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Wind River Range 백팩킹 Part 2

2022.08.25 09:41

snoopydec 조회 수:23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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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Lonesome Lake to Dutch Oven Lake (10.8mi)


오늘은 이 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약 11,800ft)을 지나는 날입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그후부터는 큰 오르막은 없으니 열심히 가보기로 합니다. 돌아켜보면 알래스카에 있을 때 난이도가 있으면서 거리가 꽤 되는 (최소 3-4마일 이상) 오르막길을 걸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알래스카 산들이 기본적으로 쉽지 않은데 (switchback이 없음) 백팩킹했던 곳들을 되짚어보니 그리 어려운 곳들은 또 아니었습니다. 여튼 간만에 제대로된 업힐을 오르려니 변명거리만 늘어납니다ㅎㅎ


Lonesome Lake 바로 앞에서 사진 한방 찍고 트레일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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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ard Head Meadows를 지나 제대로된 업힐로 진입합니다. 여기서부터 고점까지가 약 3마일 정도인데 약 1,800ft의 고도를 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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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고도를 느끼면서 걷다가 뒤를 돌아 보면 탁 트인 뷰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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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뾰족한 산이 Lizrard Head Peak이고 그 왼쪽이 Cirque of the Tower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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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올라오니 고원이 쫙 펼쳐지면서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해주듯 저희들을 맞아주었습니다. 확실히 11,000피트가 넘어가니 모기가 없어서 너무 쾌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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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보니 저 멀리 오늘의 종착지인 Dutch Oven Lake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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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을 하면서 말똥만 잔뜩 봤었는데 Dutch Oven Lake에 와서야 진짜 말을 봤습니다. 2017년도에 PCT 할때 Sierra 구간에서 종종 말을 봤었는데 그 때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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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함께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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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Dutch Oven Lake to Grave Lake (7.2mi)


오늘은 Grave Lake까지 가는 날인데 딱 보기에도 거리가 짧아서 (reference로 봤던 분들이) 왜 여기서 멈췄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일단 가보고 멈출지 더 갈지를 결정하기로 합니다. 오늘 걷는 구간이 Moss Lake Trail이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조용해서 좋았지만 트레일 중간에 살짝씩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thru-hiking을 할 때는 갈 길이 머니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오프라인 맵을 보고 트레일을 찾아 빨리 이동하는데 이번에는 어제 자기 전 봤던 오늘 경로를 떠올리며 최대한 감을 많이 이용해보려고 해봤습니다.


요즘에는 거의 모두 오프라인 맵을 이용하다보니 장거리 하이커중에서도 지도 보는 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프라인 맵은 나무(내 위치)를 보기 위함이고 지도는 숲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백팩킹을 하면서 얻는 중요한 배움 중에 하나가 지도 보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지도도 지도이니 둘다 본다는 것은 같지만 지도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내 현재 위치만 보는게 아니라 미리 루트와 주변 지형지물을 보고 실제 걸을 때에는 내가 가는 길을 예측하면서 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내 위치를 찾을 때에도 주변 지형 지물을 봐야하니 당연히 숲을 보는 방법을 배울 수 밖에 없었는데 오프라인 지도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현재 위치가 바로 뜨다보니 이 과정이 필요 없어졌고 PCT, AT, CDT와 같은 장거리 트레일이 번창하게 되는 데에도 아주 큰 일조를 하였습니다. PCT나 AT는 원래도 트레일이 잘 되어있지만 CDT 같은 경우에는 워낙 오지에 있고 alternate이 많은지라 지도를 보고 navigation을 얼마나 잘 하는지가 성공의 조건 중에 하나였는데 이제는 핸드폰만 있으면 되니 CDT에도 하이커들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바위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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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dow도 지나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트레일을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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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구름이 좀 많네~ 하던 날씨가 우박으로 변합니다. 어제까지 계속 덥고 모기가 워낙 많다 보니 우박 내리는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온도가 확 내려가게 좀 길게 비가 내리면 더 좋았을텐데 찔끔찔끔하다가 말아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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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사진도 찍으면서 걷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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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Grave Lake 동쪽 끝에 도착했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Day 4와 Day 5가 만나는 지점) 호수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아실텐데 동쪽 끝에서 보이는 호수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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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크기만큼이나 큰 outlet을 지납니다. Outlet이 이 정도 크기인데 수량이 유지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눈이 녹아서 들어오는건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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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중간쯤 왔을 때 저희 셋 다 와~~~를 외쳤습니다. 아까까지만해도 비현실적이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여기는 완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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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세미티 하프돔을 와이오밍 오지에서 볼 줄은 몰랐습니다^^ 하프돔+호수의 조합이라니!! 거기다가 해변까지?! 그래서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는 그 오묘한 분위기를 다 담지 못하네요. 정확한 명칭은 Mount Hooker이며 그 앞에 있는 동그란 산은 Pilot Knob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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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상으로는 그 다음 호수까지 가도 충분했지만 여기서는 멈추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냥 텐트 쳤습니다.  텐트 주변은 모기가 많았는데 호수 바로 앞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괜찮았습니다. 같이 갔던 두 친구 중에 "남자" 친구는 PCT, AT, CDT를 다 완주한 triple crowner라서 걸으면서 호수를 많이 봤을텐데도 이 곳이 top 5 안에 든다고 하더라구요. 1위는 Moraine Lake. 역시 캐나다 로키는 범접하기 힘듭니다ㅎㅎ  


페북에는 사진 크기가 작아서 별 사진을 올렸었는데 적당한 크기로 올리려니 온갖 잡티가 너무 많아서 못올리겠습니다ㅠㅠ 해가 질 때쯤 비바람이 불기 시작해 오늘 밤은 꽝인가 했는데 막상 오밤중에 일어나보니 수많은 별과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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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Grave Lake to Marms Lake (13.5mi)


감명 깊었던 Grave Lake를 뒤로 하고 떠나려는데 사진 찍을 포인트가 계속 나옵니다. 이 곳은 나중에 남편과도 다시 와서 꼭 보여주고 싶은데 운전만 9시간에 18-19마일 정도를 걸어들어와야 하니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ㅜㅜ 이번에 못 본 Green Lakes 지역도 보려면 사실상 일주일 휴가를 내야하는데 일단 구글맵에 별표만 쳐 놓고 마음속에 간직만 해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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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멋진 폭포를 지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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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creek을 건너야 했는데 수위가 높지 않아서 별 탈 없이 잘 건넜습니다. 올해 와이오밍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눈이 왔고 6월말쯤에 거의 다 녹은 상태여서 저희가 갔던 7월 중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눈이 많이 온 해라면 미리 확인을 하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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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넘어야 할 Hailey Pass가 보입니다. Pass 중턱까지는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0.5마일은 오우 쉣!! 소리가 날 만큼 가파랐습니다. 원래 패스라는게 다 가파르긴 하지만^^;; 오랜만에 겪는 그런 경사였습니다. 저는 경사가 심한 곳은 올라가는걸 선호하는 편이라 (내려올때는 무릎이ㅠㅠ)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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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에서 나홀로 하이파이브!  남편과 PCT할 때부터 패스를 지날 때마다 하이파이브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남편이 없으니 저 혼자 찍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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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으로 내려오는 길은 무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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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Lakes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변에 marmot이 계속 왔다갔다 거리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야생동물이 pika라서 pika를 보고 싶었는데 못생긴(?) marmot만 계속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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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ey Pass 후부터는 사실상 다 내리막이었기에 경치를 즐기면서 룰루루~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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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ms Lake는 야생화와 너무 잘 어울렸고 호수 자체도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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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 Marms Lake to Big Sandy Trailhead (5mi)



어제 캠프그라운드에서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저녁 다 먹고 텐트에서 쉬고 있는데 "남자" 친구가 오더니


친구: 누나, 큰일났어요. 텐트 지퍼가 고장나서 닫히지 않아요.

나: 응???

친구: 모기가 너무 많아서 이 상태로 텐트에서 자는건 무리이고 저희는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나: 그럼 차 키 줄테니까 차에서 자.


이래서 이 친구들은 어제 트레일헤드로 복귀하고 저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후딱 내려왔습니다. 마지막날 텐트 지퍼가 고장났으니 다행이었지 중간에 고장났으면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아찔했습니다. 모기만 아니면 상관없는데 모기 시즌에는 밤새 모기밥이 될텐데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트레일헤드로 짧은 구간이었지만 완전히 혼자 걷는 것도 오랜만에고 이 길이 CDT라서 마치 진짜 CDT 하이커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예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가기 전에는 너무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하이킹이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예전 세포 본능이 많이 피어올랐습니다^^ 간만에 우리나라 말로 수다도 엄청 떨어서 좋았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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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마일이 너무 길어서 좀 더 짧은 루트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의 Cirque of the Towers loop (24마일)를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했던 코스의 하이라이트를 지나는 루트입니다. 중간에 Texas pass를 넘어야 하는데 이때가 짧고 빡세지만 나머지 구간은 어렵지 않습니다.

https://www.cleverhiker.com/blog/cirque-of-the-towers-3-day-backpacking-loop-wind-river-wy


Green Lakes쪽의 루트는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s://www.cleverhiker.com/blog/titcomb-basin-backpacking-guide-wind-river-range-wy





  1. [2022/08/12] Wind River Range 백팩킹 Part 1 by snoopydec *9
  2. [2016/02/28] Ski season in full swing by snoopydec *2
  3. [2016/02/28] Jackson Hole Cutter Races by snoopydec *2
  4. [2016/02/28] Three colors of Jackson arch by snoopydec *10
  5. [2013/04/07] 10박 11일 서부여행 일정 문의드립니다. by doggystone *2
  6. [2007/09/10] [미서부 그랜드서클 여행기] #4 Devils Tower - Bighorn Canyon Scenic Byway by Chris *8
  7. [2005/07/10] 옐로우스톤에 관해 궁금합니다 by 토끼이 *9
  8. [2004/03/25] 와이오밍 여행 계획 (Wyoming - The Spirit of the West) ★ by bab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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