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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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5일


투손(Tucson) - 세도나(Sedona) / 250mi.

나는 세도나(Sedona)에 도착하자 마자 너무나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도나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붉은 돌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그 붉은 돌산은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 주는 듯했다. 그 경관은 해질녘에 더 극적으로 변했다. 노을과 저녁 빛, 그리고 붉은 세도나의 돌산이 어울어져 황홀한 풍광을 만들어 냈다. 나는 세도나에서 이틀 밖에 머물지 못 하는 것이 못 내 아쉬웠다.

투손에서 세도나까지 차로 네 시간 가량 걸렸다. 애리조나는 날씨가 이전에 지나 온 텍사스, 뉴멕시코 처럼 뜨겁고, 건조했다. 하지만 황량한 느낌 보다는 장엄했는데, 그것은 웅장한 산들이 배경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손에서 북쪽으로 올가면 애리조나에서 가장 큰 도시 피닉스가 나온다. 거기서 두 시간 가량을 더 북쪽으로 가면 세도나가 나왔다. 가는 동안 나는 경찰 차를 많이 봤다. 속도 위반을 단속하는 듯했다. 나는 미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속도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얼마나 어리바리 했는 지, 뒤에서 경찰차가 사이렌을 켜고 좇아 오는데도 차를 옆으로 빼지 않았다. 미국에선 경찰, 소방, 앰뷸런스 등이 경광들을 켜면 무조건 차를 옆으로 빼야 한다. 당시 경찰은 내가 속도위반을 한 것 보다 차를 옆으로 빼지 않은 것에 강하게 지적했다. 나는 딱지를 두 장 받을 뻔 했는데, 다행히 속도 위반만 뗐다. 벌금은 180달러 쯤 됐다. 나는 이 돈을 어떻게든 줄여볼까 해서 법원까지 출두해 해명을 해봤다. 판사에게 속도 위반을 인정한 뒤 "처음이라 잘 몰랐다"는 식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판사가 벌금을 다 내고 가라고 해서 나는 시간만 버렸다.

이후 나는 여간해선 제한 속도를 10마일 이상 초과하지 않는다. 미국 고속도로는 70마일 안팎이 제한속도다. 나는 70마일 구간에선 75마일 쯤으로 간다. 이렇게 가다가 경찰 단속에 걸린 적은 없다. 한국에서도 100킬로 구간에서 110킬로 정도는 허용이 되듯, 10% 안팎의 초과 범위는 괜찮은 듯 싶다.

세도나에 도착했을 때 도시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 빨간 돌산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이국적 모습이었다. 하지만 빨간 돌산은 너무나 균형이 잘 맞았다. 너무 커서 압도하지 않았고, 너무 작아서 초라하지 않았다. 이 빨간 돌산에 우리는 곧장 갔다. 오늘 1일 1트레일 코스는 성당 바위 트레일(Cathedral Rock Trailhead)이다. 성당 바위 트레일은 세도나의 4대 볼텍스 바위로 통한다. 볼텍스는 영적인 기운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영적 기운 같은 것을 잘 믿지는 않지만, 풍경 만으로도 충분히 갈 가치가 있어 보였다.

우리가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께였다. 가장 더운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차도 쉽게 했고, 올라가는 길에 사람도 적었다. 나는 블로그, 방문 후기 등을 읽었는데 이 곳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란 글을 많이 봤다. 사람이 적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라가는 길은 험했다. 30분쯤 올라가니 두 발 뿐 아니라 두 손을 써서 '네 발로' 가지 않으면 못 갈 정도가 됐다. 절벽 같은 곳을 간신히 올라가야 할 때도 있었다. 시윤이는 길이 험해지자 겁을 먹었다.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못 한다고 했다. 내가 봐도 무리였다. 10분 가량을 올라갈 지, 말 지 주저하다가 내려가자고 했다. 그런데 윤하가 갑자기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했다. 조금 올라간 뒤에는 "별로 어렵지 않다"며 시윤이를 재촉했다. 시윤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는 길인데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등산은 순탄했다. 3분의 2 지점에 이르자 다시 길이 순해졌다. 나는 내려오는 사람을 붙잡고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선 이런 질문을 하면 열에 아홉은 "다 왔다"는 말이 돌아온다. 미국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조금 뒤에 계단 같은것이 나오고, 계단 위에 오르면 지금 보이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사이가 나온다. 그 곳이 정상이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정상에 다다르자 풍경이 엄청나게 좋았다. 왜 이 곳이 그렇게 인기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뿌듯해 했다. 험한 산을 오른 것에 따른 큰 보상이었다. 여기에 '해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윤하는 내가 중간에 돌아가자고 했다며 "아빠도 무서워 했다"고 살짝 나무랐다. 실제로 그랬지만 티가 난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예뻤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수월했다. 길이 쉬워서가 아니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더 가파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용기를 내어 올라온 길이었다. 가파르면 '네 발로' 가면 됐다. 거의 앉다 시피 하면서 내려갔다.

트레일을 마친 뒤 세도나 시내에 잠시 들렀다. 아이들에게 '포상'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시윤이가 특히 좋아하는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를 검색해서 찾아갔다. 트레일 뒤에 먹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은 꿀맛이었다. 트리케파크(Tlaquepaque Arts & Shopping Village)란 예술품 판매 쇼핑몰도 들렀다. 이 곳은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예쁜 건물과 독특한 예술품을 볼 수 있어 많이 들르는 것 같다. 우리도 관광객 콘셉트로 구경만 했다. 예술품 가게는 저마다 콘셉트가 있었다. 나는 한 미술품 가게가 맘에 들었다. 20여명의 작가가 그린 그림을 파는 곳이었다. 이 곳의 작품은 비싸도 500달러 안팎이어서 한 번 도전해 볼 만 했다. 윤하는 집에 이런 그림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몇 개 그림을 보다가 사고 싶은 맘이 들어 집어 들었다가 이내 내려놨다.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갑자기 떠올랐다. 두 달 여행은 돈도 많이 든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 생활할 것이 걱정이었다.

숙소에서 짐만 푼 뒤 곧바로 석양을 보러 나섰다. 세도나의 석양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글을 많이 읽었다. 우리가 간 곳은 세도나 공항 주차장 앞이었다. '노을 명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유명한 곳 답게 주차장 앞에 차가 줄지어 있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정말 멋진 노을을 봤다. 세도나의 노을이 특별했던 것은 주변과 어울어지는 색감 때문이었다. 노을의 색이 빨간 색으로 변하자, 빨간 돌산들이 빛이 났다. 세도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세도나의 첫 날 여행에서 아이들도 만족해 하는 것 같았다. 풍경이 아무리 좋아도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 만 못 할 때도 많다. 특히 시윤이는 자연에 크게 관심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시윤이는 "너무 좋다"고 웃어줬다. 그것 만으로 나는 됐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세도나가 정말 좋아서 "롱키(Long Key)와 같은 급이다"고 했다. 롱키는 플로리나 최남단 키웨스트(Key West) 가는 길에 있는 섬들이다. 다리로 이어진 이 섬들은 하나하나 풍광이 너무 좋고 분위기가 최고였다. 세도나가 최고의 여행지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나는 세도나를 다시 꼭 오고 싶은 여행지로 맘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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