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그랜드서클 여행기] #4 Devils Tower - Bighorn Canyon Scenic Byway

<일기형식을 빌어 쓴 글이므로 경어체가 사용되지 않은 점 널리 양해바랍니다>

아침이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눈떠보니 아침햇살이 캐빈의 창가로 비춰온다.
어제밤......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데블스타워로 향하는 길 내내 가졌던 그 설레임이 생각난다.
어둑어둑한 지평선 너머로 마침내 보이던 그 거대한 돌기둥.......
사방이 캄캄한 그 밤에 위압적일 정도로 우뚝솟은 돌기둥을 향하여 가라던
네비게이션의 여자목소리만을 의지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
노란색 KOA 간판만 보고 들어와 이미 문잠겨버린 사무실.......
늦게 도착해 아무도 맞아주지 않은 채 내 이름적힌 봉투에 캐빈열쇠와 영수증만이 날 반겨주어서......
캐빈에 대충 이불만 깔고 지친 몸 그냥 누워 잠들었는데......
피곤에 지친 몸이지만 데블스타워에 대한 설레임은 마음 속에 간직하며 잠들었는데......
이제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캐빈 문을 활짝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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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캐빈 문을 여니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어젯밤의 그 거대한 돌기둥........
데블스 타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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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타워의 KOA는 데블스타워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데블스타워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캐빈 앞에 의자를 펴고 앉아 데블스 타워를 바라보는 기분이 얼마나 삼삼한지....
데블스타워에서 숙박하실 일이 있으면 꼭 KOA를 이용해 보시기 바란다.
오늘은 우리 가족의 특별한 행사가 있어 오전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시간.......
자칫 하루하루의 일정에 쫒겨 여유도 잊기 쉬운데 가족들과 함께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한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내가 작고 부족한 한 점과도 같은 존재인지........
겸손함을 배운다.
Judy와 Helen이 부쩍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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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12시에 KOA를 출발하여 데블스타워에 애뉴얼패스를 내고 입장,
비지터센터에 들려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배드랜즈에서 사실 제일 먼저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곳까지 함께 했던 동료가족이
무척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우리도 마음이 바빠 참여할 수 없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일정을 짜보니 대충 들려야 할 국립공원이 10-11개 정도!
그래서 최소한 10개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뱃지와 증서를 받는 것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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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해외여행을 하면서 패키지관광이라는 것을 꽤 여러번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항상 끝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다.  
가이드의 청산유수같은 설명을 귀기울여 듣지만 정작 무엇하나 자세히 살펴볼만 하면
일정 때문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는 패키지관광의 한계가 그간 많이 아쉬웠기에.......

자동차여행의 장점이 바로 발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누릴 수 있는 “자유”이지만
그것도 일정에 쫒기다보면 자칫 “찰칵! 부르릉!”이 되기 쉽기에.......

국립공원을 매일의 주요거점으로 삼은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나와 아이들의 참여,
특히 국립공원들마다 마련되어 있는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에 많은 초점을 두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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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뱃지와 증서를 얻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레인저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고, 오리엔테이션 필름과 뮤지엄에 충실한 것은 물론,
액티비티에도 충실하자......그것이 방문한 국립공원에 대한 충실한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적에서였다.
물론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의 영어공부 걱정을 하는 엄마를 위하여
“최고의 영어공부”도 될 수 있다고 강력주장하는 속깊은 아빠(?)의 속깊은 목적(?)도 또한 포함되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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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신청하니 레인저 아줌마가 활짝 웃으며 나이를 물어본다.
10살! 6살! 이야기를 하니 주니어레인저 책자를 준다.
그런데 큰 아이것과 작은 아이 것이 다르다.  
아마도 고학년용, 저학년용인 것 같은데 고학년용이 장난이 아니게 어렵다.  
받아가서 데블스타워로 올라가 나는 연신 사진찍기 바쁜데 엄마와 두 아이들은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는 옆에 앉아있는 미국인을 붙잡고 Judy의 고학년용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물어보고....
어느 국립공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고학년용은 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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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타워는 멀리서 보는 것도 멋지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시커멓고 커다란 모습에 위압감을 느낀다.  
연간 2,000명 정도가 등반을 한다던데....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자세히 쳐다보니.......
있다!!!!  
한 사람이 중간쯤 암벽등반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울까?  
나도 암벽등반을 몇 번 경험해 봤는데 무서워서 체질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  
저 위에서 아래를 보면 아찔할텐데....
걱정을 하면서도 카메라에 모습을 담는다.  
200밀리로 땡겨 담아도 만족치 않다.  
400밀리나 500밀리만 있어도 이럴때 참 좋은데....!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에 매달려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 사정을 설명하고 Judy도 저학년용으로 바꾸어 받았다.  
영어가 조금 어렵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면 저학년용으로 흔쾌히 바꿔준다.
데블스타워는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이 아주 간단하다.
액티비티 책자를 다 완성하여 제출하니 주니어 레인저 증서와 뱃지를 준다.  
데스크 옆에서 도장을 찍고 뱃지를 가슴에 달아주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래! 아이들이 더 많은 흥미와 공부를 하도록 주니어 레인저에 올인하기로 했다.  
주니어 레인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도 하고....
자칫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쉬운데 이것을 통해 꽃 하나, 돌 하나, 작은 곤충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살펴보며 공부하려는 자세로 바뀌니 부모로서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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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타워를 출발해 Sheridan까지.....
Sheridan에서 그 유명한 Kim's Restaurant를 들려 식사도 하고 가려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다.
아쉽지만 그냥 Skip!  Bighorn Canyon Scenic Byway에 접어들었다.
Bighorn Canyon Scenic Byway의 동쪽입구에 해당하는 Ranchester는
흡사 한국의 대관령 인근 마을들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Picnic area를 찾을 수 없어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초등학교 주차장에 세워놓고
차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출발!
(Ranchester에서 Bighorn Canyon Scenic Byway의 정상에 있는 비지터센터까지는 Picnic area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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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길을 지나 Bighorn Canyon Scenic Byway 표지판을 뒤로 하고 산길로 접어드니 계속 올라간다.  
계속 계속 올라가는데......지나온 길이 저 아래 지평선에 쭉 뻗어있다.  
쫙 뻗은 평원 바로 옆에 이런 끝없이 올라가는 산길이 바로 이어지다니....
와이오밍이 동쪽 평원과 서쪽 산지로 나뉘어 진다더니 이곳이 그 경계를 이루는 곳인가보다.
한참을 올라갔을까 눈앞에 펼쳐진 계곡이 장난이 아니다.  
장엄하고 아찔한 계곡들!  
잠시 내려 계곡을 사진찍고 있는데 함께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던 미국인 가족이
우리차 번호판을 보고 아는 척 인사를 건네온다.  
"너네 번호판 보니까 미시간이네?......엄청 멀리서도 왔다!!!"
"반갑다. 어디서 왔니?"
"우린 캘리포니아에서 왔다!"
옆에 계신 할머니.......장모님이란다.
"얘들아.........정말 반갑다. 나 젊었을 때 미시간에서 살았다!"

처음 만났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늙으신 장모님 손을 꼭 잡고 다시 차에 태워주는
사위의 모습이 참 대견하다.
부모님, 장인장모님........담엔 꼭 모시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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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온 그 가족들, 우리처럼 옐로우스톤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14번으로 해서 Greybull로 갈지, alt 14번으로 해서 Lovell로 갈지 물어보니 역시....
14번으로 넘어간단다.  14번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alt 14번이 어떨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 미국인친구....14번을 추천해 준다.  
그래! 14번으로 가자!  
정상에 올라가 비지터센터에 잠깐 들려 화장실도 가고, 다시한번 지도도 보고 이젠 내려가기 시작한다.  
비지터센터에서 Cody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훨--씬 더 멋지다.  
멋진 절경들.....중간 중간 차를 계속 세우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42.JPG
이 멋진 절경을 부족한 사진실력으로 담으려니 한계를 많이 느껴 안타깝다.
더더군다나 국립공원이나 그런 곳과는 달리 시닉 바이웨이는 차로 계속 운전을 하면서
감상하며 가는 곳이기 때문에 사진찍을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는 왼손은 핸들, 오른손은 카메라 그립에 끼우고.......!
(절대 이런짓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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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절경은 아빠 혼자만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멋진 폭포에 내려 잠시 사진 찍으려 주차를 하자
차에서 오랫동안 갇혀있던 Judy와 Helen......차에서 내리자마자 죽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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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아빠 잘못 만났어 마........!)
"일나!!!!!! 전원 폭포 앞에서 포즈잡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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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horn Canyon Scenic Byway의 아름다운 계곡을 뒤로하고 이젠 계속 계속 내려간다.



46.JPG Bighorn Canyon Scenic Byway가 마쳐지는 곳!
반대로 Cody에서 Bighorn Canyon Scenic Byway를 넘어가려면 이곳이 출발점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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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렇게 높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었냐는 듯
또다시 끝없이 펼쳐진 도로.......!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끝없이 뻗은 도로의 오른편에서는 빛내림이 펼쳐지고
왼편에서는 먹구름 밑으로 번개가 번쩍인다.
뭐 이런 기기묘묘한 동네가 다 있단 말인가?

빛내림과 Lightning이 동시에 펼쳐지는 저 너머 동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전초기지

와이오밍의 Cod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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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 : Devils Tower - Sheridan - Ranchester - Bighorn Scenic Byway - Cody
* 주행거리 : 311mi
* 숙소 : Cody KOA (캐빈)
* 지출 : $ 121
        (Gas $60, KOA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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