쪽을 자세히 보시면 작은 모래사장이 있고 거기에 Boat가 몇 척 정박 중인데 실제로 Boat Beach라고 불리는 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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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새떼는 관광객이 아닌 짐짝을 나르는 노새떼였는데 아마도 Phantom Ranch 관련 물자들을 나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노새떼를 이끌고 가는 리더가 카우걸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면 진짜 포스 작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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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노새떼를 뒤로 보내고 계속 내려가니 Grand Canyon을 가로질러 도도히 흘러 내려오는 콜로라도 강줄기가 보입니다. 강 오른쪽에 수풀이 우거진 지역이 보이는데 그 안에 Grand Canyon 바닥에 위치한 유일한 숙소 Phantom Ranch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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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ridge도 어느덧 눈 높이와 비슷해지다가 마지막으로 작은 터널을 하나 통과하니 눈앞에 떡 하고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여기 도착 시간이 9시 50분이었습니다. 6시 30분에 Trailhead를 출발했으니 South Kaibab Trail 완주에는 3시간 20분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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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ridge를 건너면서 본 콜로라도 강입니다. 물 색깔이 거의 진흙탕 수준인데 막상 이렇게 가까이서 봐도 기대했던 만큼의 큰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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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Rim 쪽에 위치하고 있는 Phantom Ranch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고 싶어서 Bright Angel Campground를 지나 굳이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Black Bridge에서 Phantom Ranch까지 가는 길은 편도 1.3 km에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Phantom Ranch에 가니 Check Out 시간과 마침 겹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한참 숙소 이부자리 정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Bunker 형태의 Dorm 숙소만 잠깐 지나가면서 눈으로 봤는데 이 Bunker조차도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Lottery 형태로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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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식당이 있어서 좀 비싸기는 하지만 5달러를 내고 레모네이드 한 잔을 마셨습니다. 메뉴판 보시면 스테이크 메뉴도 있는데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고 와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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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Ranch 앞 휴식터에서 미리 준비해 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대략 1시간 정도 쉬고 나서 10시 50분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Phantom Ranch를 걸어 나오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Grand Canyon은 꽤나 위압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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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Phantom Ranch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다녀왔지만 이 하이킹 도중에 굳이 Phantom Ranch를 보고 나오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Phantom Ranch가 Grand Canyon 바닥에 위치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유명한 숙소이긴 하지만 막상 보면 그냥 평범한 숙소일 뿐입니다. 왕복에 대략 40분 정도 걸리는데 저의 경우 그 구간에서 아까운 체력을 쓸데없이 상당량 소비해 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은 오르막길을 감안한다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차라리 Bright Angel Campground에서 편안하게 콜로라도 강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을 것 같네요.

Bright Angel Trail로 접어드니 North Rim과 South Rim을 연결해 주는 또 다른 다리 Bright Angel Trail Suspension Bridge가 보입니다. 색깔이 Silver라서 그냥 Silver Bridge라고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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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Bridge를 건너면서 콜로라도 강을 보니 아까 Black Bridge를 건널 때보다 태양이 훨씬 높이 떠 있어서 Grand Canyon 색깔이 훨씬 선명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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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 Bridge를 건넜다고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강가를 따라서 Pipe Creek Rest House까지 2 km 정도 되는 평지 구간을 3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평지 구간 끝에서 보이는 Silver Bridge가 꽤나 멀리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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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로 걷다가 보니 앞쪽에 우뚝 솟아있는 North Rim이 보이다가 방향을 바꾸니 본격적으로 Bright Angel Trail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이때가 11시 40분인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태양이 정면에서 작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가장 더울 때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국립 공원 측에서는 하루 만에 South Kaibab Trail과 Bright Angel Trail을 완주하는 것을 피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국립 공원 측에서는 South Kaibab Trail을 내려와서 
Phantom Ranch 또는 Bright Angel Campground에서 일박 후 다음 날 오전 일찍 날씨가 아직은 선선할 때 부지런히 Bright Angel Trail을 올라가라고 강력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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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Trail의 전체적인 느낌은 아래 사진으로 한 방에 느낄 수 있습니다. 검은색 원이 사진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콜로라도 강이고 노란색 원이 첫 번째 포인트인 Indian Garden, 초록색 원이 두 번째 포인트인 3 mile Resthouse, 빨간색 원이 세 번째 포인트인 1.5 mile Resthouse 그리고 맨 상단 보라색 원이 Bright Angel Trailhead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쪽에 절벽을 두고 가운데 계곡을 뚫고 올라가는 길이라서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갔던 South Kaibab Trail과는 길의 풍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파노라마 경치를 볼 수 있는 구간도 가끔씩 나오지만 이 길의 주된 경치는 오르고 또 올라도 눈앞에 항상 버티고 있는 South Rim 절벽을 보면서 걷는 길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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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Trail의 Elevation Change 및 주요 포인트에 설치된 시설 관련해서는 아래 그림 설명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주요 포인트 모두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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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부지런히 올라가다 보니 벌써 콜로라도 강은 사라지고 깊은 협곡으로 둘러싸인 경치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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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n Garden Campground로 가는 중간에 다시금 Switchback 구간을 올라가야 하는데 아래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구간이 "The Devil's Corkscrew"(악마의 나선형 계단)라고 불리는 구간입니다. 저는 이 구간을 올라가면서부터 조금씩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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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Trail의 첫 번째 포인트인 Indian Garden에 도착한 시간이 1시입니다.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 Campground도 있고 일 년 내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식수대 및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Shelter가 있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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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n Garden 주변에는 척박한 Grand Canyon 내에서 특이하게도 Garden Creek이라는 지류가 흐르고 있으며 그 물을 근원으로 해서 Cottonwood Tree(미루나무)가 우거진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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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체력적인 부담이 몰려오는 구간인지라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30분 넘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떠납니다. 1시 30분에 Indian Garden을 출발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서 무심한 태양은 계곡을 향해 사정없이 강렬한 빛을 내려보내고 있었고 올라가야 할 South Rim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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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3 mile Resthouse까지 가는 구간이 이 하이킹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인데다가 점점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South Rim의 절벽은 사람을 좀 질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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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le Resthouse 도착 직전에 무식한 Switchback 구간을 또 올라가야 하는데 Jacob's Ladder(야곱의 사다리)라고 불리는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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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tchback 구간을 걸으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도착한 3 mile Resthouse입니다. 이곳 도착 시간이 2시 30분이었습니다. 투박한 돌기둥으로 이뤄진 Shelter인데 그래도 화장실, 식수대 및 앉아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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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하니 아래와 같은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쓰여 있는 Down is optional Up is Mandatory(내려가는 것은 선택 사항이지만 올라오는 것은 의무 사항!)라는 문구를 이 지점에 도착해서 보니 정말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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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le Resthouse 식수대가 설치된 곳으로 가서 뒤돌아보면 아래와 같이 Grand Canyon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장관을 보실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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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ter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1.5 mile resthouse를 향해 또 올라갑니다. 올라가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그래도 South Rim 정상이 아까보다는 그나마 가까이 보이는 것 같고 고생스럽게 걸어올라 온 Bright Angel Trail 계곡의 전경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맨 아래 사진 보시면 두 명이 바위에 앉아 계곡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처럼 생긴 곳이 보이는데 거기서 사진을 안 찍고 그냥 올라온 것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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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보니 귀여운 청설모도 한 마리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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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mile Resthouse입니다. 여기 도착 시간이 3시 50분이었습니다. 3 mile Resthouse와 마찬가지로 돌기둥으로 이뤄진 Shelter, 화장실 그리고 식수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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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 남은 1.5 mile 구간을 올라갑니다. 이미 3 mile Resthouse를 지나칠 무렵부터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고 나머지 구간은 그냥 관성으로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올라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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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구간에 2개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아래쪽 터널 모습입니다. Trailhead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는 불과 1.5 km이지만 걸어 올라가야 할 높이는 아직도 180 meter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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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터널입니다. 1930년대에 길을 만들면서 터널들을 뚫었다고 하는데 오늘날까지도 굳건하게 잘 버티고 서 있습니다. Trailhead에서 불과 100 meter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Bright Angel Trail 맛보기 차원에서 많은 분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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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Trailhead로 올라가지 전에 마지막으로 Bright Angel Trail을 한 번 더 내려다봅니다. 오후 늦은 시간인지라 꾸역 꾸역 걸어온 Trail이 Grand Canyon 기다란 그림자 속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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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Trailhead에 도착한 시간이 4시 50분이었습니다. 11시 40분에 오르막길을 출발했으니 Bright Angel Trail을 걸어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은 중간중간 휴식 시간 포함해서 대략 5시간 걸린 셈이고 South Kaibab Trail을 끝낸 후 콜로라도 강에서 두 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걸은 강가의 길 하이킹까지 포함하면 대략 6시간 걸린 셈입니다. 국립 공원 측에서는 내려갈 때 걸린 시간의 2배 정도를 올라가는 시간으로 배정하라고 하는데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Bright Angel Trail을 올라오면서 증명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는데 그나마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제 그림자가 증명사진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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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Lodge로 가서 다시 숙소 배정을 받고(연속으로 이박이 가능한 방이 없어서 어제와 오늘 각각 다른 방에서 투숙해야 했습니다) 17시 20분 정도에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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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이킹을 정리하자면;
- 살아생전에 이 길을 한 번쯤 걸어보고 싶다는 분들을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일반 사람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아이폰 건강 앱을 보니 총 35.8 km 거리를 5만 보가 넘는 걸음걸이로 완주했다고 나왔습니다. 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무리 많이 걸어도 4만 보를 넘겨본 적도 없었으니 신기록 하나 작성한 셈입니다.
- 하이킹을 하면서 보게 되는 Grand Canyon이 경관은 정말 백만 불짜리이지만 그 반대 급부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정신력만 가지고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닌 것 같으니 아주 냉정하게 본인의 체력 수준을 평가한 후 이 하이킹을 걸을지 말지 최종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준비 안 된 사람들이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하이킹 도중에 죽어서 실려 나가는 길입니다.
- Indian Garden에서 이야기를 나눈 미국 분이 이 길을 걷는 것을 "It is an experience!"라고 짧고 굵게 요약해 주었는데 딱 정답입니다. 이 분은 작년에도 이 길을 완주했고 올해가 두 번째인데 무슨 생각으로 이 길을 또 왔는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엄청 푸념하셨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이 이 하이킹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킹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이야기하자면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거였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죽도록 고생한 하루였습니다. 이 길을 걷고 나니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아주 탈탈 털려서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더 할 여력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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