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일기를 정리한 일기체이기 때문에 경어를 사용하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미국 서부여행기 (14) 레드우드 국립공원 (24일차)






오래간만에 늦잠을 푹 잤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가니 빵이 떨어졌다.
리필해 달라고 하니 빵이 없단다. 분명히 아침식사 시간인데.....
웃기는 모텔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이 사람 사는 동네다 보니
비슷비슷한데 모텔도 그렇다. 할 수 없이 씨리얼만 먹고 왔는데 영 개운치가 않다.
역시 한국사람을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지!
방에서 와이프가 아침 일찍 준비해 놓은 감자볶음에 밥 한 그릇 해치우고 나니
이젠 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침에 시간을 너무 지체해 버렸다.
10시가 넘어서 출발!
오늘은 Redwood National & State Park로 간다.

Redwood는 캘리포니아 북서부 해안가에 분포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다르게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이 함께 있으며
101번 고속도로가 공원을 계속 관통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Orick을 통과하니
왼편 해변가에 Kuchel Visitor Center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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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센터에서 파크맵과 신문, 주니어레인저 책자를 받고 길을 나선다.
101번 도로를 타고 조금 올라가니 Lady Bird Johnson Grove로 진입하는 길이 나타난다.
길을 들어서니 왼편에 거대한 제재소가 보인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90%의 레드우드가 잘려나가자
멸종위기에 빠진 레드우드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된 국립공원,
그리고 그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제재소.....
뭔가 앞뒤가 안맞아 보인다.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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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갑자기 자욱한 안개가 몰려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분명 직전까지는 해가 비췄는데......
Lady Bird Johnson Grove에 도착해서 간단한 트레일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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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높이 자라기 때문에 무거운 가지들로 인하여 부러지거나
성장이 더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리는 나무,
그래서 예전에는 일을 하다가 떨어지는 가지에 맞아 죽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별명이 "과부를 만드는 나무"
별명답게 군데군데 가지가 떨어진 나무는 매끈하게 쭉 솟아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위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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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너무 크게 잘려져 버렸다]

100만개의 씨앗을 뿌려 하나가 자라나는 나무!
이렇게 쭉쭉 뻗은 녀석들은 그 어려운 난관을 이기고 저렇게 솟아오른 나무들이리라......
개중에 부러져 넘어진 나무들은 또다른 생물들의 성장을 위한
생태계의 일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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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Bird Johnson Grove에서의 삼림욕을 마치고 Redwood Creek Overlook로 가니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Lady Bird Johnson Grove에서 운치를 더해 주었던 안개가 이렇게 우리를 배신하다니.......!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을 돌린다.
조금 더 가면 Tall Trees Grove로 가는 길이 있지만 여기서 발걸음을 돌린다.
사전 교육을 받고 일일 비밀번호를 받아 6마일에 달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다시 1.5마일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Tall Trees Grove!
아들이라면 씩씩하게 데리고 가겠는데 조금만 걸어도 업어달라고
징징거리는 딸랭이를 데리고 갈 엄두가 안난다.
이럴때만 아들 생각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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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큰 나무는 세콰이어에서 실컷 봤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101번 도로로 빠져나온다.

101번 도로로 빠져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싹 걷힌다.
항상 안개로 둘러싸인 곳! 바로 Redwood Forest이다.
  
Elk Meadow에 도달하여 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어먹는 엘크를 기대했었는데 초지만 있고
엘크는 없다. 점심시간인데 이 녀석들 다들 어데로 간겨?
하긴 점심시간인데 우리도 밥을 안먹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파크맵을 보고 Gold Bluffs Beach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먹기로 하고 비치로 향한다.

Gold Bluffs Beach로 향하는 길은 완전 비포장 산길이다.
굽이 굽이 비포장 산길을 달려 한참을 가니 바다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가니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왠 입장료???
국립공원 애뉴얼패스를 제시해도 소용없단다. 입장료 $6을 내야 한다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기분이 팍 상한다.
국립공원은 오히려 입구도 없고 입장료도 없는데 여기는 입장료를 받는다???
분명히 국립공원 파크맵에 그려진 국립공원의 일부일텐데....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고 어떤 사람들은 실랑이를 한다.
나는 차를 되돌려 도로 빠져 나온다. 한참을 빠져나와 다시 입구의 간판을 보니
입장료 받는다는 안내문구가 작게 씌여져 있다.
와......참나~~ 크게도 써놨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점심은 Prairie Visitor Center에서 먹기로 했다.
101번 도로에서 빠져나와 비지터센터로 들어가는데 다시 널따란 초지가 나오고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보통 이런 곳에서 차들이 몇 대씩서 있으면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뭔가 구경거리가 있는거다.
차를 세우고 왼편을 보니 아까 못 보았던 엘크들이 한가로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서둘러 70-200으로 마운트하고 엘크 촬영 시작!!!
헬렌도 자기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와 함께 촬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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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카메라맨들의 촬영을 마치고 비지터센터 옆 벤치에서 점심을 먹는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보니 벤치에 뭔가 새겨져 있다. 아니......
한국 사람 같은데? 아무 생각없이 앉은 벤치에 이렇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사람을 기리는 기념판이 새겨져 있다. 어떤 분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작고하신 분이고 등산을 참 좋아하셨던 분인 것 같은데....참 신기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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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주니어레인저를 해야지. 쥬디와 헬렌과 더불어 열심히 책자를 완성한다.
한 삽십여분동안 열심히 함께 공부하며 책자를 완성해서 가져갔더니
레인저 할머니가 아주 잘했다고 칭찬하시며 레인저 선서와 함께 패치를 준다.
여느 때처럼 주니어레인저 선서를 할 때에는 사람들이 박수로 축하를 해주고......

비지터센터를 나서 계속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 거대한 레드우드들은
길가에서 끊임없이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우리는 바람을 가르며 그 길을 달려 간다.
중간중간의 포인트를 들리며 계속 가다보니 Crescent City!
드디어 캘리포니아의 최북단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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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jpg



이제 여기서 199번 도로를 타고 다음 목적지
Crater Lake 국립공원의 전초지기 Medford로 향한다.



백두산 천지를 닮은 그곳, 가보고 싶었던 그곳, 크레이터 레이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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