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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부푼 마음을 안고 Wonder Lake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하여 어디다 텐트를 칠지 먼저 둘러보기 시작하였습니다. Wonder Lake에는 총 28개의 텐트 사이트가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14개의 사이트만 예약 및 이용 가능했습니다.) 저희는 6인용 텐트 + 2인용 백팩킹 텐트를 쳐야 해서 큰 사이트가 필요했는데요. 생각보다 크기가 다 작았습니다. 특히 6인용 텐트를 칠 공간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작은 텐트 두개였다면 수월했겠지만 최악의 날씨에서 3박을 해야 할 수도 있어서 6인용 텐트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7, 8월은 1년중 비가 많이 오는 달이라서 일주일 내내 비만 주구장창 내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그 상황에서 작은 백팩킹 텐트 안에 계속 있을 것을 생각하면 어우야... 생각만 해도 허리가 아파옵니다. 유투브에 있는 영상 중에 이것을 보시면 비올 때 모습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고 예보도 한결같이 소나기 혹은 비였는데 아까 버스 타고 오는 내내 날씨가 좋았습니다. 이러다가 막상 도착해서는 비 오는거 아닌가 내심 불안했었는데 날씨가 괜찮네요?! 물론 디날리 산은 구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선을 드러내면서 살짝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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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Lake 캠프그라운드는 bear safety를 철저하게 지키는 곳 중 하나입니다. 냄새가 나는 모든 음식, 조리기구, 화장품(선크림 및 립밤 포함) 및 기타 용품들은 food locker에 보관을 해야 하고 음식도 지정된 cooking area에서만 조리 및 섭취가 가능합니다. Cooking area를 벗어나면 어떤 곳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보일락 말락 하는 디날리 산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첫째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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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둘째날 


새벽 3시 15분 알람 소리와 함께 눈을 떴습니다. 작년 8월 Eielson 비지터 센터에서 만난 레인저에게서 전수 받은 꿀팁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레인저와 얘기를 나누다가 어떻게 해야 디날리 산을 잘 볼 수 있는지를 물어봤는데 무조건 일출 때 일어나서 보라고 하더라구요. 보통 일출 때가 구름이 가장 없으니까 그 때가 확률이 제일 높다면서요. 19년도까지는 Wonder Lake 캠프그라운에서 근무했는데 항상 캠핑객들에게 일출때 일어나라고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대로 따라야지요.^^ 



두근두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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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텐트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자는 동안 소나기가 내렸었기 때문에 내심 불안했었는데 구름도 거의 없이 완전 선명한 디날리 산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습니다. 어제도 대충 짐작은 했었지만 온전한 산의 모습을 보니 그 위용과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사진 찍다가를 반복하다가 앞에 가리는 나무 없이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조금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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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그라운드 예약하면서 받은 지도를 사진 찍어 놓은 줄 알았는데 그냥 버렸나 봅니다ㅜㅜ 구글에서 검색하니 두 장 뜨긴 하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새로 하나 그렸습니다.ㅎㅎ  

초록색 세모가 텐트사이트인데요. 28번 텐트 사이트까지 dirt road를 쭉 따라 가다가 거기서 200m 정도를 더 가시면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기 전에 나무덤불이 사라지면서 디날리 산이 확 보이는 시야가 뚫리는 곳이 나옵니다. 21번 텐트사이트 옆에 있는 쿠킹사이트에서 약 400m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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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바로 그 곳(지도에서 빨간색 위치 표시 지점)인데요.

여기서도 잘 보이지만 트레일을 따라 30m 정도만 걸어내려가면 다른 산들까지 같이 깔끔하게 잘 보여서 꼭 가시길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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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55분쯤 이 지점에 도착하였는데 이때부터 산이 물들기 시작하여 멋진 모습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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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도 맑은 날씨는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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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ley Bar Trail


점심을 먹고 McKinley Bar Trail을 하러 나섰습니다. 이 트레일은 Wonder Lake 구역에서 유일하게 있는 트레일입니다. 거리는 편도 2.3마일(3.68킬로미터)이고 난이도는 쉽습니다. 


캠프그라운드에서 도로쪽으로 0.5마일 걸은 후 Trailhead가 나타나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일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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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지 워킹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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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boardwalking도 꽤 있었는데요. 색다른 재미가 더해져서 즐거웠습니다.Denali2021-40.jpg


트레일해드부터 약 1시간-1시간 반 정도를 걸으면 목적지인 McKinley 강에 도착합니다. 구름이 없으면 디날리 산이 보일텐데 역시 오후가 되면 보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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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간식도 먹고 얘기도 나누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Wonder Lake 주변도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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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후에는 Amphitheater에서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Mysteries of the Mountain! 경험 많은 레인저가 디날리 산이 생기게 된 지형적인 배경부터 디날리 산 등반의 역사, 그리고 공원의 역사까지 능숙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Denali는 원주민이 오래 전부터 이 산을 부르던 이름으로 the great one이라는 뜻입니다. 지금 시대에서 봐도 이렇게 크고 웅장한데 아무것도 없던 몇천년전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었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레인저가 해준 말 중에 미국인들이 보통 산을 가리킬 때 "she"라고 부르는데 예전 원주민들은 디날리를 "아빠"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큰 디날리 옆에 있는 Foraker산을 "엄마"라고 불렀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디날리를 she라고 할 때 어색하다고 하네요 ㅎㅎ


그리고 2015년까지 디날리산은 공식적으로 McKinley산이라 불렸습니다. 알래스카 내에서는 디날리라는 용어를 꾸준히 써왔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McKinley로 백년 가까이 기재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공원 이름도 Mt. McKinley National Park였구요. 1975년부터 이름을 바꾸기 위한 40년간의 오랜 노력 끝에 2015년 디날리는 원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관련내용 클릭)


디날리라는 이름은 산만 되찾고 나머지 지형에 남아있는 McKinley라는 이름은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했던 트레일 이름도 McKinley Bar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강 이름도 McKinley에서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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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와 함께 둘째 날도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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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셋째 날


3시 20분 알람과 함께 다시 눈을 떴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오밤중에 일어나려니 힘드네요ㅜㅜ 남편과 다른 일행들은 계속 꿈나라에...

앗 그런데 오늘은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비도 몇 방울씩 내리구요. 다시 잘까 하다가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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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인 상태로 있다가 어제와 비슷한 3시 55분쯤부터 산이 물에 드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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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캠프그라운드를 벗어나 주변 지역을 탐방해 보려고 하는데요. 디날리 산 사진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Reflection Pond입니다. Wonder Lake 캠프그라운드에서 약 2.5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데요. 도로를 따라 걸어도 되고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도 됩니다.


연못에 비친 산의 모습을 찍으려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으니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이 버스는 공원의 제일 안쪽까지 갔다가 다시 공원 입구로 가는 버스였는데요. 이왕이 공원 안까지 들어온거 도로 끝까지 가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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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확실히 어제보다 구름이 많았는데 아까 연못을 지날 때 보니 디날리는 아예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호수 북쪽 끝에서 내리기로 합니다.

여기서도 구름만 없으면 디날리가 보이겠지만 역시나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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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린 이유는 주변 언덕 위로 올라가 더 멋진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Wonder Lake 지역에는 공식 트레일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어제 했던 McKinley Bar Trail입니다. 디날리 국립공원은 보통의 다른 국립공원과는 달리 트레일을 벗어난 곳에서도 다니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원 홈페이지 <Things to do> 중 <Hiking" 섹션>에 들어가시면 아래와 같이 Trail과 Off-trail hiking 둘 다 가능하다고 명시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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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off-trail hiking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비슷할 겁니다.  그런데 알래스카에 와서 이 경험이 늘고 있습니다ㅎㅎ  

우선 가볍게 호수 왼쪽에 나 있던 트레일을 따라 언덕을 올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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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탐험해 볼까 고민하다가 이 언덕 맞은편에 있는 언덕을 올라 능선을 따라가면서 캠프그라운드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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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호수 끝에 보이는 버스가 있던 자리에서 시작했는데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구글에서 디날리 국립공원을 검색하면 뜨는 사진 중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왼쪽 언덕에서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여기 클릭)

다음번에는 저 언덕에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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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다시 내려올 떈 너무 우거져서 고생도 했지만 이런 종류의 하이킹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에 재미있었습니다. Denali2021-51-2.jpg


텐트로 돌아와서는 거의 뻗다시피 하다가 그렇게 셋째날도 지나갔습니다.



7월 11일 넷째 날


드디어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입니다.

일출을 본 후 텐트 정리 및 아침을 먹은 후 오전 6시 반 버스를 타고 공원 입구까지 다시 오는 일정입니다.


오늘도 역시나 3시 반에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여태껏 중 최고로 날씨가 맑네요.

돌아가는 날만 아니었으면 reflection pond로 가서 완벽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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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elson 비지터 센터에 와서도 디날리 산이 잘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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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를 지어 이동하는 caribou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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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봤던 곰 모녀도 다시 봤습니다. 이번에는 엄청 가까이서 보게 되어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이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 다음 여행에서 어떤 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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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꿈 같았던 디날리 국립공원 여행이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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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과 얘기할 때  <The Fun Scale> 을 종종 언급하는데요. Fun(재미)의 scale(등급)에는 3가지 타입이 있다는 것입니다.

Type I Fun: 경험하는 동안 누구나 다 재밌다고 느끼는 것. 진짜로 즐거운 경험.

Type II Fun: 경험하는 동안에는 즐겁지 않았으나 나중에 뒤돌아 보면 재밌었다고 느끼는 것.

Type III Fun: 경험하는 동안에도 즐겁지 않았고 나중에 뒤돌아 보아도 재미없었다고 느끼는 것. 도대체 왜 했냐 싶은 것.


디날리 국립공원에 온 것, 디날리 산을 보고 wonder lake에서 캠핑한 것, 야생동물을 본 것은 당연히 타입1 fun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타입2 fun은 버스 타는 것 (다 좋았지만 너무 길어서...) 그리고 off-trail을 경험입니다. 이것도 재밌었지만 막판에 했던 고생 때문에 약간 망설여지는... 하지만 기꺼이 또 하고 싶은 경험입니다.




Wonder Lake 캠프그라운드 캠핑과 관련하여...

1. 앞서 part 1에서 언급했듯이 버스에 모든 짐을 싣고 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컴팩트 해야합니다.

2. 모기와 파리가 어마어마해서 head net 및 모기퇴치제를 준비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제가 머물렀을 때에는 생각보단 덜 했지만 기본적으로 알래스카가 여름에 모기가 미쳐 날뜁니다.

3. 아쉽게도 캠프파이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다른 캠프그라운드(Santuary River, Igloo Creek)도 마찬가지로 캠프파이어가 금지입니다.

4. 가능하다면 곰 스프레이를 구비하시길 추천합니다. 알래스카에서 하이킹 또는 캠핑 계획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완전 강추합니다. 워낙 그리즐리 및 블랙 곰의 천국인지라 항상 곰을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캠핑을 못하지만 디날리 산을 가까이서 보고싶은 분들은 대안으로 Kantishna에 있는 캐빈에서 머무실 수 있습니다. (클릭) 단점은 금액이 매우 비싸다는 점입니다. 왕복 버스비, 및 세끼 식사 및 다른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 금액이지만 절대적인 금액이 센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6. 알래스카의 여름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rain gear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여름 날씨가 그리 덥지 않고 비가 오면 오히려 싸늘합니다. 따라서 레이어별로 옷을 준비해오셔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입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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