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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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2일

빅토리아는 향기가 가득했다. 만개한 꽃은 벌을 불렀고, 사람을 불렀다. 도시에는 꽃 뿐 아니라 사람들도 향기가 있는 듯했다. 드레스와 턱시도로 멋을 낸 젊은 사람들 무리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결혼식 , 혹은 약혼식을 하고 나온 듯했다. 젊음이 만개한 이들은 젊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빅토리아의 6월은 향기로 넘쳤다.

해가 4시 40분쯤 떴다. 아내는 베란다에서 일출을 보겠다며 그 시간에 깼다.나는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는데, 대낮처럼 날이 밝았다.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6시 10분이었다. 또 잠들었지만 이미 해가 중천이라 곧 일어났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아내는 황태 미역국을 끓이고, 두부를 부치고, 감자전을 했다. 밥에는 옥수수를 넣어 옥수수밥을 했다. 아침 밥이 맛있어 과식을 했다. 아내는 아침밥 이후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쌌다. 나는 그 새 호텔 1층에서 운동을 했다.

나는 호텔에 헬스장이 있으면 꼭 가려고 한다. 여행 중 컨디션 관리를 하려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나는 근육 운동을 하는데 가슴과 등, 하체로 나눠서 한다. 이날은 가슴 운동을 주로 했다. 덤벨 무게가 40파운드까지 밖에 없어 횟수를 조금 더 했다. 나는 가슴 운동 10세트와 이두 운동 5세트, 어깨 3세트를 했다. 빠르게 해서 30분 안에 다 끝냈다.

어제 체크인 때 받은 음료 쿠폰으로 커피 두 잔과 머핀, 스콘을 시켜 호텔서 나갔다. 30분 가량 떨어진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이 목적지였다. 부차트 가든은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정원이다. 투박한 미국식 정원이 아니라 잘 정돈된 유럽식 정원 느낌이었다.

입구에서 사람 마다 돈을 받았다. 어른은 38달러(캐나다 달러), 12시 이하 어린이는 3달러였다. 아침 10시쯤 정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입구에 있는 부차트 가든 간판 앞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데 우리 앞에 중국인, 인도인 관광객 단체 관광객이 새치기를 했다. 나는 간판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다려서 기어코 찍고 갔다.

가든은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처음 들어서면 있는 성큰 가든(Sunken Garden)에서 우리는 가장 오래 머물렀다. 성큰 가든은 부차트 가든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컸고, 가장 잘 가꿔진 것 같았다. 나는 꽃을 알아보는 게 힘들어 그 꽃이 그 꽃 같다. 그 비슷비슷한 꽃이 제각각 다른 꽃이라는 게 낯설다. 분간하기 힘든 그 꽃들을 아이들은 분간하려고 애썼다. 방문자 센터에서 받은 꽃 설명서를 들고 일일이 찾았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 많은 꽃들을 그저 바라보며 걸었다. 성큰 가든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가니 분수가 있었다. 아름다운 연못 위에 춤추는 분수를 해놨다. 설명에는 과거 석회석 채석장이었던 곳이었다고 씌여 있었다.

장미 가든도 있었다. 포틀랜드에서 본 장미 정원과는 많이 달랐다. 이 곳의 장미 가든은 잘 가꿔진 대신 꽃이 적고 규모가 작았다. 포틀랜드 장미 정원은 투박했지만 꽃이 많고 규모가 컸다. 아이들은 포틀랜드 장미 정원에서 본 장미들을 발견하고는 좋아했다. 나는 장미꽃보다 장미꽃향이 더 좋았다. 어떤 것은 향이 비현실적으로 강하고 좋아 향수를 입혀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향은 인공적인 향수와는 비교도 안 되게 더 좋았다. 나는 꽃향기에 취해 잠시 몽롱한 상태가 됐다.

일본 정원과 이탈리아 정원은 별 특색은 없었다. 일본 정원은 꽃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나무로 가꾸어져 있었다. 나는 조경에 안목이 없어 일본 정원은 어떤 콘셉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정원은 가운데 십자가 모양의 연못이 있고, 그 주위를 꽃으로 장식해 놨다. 이탈리아 정원은 정원 그 자체보다는 이태리 음식점과 젤라또 아이스크림집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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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부차드 가든은 잘 가꿔진 꽃밭이었다. 꽃이나 식물을 잘 몰라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나는 꽃밭의 향기가 좋았다.

정원을 한 바퀴 다 돈 뒤에 우리는 점심으로 싸 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내는 보통 샌드위치를 크게 싼 뒤 반을 잘라 1인분으로 주곤 했다. 이번에는 세 개를 싸서 6개를 가지고 왔는데도 양이 부족했다. 아이들은 몸이 커지더니 먹는 양이 크게 늘었다. 요즘은 우리 부부와 거의 비슷하게 먹거나 조금 더 먹는다. 아이들은 서로 더 먹겠다며 다퉜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들은 꽃 씨앗을 샀다. 가장 키우기 쉽고 잘 죽지 않는 것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직원은 이런 일이 익숙한 지 이것저것 물었다. 어디로 가져가서 키울 것인 지, 겨울에 기온은 몇 도까지 떨어지는 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몇 개를 추천했는데 내 눈에는 노랑꽃, 분홍꽃으로만 보였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재 보더니 어린이 전용 씨앗으로 5종류가 든 것을 골랐다. 나는 한국에 가져가 키울 것이 걱정됐지만, 아이들은 그 씨앗을 사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 보였다.

호텔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집에 들렀다. 낙하산 아이스크림(Parachute Ice Cream - Victoria)이란 곳이었다. 부차트 가든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하다가 구미가 당기지 않아 구글 검색을 해서 찾아갔다. 종류가 10개 정도 있었는데 우리는 세 개를 시켜서 먹었다. 처음에 두 개를 먹고선 맛있어서 한 개를 더 먹었다. 딸기망고, 라벤더, 초콜릿 등을 골랐다. 한 스쿱에 5달러였다. 미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미국선 6-7달러 했는데, 캐나다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2 수준이었다.

오후에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국회의사당(Legislative Assembly of British Columbia)에 갔다. 빅토리아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수도이다. 이 곳에는 30분에 한 번씩 무료 투어가 있었다. 입구에서 백신 접종 증명을 확인하고 가방 검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그 시간에 투어에 참여한 사람은 우리 가족 밖에 없었다. 서로 조금 당황했다. 우리는 온전히 우리만 듣기엔 영어가 부족한 까닭에, 가이드는 영어도 잘 못하는 아시아인 개인 가이드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어쨌든 시간이 되자 가이드는 성실하게 알아듣든 모르든 열심히 설명을 했다.

나는 미국, 캐나다에 머물며 이들의 '스토리 텔링'에 늘 감탄하곤 한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의미를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 때문에 더 의미가 있어지는 '선순환' 과장이 늘 경이롭니다. 이 의회도 그랬다. 영국 식민지였던 이 곳에 의회가 세워진 지는 120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역사를 잘 보존하고 가르치고 알리는 데 진심이었다. 의회 복도에는 별도로 역대 여성 의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흑인,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 정확히는 한국계 캐나다인도 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 중에 한국계가 있다는 사실에 반갑고 고마웠다.

투어를 마치고 의사당을 나오는데 한 무리의 젊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남자들은 턱시도와 양복을,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얼핏 봐도 결혼식, 혹은 약혼식을 한 것 같았다. 20대 중반으로 보였고, 20명쯤 됐다. 아내는 "젊어서 예쁘네" 했고, 나는 "길쭉해서 모델같다"고 했다. 결혼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커플 한 쌍 주위로 친구들로 추정되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젊고 잘 생기고 예뻤다. 나는 우리 딸도 저들처럼 길쭉하고 예쁘게 자라기를 속으로 바랐다가 부끄러운 맘이 들었다. 말로는 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하고선, 속으론 예쁘고 키컸으면 해서다. 아이들이 키 크고, 예쁜, 좋은 사람으로 크길 바라는 것이 부모 맘인것 같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국회의사당 건물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턱시도와 드레스로 잘 차려입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봤다.

숙소에 돌아와선 저녁을 차려 먹었다. 오늘은 한 끼도 사먹지 않았다. 아내는 비빔면을 했고 나는 꽃등심을 구웠다. 여기에 김치볶음밥과 계란볶음밥을 조금 더 했다. 나는 밤에 유명한 펍에 가려던 계획을 접고 양껏 먹었다. 밤 10시가 되도록 해는 완전히 지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해가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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